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3화 (103/211)
  • 103화. 드림히트 성 (4)

    이건 코로나19에 관련된 필수품들이다.

    아직까지 자세한 소식이 퍼지지는 않았지만, 마계 중앙정부에서는 발 빠르게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을 통해 필수품들을 확보하려는 모양이었다.

    ‘흐음, 이렇게 되면 고민을 좀 해봐야겠는데.’

    조금 전 김덕배에게 아이템 양산 시설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그것은 나중에라도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아이돌을 모델로 마케팅만 제대로 한다면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코로나19와 관련된 필수품은 지금 당장 선점해야만 했다.

    블랙펑키 아이돌을 위한 아이템들을 개발할지, 아니면 곧 메가트렌드가 될 코로나 관련 제품을 만들지.

    고민이 됐다.

    이건 장현 혼자서 고민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안젤라와 상의해야 할 부분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장현은 곧장 안젤라를 찾아갔다.

    그때 안젤라는 몽슈 백작, 마리 부인과 함께 드림히트 성내 도시를 관광하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와, 이게 얼마만의 쇼핑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살 것 같아요. 그동안 이 바글거리는 마족들이 너무 그리웠어요.”

    안젤라가 감탄하며 즐거워하자 마리 부인이 그런 그녀를 안쓰러워하며 말했다.

    “에구, 우리 불쌍한 안젤라. 어미 없이 그 칙칙한 동네서 지낸다고 고생 많았다. 그냥 헬릭스 성에서 나와서 드림히트 성에서 지내도 좋을 텐데. 마음 바뀌면 언제든지 와도 좋아. 일단 지금은 이 할머니랑 실컷 즐기도록 하자꾸나.”

    “고마워요, 할머니.”

    안젤라는 마리 부인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를 부렸다.

    그때, 장현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소성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몽슈 백작의 호위 병사들은 장현이 안젤라와 함께 온 플레이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막지 않았다.

    “무슨 일이길래 이리 허겁지겁 달려오는 거냐.”

    안젤라가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마리 부인의 시선이 잠시 장현에게 향했다.

    마리 부인이 안젤라를 보며 말했다.

    “안젤라, 너희 플레이어가 다급한걸 보니 뭔가 큰일이 발생한 거 같구나.”

    마리 부인의 말에 장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마계에 긴급한 일이 발생한 거 같아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긴급한 일이라고?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안젤라가 의문에 차 물었다.

    “시스템 알림창에 긴급 알림으로 떴습니다. 마계에 심각한 바이러스 질병이 퍼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였군. 이미 알고 있으니 신경 쓸 거 없어. 마르바스 성에서 발생한 사고잖아. 거긴 질병 연구소가 있는 곳이라 한 번씩 이런 일이 터져. 이전에 메르스, 사스 같은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도 금방 해결했어.”

    안젤라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녀의 반응은 1회차 때 대부분의 반응과 유사했다.

    마계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대재난이었기에, 심각성을 가지기가 사실 쉽지는 않았다.

    때로는 경험하지 않으면, 몸으로 느껴보지 않으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와닿지 않는 그런 일이 있다.

    이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그런 종류였다.

    1회차 때 플레이어들은 마왕군에게 대항해 싸웠다.

    플레이어들이 마왕군에 대항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 그것은 그들이 약해졌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마왕 정부군에 반대하는 마족 반란군의 궐기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단지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트리거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마계에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에게서 시작되었기에 인간 플레이어들을 약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마족들도 약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들의 마나와 마족들의 마기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원을 소멸시켰으며, 모든 생명체를 병들게 했다.

    플레이어와 마족들이 함께 약해진 것이었다.

    장현은 안젤라의 반응에 설득의 방향을 바꿨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일이다.

    굳이 먹히지도 않을 설득에 애쓸 필요는 없었다.

    그가 이 일을 중요하게 여겨 그녀에게 보고했다는 사실만으로 장현이 할 일은 다했다.

    대신, 상품을 판매할 때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기능을 넣는 제안 정도는 충분히 먹힐 것 같았다.

    “안젤라님, 블랙펑키 굿즈 아이템을 만들 때 이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요?”

    “그건 나쁘지 않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이냐?”

    안젤라가 장현의 말에 호기심을 내비쳤다.

    “안젤라님께 선물했던 팔찌처럼 아이템에 주술진을 새길까 합니다. 시스템 알림에서 보호막 형성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연락해달라고 하더군요. 이것을 제가 만들어서 우리 영지에서 대량 생산해볼까 합니다.”

    “내 팔찌에 새긴 주술진을 보호막 형성 마스크에 넣는단 말이지?”

    “팔찌와 똑같은 기능보다는, 마스크의 본래 목적에 적합하도록 기능을 살짝 변형할까 합니다.”

    “어떻게?”

    “안젤라님의 팔찌는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항상 몸속에 돌도록 하는 기능을 합니다. 반면 마스크에 새길 주술진은 불안과 공포를 사라지게 하며 동시에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기능을 넣는 게 어떨까 합니다.”

    “좋은 것 같다. 혹시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게 있나?”

    안젤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흔쾌히 허락했다.

    저런 기능이 들어간 마스크라면 일시적이 아니라 꾸준히 팔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보호막 형성 마스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를 소개해주십시오. 마스크용 반도체를 생산해야 합니다.”

    “마스크용 반도체라고?”

    “그렇습니다.”

    장현의 대답에 안젤라는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장현은 1회차 때 직접 설계했던 마스크용 반도체를 파운드리 업체에 맡겨 보호막 형성 마스크를 생산한 적이 있었다.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기에 한번 만들기 시작하면 금방 따라서 생산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반도체였다.

    보호막 형성 마스크에 반드시 들어가는 반도체는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공급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에 미리 생산주문을 넣어야만 했다.

    “알겠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투스멕 성주에게 연락하도록 하마. 그렇잖아도 조만간 우리 헬릭스 성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굳이 이런 일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니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해두는 것도 좋겠지.”

    “감사합니다. 소성주님.”

    장현은 안젤라의 말에 눈을 빛내며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헬릭스 성에 건설된다고?’

    1회차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

    아마도 ‘플레이어 런 킹덤’ 경기를 위해 영지를 떠난 이후에 건설되었던 듯 했다.

    그때 킹덤에서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벌인 왕국이 있었기에, 그곳에서 마스크용 반도체를 납품받았었다.

    장현은 헬릭스 성에 파운드리 공장이 건설된다는 사실에,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일단 씨를 뿌려두었으니,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수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다.’

    장현이 다시 돌아가려 할 때, 몽슈 백작이 그를 보며 말했다.

    “안젤라가 웬일로 칭찬을 하더니, 과연 남다른 아이구나.”

    장현이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몽슈 백작이 마리 부인과 안젤라를 향해 제안했다.

    “난 이 아이가 방금 한 말에 무척이나 흥미가 생기는데.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얘기나 할까?”

    3명의 몽마와 1명의 인간이 번화가 메인스트리트의 초고층 빌딩에 올라왔다.

    그곳에는 귀품 있는 몇몇 마족들이 자리에 앉아 음료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몽슈 백작은 일행들을 창가 쪽 좋은 자리로 데리고 갔다.

    “하하, 여기가 우리 드림히트 성에서 가장 좋은 카페란다. 인간들의 식문화인 차와 커피라는 음료를 만들 줄 아는 자가 있어 데려왔지. 꽤나 거금을 썼단다. 장현 자네는 이걸 먹어 본적 있겠지?”

    “네, 당연하죠. 제가 살던 세상에서는 식후 커피 한잔은 누구나 즐겼었습니다. 차도 동굴레차, 옥수수 수염차, 홍차, 녹차 등등 많은 종류가 있었습니다. 커피와 차는 종류가 워낙 많아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렇군. 그럼 여기에서 한번 먹어보고 고향의 맛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야.”

    “나도 먹어봤는데 꽤 독특하더구나.”

    몽슈 백작의 말을 받아 마리 부인이 안젤라에게 말했다.

    그 말에 안젤라는 흥미가 동했다.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성의 영지에도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 인간들의 음식을 먹어봤었는데, 과연 여기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오호, 그렇구나. 그럼 이제 주문을 하도록 하지.”

    몽슈 백작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주문용 패드를 터치했다.

    그러자 패드 위로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여러 종류의 포트에 담겨진 차와 커피 메뉴들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진짜 눈앞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자, 이것들이 우리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들이야. 한번 골라보게.”

    몽슈 백작은 말과 함께 메뉴 중 하나를 터치했다.

    그러자 눈앞에 치파오를 입은 서큐버스가 나타나 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차를 부었다.

    쪼르르.

    붉은 빛깔의 차가 찻잔에 담겼다.

    몽슈 백작이 흐뭇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이건 홍차라는 건데, 향이 꽤 좋아. 물론 맛도 좋지. 내가 요즘 이 홍차를 즐겨 마시거든. 안젤라도 한번 마셔볼래?”

    “네. 저도 그걸로 주세요.”

    안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몽슈 백작이 마리 부인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마리 부인의 말에 몽슈 백작은 이번에는 장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는 뭐로 할 텐가?”

    “저도 같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장현은 몽슈 백작의 시선에서 자신을 탐색하는 기색을 느꼈다.

    메뉴 선택이 끝나자 드디어 몽슈 백작이 조금 전 일을 언급했다.

    “이제 차도 주문했으니 자네가 말한 얘기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네. 이번엔 자세하게 말일세.”

    몽슈 백작의 뚫어질 듯 진지한 시선에 장현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할까.’

    장현은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긴급 알림창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알림창에서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큰 파급력을 지닌 사건이라고 느꼈습니다. 그건 순전히 감이기 때문에 무어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긴급알림이라는 표시에 제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소성주님께 전해드리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장현의 말을 들은 안젤라가 고개를 저으며 투덜거렸다.

    “할아버지, 지금 이 얘길 또 들으려고 쇼핑을 중단한 건가요? 그냥 별일 아닌데 장현이 오버한 거예요. 저도 그 뉴스 봤어요. 마르바스 성에서 퍼진 거라면서요. 마르바스 성엔 질병 연구소가 있으니 실수하다보면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사고는 몇 년에 한번 씩 꼭 나던 건데, 너무 과하게 반응하시는 거 같아요.”

    “안젤라, 과하게 반응하는 게 가볍게 여기는 것보다는 낫단다. 나는 여기 수백만 몽마족의 책임자야. 드림히트 성의 주민들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사소한 일도 그냥 넘길 수는 없어.”

    “쳇, 알겠어요.”

    장현은 몽슈 백작과 안젤라의 대화를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한 성의 지배자는 달랐다.

    사실 몽슈 백작에게 있어 장현은 하찮은 인간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만난 손녀와 함께하는 쇼핑에서 스케줄을 중단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이 자리로 온 것만 해도 그렇다.

    보통 마족은 아니었다.

    ‘과연 성주로구나.’

    수백만 명의 몽마족이 살고 있는 드림히트 성의 지배자이자, 성내의 경제를 책임지는 성주.

    만약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성내로 확산된다면 드림히트 성은 쑥대밭이 될 것이고, 수많은 목숨이 희생될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안젤라처럼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장현은 그럼에도 대비를 하려는 몽슈 백작에게 감탄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마족이군. 얘기가 잘 통할 거 같은데, 이자라면 동료로 삼아도 되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