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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88화 (88/211)

88화. 거인족과의 경기 (5)

쾅. 쾅. 콰쾅.

“무, 무슨 투창이 이렇게 강해?”

겨우 한 차례 투창 공격을 막았건만, 방패의 내구력이 순식간에 약해져 곧 부서질 듯했다.

영지전에서 겪어보았던 발리스터 화살보다 파괴력이 훨씬 강했다.

마나가 담긴 거인족의 투창은 관리자급 플레이어들의 전력이 담긴 공격과 비슷한 위력을 내뿜었다.

단순히 기계의 힘만으로 날아왔던 발리스터보다 강했다.

조금 전까지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땅이 파였다.

거인족이 던진 창이 내리꽂힌 충격 때문이다.

다행히 장현 일행은 무사했다.

“이거, 투창의 위력이 장난 아닌데. 등에 식은땀이 다 나네.”

“조심해. 아무래도 저 거인족들 무력이 조금 전 상대한 놈들보다 훨씬 강한 거 같아.”

김덕배와 이나연이 경계심 가득한 채 주고받았다.

그때 최형석이 놀란 얼굴로 탄성을 질렀다.

“아니, 저 사람 좀 봐.”

최형석의 놀람 가득한 말에 김덕배와 이나연이 고개를 들었다.

일행들이 간신히 방패로 앞을 가리며 버티던 사이, 마현이 거인족들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거인족들의 창이 마현에게 쏟아지고 있었으나.

스스스.

그는 산책이라도 나온 듯 가벼운 동작만으로 모든 창을 피해냈다.

“저 건방진 난쟁이들을 죽여라!”

“우어어어어! 창 대신 바위를 던지자!”

괴성만 지르던 거인족과 달리, 이번 거인족들이 떠드는 소리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어 거인족들은 거대한 바위를 날리기 시작했다.

바위는 마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위험해요!”

김덕배가 경호성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수십 개의 커다란 바위가 마현에게 날아가니, 그가 곧 바위에 피떡이 될 것만 같았다.

스스슥.

그런 우려는 길게 가지 못했다.

마현은 바위들 역시 가볍게 피해냈다.

“약속한 게 있어 죽이진 않으마.”

퍽! 퍽! 퍽!

마현은 거인족들을 가볍게 한 대씩 후려쳤다.

공격이라 하기도 무엇한 행위.

그러나 거인들은 쓰러지며 바닥을 뒹굴었다.

쿠당탕.

거인족들은 마현의 공격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바닥에 엎어진 채 꿈틀거렸다.

하지만 곧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마현의 눈에 놀란 빛이 어렸다.

‘흐음. 이 정도로는 무력화시키기 어렵군. 어쩐다. 제대로 힘을 쓰면 약속을 어길 텐데.’

마현은 거인들을 죽일 수 있음에도 장현과의 약속 때문에 죽이지 않았다.

하나, 놈들은 봐주면서 설렁설렁 싸워도 될 만큼 약하지 않았다.

‘할 수 없군. 이런 상황에서 힘을 아낄 순 없는 노릇이니.’

꾸욱.

마현이 주먹을 움켜쥐며 공력을 끌어올리려 할 때였다.

그의 등 뒤에서 언무룡을 비롯한 친위대들이 다른 무림인들과 함께 광장에서 나왔다.

마현은 잠시 망설이더니 거인족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는 장현을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난 부하들을 돌보겠네. 쓰러진 거인족놈들 정도는 자네한테 맡겨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맡겨주시죠.”

마현은 장현의 대답에 슬쩍 미소를 지은 후 몸을 날려 부하들에게로 향했다.

장현은 그가 자신과 했던 약속 때문에 거인족들을 죽이지 않은 것임을 알았다.

‘훗. 역시 대단한 양반이야. 그럼 나도 보여줘야겠지.’

거인족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장현은 방패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창과 망치를 들었다.

마현이 뒤로 물러나고 장현이 앞으로 나서자, 거인족들은 이내 목표를 장현으로 잡았다.

그들은 창을 주 무기로 삼는 듯 일제히 창을 내밀었다.

마나와 살기가 뒤엉킨 기세가 장현을 향했다.

장현은 당문독공을 끌어올렸다.

이번에 그는 염라문의 무공초식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마현에게 전수받은 염라문의 무공은 내공과 초식이 일치하지 않으면 본연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식동작 자체로도 훌륭했기에.

당문 내공을 기반으로 펼쳤다.

문득, 장현은 과거 마현에게 무공을 전수받을 때가 떠올랐다.

-기본기다. 무인으로 크게 성장하려면 반드시 기본기가 중요하다. 넌 지금 무인이 되기에는 사실 많이 늦었다. 그래도 마나 포인트나 스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기본기만 갖춘다면 한 명의 무인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마현이 장현에게 강조하고 요구했던 기본기.

휘이이이잉.

척.

장현이 창을 한 바퀴 돌리더니, 이내 허리 높이에서 전면을 향해 들었다.

쿠르르르. 쉬이이익.

거인족이 창을 한 차례 휘돌리더니 내려쳤다.

강력한 마나에 휩싸인 창이 장현을 노렸다.

그대로 받아냈다가는 큰 충격을 받을 터였다.

장현은 거인의 힘을 역이용할 생각이었다.

‘이화접목.’

장현은 창대를 날아오는 창대에 붙인 뒤 ‘란’의 기술을 써 방향을 틀었다.

투욱.

한 걸음 내지르며 발목, 무릎, 허리로 이어지는 회전력을 팔로 전달했다.

장현의 창대가 거인의 창을 투웅 튕겨냈다.

그리고 자연스레 보이는 거인의 가슴 쪽 빈틈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그가 내지른 창날엔 유형화된 기운이 얹혀있었다.

바로 독공의 기운이다.

푸푹!

크어어어!

이 공격으로는 놈을 완전히 죽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에 꽂혀 쓰러지는 거인의 턱을 망치로 후려쳤다.

퍽!

턱이 깨지며 기어코 거인이 쓰러졌다.

깔끔한 일격.

“호오. 제법이군.”

장현의 뒤에서 지켜보던 마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장현의 전투에서 염라문 무공의 흔적을 보았다.

“크어어어! 죽어라, 난쟁이!”

장현의 싸움을 여유롭게 구경하고 있는 마현의 모습에 분노한 것인지, 마현을 향해 한 거인족이 덤벼들었다.

마현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툭.

거인의 거친 움직임과는 반대로 여유로운 동작으로 창대를 슬쩍 건드렸다.

거인의 창대가 위로 들렸다.

쉭.

창대가 들리며 드러난 거인의 빈틈.

스윽.

마현이 파고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조금 전 장현이 보여준 장면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콰직.

위력은 더욱 강했다.

마현의 주먹은 거인의 가슴을 바스러뜨렸다.

쿠당탕.

부들부들.

터억.

쓰러진 거인은 잠시 후 움직임을 멈추었다.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에 마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장 대협과의 약속을 어겼군. 할 수 없지.”

마현은 표정과는 달리 전혀 곤란하지 않은 듯 다시 거인을 향해 움직였다.

스릉.

마현의 검집에서 검날이 빠져나왔다.

우웅.

검이 한 차례 진동음을 토해내더니, 선명한 검강이 검날 위로 솟아올랐다.

무림의 절대강자들이 사용하는 검강.

그는 그저 검을 그었다.

쿠콰콰.

그의 검에서 검강이 쏘아져 나가더니 이윽고 거인들을 휩쓸었다.

마현이 날린 검강은 눈앞의 거인 한 마리가 아닌, 뒤에 몰려있는 거인들까지 같이 쭉 쓸어버렸다.

“죽고 싶다고 덤벼드니 할 수 없지.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

마현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김덕배는 멀리서 마현의 신위를 지켜보며 가슴을 움켜잡았다.

‘저 무공을 배울 수만 있다면.’

자신 역시 장현처럼 싸울 수 있을 거 같았다.

김덕배는 현실이 게임 세계와 비슷해졌음에도 정작 자신은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듯 활약할 수 없어 답답했었다.

수없이 현질하며 상위 랭커로 활약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게임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은 쉽지 않았다.

이나연에게 배우면서 처음보다는 성장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갈수록 장현과의 실력 차이가 벌어져감에 따라.

그는 괴로워했다.

장현은 그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만 하던 동작을 실제로 구현해냈다.

그에게 부탁해 무공을 배워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장현은 너무나 바빴다.

더군다나 자신은 이미 이나연에게 배우고 있었다.

이나연이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한다면 모를까.

장현의 성격을 아는 그로서는 그가 할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나연에게 배우는 거나 열심히 하라고 할 게 뻔했다.

그런 김덕배의 눈에 비친 마현의 모습은 충격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무림인들은 대부분이 비슷한 무공을 사용했지만 마현은 뭔가 차원이 달랐다.

검에서 마나를 뽑아내는 유형의 검강.

사실 검기만 해도 훌륭한 기술이지만.

검강은 한 차원 아니, 두 차원은 높은 기술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것이 마계에서 얻은 스킬이 아닌 본래 세계인 무림에서 수련한 능력이라는 것 역시 알았다.

‘그렇다면 스킬이 없는 나도 배울 수 있을지 몰라.’

김덕배는 무림인이 아니었기에 마현과 사승관계를 맺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마현의 무공을 체육관에서 배우는 것 마냥 가볍게 여기고.

철판 깔고 부탁해보기로 했다.

그는 곧장 마현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정말 멋지십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저도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김덕배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마현에게 물었다.

언무룡이나 친위대가 알면 기가 찰 일이었으나, 김덕배는 그런 것 따위 몰랐다.

설령 알았더라도 신경 쓰지 않았을 터였다.

마현은 김덕배의 말투에서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지금껏 수많은 무림인들이 마현의 제자가 되고자 했었다.

그것도 평범한 무림인이 아닌 명문세가의 자제들까지도 제자가 되길 줄지어 희망했다.

직전 제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수 가르침만이라도 받길 꿈꾸는 무림인이 넘쳐났었다.

마현은 자신의 친위대 정도에게나 한 번씩 가르침을 내렸지, 그 외의 인물들에게는 무공을 함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장현의 일행.

조금 전 장현이 한 얘기를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었지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 명이라도 더 강자로 키울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 자가 제자일 수도 있는 장현의 동료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썩 내키진 않았다.

그가 무공에 별다른 재능이 없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기에.

결국 마현의 입에서 거절에 가까운 말이 나왔다.

“허허, 내 무공은 1인 전승 문파의 비전이라 제자 외에는 전해 줄 수가 없네.”

“그럼 혹시 제자가 있으신가요?”

김덕배의 물음에 마현은 잠시 생각했다.

‘설령 장현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일뿐. 나는 제자를 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은 제자를 들일 수 있다.

김덕배를 다시 슬쩍 훑어봤다.

다시 보아도 자질이 너무 떨어진다. 게다가 나이도 이미 너무 많다.

이 곳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마나 포인트로 육체적인 약점을 극복할 순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염라문의 제자를 삼을 정도는 아니다.

직전 제자는 아무나 삼을 수 없다.

더욱이 염라문의 무공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친위대들에게 가르친 무공들 정도면 한 수 가르쳐줄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정도만 해도 절대 부족하진 않았다.

마현은 생각을 정리하고서 김덕배를 향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 본좌에게는 제자가 없다네.”

그 말은 김덕배에게 하는 말이자, 장현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꾸욱.

거인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장현이 그 말을 들었다.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지금의 마현은 자신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상관없다, 마왕을 쓰러트릴 수만 있다면야. 염라문 제자가 한 명 더 늘어나는 게 당연히 도움이 더 될 것이니.’

장현은 내색하지 않고 마현과의 거리를 벌렸다.

마현은 장현이 자리를 피하는 것을 힐끔 보고는 김덕배에게 말했다.

“내 무공은 특별한 체질이 아니면 배울 수 없다네. 나에게 제자가 없는 이유지.”

“특별한 체질이라는 게, 어떤 걸 말하는 거죠?”

“심장이 왼쪽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오른쪽에 달려 있어야 한다네. 그래서 아무나 익힐 수가 없다는 거네.”

“네?!”

김덕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현은 김덕배의 반응이 의아했다.

안타깝다거나 좌절하는 자의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

“자네, 왜 그러나?”

“제, 제가 심장이 오른쪽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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