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97화 (97/211)
  • 97화. 신제품 시연회 (2)

    장현은 대기석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패드 정보스크롤을 통해 패드의 부품들과 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살폈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에게는 고급에 이른 대장장이 직업과 연금술사의 조각이 있었다.

    회귀 전 능력을 거의 회복한 장현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안젤라가 귀빈석에 앉은 관람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이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자리에 서게 해주신 대공 전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헬릭스 성의 소성주 안젤라라고 합니다. 이번 마도공학 박람회에 출품할 저희 제품은 폴더블 패드를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힌지 모듈입니다. 저희는 수많은 실험 끝에 양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젤라의 말에 관람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곧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고? 그럼 이제 들고 다니기 불편했던 패드가 더 작은 형태로 바뀌는 건가? 썩 수월하겠어.”

    “그런데 헬릭스 성에서 주력으로 삼던 건 섀도우 마스크 아니었나. 그게 아니라 힌지를 내세울 줄이야.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이군.”

    대공 루시퍼와 마왕 바알 역시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이거 헬릭스 성에서 큰일을 해냈군요. 창조신의 패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해결한 거잖습니까.”

    대공 루시퍼가 옆자리의 마왕 바알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렇군. 헬릭스에게 상을 내려야겠어.”

    마왕 역시 이번만큼은 대공의 측근인 헬릭스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안젤라는 장현에게 곧장 신호를 보냈다.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끝냈으니, 이제 실제로 화면을 구부린 폴더블 패드 신상품을 선보일 차례다.

    장현은 정보스크롤을 통해 이미 패드의 조립 과정을 다 파악했기에, 즉시 조립하기 시작했다.

    고급 대장장이에 이른 그의 능력은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조립이 되어 갔다.

    “안젤라님, 다 되었습니다.”

    “수고했어.”

    안젤라는 장현이 조립한 패널을 건네받으며 그를 칭찬했다.

    과연 장현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그것을 구동시켰다.

    위이잉.

    패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선명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녀는 그 상태에서 패드를 반으로 접었다.

    “보시다시피 영상을 재생하는 도중에도 이렇게 반으로 접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좌우로 접는 것은 폴더라고 이름 붙였고 위아래로 접는 것은 플립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지금 보시는 제품은 플립입니다.”

    그녀는 신제품 플립을 손에 들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전광판에서 그녀가 신제품 플립을 접었다 펼쳤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관람객 모두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짝짝짝.

    “훌륭합니다. 과연 헬릭스 성입니다. 이 기술은 혁명적이에요. 이제 거대한 패드도 접어서 편히 소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람객 중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에 호응하는 마족들의 목소리가 여러 군데에서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안젤라는 안도와 만족감에 한껏 미소를 지었다.

    마왕 측에서 한 마족이 손을 들고 일어서서 질문했다.

    “그런데 헬릭스 영지에서 개발하고 있다는 섀도우 마스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양산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실패한 겁니까?”

    안젤라는 그의 무례한 질문에 표정을 굳히고는 대답했다.

    “말씀하신대로 아직 양산까지는 멀었습니다. 수율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머지않아 섀도우 마스크도 양산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섀도우 마스크를 제작해 계속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군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양산 과정에서 발생할 만한 문제는 저희 기술로 충분히 다잡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안젤라의 말을 들은 마족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안젤라는 다시 관람객들을 향해 물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신가요?”

    그녀의 말에 더 이상 질문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의 시연회는 이것으로 종료되었다.

    안젤라와 장현은 신제품 소개를 마치고 무대 뒤로 내려갔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요?”

    장현이 물었다. 그도 시연회를 지켜보았기에 관람객들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것은 알았다.

    “일단은, 우린 할 만큼 했다. 이제 결과는 저쪽에 달렸어.”

    안젤라의 시선 끝에는 제시카와 아르헨이 있었다. 둘은 몸을 풀면서 무대에 오르는 중이었다.

    제시카 역시 아르헨에게 제작한 패드를 건네받았다.

    “친애하는 마계의 귀빈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저희 제넥스 성의 섀도우 마스크로 제작한 패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시카의 손짓에 따라 아르헨이 패널을 구동시켰다. 안젤라의 것 못지않게 선명한 디스플레이 화질이 펼쳐졌다.

    안젤라가 그 모습을 보며 긴장했다.

    “저 놈들이 저걸 성공시켰을 리 없을 텐데.”

    장현이 옆에서 그 얘길 듣고 있다가 물었다.

    “소성주님, 제넥스 성에서 만든 디스플레이에는 뭔가 큰 결점 같은 게 있었던 건가요?”

    “흥! 쟤들은 패드의 화질을 높일 수 있는 섀도우 마스크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했었어. 저들이 선택한 제작 방식은 도금이 골고루 매우 정밀하게 되어야하는 건데 팽창 문제가 항상 발생했거든. 그 부분이 계속 발목을 잡아서 쟤들 역시도 우리처럼 실험실용 제품에 불과했었어.”

    “그런데 박람회에서 저걸 보였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고 양산화에 성공했다는 거 아닌가요?”

    장현도 신제품을 선보일 때 양산화가 가능한지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대체 무슨 방법으로 저걸 해결할 수 있었을까.”

    안젤라의 기대와 다르게 제시카가 조립한 패드는 성공적으로 가동이 되었다.

    “저희는 그동안 패드에서 구현이 불가능했던 4K 화질을 이 섀도우 마스크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양산해냈습니다.”

    제시카가 관람객들에게 말하며 패드를 높이 들어올렸다.

    전광판에서 그녀의 패드가 크게 보였다.

    패드의 화질은 깨끗했고, 어떤 문제도 없어 보였다.

    “이제 질문을 받겠습니다.”

    제시카의 말이 끝나자 대공 측 마족이 곧장 손을 들었다.

    “정말 4K 화질이 가능한 패드용 섀도우 마스크를 양산에 성공하신 겁니까? 혹시 그건 테스트용 샘플이 아닌가요?”

    제시카는 그 질문에 예상이라도 한 듯 미소 지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양산에 성공한 게 사실입니다. 이미 저희는 공장을 신축하여 양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 점은 공시가 나갈 것이니 곧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직접 탐방 오셔도 무방합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신 건가요?”

    마족이 놀란 눈으로 재차 물었다.

    “자세한 사항은 비밀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불만스러운 대답이었으나, 확실히 그 부분은 함부로 알려주기 어려운 내용인 게 사실이었다.

    마왕이 크게 웃으며 대공에게 말했다.

    “이거 참 제넥스 쪽에서도 큰일을 해냈군. 이제 창조신의 패드를 복구하는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제넥스가 섀도우 마스크 제작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인류 플레이어들의 도움입니까?”

    마왕의 말에 대공이 고개를 끄덕하더니 물었다.

    “그렇다더군. 인간들의 마법진을 이용했다고 들었어.”

    “그렇군요.”

    대공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제 창조주의 패드를 복구시킬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거기에 누구의 공이 있는지는 이제 마왕과 대공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건 아랫사람들의 문제일 뿐, 두 마족의 관심사는 창조신의 패드 그 자체에 있었다.

    제시카의 신제품 시연이 끝났다.

    무대에서 내려온 안젤라와 제시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렸다.

    이어 몇몇 팀의 신제품 시연이 끝나고, 마침내 데니우스가 무대에 올랐다.

    “수고하셨습니다. 마계의 미래를 바꿀 마도공학 박람회의 신제품 시연회가 끝났습니다. 심사위원들의 평점이 잠시 후 공개 되겠습니다.”

    장현은 시연회에 나왔던 신제품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상당수가 지구에서 쓰였던 문명들이었다.

    전기 지네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드론, VR, AR, 로봇 등 지구에서도 한창 화제가 된 기술들이었다.

    장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데니우스가 결과표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시상자들을 차례대로 한명씩 쭉 호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 우승자를 확인한 순간 잠시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자신도 놀란 듯 했다. 곧 그의 입이 열렸다.

    “마도공학 박람회의 우승은 헬릭스 성과 제넥스 성, 공동 우승입니다.”

    데니우스의 발표와 함께 관람객들이 웅성거렸다.

    “집어치워라! 공동 우승이 웬 말이냐!”

    “우승자는 한 명이다. 다시 우승자를 발표해!”

    관람하던 마족들 중 일부가 공동 우승 선정에 불만이 큰 듯 소리를 높여 외쳤다.

    소란스러운 반응에 데니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피처럼 붉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던 그는 마왕과 대공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여러분! 평점에는 어떤 오류도 없습니다. 양쪽 모두 패드의 성능을 끌어올린 신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에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공동 우승이 된 것입니다. 그럼, 이것으로 마도공학 박람회를 마치겠습니다.”

    데니우스는 변명하듯 해명하고서 황급히 무대를 내려갔다.

    이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 참, 아쉽게도 승부를 내지 못했군. 대공.”

    마왕 바알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마왕 측 인사들이 하나둘 그 뒤를 따라 일어섰다.

    “하하, 아쉽지만 승부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창조신의 패드 복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성과를 얻지 않았습니까.”

    루시퍼가 바알에게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지, 그 날이 머지않았군.”

    바알은 꿰뚫을 듯한 시선으로 루시퍼를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곧 다시 만나도록 하지. 그때는 아마 ‘더 현재’에서 만나게 될 거 같군.”

    “알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대공 루시퍼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마왕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왕이 언급한 ‘더 현재’는 최첨단 보안이 있는 쇼핑센터다. 그리고 그 최고층에 있는 연구실에 창조신의 패드가 보관되어 있었다.

    마왕이 거기에서 보자고 한 것은 창조신의 패드 때문이었다.

    대공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바알. 그동안 마왕의 권세를 마음껏 누리거라.’

    루시퍼가 고개를 들며 입가에 어린 미소를 깔끔하게 싹 지웠다. 바알은 잠시 대공을 쳐다보더니 이내 휙 몸을 돌렸다.

    마왕이 대공성을 떠나면서 마도공학 박람회는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마족들은 각자 지인을 만나거나 자신의 성 또는 사업체로 흩어졌다.

    남은 자들을 위한 연회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헬릭스와 안젤라는 성으로 돌아가기 전 대공에게 인사를 올리러 갔다.

    안젤라가 장현에게 말했다.

    “장현, 넌 이제 일행들에게 가 있어. 이따가 내가 찾아가도록 할게.”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일이 또 있는 건가요?”

    “그건 그때 얘기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장현은 안젤라와 헤어지고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플레이어 대기실에 있었다.

    일행들 옆에는 마현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었다.

    “맹주님도 여기 계셨군요.”

    “그렇네, 새로 얻은 제자에게 가르칠 게 많아서 말이지. 그리고 자네와 할 얘기도 남았고. 그래 1등 상품은 잘 받았나?”

    “네, 그 상품 덕에 소성주와 함께한 신제품 시연회에서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장현이 1등을 한 게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말 또한 아니었다.

    “이보게들, 미안하지만 잠시 장현과 둘이 할 얘기가 있어 그러는데, 자리를 좀 비워줄 수 있겠나?”

    최형석은 장현이 오자마자 마현이 또 둘만 할 얘기가 있다며 자신들을 따돌리자 기분이 상했다.

    “이보시오, 영감님.”

    최형석이 불만을 표시하려 할 때.

    장현이 그를 말렸다.

    “최형석, 잠깐만 비켜줘.”

    “후, 알겠습니다. 형님.”

    최형석은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자리를 떠났다. 김덕배와 나머지 일행들도 둘만의 대화를 위해 잠시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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