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91화 (91/211)
  • 91화. 거인족과의 경기 (8)

    마현은 그런 언무룡을 보며 서늘한 얼굴로 물었다.

    “언 대주, 이들 덕에 내가 경지의 벽을 넘어 심검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네. 그게 가벼운 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인가?”

    마현의 말에 언무룡은 흠칫했다.

    경지의 벽. 일개 검기의 벽을 넘는 것도 일반 무사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검강의 경지는 무림 전체를 통틀어도 몇 되지 않았다.

    언무룡 자신도 검강의 벽이 너무 높아 좌절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물며, 심검의 벽이란 얼마나 높고 멀까.

    누군가 그 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준다면.

    무인으로서 은인이라고 표현해도 절대 과하지 않았다.

    후. 하고 한숨을 내뱉은 언무룡은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례했던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닙니다, 맹주님. 결코 그것은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맹주님. 그리고 제자를 들이신 걸 감축드립니다.”

    “허허, 언 대주. 내 자네의 마음은 이해하네. 그런데 내가 누누이 얘기했듯 내 무공은 체질상 아무나 이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럼 저자, 아니 맹주님의 제자는 다릅니까?”

    다소 무례할 수 있는 발언임에도 마현은 탓하지 않았다.

    언무룡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친위대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부디 그들이 상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저들에게 입은 은혜는 분명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게 맞네. 허나 단순히 깨달음의 벽을 깨게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만으로 김덕배를 제자로 들인 게 아니야. 본좌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선 언젠가 자네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을 거야. 심장이 오른쪽에 달려 있어야 한다고 말이야. 나의 무공은 심장이 오른쪽에 달린 자를 위한 것이지.”

    마현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언무룡과 친위대원들은 깜짝 놀라며 김덕배를 쳐다보았다.

    “그, 그럼 저 제자 분은 심장이 오른쪽에 달려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네. 그동안 나 역시 제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런 자를 찾지 못했었네. 그것은 자네들도 잘 알거야. 그런데 여기에서 만난 김덕배가 내가 찾던 바로 그 체질이었네.”

    “맹주님.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마현의 말에 언무룡은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심장이 오른쪽에 달린 자. 그런 자가 흔할 리 없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도리어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 마현은 오늘 이 자리에서 김덕배를 나의 전인으로 삼았네.”

    “감축드립니다, 맹주님.”

    언무룡과 친위대들이 포권하며 인사하자 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장현을 바라보며 전음을 보냈다.

    -장 대협이 회귀 전에 나와 사제지간을 맺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강자가 필요한 상황이네. 장 대협은 이미 염라문의 모든 무공과 내가 맹주로서 알게 된 무공지식들을 전부 다 알고 있을 것이네. 장 대협이 다시 나의 제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내가 더 이상 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걸세. 알다시피 염라문의 무공은 심장이 오른쪽에 있어야 익힐 수 있기에, 김덕배를 제자로 맞이한 것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게.

    -괜찮습니다. 제자를 들인 것을 축하드립니다. 맹주님. 덕배를 잘 부탁합니다.

    장현은 마현의 전음에 답해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덕배가 염라문의 무공을 익히게 된다면 아군의 전력이 급상승하게 된다.’

    지금의 덕배는 그가 마현에게 엎드리며 스스로 말했듯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장의 맵이 있으니 지휘관이나 전략 사령관의 역할이라면 가능했지만, 무력으로서는 솔직히 많이 부족했다.

    그런 그가 마현의 제자가 되어 무극신공을 익힌다면?

    얘기가 완전 달라진다.

    전장의 맵과 무극신공을 가진 김덕배라면 충분히 군사령관이나 장군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김덕배가 바라던 대로, 게임 속 캐릭터처럼 진정한 전장의 지배자이자 군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왕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일할 올라갔다.’

    장현은 속으로 가늠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왠지 모르게 소중한 것을 뺏긴 듯한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흐트러진 발리스터와 투석기를 다시 세팅했다.

    “이제 거인족들을 사냥하도록 하죠. 발리스터와 투척기를 동시에 쏘도록 하겠습니다. 맹주님, 제가 신호를 주면 부하들이 이 화살들을 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언 대주.”

    “네, 맹주님.”

    “이 노궁을 다룰 수 있겠나?”

    “처음 보는 종류이긴 하지만 장 대협이 알려준다면 금방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언무룡에게 말했다.

    “언 대주님, 이 화살은 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 화살을 여기에 얹고 시위를 걸어서 놓으면 됩니다. 시위를 당기는 도구가 원래 있기는 한데 플레이어들 정도면 그냥 손으로 당길 수 있어서 굳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면 아무 문제없소.”

    장현은 크로커다일족들이 쓰던 발리스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정환이 크로커다일족의 지능을 감안해 만들었기에,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실제로 크로커다일족에겐 힘을 써 시위를 당기는 게 훨씬 더 수월했다.

    장현이 이런 발리스터를 수거한 후에도 따로 손보지 않은 이유.

    일반인이 아닌 플레이어들이기에 어렵지 않게 시위를 걸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무룡이 수신위들과 흩어져 발리스터 세 대에 다가갔다.

    한 대당 네 명씩 달라붙었다.

    “자, 하나에 화살을 걸고, 둘에 시위를 당기고, 셋에 발사합니다.”

    장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어렵지 않아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었다.

    “자, 그럼 김덕배는 전장의 맵을 다시 띄우고 이나연은 방향을 재지정 해줘.”

    “알았어.”

    김덕배와 이나연이 적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발리스터의 방향과 거리를 다시 설정했다.

    그러는 동안 장현은 트레뷰셋 투석기를 설정했다.

    이미 수신위들이 바위를 갖다 놓았기에, 그는 바위를 얹어 날려 보내기만 하면 됐다.

    장현이 바위를 투석기 위에 올렸다. 그리고 이나연, 김덕배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장현은 곧 언무룡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나, 둘, 셋! 발사!”

    툭. 툭. 툭.

    슈우우우. 덜그럭. 쿠우웅.

    화살과 바위가 동시에 날아올랐다.

    슈슈슈슉.

    거인족들은 숲속에 숨은 채 소인족 플레이어들을 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인족들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거인족의 대장이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놈들이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으니 주의를 경계하도록 해. 답답해도 좀 참고.”

    “대, 대장님, 위를 보십시오.”

    거인족의 대장은 부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날아오는 바위와 화살들을 발견했다.

    “이런, 놈들이 우리 위치를 알았다. 모두 도망가!”

    대장이 몸을 일으켜 벌떡 일어났다.

    숨어 있는 위치가 노출된 채 계속해 화살 공격을 받는다면 전멸을 당할 수 있었다.

    “쿠오오오. 비열한 소인족 놈들.”

    “쿠르르르. 모두 죽이자.”

    “우어어어어!”

    쿠쿵.

    거인족들은 바위와 화살을 얻어맞긴 했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의 상처는 입지 않았다.

    그들은 분노가 극도로 차오른 채 숲에서 뛰쳐나왔다.

    콰지직.

    숲에서 나온 거인족들의 몸에는 발리스터 화살이 곳곳에 박혀있었고, 바위에 맞은 신체는 일부가 비틀려 있었다.

    장현은 김덕배 옆에 있는 마현을 돌아보았다.

    언무룡이나 친위대들로는 거인족들을 단독으로 상대하기 어렵다.

    이 중에서 거인족과 일대일로 상대가 가능한 사람은 마현, 장현, 최형석 정도.

    나머지 사람들은 협공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때 마현은 김덕배에게 염라문의 전승을 전하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무슨 짓이냐고 할 법도 하지만, 경기가 끝나는 대로 각자 헤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

    지금 말고는 시간이 없었다.

    마현은 바닥에 앉은 채 김덕배의 등에 손을 대고 내공운기를 도와줬다.

    염라문의 무극신공의 구결대로 운기를 한 차례 끝내자, 마현은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방금 나의 내공이 지나간 기의 경로를 기억해두거라. 매일같이 틈날 때마다 무극신공을 운기해야 하느니라. 굳이 좌공을 계속해서 수련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집중을 위해서 좌공을 하는 것이 좋을 테지만 몸이 기의 경로를 기억하게 되면 더 이상 그럴 필요는 없느니라. 움직이면서도 언제든 운기행공이 가능하다. 우리 염라문의 무극신공이 위대한 이유이지. 그러니 자연스레 몸이 기억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운기행공에 집중해야 하느니라.”

    마현의 말에 운기를 끝내고 눈을 뜬 김덕배가 의문점을 물었다.

    “네. 사부님. 그런데 얼핏 듣기로 운기행공 도중에 충격을 받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움직이면서 운기를 하다 충격을 받아도 괜찮습니까?”

    “무극신공은 천하에서 가장 안정된 내공심법이다. 염라문의 문주가 천하제일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언제 어디서나 운기행공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이지. 충격을 받는다 해도 무극신공이 오히려 너의 심신을 안정시킬 것이야. 그러니 전투 중에도 항상 기의 운행이 멈추지 않도록 해라. 그렇다면 머지않아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이가 많은데도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을까요? 사부처럼 될 수도 있는 건가요?”

    김덕배는 마현의 말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

    “원래의 무림에서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마나 포인트라는 게 있지. 너의 신체는 원래라면 온갖 탁한 기운이 가득해 아무리 무극신공이라 해도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의 몸을 살펴보니 마나의 영향인지 이미 불순불이 제거되어 있더군. 아마 튜토리얼 때 일부라도 쌓은 스탯이 지금의 너의 육신을 개선한 것이겠지.”

    “네, 확실히 지금의 제 몸 상태는 원래 세상에 있을 때의 제 몸 상태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튜토리얼 초기만 해도 이렇지 않았거든요. 그게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면서 신체가 바뀐 영향 때문이로군요.”

    “추측일 뿐이다. 아무튼 이곳의 마나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네 나이로도 빠른 시간 내에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 이제 내공을 익혔으니 실전을 겪을 차례다. 네가 이곳에서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선 실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식과 형식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너에게 기본형을 가르쳐줄테니 나머지는 전장에서 자유롭게 적용해보며 익히도록 해라. 이 외 초식은 시간 날 때나 틈틈이 수련해보도록 하거라.”

    “그 말씀은?”

    “지금 바로 거인족을 상대해보도록 해라. 내가 때마다 개선점을 일러줄 테니.”

    “알겠습니다. 사부님.”

    마현과 김덕배는 숲에서 튀어나오는 거인족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장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현 혼자 거인족들을 상대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원래의 김덕배라면 거인족 한 명을 상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었으나, 마현이 곁에 있다면 더 이상 염려할 게 없었다.

    마현은 그 자체로 일인군단이나 마찬가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김덕배, 빠르게 성장해라. 너와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장현은 망치를 꺼내들고 다가오는 거인족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현은 김덕배의 뒤에서 그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덕배의 무기는 장검.

    마침 마현의 무기 또한 검이었다.

    김덕배는 장검을 쥐어든 채 거인족에게 덤벼들었다.

    그가 휘두르는 기술은 이나연에게 배운 기본 검식.

    장현이 회귀 전의 기억을 되살려 이나연과 함께 만든 검식을 김덕배 역시 익힌 것이었다.

    기본 검식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것들을 추린 것이면서 말 그대로 기본에 충실한 것.

    장현이 1회차 때 마현에게 끝없이 지적받았던 기본기. 그것의 끝판왕격인 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검식을 이나연과 지금껏 훈련해온 김덕배였다.

    그렇기에 그의 기본기는 탄탄한 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