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96화 (96/211)
  • 96화. 신제품 시연회 (1)

    장현의 지적 또한 옳았다.

    당가의 무공은 독공에서 암기술까지 다양했다.

    그것만 익혀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대장장이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할지 의문인 것이었다.

    “만천화우를 펼치기 위해서 그럴 것이라 생각하네.”

    그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천화우.

    당문의 모든 암기가 일수에 펼쳐져 하늘에서 암기가 비처럼 쏟아지게 하는 기술이다.

    암기 하나하나가 강기로 뒤덮여 있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비기.

    가주만이 익힐 수 있다.

    지금 장현이 암기를 만들어 뿌리는 것 또한 만천화우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만천화우에 쓰일 암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라도 대장장이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장현은 사실 마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장장이가 없다면 모를까, 검사가 이제 와서 굳이 대장장이 기술을 따로 익히려고 할까.

    차라리 자신에게 부탁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마현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네. 그리고 자네 주위에는 뛰어난 무인들이 있지 않은가. 왜 스스로 마왕을 쓰러트리려고 하는 건가. 그들의 도움을 얻어야 해. 자네는 테세리움을 얻는 데만 전력을 기울여야하네.”

    마현의 말이 가슴깊이 파고들었다.

    그렇다. 장현은 대장장이다.

    지금까지 그는 대장장이로서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무력을 키우는데 더 집중을 했다.

    그것은 자신만이 회귀를 한데다 동료들의 능력을 전해 받았다는 데서 오는 책임감이었다.

    ‘그래, 마현 사부의 말이 맞아. 난 무인이나 전사가 아니야.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대장장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해.’

    장현은 마음을 비웠다.

    더 이상 스스로가 전투의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다.

    전투는 마현, 아르헨, 그리고 자신과 함께 해온 새로운 동료들에게 맡긴다.

    그리고 자신은 동료들을 위한 무기 제작에 집중한다.

    현학이 만천화우를 사용하겠다고 하면, 자신은 그에게 암기를 만들어주면 된다.

    어디까지나 최종 목표는 마왕을 쓰러트리고 인류의 독립과 자유를 되찾는 것이기에.

    “알겠습니다. 당문독공을 전하겠습니다.”

    현학이 당문독공을 대성할 수 있다면 분명히 큰 전력이 될 터였다.

    장현의 대답에 마현은 살짝 놀란 듯 했으나 이내 만족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잘 생각했어.”

    “지금은 상점에 들어가야 하니, 다녀와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당가 사람들을 데려오십시오.”

    “알겠네. 그런데 상점에서 얻으려는 건 정했는가?”

    끄덕.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마현을 지나쳐 상점으로 들어갔다.

    상점으로 들어가니 마족 안내인이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경기에서 1등을 차지한 장현 플레이어군요. 반갑습니다. 전 이 곳 상점을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 멕켄지라고 합니다. 상점이용권을 제게 주시죠.”

    장현은 보상으로 얻은 상점이용권을 건넸다.

    “네, 확인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상점에 대해 간단히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이곳의 상점은 다른 상점들과 달리 직접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찾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주문은 여기 패드를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멕켄지는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허공을 터치했다.

    그러자 장현의 앞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패드가 생겨났다.

    이것을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장현으로서도 처음이었다.

    1회차 때 대공의 상점이용권은 아르헨의 것이었기에.

    그가 상점에서 얻은 보상에만 관심을 가졌지, 상점에서 사용한 주문용 도구에까지 관심을 가질 일은 없었던 것이다.

    ‘이 패드가 마왕과 대공이 노리는 창조신의 비밀과 관련이 있단 말이지.’

    테오가 전언으로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고 했던 게 바로 창조신의 패드에 얽힌 비밀이다.

    테오는 테세리움 무기를 제작하는 것 못지않게 이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쩌면 그 두 개가 연결되어 있지도 모른다.

    ‘부디 이 비밀을 푸는 것과 테세리움을 제련하는 것이 연관되어 있길.’

    장현은 상점에서 자신이 무엇을 얻어야할지 정했다.

    그의 손가락이 패드를 터치하자 글자가 떠올랐다.

    [패드를 처음 사용하시나요? 예, 아니오.]

    ‘예’를 터치하자 사용설명서가 나타났다.

    장현이 설명서를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서 사용하던 스마트폰과 비슷했다.

    그는 보유 목록 카테고리를 하나씩 살폈다.

    ‘역시 대공의 상점이라 그런지 없는 게 없군.’

    김덕배가 가진 화염의 펜던트를 비롯해, 샐러맨더 스크롤도 있었다.

    장현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금속 카테고리에서 테세리움이 있는지를 찾아봤지만, 역시나 그것은 없었다.

    테세리움 다음으로 궁금했던 대장장이 조각과 연금술사 조각을 찾아봤지만 그 역시 없었다.

    실망한 장현은 검색란에서 ‘창조신의 패드’를 검색했다.

    삐익.

    [검색 단어와 관련된 항목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없군.’

    기대와 다른 내용에 실망한 장현은 키워드를 ‘창조신’과 ‘패드’로 나누어 다시 검색을 해봤다.

    그와 관련된 정보 스크롤이 여러 개 나왔다.

    정보 스크롤은 구매하기 전에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장현은 탄식했다.

    상점이용권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필요한 것은 많았지만, 단 하나만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패드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장현이 패드에 대한 정보 스크롤을 선택했다.

    [상점이용권으로 패드 정보스크롤을 구입하시겠습니까? 결정하면 취소는 불가합니다. 예, 아니오]

    “예.”

    장현이 대답하자 패드에 관한 지식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따로 익힐 필요가 없이 새겨지듯 이해가 되었다.

    눈을 감고 내용을 훑어본 장현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래서 지구를 침공한 거였군.”

    성삼전자의 엔지니어였기에 그는 일반인들보다 패드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 있었다.

    핸드폰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비밀이 있었던 건가.’

    정보를 이해한 순간 전율이 일었다.

    마왕과 대공이 복구하고자 하는 창조신의 패드는 폴더블 패드였다.

    그동안 마계에서 패드를 제작하고 공급시키긴 했지만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원리까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스크롤에는 그 원리가 지구의 기술에 있다고 했다.

    결국, 지구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얻기 위해서 이들은 지구 대한민국에 균열을 일으켜 사람들을 잡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성삼전자의 직원과 설비를 통째로 가져오지 않고 왜 다양한 분양의 사람들을 일부만 잡아왔을까.’

    장현은 의문이 일었다. 자신이 이 곳 마계로 올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갑작스레 균열이 일어나며 싱크홀이 생겼고, 그 곳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 후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마계였다.

    ‘그렇군. 이들은 지구 대한민국에 그 기술이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정확히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랬기에 조폭과 공무원, 경찰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마계로 온 것이다.

    장현은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 스크롤의 나머지 부분도 훑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헬릭스 성주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가 창조신의 패드 부품에 근접한 기술을 보였다라.’

    정보스크롤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제작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밀인 듯 했다.

    안젤라 소성주가 말했던 신제품 시연회에 장현은 함께 참가한다.

    가능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야 했다.

    정보스크롤을 구매해 원하는 정보를 얻은 장현은 상점을 나와 곧장 안젤라에게 갔다.

    안젤라는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았다.

    “대공의 상점에서 얻은 게 무엇이지?”

    “패드에 대한 정보스크롤을 얻었습니다.”

    장현의 말에 안젤라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곧 미소를 머금고는 물었다.

    “패드에 대한 정보, 왜 그걸 골랐지?”

    “안젤라님과 함께 치러야할 신제품 시연회 때문입니다.”

    “나한테 물어볼 수도 있잖아? 그럼 아까운 상점이용권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안젤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그 정도 정보를 얻기 위해 상점이용권을 썼다는 게 안타까웠다.

    “물어보는 것도 제가 어느 정도 알아야 할 수 있는 거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뭘 물어야할 지도 모릅니다. 전 이 정보스크롤을 얻어서야 패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안젤라님께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에 아깝지 않습니다.”

    안젤라는 장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었다.

    “자세는 제대로 되었네. 그럼 너에게 신제품 시연회에 대해서 알려줄게.”

    장현은 안젤라에게 치러야 할 신제품 시연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시연회는 고위 마족들 앞에서 영지의 마도공학이 집적된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선보일 신제품은 바로 힌지 모듈이다.

    섀도우 마스크는 아직 샘플 테스트 단계에서 원하는 수율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시연회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은 즉시 양산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했다.

    신제품의 성능을 박람회에 참관한 고위 마족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너는 나를 보조하면 된다. 힌지 모듈을 패드의 부품들과 결합해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일거야. 그러고 나선 그 제품을 보여주며 성능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돼.”

    “알겠습니다. 조립은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이번에 정보스크롤을 통해 방법은 익혔습니다.”

    “뭐, 좋아. 그 정도는 직접 해봐. 손으로 만져보며 패드를 조립해보면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 어설프다 싶을 땐 바로 내가 이어하면 되니까.”

    “감사합니다.”

    장현은 패드를 직접 조립하면서 그 구성을 완전히 파악하고자 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쓰는 패드는 창조신의 패드를 모방한 제품일 것이다. 창조신의 패드를 복구하기 위해서일 테니 구성은 그대로일 게 분명했다.

    다만 각 부품의 기술 수준이 부족한 거겠지.

    정보스크롤은 말 그대로 정보일 뿐 실물이 아니다.

    직접 조립하며 발생할 수 있는 오차 등의 문제를 모두 겪어볼 생각인 것이다.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만약 조립을 잘못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옆에는 안젤라가 함께 있을 테니까.’

    안젤라가 말했다시피 이 중요한 임무를 장현에게만 맡겨 둘 리 없었다.

    장현은 안젤라에게 헬릭스 성의 힌지 모듈을 활용한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선보일 제품은 패드의 신제품이야. 기존에는 화면을 접거나 구부리는 게 불가능했지. 이 힌지 모듈을 사용하면서 화면을 접거나 구부릴 수 있게 된 거야. 원래는 섀도우 마스크도 이번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아직 양산화하는데 애를 먹고 있어. 그건 다음에 차차 얘기할 거고, 일단은 힌지에 대해서만 알아두면 돼. 앞으로는 폴더블 패드가 대세가 될 것이니 힌지 모듈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안젤라는 헬릭스 성의 주력상품이 될 신제품을 장현에게 설명했다.

    장현은 안젤라에게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패드 정보스크롤에 나왔던 부분과도 일치했다.

    섀도우 마스크는 패드의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 디스플레이를 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힌지의 역할이었다.

    창조신의 패드가 어떤 형태인지는 아직 그도 몰랐지만, 이 기술들이 창조신의 패드를 복구하는 것과 관련된 건 분명했다.

    장현은 안젤라와 함께 시연회 장소로 이동했다.

    마계의 각 성주들과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회장들이 시연회의 귀빈석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이윽고 한 명씩 단상에 올라가 신제품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장현의 눈을 사로잡는 제품도 몇 있었다.

    “우리 현재차에서 수소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지네차를 개발한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이번에는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배터리의 충전 시간과 용량을 개선했습니다.”

    현재차의 고위 임원인 네시스가 단상에 올라와 개발한 신제품을 설명했다.

    ‘이곳은 정말 지구의 문명과 놀랍도록 비슷해.’

    장현은 시연회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파인애플의 자율주행 전기 지네차, 이어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공개된 직후였다.

    안젤라와 장현의 차례가 다가왔다.

    “가자, 장현. 이제 우리 차례야.”

    “알겠습니다, 안젤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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