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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2화 (102/211)

102화. 드림히트 성 (3)

장현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제시카가 있는 제넥스 성은 처음부터 안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장현은 실망하지 않았다.

마현이 있는 메지옥 성에 일감을 나눠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현은 안젤라의 요구를 승낙했다.

장현이 제작한 아이템이 마계에서 얼마나 흥행하느냐에 따라 벌어들일 마나 포인트도 달라진다.

잘 팔린다면 헬릭스 성뿐 아니라 메지옥 성에도 공장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마현 사부에게 빚을 갚을 수 있겠군.’

얼마 전 마현이 대량의 마나 포인트를 벌어들일 사업거리가 없어 고민할 때.

기를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제시하긴 했지만, 그 또한 어려운 마도공학 기술을 활용해야 했다.

손쉽게 수작업을 할 수 있는 아이템 대량 생산이라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가능할 것이었다.

이것은 또한 장현에게도 큰 이점이었다.

그가 테세리움을 얻기 위한 과정뿐 아니라 영지민 플레이어들을 마왕군에 대항할 군대로 키우려면 어마어마한 마나 포인트가 필요할 것이기에.

장현은 안젤라의 지시로 그날부터 블랙펑키 그룹과 함께 생활했다.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게 된 장현입니다.”

장현이 다섯 명의 서큐버스와 한 명의 인큐버스 앞에서 인사했다.

장현의 소개를 들은 대디가 블랙펑키 멤버들에게 얘기했다.

“들었지? 백작님의 손녀인 안젤라 아가씨의 영지민 플레이어야. 어쩌면 마튜브에서 봤을지도 모르겠네. 여튼, 그가 너희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어줄 거야. 필요한 거 있음 지금 얘기하고 없으면 고민해보도록. 물론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대디의 설명에 장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안젤라님의 명령으로, 여러분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굿즈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형도 좋고, 의상도 좋습니다.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면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장현의 말을 들은 다섯 서큐버스가 곧 그에게 다가왔다.

“안녕, 난 제인. 그보다 너 말투가 너무 딱딱해. 그냥 편하게 얘기해. 그리고 난 인형을 좋아하거든. 귀여운 인형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인형이라, 알겠어.”

그렇잖아도 어울리지 않는 존댓말이 불편했기에 장현은 냉큼 말을 놓았다.

제인이라는 다소 통통한 얼굴의 귀여운 서큐버스가 가장 먼저 원하는 아이템을 얘기했다.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잘 팔리는 상품들을 상점에서 봤었기에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리안이 제인에게 타박하듯 말했다.

“제인, 넌 아직도 인형 타령이구나.”

이어 리안은 장현의 어깨에 한 손을 얹더니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키고 귀에 소곤거리듯 말했다.

“안녕, 난 리안이야. 내가 네일아트를 하는 게 취미거든. 좀 편하게 붙였다 뗄 수 있는 스티커 타입의 제품 라인이 있었으면 좋겠어. 기대해도 될까?”

“노력해볼게.”

네일 스티커라. 확실히 여성들이 원하는 취향의 아이템이다.

이 또한 장현에게는 낯설었지만 잘 팔린다면 영지에 큰 수입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종류라고 생각했다.

장현은 이들의 요구사항을 시스템의 메모창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덕배와 상의하기 위함이었다.

“노력? 고작 네일인데 노력이라. 됐어, 됐어. 자신 없으면 안 해도 돼.”

리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다. 휴, 알겠다. 붙이고 뗄 수 있는 다양한 네일 스티커를 만들어주지.”

“흥, 퍽도 자신 있겠다. 난 갈게.”

리안은 코웃음을 친 후 입을 샐쭉거리며 바깥으로 나갔다.

더 이상 장현에게는 볼일이 없다는 태도였다.

리안이 떠난 뒤 나머지 서큐버스들을 향해 장현이 물었다.

“너희들은 뭘 원하지?”

로시가 오른쪽 팔을 번쩍 들더니 말했다.

“난 로시야. 나는 옷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무대의상 말고 일상복으로. 춤추고 나면 땀에 흠뻑 젖거든. 그 상태에서 쉬다가 땀이 식어서 감기에 종종 걸려. 그러니 일상복, 그중에서도 아우터를 만들어줘.”

“아우터라면, 패딩 쪽을 원하나?”

마계의 기온 차이는 무척이나 심했다.

안젤라가 있는 헬릭스 성은 꽤 더운 편이었기에, 그녀가 거의 벗다시피 한 의상을 입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웃인 제넥스 성만 해도 상당히 추운 탓에 긴 옷을 입어야만 했다.

마계의 날씨와 온도는 지역에 따라 무척이나 차이가 컸다. 두툼한 패딩을 원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패딩도 나쁘진 않지. 일단 예쁘고 편안한 거. 음, 롱패딩은 좀 불편하지 않을까 싶네.”

로시의 대답에 머리가 아파왔다.

예쁘고 편안한 거라, 무척이나 어려운 주문이다.

‘패딩이라면 전투복에도 적용할 수 있겠어. 어쩌면 이건 전투용 아이템으로도 쓸 수 있겠는걸.’

장현은 로시의 의상 요구에, 사업성과 군수용품 가능성을 따지며 고민을 했다.

이 부분도 김덕배와 상의하기 위해 메모해두었다.

다음은 노란 머리를 한, 몸매가 늘씬한 서큐버스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통통한 애교살이 있어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게 꽤 귀여웠다.

‘이런 타입을 베이글형이라고 했던가.’

장현이 얼굴을 붉히며 그런 생각을 할 때, 서큐버스가 다가와 말했다.

“안녕, 난 데니야. 내가 듣기로 넌 침대를 잘 만든다고 들었거든. 혹시 이동형 침대 매트리스를 만들어줄 수 있어? 내가 침대가 불편하면 잠을 못자거든. 공연 때문에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형 침대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도록 하지.”

결국 침대 주문을 받았다.

이동형 침대는 군수용품으로도 활용 가능한 물품이다.

장현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업거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제 남은 멤버는 수안이었다.

그녀는 소녀같은 귀여운 타입이었다.

장현은 그녀를 보자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수안이지? 넌 원하는 아이템이 뭐야?”

“난 마사지기가 필요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소형 마사지기였으면 좋겠어.”

“소형 마사지기?”

“응. 마사지기라고 해서 좀 의외였나 봐?”

“응, 몸이 많이 안 좋은가 보네.”

장현의 말에 수안은 어깨와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계속해서 춤추고 몸을 움직여봐. 온몸이 아프단 말이야. 가방이니, 네일이니, 인형이니. 실제로 별 도움도 안 되는 것보다 내 몸을 풀어줄 수 있는 마사지기같은 게 좋아. 이동할 때도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 좋은 걸로 해줘. 그냥 말만해서는 잘 모르겠지. 이건 내가 쓰고 있던 마사지기야.”

수안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벨트를 하나 꺼내 장현에게 건넸다.

“이게 마사지기라고?”

장현은 그 벨트 같은 마사지기를 받아들고 자세히 살폈다.

마치 복싱 챔피언들이 차는 벨트 같았다.

벨트의 중앙에는 볼록한 부분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그 부분이 진동하며 근육을 풀어주는 부위 같았다.

“이건 좀 커서 불편해. 붙여서 묶어도 고정도 잘 안되고 흘러내린단 말이야. 좀 더 차기 편한 걸로 만들어줘.”

“그래.”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군수용품으로 쓰기는 어렵지만 꽤 잘 팔릴 것 같았다.

마족보다 인간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더 잘 팔릴 물건이었다.

‘서큐버스가 인간형 마족이라 그런지, 마사지기 같은걸 원하기도 하는군.’

그는 이번에 블랙펑키가 원하는 아이템 목록을 메모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나 포인트를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장현은 수안의 마사지기를 좀 더 살펴보았다.

이보다 더 편한 것을 요구한다면 불편한 사항을 정확히 캐치해내야만 했다.

기존 제품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불편한 점을 보완해야 했다.

그는 수안이 내민 벨트에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감정완료]

- 엘리게이터 무지 벨트형 마사지기

- 가죽 공방 ‘레더’의 신규 공예사 ‘아이린’이 만든 벨트형 마사지기입니다. 가죽은 악어과에 속하는 마수 엘리게이터의 가죽을 사용했습니다. 저주파 파장의 마사지기로, 뭉친 근육을 푸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저주파 파장의 마사지기라.’

마사지기를 살펴보다 보니 단점을 개선할 방법이 떠올랐다.

‘나비 모양의 패드를 몸에 부착하는 형태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나비 모양의 접착형 패드라면 몸에 붙이기에도 편할 것 같았다.

벨트로 차기 어려운 부위에도 붙일 수 있을 테고.

패드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면 부위와 면적에 따라 편리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부분도 덕배와 의논해봐야겠어. 잘만 만들면 이 제품은 진짜 대박 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인간형 마족뿐 아니라 어떤 마족에게도 붙일 수 있는 패드를 만든다면.

거기에 장현의 연금술과 에레뜨에게 전승받은 주술진을 섞는다면.

굉장한 제품이 나올 것이다.

주술진을 그려 넣은 팔찌만으로도 안젤라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보지 않았던가.

마사지기에 주술진을 넣는다면, 마사지를 받으며 편안하고 아늑한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현은 이것이야말로 대박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마계 최고의 대장장이였던 그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마계의 마족만 해도 대체 몇 명인가.

그중에 거대 흑전갈 같은 갑각류를 제외한, 근육이 있는 마족의 수만 해도 최소 수십억 명이다.

블랙펑키가 얼마나 인기를 끄느냐에 따라 마케팅 효과가 달라질 테지만, 설령 블랙펑키 효과가 없더라도 벌어들일 마나 포인트는 천문학적일 것이 분명했다.

‘이거, 김덕배에게 할 얘기가 꽤 많겠는걸.’

조금 전 떠오른 아이템들만 해도 김덕배 영지민만으로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다.

마현네를 비롯한 다른 영지에도 공장을 지어줘야만 했다. 그래야 충분히 수요를 받쳐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재고가 쌓인다면 그때는 블랙펑키뿐 아니라 배리어소년단까지 모델로 마케팅에 활용해야겠지.’

다행인 건 몽슈 백작이 그들의 소속사 사장이라는 점과 안젤라가 하나밖에 없는 그의 외손녀라는 점이었다.

장현은 미소를 지으며 메모창에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했다.

그는 블랙펑키들과 만남을 가진 후, 곧장 김덕배에게 연락했다.

시스템으로 통화를 연결하자 곧 연결됐다.

“덕배야. 내가 메모한 걸 지금 보낼 테니 한번 준비 좀 해봐. 우리 영지민만으로 하기 어려운 건 마현 맹주님네와 상의해서 같이 해도 돼.”

“뭐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너 드림히트 성에 도착한 거야?”

김덕배는 장현의 연락에 반가워하면서도 뜬금없는 말에 당황했다.

“그래, 난 잘 도착했어. 넌 헬릭스 성에 도착한 거야?”

“아니, 아직 성주님 일행들과 같이 돌아가는 중이야. 지금 메모장 받았어. 이것들 대체 뭐야?”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는 게 이상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사업들이야. 영지를 가꾸고 성장시키려면 마나 포인트를 벌어야지. 그게 우리에게 마나 포인트를 벌어다줄 사업들이야. 내가 그 제품들을 만든 후 설계도랑 샘플을 보낼 테니까 그걸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해봐.”

“뭐, 너 대체 언제 돌아오길래 그래?”

“그 제품들을 다 만들 때까지는 아마 여기에 있어야 될 것 같다. 나중에 또 연락할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그래, 알겠어.”

장현은 그렇게 전해야 할 말을 모두 하고서야 통화를 끊었다.

그때 장현의 상태창에 긴급 알림이 떠올랐다.

붉게 깜빡이는 긴급 알림은 처음이었다.

아니, 이번 회차에서는 처음이었다.

이것은 1회차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터지기 시작했을 때 장현이 받았던 알림이었다.

[긴급공지 : 마르바스 성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지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뿐 아니라 마족까지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증상은 체내의 마나를 사라지게 합니다. 전 마계재난대책본부에서는 긴급 방역을 위해 마계 상점에 의뢰를 하겠습니다. 다음에 해당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서는 꼭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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