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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89화 (89/211)

89화. 거인족과의 경기 (6)

“뭐라?”

이번에는 마현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급히 김덕배의 손을 잡아챘다.

“아앗, 왜 그러세요!”

“잠깐만 기다려봐!”

마현은 김덕배 손목의 진맥을 잡았다.

“허어, 이럴 수가 정말이군.”

마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김덕배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었다.

그의 자질이 형편없다고 생각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이런 자질로 신체 조건은 또 갖추다니. 세상 일이라는 건 알 수가 없구나.’

사실 마현은 염라문의 무공을 이어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자를 만나지 못해 지금까지 제자를 받지 못했다.

장현을 제자라고 인정하지 않은 이유 또한 그러했다.

그가 염라문의 진신무공을 익힐 수 있는 체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전 무림을 뒤져도 보이지 않더니, 마계에 온 다른 세계의 인간에게서 적합한 신체조건을 발견할 줄이야.’

마현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염라문이 1인 전승 문파가 된 이유는 특별한 유훈이 있어서가 아니다.

심장이 오른쪽에 달린 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포장한 게 1인 전승 문파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타고난 오성이 뛰어나고 천고의 자질을 타고나더라도 그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새삼 김덕배가 다르게 보였다.

그 말을 들은 장현 역시 놀란 눈으로 돌아보았다.

1회차에는 김덕배가 튜토리얼조차 통과하지 못했기에 마현을 만날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도 김덕배가 그런 특수 체질이라는 것에 놀랐다.

그에게 마나 포인트를 전해주기는 했지만, 체질까지 훑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제, 제가 그럼 선생님의 제자가 될 수 있나요?”

덕배가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기대에 가득 차 물었다.

마현은 다시금 고민했다. 친위대들이 익힌 무공을 전하겠다는 생각이 변했다.

그렇더라도 단번에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

김덕배의 자질이 워낙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체조건이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선뜻 제자로 받아줄 순 없네.”

“그럼 어떻게 해야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이보게, 난 자네를 처음 보았네. 그런데 보자마자 제자로 삼으라니. 자네가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러면 기회라도 주십시오.”

김덕배가 갑작스레 마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마현이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특별히 잘난 게 없습니다. 고향에서 프로게이머를 지망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공무원이 되긴 했지만 임기제라 정직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곳 마계에 와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 장현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영주라는 중한 지위를 맡고 있습니다. 나름 노력을 했지만 저는 장현처럼 무력도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손재주도 없습니다. 나연 누나나 최형석 씨처럼 성기사나 사령술사 같은 특별한 직업도 못 가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저는 동료들에게 짐이 되고 말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저는 짐이 아닌 도움이 되는 동료가 되고 싶습니다.”

김덕배의 발언은 주위 동료들의 시선을 끌었다.

장현, 최형석, 이나연까지 김덕배를 돌아봤다.

지금 상황에서 김덕배의 행동은 잘못된 게 분명했다.

거인족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제자로 받아달라는 김덕배를 좋게 볼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마현을 방해했다.

자칫하다가는 일행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김덕배에게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소심하고 겁이 많던 녀석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다른 이들을 이끌며 앞에서 싸웠다.

그런 그가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무공을 전수해달라며 무릎을 꿇었으니.

차마 비난할 수 없었다.

“…….”

마현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김덕배가 무릎 꿇은 행위 때문은 아니었다.

그깟 무릎을 꿇는 게 대수랴.

무림에서는 무릎을 꿇는 걸 넘어서 살인까지도 저지를 자가 넘쳐났다.

그의 제자가 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 마현의 고민은 단 하나.

김덕배 외에 조건을 갖춘 자를 또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김덕배가 자격을 갖춘 유일한 자라면 지금 그에게 무공을 전수해주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육체적 조건을 갖춘 놈이 드물긴 한데.’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는 신체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면 설령 할복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정한 선은 친위대에게 전한 무공까지였다.

마현이 보기에 김덕배는 본래 자질이 형편없는 자였으나, 마나 포인트와 스킬 덕에 몸의 구성이 상당히 개선되어 있었다.

‘튜토리얼과 영지전을 거치면서 신체적 능력도 좋아진 거 같군. 평범한 무림인 정도의 몸은 되는 거 같은데, 아쉬워. 이 녀석의 자질이 장현 정도만 되었더라도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기억 속에 없지만 자신이 왜 장현을 제자로 받아들였는지 알 것도 같았다.

마현은 당장 그에게 확답할 생각은 없었다.

한두 수씩 기회가 될 때마다 가르쳐보고, 따라올 수 있는 지를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이따가 다시 얘기해보세. 계속 여기에서 이러고 있다간 다 같이 곤란해질 수가 있을 테니.”

그 말에 김덕배는 고개를 들어 마현을 쳐다보았다.

한 없이 단호한 표정.

다시 얘기 해보자고 했으니 분명 기회를 주긴 할 터였다.

더 고집을 피운다면 오히려 역효과일 것이라고 판단한 김덕배는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함부로 설레발친다면 결코 자네에게 무엇도 가르치지 않겠네.”

마현의 싸늘한 눈빛이 김덕배를 향했다.

“아, 네.”

서늘한 눈초리에 찔끔한 김덕배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됐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마현의 대답 속에서 한 줄기의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자신을 지켜보던 일행들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장현이 그런 덕배의 어깨를 툭툭 쳤다.

“덕배,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다. 마현 맹주님께서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자고 했으니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

이어 장현은 시선을 옮겨 마현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그가 한 말은 마현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기회가 있을 때 후딱 전수하라고.

장현은 이번 회차에서까지 자신이 문주직을 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문주직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사제지간이었다는 인연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그 점이 아쉬웠던 것이다.

당시에도 생존을 위해, 필요에 의해 이어받았을 뿐이다.

지금은 염라문의 문주직보다 훨씬 중요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염라문의 초대문주는 전신(戰神) 치우다.

그는 날 때부터 심장이 오른쪽에 달렸는데, 타고난 무의 자질이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 여러 문파를 찾았으나, 모든 내공심법은 심장이 왼쪽에 있는 보통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천하에 또 없을 무골을 타고난 천재였던 치우.

그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맞는 내공심법을 직접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온 심법이 무극신공.

스스로를 염라대왕에 비유했기에 염라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김덕배가 꿇었던 무릎을 필 때쯤, 언무룡과 친위대들이 달려왔다.

언무룡이 부복하며 외쳤다.

“맹주님! 갑자기 말씀도 없이 달려 나가셔서 걱정했습니다.”

“걱정한 거 치고는 좀 늦지 않았나?”

마현이 뒷짐을 진 채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무림동도들을 챙기느라 늦었습니다. 그리고 맹주님이라면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적을 걱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언무룡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맹주 마현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다.

“쯧쯧쯧, 성주급 고위 마족들을 봤으면서도 그런 안일한 생각이라니.”

“죄송합니다.”

마현이 혀를 차며 언무룡을 질책하자, 언무룡은 잠시 찔끔하더니 이내 곁에 있는 장현 일행을 훑었다.

“맹주님, 그런데 왜 이자들과 함께 가는 것이죠?”

그는 마현이 자신들을 내버려 두고 장현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불만인 듯했다.

장현과 잠시 독대하더니, 이윽고 갑자기 이들과 사라지기까지 한 것이다.

언무룡이 서운한 기색을 내비췄다.

경기장 건물이 무너지면서 긴박해졌던 상황 속.

친위대들보다 여기 있는 이 이방인들을 먼저 챙기다니.

사실은 무척 서운했었다.

마현은 언무룡을 타일렀다.

“언 대주. 이들과 함께 퇴로를 확보했었네.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자네들이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었던 것이네.”

“미처 살피지 못해 죄송합니다. 맹주님.”

“나한테 사과하기보다는 이분들께 감사해야지. 누구보다 먼저 퇴로를 확보하고 거인족들의 공격을 감당해낸 분들이니까.”

마현의 말에 언무룡은 서둘러 포권하며 장현 일행에게 고개를 숙였다.

“앞장서서 퇴로를 확보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그 역할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언무룡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친위대원들이 같이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장현의 일행들은 떨떠름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장현 씨, 어떻게 하죠?”

“저들과 합류해서 나쁠 건 없을 거 같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강한 적들이 나타날 거 같으니까. 같이 싸울 강자들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하긴, 그렇군요. 전 형님 말씀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최형석은 장현의 말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냈다.

김덕배 또한 거들었다.

“이 어르신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나도 장현 말처럼 같이 움직이는 게 나을 거 같아.”

“덕배 넌 조금 목적이 다른 거 같은데.”

장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림인들이 같이 있는 자리였기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모두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김덕배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었다.

마현이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장현에게 말을 건넸다.

“흠, 자네는 이제 어쩔 생각인가?”

“인원도 충분하니 정면으로 붙어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놈들이 당황해서 주춤하고 있는 지금, 밀어붙여 모두 쓸어버려야 합니다.”

“마법사와 헌터들이 아직 이쪽으로 안 왔는데, 우리끼리 저 놈들을 쓰러트리자는 말인가.”

마현은 테오, 아르헨이 있는 쪽을 힐끔 바라봤다.

장현에게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그들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듯했다. 그들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현의 기색을 눈치 챈 장현이 덧붙였다.

“네, 성기사와 사제무리들도 아직 안 나왔죠. 아직까지도 안 나온 것으로 보아, 다른 통로를 찾아 나간 듯합니다. 지금 여기 모인 인원으로 싸워야 합니다.”

장현은 거인족을 홀로 처리할 기회를 빼앗기는 것을 우려했다.

마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우선, 거인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전략을 짜야 할 텐데. 선발조를 보내보는 게 낫지 않겠나?”

“적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라면 선발조는 필요 없어요. 우리한테 맡기세요. 나연 누나와 저, 둘이서도 충분합니다.”

마현의 제안에 김덕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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