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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1화 (101/211)
  • 101화. 드림히트 성 (2)

    몽슈 백작과 마리 부인이 안내한 곳은 한 건물이었다.

    “자, 이곳이 대디가 블랙펑키를 한창 훈련시키고 있는 연습실이야.”

    “대디?”

    특이한 이름에 장현이 자기도 모르게 반문하자 몽슈 백작이 그를 한번 보더니 설명했다.

    “인간 플레이어라서 마계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나 보군. 그는 음악인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천재 뮤지션이지. 그가 키워낸 아이돌 중에 배리어소년단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그의 역량을 알 수 있지.”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연습실 앞에 도착했다.

    그 안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몽슈 백작이 문을 열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마리 부인과 장현, 안젤라가 들어왔다.

    “여, 대디!”

    “백작님, 오셨습니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늘씬한 인큐버스가 고개를 숙였다.

    인큐버스 특유의 창백한 피부가 돋보였다. 날렵한 수염이 살짝 예민한 분위기를 풍겨왔다.

    몽슈 백작은 그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안쓰러운 듯 말을 건넸다.

    “대디, 밥은 먹고 하는 거야?”

    “아직 못 먹었습니다. 한창 작업 마무리 중이다보니 밥 먹을 정신도 없었군요.”

    대디라 불린 인큐버스는 차림새부터 독특했다.

    삐에로 같은 펑퍼짐한 바지와 눌러쓴 두건, 그리고 입가에는 붉은 색 날렵한 수염까지.

    장현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괴상한 패션이었다.

    ‘저 자가 마계의 음악 천재 대디?’

    대디는 다시 몽슈 백작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쿵쿵따. 쿵쿵따.

    헛둘. 헛둘.

    다섯 명의 서큐버스가 모자를 쓴 채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장현도 잠시 넋을 잃고 그들을 바라봤다.

    요염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넘쳐나는 서큐버스들이었다.

    안젤라가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더니 물었다.

    “할아버지, 쟤네들이죠?”

    “그래. 어떠냐?”

    “확실히 색다르네요. 뭔가 흥이 나는 거 같기도 하구요.”

    “대디가 집중해 키운 애들인데, 썩 자신만만한 느낌이야. 이번엔 기필코 마보드 1위에 올릴 거라 하더라고.”

    “호오, 그 정도까지 높게 본단 말이에요?”

    안젤라는 마보드 1위를 노린다는 얘기에 눈을 빛냈다.

    현재 마보드의 1위는 배리어소년단이었다.

    그들의 아성이 워낙 탄탄한 탓에, 아직 어느 누구도 1위 자리를 탈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계 최고의 뮤지션인 대디가 마보드 1위를 언급했다.

    장현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안젤라가 흥분에 겨워한다는 걸 알았다.

    ‘확실히 뭔가 느낌이 묘하긴 한데. 그렇게나 좋은가?’

    뚜두두두. 두두두두.

    비트가 확실히 중독성 있는 노래인 거 같았다.

    안젤라가 그런 장현을 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

    “제인, 리안, 로시, 수안, 데니. 이 다섯 명을 본 소감이 어때?”

    “잘 모르겠지만 뭔가 느낌이 있는 거 같군요.”

    “그게 다야?”

    “글쎄요.”

    장현은 갸우뚱거리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대체 자신에게 뭘 바라고 물은 건가.

    자신은 대장장이면서 연금술사지, 음악 프로듀서가 아니란 말이다.

    더군다나 인간의 음악도 아닌 마족들의 음악을 듣고 좋은지 어찌 알겠냐고.

    “내가 널 여기 왜 데리고 온건 지 모르겠어? 쟤들이 지니고 있는 아이템을 봐.”

    안젤라의 말에 장현은 그제야 그들이 차고 있는 아이템들에 눈이 갔다.

    걸친 듯 만 듯한 의상이야 안젤라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머리에 쓴 모자.

    특별할 건 없는데 서큐버스 특유의 귀가 보이지 않는 것이 모자 안쪽에 쑤셔 넣은 듯했다.

    저렇게 열정적인 율동을 하면서도 모자가 떨어지거나 비틀리지 않는 건.

    ‘마나로 고정한 건 아니야.’

    가만히 보니 멤버들이 쓴 모자가 사이즈가 다 다르다.

    그런데도 저 과격한 율동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건, 착용자의 신체와 쓰임새를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텐데.

    “어라, 그러고 보니 저 모자 귀퉁이에 새겨진 문양은 만티코어잖아?”

    장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안젤라가 무얼 보라고 한지 알 것 같았다.

    “그래, 이제야 눈치 챘군. 저 모자는 외할아버지가 드워프에 위탁 의뢰해서 제작한 제품이야. 만티코어 그림 옆에 있는 ‘드림’이 보이느냐? 저게 외할아버지의 브랜드지.”

    장현이 눈에 마나를 집중하자 만티코어 캐릭터 옆에 새겨진 ‘드림’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는 안젤라가 드림히트 성을 방문한 목적이 블랙펑키라는 아이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방금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그녀가 아이돌을 활용한 사업을 위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혹시 안젤라님이 이곳에 온 이유는 블랙펑키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아이템을 차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까?”

    “뭐, 겸사겸사지. 난 아이돌 노래를 좋아해. 배리어소년단 팬이기도 하거든. 그런데 그들이 마계 전체에 있는 팬덤에게 판매하는 굿즈에는 더 큰 관심이 있어. 얘들을 직접 눈으로 봐야 타겟 시장과 상품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거 같았거든. 너를 데리고 온 것 역시 네 손재주를 활용하기 위함이고. 네 실력은 팔찌랑 만티코어 조형상으로 이미 검증됐거든. 너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 게 이유야.”

    “역시 그렇군요.”

    “역시?”

    “소성주님께서 단순히 아이돌이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안젤라는 장현의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것 봐, 장현. 나 헬릭스 성의 소성주야. 단순히 아이돌이 보고 싶어서 이 중요한 시기에 여기까지 오지는 않아. 뭐, 차라리 외조부모님을 뵙고 싶어서 온 게 더 크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장현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안젤라가 그의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지?”

    “별 것 아닙니다. 마계가 저의 고향인 지구와 무척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아니 신기해서요. 처음 상점이란 곳에서 아이템을 마나 포인트로 거래하고, 사냥과 생산을 통해 마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패드에 이어 아이돌과 굿즈를 통한 엔터 사업까지 확인하고 나니, 이곳과 지구의 문명이 정말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현의 대답에 안젤라가 웃으며 대답했다.

    “모든 지성체의 문명은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하지. 본능적인 욕구를 먼저 해결하면 그 다음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말이야. 그 문제가 다시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 뒤에는 다른 욕망을 또 충족하려고 해. 그건 너희 인간 뿐 아니라 우리 마족도 마찬가지야.”

    “그렇군요. 결국 방식이나 과정은 어느 정도 다를지라도 모든 지성체의 문명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가는군요. 안젤라님,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뭘 묻고 싶은 거지?”

    “혹시 우리 인간들을 경기의 플레이어로 잡아와서 영지를 가꾸게 한 이유를 알고계십니까?”

    장현의 질문은 어떻게 보면 위험했다.

    그는 안젤라의 눈을 직시하며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안젤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희를 데려온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그래도 안젤라님은 고위 마족이시니 어느 정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안젤라도 이제 어느 정도 장현과의 교감이 생겼는지, 이정도 질문에는 건방지다며 가차 없이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서큐버스의 유혹 스킬로 완전히 굴복시켰다고 여겨 경계심이 많이 누그러진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라고 할 순 없겠지. 언젠가 너에게 얘기한 적 있을 거다. 창조신의 권능의 비밀이 담긴 패드에 대해서 말이야. 기억나나?”

    “네, 소성주님.”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선 결국 문명을 갖춘 지성체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들었다. 비록 무력이나 마력은 우리 마족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인간이나 리자드맨 종족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심지어 인간들은 각기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양한 문명을 만들어내기도 했어. 네가 말했듯 우리 마계는 인간들의 세계와 비슷하게 문명이 발달해 왔어. 그래서 너희 인간들을 여기 마계에 데려와서 각자의 영지를 꾸미게 한다면 본래 세계의 문명을 영지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거지. 그럼 우리 마계는 그만큼 다양성을 갖게 될 테고,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보완하거나 버릴 수 있을 테니까.”

    안젤라는 얘기하다 말고 장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손이 장현의 오른손을 잡았다.

    “너의 손재주 또한 그런 종류라고 생각해. 드워프들보다 뛰어난 조형을 해내는 손재주가 인간에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 널 보기 전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거야.”

    두근, 두근.

    “제 손재주 말씀입니까?”

    장현은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안젤라의 눈을 바라보았다.

    예전처럼 억지로 유혹 스킬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장현의 손재주가 특별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진심이란 말인가.’

    두근, 두근.

    심장의 두근거림이 더욱 커졌다.

    자신의 재주를 진정으로 인정해 주는 이가 최후의 동료들 외에도 또 있다니. 또, 그런 이가 마족이라니.

    그의 마음이 심란해졌다.

    장현은 애써 침착하려 했다.

    그때 안젤라가 장현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선물해준 만티코어 조형. 그건 내가 본 어느 조형이나 인형과도 다른 특별함을 가졌어. 비록 투박하긴 했지만, 자유로움과 생동감을 느꼈어. 난 소성주의 신분으로 수많은 예술품들을 봐왔거든. 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감사합니다. 소성주님.”

    “훗, 감사를 받고자 한 말은 아니야. 사실을 말한 것이니. 그보다, 너에게 시킬 일이 있어.”

    “그게 무엇인가요?”

    “너의 손재주를 활용해서 저 블랙펑키 애들이 쓸 아이템을 한번 만들어봐. 내게 만들어준 팔찌나 만티코어 조형상 같은 것으로 말이야.”

    “안젤라님, 전 대장장이입니다. 제가 그동안 만든 건 대부분 전투용 아이템이었어요. 아이돌을 위한 아이템이라니…….”

    장현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는 최근 고급 대장장이에 이르렀다. 이제는 방향을 잡고 특화시켜 나가야 할 때다.

    만류귀종이라고는 한다지만, 그는 마왕과 싸우기 위한 전투용 아이템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계에 퍼질 순간이 머지않았다. 한가하게 아이돌 아이템 따위를 만들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물론, 안젤라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다.

    뛰어난 예술품을 만들라고 하는 거겠지. 동시에 상품성도 있는 것으로.

    그건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안젤라는 장현의 반응을 보고서 그를 안심시키기 위한 설득을 했다.

    “특별한 예술작품을 만들라는 게 아니야. 저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맞춤형을 만들면 되잖아. 너 가구 만드는 전문가 아니었어? 네가 손대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쟤들이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침대가 나올 거야. 그리고 그건 내게도 필요한 거야.”

    “…….”

    안젤라의 억지스런 설득에 장현은 입을 다물었다.

    ‘이런. 가구와 침대 얘기를 여기서 다시 꺼낼 줄이야.’

    장현은 괜한 얘기를 꺼냈었다고 자책했다.

    설마 진짜 가구를 만들라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정말 침대라도 만들어야 하나.’

    장현이 고민하고 있자 안젤라가 다시 설득을 시도했다.

    “이건 너에게도 좋은 기회야.”

    “좋은 기회라니요?”

    “네가 개발한 아이템은 브랜드 상표만 드림을 붙이고 생산과 유통은 전부 네게 맡길 거야. 브랜드 수수료 30프로를 제외한 나머지를 네 몫으로 주지. 꽤 쏠쏠하지 않겠어? 마계 전역에 공급될 수 있는 아이템이란 걸 감안하고 생각해 봐.”

    그 말을 들은 장현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혹시, 나중에 일손이 부족해지면 다른 영지에 위탁 생산을 맡겨도 됩니까?”

    “어느 영지?”

    “메지옥 성이나 제넥스 성이요.”

    “메지옥 성은 몰라도, 제넥스 성은 안 돼.”

    안젤라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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