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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4화 (104/211)
  • 104화. 드림히트 성 (5)

    장현은 헬릭스를 오만하고 권력욕이 강한 마족이라고 여겼다.

    1회차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의 관심은 자신이 모시는 대공, 패권, 권세에 집중되어있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으나, 장현이 믿고 손을 잡을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안젤라의 진실한 사랑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헬릭스는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권력을 장악하고 마나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자라고 여겨졌기에.

    ‘우리가 벌인 영지전과 박람회 이벤트의 전투도 그에게는 돈벌이에 불과했겠지. 앞으로도 포인트를 벌기 위한 일에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 전에 힘을 키우거나 나와 손잡는 것이 더 돈이 된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해.’

    장현의 추측은 사실에 가까웠다.

    헬릭스 성에서 벌어진 영지전은 마튜브에서 꽤나 큰 인기를 끌며, 헬릭스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박람회 이벤트 경기가 끝난 지금 우승자인 장현을 비롯한 헬릭스 성 소속 플레이어들의 전투 영상 콘텐츠 역시 헬릭스에게 마나 포인트 형태로 지불될 것이었다.

    마튜브를 이용한 포인트 벌이는 플레이어들을 영지민으로 거느린 성주들에게 꽤나 짭짤한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자연스레 영상 콘텐츠 제작회사들 역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 헬릭스와 달리 몽슈 백작은 꽤나 신뢰할만한 자였다.

    그는 마족이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사업가로서도 성공한 자였다.

    장현은 얼마 전 긴급 공지에 나왔던 품목 중 마스크를 제외한 진단 키트에 대해서도 그에게 얘기했다.

    “혹시 RNA 추출 진단키트와 RNA 검사 키트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림히트 성까지 흘러들어온다면 확진자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 제품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장현은 그가 안젤라에게 얘기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드림히트 성의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믿었기에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다행히 몽슈 백작은 장현의 말을 대충 흘려듣지 않았다. 몽슈 백작이 그를 향해 말했다.

    “운이 좋군. 자네가 말한 RNA 추출 진단키트와 RNA 검사 키트 말일세. 내가 아는 마족이 그것들을 생산하고 있어. 나도 그 얘기를 들은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며칠만 일찍 얘길 했어도 난 알려줄 것이 없었을 거네.”

    “정말이십니까?”

    장현은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면 가장 많이 사용될 제품이 추출 진단키트와 검사 키트다.

    추출 진단키트는 검체에서 RNA를 추출하는 키트다.

    마족이든 플레이어든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검체를 확보해야만 했다.

    인간과 마족이 가진 마나에서 RNA 추출 진단키트로 검체를 추출한다.

    추출한 검체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RNA 검사 키트가 필요했다.

    둘 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을 판별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들.

    지금 몽슈 백작은 그 두 가지의 생산업체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네. 나와 친한 귀족들 중 일부는 바이오 사업을 하고 있네. 어떻게 마나와 마기를 효율적으로 증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지. 그러다보니 RNA 추출 진단키트와 검사 키트의 납품처 또한 알고 있더군. 그렇게 생산업체의 연락처를 받았지. 그들이 처음부터 바이러스 검사용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바이러스 검사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네. 지금 마계재난안전센터에서 찾고 있는 RNA 추출 진단키트와 검사 키트 대상 역시 될 거야. 그들만 한 업체가 없거든.”

    “정말 잘되었습니다, 백작님. 혹시 그 키트들을 선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그것을 선점하고 유통까지 할 수 있다면 드림히트 성은 물론 헬릭스 성에까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재정적인 측면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현은 몽슈 백작의 말에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본 몽슈 백작은 기이하다는 듯 물었다. 안젤라 역시 장현을 쳐다보는 눈빛이 묘한 느낌이었다.

    “물어볼 것이 있네. 여기에 대한 대답에 따라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지.”

    “말씀하십시오.”

    장현은 긴장했다.

    몽슈 백작이 한 말로 미루어보아, 그가 장현과 안젤라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 또한 지금 나올 질문과 관계된 것일 게 분명했다.

    “자네는 블랙펑키와 관련된 굿즈를 만들기로 한 걸로 아는데, 어떻게 마르바스 성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거지? 맡은 임무도 내팽개치고 달려올 정도로 말이야. 지금 마르바스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가?”

    몽슈 백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현을 직시하며 물었다.

    마치 무언가를 캐내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장현이라는 인간은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과 같은 행동을 할 순 없어. 최소, 지금 퍼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알고 있거나. 말도 안 되는 가정이긴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거나 하는 것 같단 말이야.’

    몽슈 백작은 장현의 말과 행동에서 무언가 강한 촉을 느꼈기에 그의 요구대로 했던 것이다.

    이제 그의 입으로 직접 들어보려 했다.

    몽슈 백작은 패션과 엔터테인먼트로 대변되는 드림히트 성의 성주다.

    감각과 센스가 타의 추종을 불어하지 않는 한, 엔터 업계에서 살아남아 정상의 자리에 앉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이, 몽슈 백작의 눈썰미는 무섭도록 예리했다.

    그는 자신의 촉을 믿었다.

    몽슈 백작의 질문은 장현에게는 예상된 것이었다.

    이곳으로 달려오기 전부터 안젤라를 설득하기 위해 예상되는 질문을 생각해두고 있었다.

    “제 특성 ‘감별’ 때문입니다. 원래는 감별 특성이 금속이나 재료, 아이템 등에만 작동이 되었는데, 이번에 시스템에서 보낸 긴급 공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기에 감별 특성을 사용해봤었습니다.”

    “감별 특성이라, 자네의 감별 특성이 어떤 신호를 주었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시스템이 보낸 긴급공지사안을 감별해보니 측정불가 등급이 나왔습니다. 측정불가는 시스템으로도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랬기에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감별 특성 보유자로서 제 촉이 강하게 외칩니다. 이 흐름에 따라가라고 말입니다. 저는 지금껏 제 촉을 무시하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감별 특성과 그에 기반을 둔 자네의 촉이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장현의 대답에 몽슈 백작은 무언가 미진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무언가를 빼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마땅히 파고들만 한 부분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자신이 알아낼 수 있는 건 없는 상황이었다.

    톡, 톡.

    몽슈 백작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더니, 곧이어 그 자리에서 패드 화면을 터치했다.

    비서 차림의 인큐버스가 화면에 떠올랐다.

    “백작님, 부르셨습니까?”

    “로슈 집사, 지금 곧장 지젠, 세놀루션 그리고 바이온에게 연락해서 키트 물량 확보를 전제로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백작님.”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마리 부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지젠, 세놀루션, 바이온이 누군가요? 못 들어본 이름들이네요.”

    “방금 얘기했잖아. 아는 바이오 업체 사장들로부터 소개받은 진단키트 공급 업체들이야.”

    “아, 그렇군요.”

    장현은 두 부부의 대화를 들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가 아는 업체들이었다.

    특히 지젠은 1회차에서 진단키트를 가장 많이 공급했던 업체로서 명성을 떨쳤다.

    만약 그들의 진단키트를 선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진단키트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때, 주문한 홍차가 나왔다.

    몽슈 백작이 모두에게 말했다.

    “자, 이제 따분한 일 얘기는 그만하고 다들 홍차를 즐기도록 하자고. 자꾸 지루한 일 얘기만 늘어놔서 미안해.”

    “그래요. 인간들 문화 중에 티타임이라는 게 있다더라구요. 그 때는 일에서 손을 놓고 쉰대요.”

    마리 부인이 몽슈 백작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세 명의 마족과 한 명의 인간은 같이 차를 마시며 서로 다른 생각을 했다.

    안젤라는 홍차를 마시더니 무언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이 홍차를 마시니 영지에서 먹었던 디저트가 생각나네요. 할아버지, 혹시 여기 디저트는 없어요?”

    안젤라의 말에 몽슈 백작은 당황해했다.

    그는 차를 마실 때 다른 디저트를 먹지 않았기에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디저트도 있을 텐데. 어떤 디저트를 원하니, 안젤라?”

    “단 거요.”

    “단 거?”

    “달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디저트요.”

    몽슈 백작은 고개를 젓더니 패드를 그녀에게 넘겼다.

    그는 단 음식을 싫어했기에 무어라 해줄 말이 없었던 것이다.

    직접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하는 게 나았다.

    “안젤라, 먹고 싶은 디저트가 있는지 골라보려무나.”

    안젤라는 패드를 넘겨받아 디저트 메뉴를 훑었다.

    “특제 시럽으로 마무리한 두더지 생간, 통감자 구이, 구운 지렁이로 만든 한입 파스타.”

    안젤라는 메뉴를 보다가 패드에 얼굴을 묻었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왜 그러니, 안젤라? 특제 시럽으로 마무리한 두더지 생간을 먹어보지 않으렴. 너의 할머니가 무척 좋아하는 메뉴란다.”

    “그래, 안젤라. 여기 시럽이 달짝지근한 게 생간의 비린내를 확 잡아준단다.”

    마리 부인도 몽슈 백작의 말을 받아 권했다.

    “이게 아니에요, 할아버지. 제가 말하는 건 이런 종류의 달짝지근함이 아니에요.”

    안젤라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이어 그녀는 장현을 보며 말했다.

    “장현, 네가 좀 설명해드려.”

    안젤라는 장현에게 메뉴판 패드를 건네며 말했다.

    그는 패드를 받아 메뉴를 살폈다. 역시 영지의 디저트는 없었다.

    “저희 영지에 레스토랑을 차린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그가 안젤라님에게 디저트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 그 음식을 찾으시는 거 같군요. 아마도 케이크, 푸딩, 크로플 같은 디저트를 찾으시는 듯한데, 여기에는 없나봅니다.”

    “케이크, 푸딩, 크로플이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인데.”

    몽슈 백작의 말에 장현은 알아차렸다.

    마족들은 지구의 디저트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순식간에 파악한 그는 새롭게 마나 포인트를 벌 사업거리를 떠올렸다.

    식음료는 특별한 마도공학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오븐이나 조리기구 따위가 필요하긴 했지만,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한 메뉴를 만드는데 첨단 공학과 마법은 필수적이지 않았다.

    그는 마계에서 지구의 식음료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이 또한 나중에 김덕배, 김민우와 상의해봐야 하는 것이었지만, 필시 그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구의 식음료에 대한 수요는 안젤라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계에 유통이 되는 순간,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됐다.

    그는 일단 사업에 대한 생각은 젖혀두고, 몽슈 백작에게 디저트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만드는 레시피는 저희 영지의 셰프가 알고 있어 저도 자세한 제작 방법은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맛인지 묘사를 할 수는 있죠. 케이크는 부드럽고 촉촉한 크림이 푹신한 빵 위에 얹어져 있어, 포크로 한 입 먹으면 입 안에서 녹으며 풍미가 입 전체로 쫙 퍼집니다. 그 다음에 커피나 홍차를 마시면 쌉싸름한 맛이 단맛으로 가득 차 있던 혀를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식사 후 커피나 홍차를 마실 때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함께 먹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많았습니다. 안젤라님도 그 음식이 무척 마음에 드셨던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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