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90화 (90/211)
  • 90화. 거인족과의 경기 (7)

    마현의 말에 전장의 맵을 가진 김덕배와 디텍터의 탐지 스킬을 가진 이나연이 함께 나섰다.

    먼저 김덕배가 전장의 맵을 띄웠다. 그러자 전장을 나타내는 지도가 떠올랐다.

    “나연 누나, 적들이 어디에 있는지 좀 봐줘.”

    “그래.”

    이나연은 마나 포인트를 써서 스킬의 감지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 쪽에서 생체 신호가 느껴졌다.

    그녀는 김덕배에게 거인족들이 모여 있는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덕배야, 저 쪽을 확대해봐. 지금 저 앞에 보이는 숲 뒤에 거인족들이 있는 게 느껴져. 매복한 채 우리가 숲에 들어서는 순간을 노리고 있는 거 같아.”

    “알겠어.”

    이나연 가리킨 곳은 전방 200미터 지점에 있는 숲이었다.

    김덕배는 이나연이 가리킨 곳을 전장의 맵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숲의 자세한 모습이 전장의 맵 화면에 나타났다.

    숲을 이루는 각 나무의 높이는 10미터가 훌쩍 넘어 보였고, 나무들 사이로는 큰 바위들이 가득했다.

    그 바위들 뒤에 거인족들이 몸을 숨긴 채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첫 전투로 인해 거인족들은 신중해졌고, 접근전 보다는 원거리에서 요격하는 전투 방식을 택한 듯했다.

    김덕배와 이나연 덕에 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한 장현.

    그가 마현을 향해 말했다.

    “제게 아군의 희생을 줄이면서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도와주시겠습니까?”

    “뭔가? 본좌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주지. 아군의 희생을 줄일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돕겠네.”

    마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조금 전 김덕배의 능력에 깜짝 놀랐다.

    전장의 맵이라는 스킬은 지휘관의 역할에 너무도 알맞은 능력이었다.

    그는 문득 무림에서 지휘관으로 이름 높았던 제갈 군사가 떠올랐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능력이 있는 김덕배를 아꼈을 텐데.’

    제갈 군사는 마족이 무림에 침입했을 때 목숨을 잃었다.

    옛 기억에 잠겨있던 마현에게 장현이 말을 이었다.

    “마현 맹주님은 수하들로 하여금 저들이 던진 창과 바위들을 한 데 모으게 해주십시오.”

    “창과 바위를 모으라니, 설마 그걸 저들에게 되던져 공격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별 피해를 주지 못할 걸세.”

    마현은 장현의 말에 의문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특별한 비책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고작 창과 바위를 모아오라는 말에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장현은 마현의 질문에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켜보시죠. 창과 바위의 용도는 그게 아닙니다. 놈들이 숨어있는 장소에서 뛰쳐나오게 하는 것, 그게 제 목적입니다.”

    “뛰쳐나오게 한다고. 알겠네, 일단 자네가 말한 대로 하겠네.”

    마현은 궁금증을 참고 수하들을 시켜 창과 바위들을 한 데 모으도록 했다.

    그러는 동안 장현은 인벤토리를 열어 원거리 공격용 아이템들을 꺼냈다.

    트레뷰셋 투척기 한 대와 발리스터 세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이거 혹시 자네가 만든 건가? 이건 투석기일 테고, 이것들은 노와 비슷하게 생겼군.”

    마현은 장현이 꺼낸 아이템들의 용도를 알아보고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현이 꺼낸 물건들은 무림 군부에서 사용하던 물건들과 흡사했다.

    노는 달리 쇠뇌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활보다 위력이 월등히 강했다. 손으로 던지는 투창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투척기는 제가 만든 거고, 이것은 발리스타라는 것으로 영지전을 벌였을 때 적에게서 뺏은 것입니다.”

    “이 투척기는 자네가 만들었단 말이지.”

    마현은 눈을 빛냈다.

    그의 솜씨가 놀라웠던 것이다.

    장현은 거인족들이 숨은 곳을 정확히 파악해 방향과 거리를 조절했다.

    이어 그의 앞에 놓인 창과 돌들을 손보기 시작했다.

    투척기와 발리스터에 쓸 수 있도록 크기와 모양을 바꾸어야 했다.

    ‘서둘러야 해.’

    놈들이 언제 다시 창과 바위로 공격해올지 모른다.

    장현은 먼저 거인족의 창을 감정했다.

    [거인족의 창]

    -재료 레벨 5.

    ‘재료 레벨이 5라니 득템했군. 이걸로 고급 대장장이 퀘스트용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겠어.’

    장현은 현재 중급 대장장이다.

    고급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추가로 더 만들어야 한다.

    현재 손목 보호대, 트레뷰셋, 만티코어 조형상까지 세 가지를 만들었다.

    거인족의 창을 연성해 발리스터 화살로 만든다면, 대장장이 퀘스트도 수행할 수 있다.

    장현은 연성술을 사용해 거인족의 창을 다듬기 시작했다.

    츠츠츠.

    발리스터에 걸기 위해 크기와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거인족의 창이 발리스터용 화살로 바뀌어 가는 모습에.

    지켜보던 마현이 신기한 듯 말했다.

    “호오, 정말 놀라운 능력을 가졌군. 대장장이라더니 이런 능력까지 있을 줄 몰랐어.”

    “이곳에서만 쓸 수 있는 스킬 덕분이죠. 맹주님은 스킬을 안 쓰시죠?”

    “음.”

    마현이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머금은 장현이 말을 더 이어갔다.

    “원래 가진 능력만 쓴다면 이런 건 못할 겁니다.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과 대장장이 직업 스킬 덕에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스킬은 저의 장점을 살려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줍니다.”

    장현은 1회차 때 마현이 오직 무공에만 의지하는 게 무척 답답했었다.

    마현은 무인의 자존심으로 신외지물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물론, 무공만으로도 그는 어지간한 마족들을 압살하긴 했다.

    하지만 결국 그도 마왕과 대공을 비롯한 고위마족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장현은 마현이 예전과 달리 생각을 바꾸길 바랐다.

    “그렇군.”

    마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무림제일인이라고 불릴 정도였던 사람이라면 고집이 무척 셀 수밖에 없다.

    사실 마현이 스킬에 의존하지 않는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림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전신치우 본신의 힘.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무극신공을 대성한 자의 필살기라 할 수 있다.

    최후의 한 수이니만큼 위력 또한 절대적이었지만 소모되는 내공 또한 엄청났다.

    마현은 마나 포인트를 흡수하고 레벨이 상승하면서 무극신공을 대성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1회차의 마현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1회차의 마현이 스킬에 의존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신치우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인 힘을 낼 수 있지만 약점 또한 존재했다.

    평소 낼 수 있는 힘 이상을 일순간에 내는 것이므로 당연히 신체에 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마왕과 대공.

    전신치우에 절대 못지않았다.

    그의 착각은 여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마현은 문득 김덕배를 바라보았다.

    ‘별로 믿음직하지 못한 녀석이긴 하지만, 이 녀석이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쩌면 이 녀석도 치우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김덕배는 무극신공을 익힐 수 있다.

    마현은 시스템과 스킬의 도움을 받아 생각지 못한 능력을 보이는 장현으로 인해 김덕배를 재평가했다.

    김덕배로서는 장현에게 크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마현은 장현의 말에 느끼는 점이 있었다.

    어찌 됐든 1회차의 자신 또한 마왕이란 존재를 쓰러트리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린다는 장현의 말에, 약간이나마 생각이 변한 것이다.

    ‘그렇군. 내가 무림제일인이라는 틀에 박혀 있었던 거야. 염라문의 무공이 최고라고만 생각했어. 무림에서는 최고였을지 몰라도 마계까지 범위를 넓히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을.’

    마현은 갑작스런 깨달음을 얻었다.

    단단히 가로막고 있던 깨달음의 벽이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허물어졌다.

    그는 이 일로 무극신공의 대성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눈을 감고 갑작스레 찾아온 깨달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현의 몸을 중심으로 기의 돌풍이 불었다.

    기의 돌풍은 한동안 마현의 몸 주위를 맴돌더니, 이내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곧이어 폭발적인 기운이 마현의 주위로 퍼져나갔다.

    파아아아앙!

    기운이 일으킨 돌풍에 트레뷰셋과 발리스터가 나뒹굴었다.

    덜커덩! 쿠당탕!

    “뭐야?”

    장현은 발리스터 화살을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마현이 깨달음에 빠진 것도 몰랐다.

    웃!

    그는 마현을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대성의 벽을 넘었군요. 무극의 경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마지막 회귀 직전의 마현을 능가했다.

    “후우…….”

    마현이 한숨을 흘리며 감은 눈을 떴다.

    장현이 그에게 다가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대공을 이룬 것을 축하합니다. 맹주님.”

    “고맙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벽을 깬 것은 아니네. 다만 실마리를 찾았으니, 언젠가는 깰 수 있게 되겠지.”

    “아직 완전히 넘은 것은 아니군요. 머지않아 넘어서실 것이라 믿습니다.”

    언무룡과 그 친위대들 또한 마현에게 다가와 축하의 인사를 올렸다.

    “맹주님, 벽을 넘어서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부하들의 축하에 마현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

    “깨달음을 얻긴 했지만 이제 갓 경지를 넘었기에, 안정화시켜 새로운 경지를 갈무리해야 할 것 같구나. 고맙다. 너희들의 도움이 컸다.”

    마현의 말에 언무룡과 친위대들은 기뻐하며 부복했다.

    마현은 방금 전의 깨달음으로 평소에도 전신치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초대 염라문주인 전신치우가 생전에 도달했다는 경지. 무극의 경지는 그동안 도저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었다.

    무극의 경지는 검강 위의 경지로 심검의 경지라고도 한다.

    마현은 검강을 완전히 구현한 것으로 무림제일인이 될 수 있었지만, 심검의 실마리는 도저히 닿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더욱 스킬을 멀리했는지도 모른다.

    신외지물에 의지할수록 그 경지는 더 멀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현을 만남으로서, 그동안 자신이 믿고 있던 것이 고정관념이자 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서야 심검의 경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그 깨달음이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었다.

    “자네,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었지?”

    마현이 김덕배를 돌아보며 허허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네? 네, 네, 네! 정말 되고 싶습니다.”

    “자네를 내 제자로 받아들이겠네.”

    마현의 말에 김덕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작정 제자로 받아달라 조르긴 했지만, 설마 진짜 제자로 받아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덕배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이윽고 무협 소설에서 읽었던 구배지례를 하기 시작했다.

    “사부께 제자가 절을 올리겠습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는 김덕배를 말리지 않았다.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김덕배를 제자로 삼겠다는 선언은 여러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언무룡이 흥분한 어조로 마현에게 목소리 높여 물었다.

    “매, 맹주님! 어찌 하여 저런 이방인을 제자로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무공도, 일초반식도 모르는 자를요. 왜 저희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으십니까?”

    언무룡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그는 마현을 동경했고, 그의 제자가 되길 간절히 바랐다.

    마현의 정식제자가 될 수만 있다면 가문까지도 등질 생각이 있었다.

    ‘이미 다자란 성인, 거기다가 무인의 재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자다. 저런 자를 제자로 받아들이다니. 대체 저의 충성과 노력은 무엇이었단 말입니까.’

    언무룡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입술을 물어뜯었다. 주륵.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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