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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84화 (84/211)

84화. 거인족과의 경기 (1)

목이 사라진 거인족의 몸통에는 암기가 빽빽이 꽂혀 있었고, 잘린 목의 단면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도사는 거인족의 피를 뒤집어쓴 채 거인족의 마나 스톤을 흡수했다.

이어 잘린 목을 들어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괴물들은 상대하지 못할 놈들이 아닙니다. 물론 이전의 괴물들보다 강하긴 하지만, 강해진 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공격하십시오.”

“역시 무당지검 현학 도사로군. 감사합니다.”

앞서 처음 거인족에게 공격을 가했다가 물러난 무인이 현학 도사에게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보다 속히 다른 동도들을 도와 괴물들을 쓰러뜨리는 게 급선무인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현학도사와 무인은 다시 다른 거인족을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현학 도사가 거인족을 쓰러뜨린 후, 다른 거인족을 향해 공격을 이어가자 무림인 플레이어들은 다시 용기를 냈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지검 현학, 그리고 당문보옥 당사옥.’

둘은 당문세가의 인물들로 사촌지간이었다.

장현이 익힌 당문독공이 당문세가 무공임을 감안하면 장현도 완전히 타인은 아니다.

비록 그는 당문의 인물로 전해 받은 게 아니라 마현에게 전수받았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들이 장현을 동문이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무공을 강탈해 간 원수로 생각할지다.

장현은 그들에게 무공을 얻은 경위를 설명할 수가 없다.

‘저들이 날 당문 사람이라고 생각하길 기대하는 것보다, 오히려 무공을 훔쳐간 도둑이라 생각하는 게 더 현실적이겠지.’

무림의 세가 및 문파들은 폐쇄적이다.

그중에서도 당문세가는 지독히도 폐쇄적인 가문이다.

그들이 모르는 인물이 당문세가 가주의 진신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걸 안다면 가만히 있을까.

분명 무공을 어디서 훔친 것이냐며 독촉하겠지.

무림인도 아닌 한국인 장현이 무공을 얻은 경위를 설명하는 건 튜토리얼에서 보상으로 얻었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변명은 안 통할 테니 자신을 억압하려한다면 힘으로 찍어 누를 수밖에 없다.

‘무림인들 사고방식 중 참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있지, 바로 강자가 정의라는 거.’

그건 비단 정파, 사파, 마도를 구분하지 않는다.

장현이 약하면 그들은 장현을 억압하려하겠지만, 강하면 그들은 도리어 그를 가문의 어른이나 선배로 모실지도 모른다.

‘무당지검 현학과 당문세가 당사옥이 있는 걸로 보아 여기는 정파 무림인들 구역이겠군.’

무림제일인이자 마교 교주였던 마현은 저들과 다소 떨어진 곳에 있을 터였다.

그는 정파, 사파, 마도의 연합체인 무림맹의 맹주였지만, 그 자리는 마계의 침입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임시 자리였다.

태생적으로 정파와 마교의 반목은 마계까지 와서도 줄어들었을지언정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공동의 적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칠 뿐이었다.

‘마현은 친위대와 함께 있겠지.’

장현은 스윽 전장을 훑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부가 보였다.

‘저기 있군.’

흑의를 입은 중년의 사내가 종횡무진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천마대멸겁!”

큰소리로 외치며 검을 휘두르자 막강한 검은 기운이 사내의 검에서 뿜어져 나갔다.

장검 위로 120센티미터는 될 듯한 검의 기운이 완전한 형태를 이루었다.

그건 무당지검이라 불렸던 현학의 검보다 두 배는 크고 강력했다.

검강.

무림의 전설이라 불리는 검강이 출현한 것이다.

마현의 검강은 거인족들을 그대로 쓸었다.

아무리 거인족이 인류 중 가장 강한 종족이라고는 하나, 결국 마족이 된 크레온과 비슷한 수준.

소인족보다 육체적 능력이 우월한 것에 불과하다.

평범한 플레이어들과 평범한 거인족의 싸움이라면 거인족이 우세할 테지만, 소인족인 플레이어라도 마나 포인트 보유량과 운용 스킬, 그리고 레벨에 따라 그 격차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

장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마현은 지금의 장현보다도 훨씬 강한만큼 거인족 한 명을 쓰러트리는 것쯤은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역시 사부군.’

장현은 마현의 신위를 목격하고 미소를 지었다.

당문독공에서 성취를 얻었지만 아직 검강과 비교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후우.”

검강을 갈무리한 마현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에게도 검강이란 내공의 소모가 큰 기술이었기에, 계속해서 검강을 사용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이 되었다.

그는 서둘러 거인족이 남긴 마나 스톤을 흡수했다.

그리고 이어 마나를 염라문의 내공으로 변환시켰다.

그가 가진 스킬 ‘마나 변환’이다.

마나 변환은 그다지 특별한 스킬은 아니었다.

내공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마나 포인트를 내공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마현은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컸기에 마나 변환 외에는 어떤 스킬도 익히지 않았다.

[마나 포인트를 내공으로 변환했습니다.]

[강한 개체를 쓰러트려 마나 변환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이건 마음에 드는군.”

마현은 떠오르는 알림창을 확인한 뒤, 다음 거인족을 찾아 움직였다.

한동안 마현과 무림인들이 거인족과 전투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현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우린 저쪽에 합류한다.”

“알겠어.”

장현이 선두로 달려가고 일행들이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마현이 있는 무림인 진영으로 달려갔다.

전투 중에 자연스럽게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서다.

같은 적을 상대로 싸우다보면 자연스레 교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는 당문독공을 운기하며 동시에 왼손에 망치를 쥐고 오른손에는 미리 준비한 암기를 소환해 쥐었다.

장현은 크레온을 쓰러뜨림으로써 레벨이 크게 올랐다.

레벨 상승은 당문독공의 성취를 육성으로 이끌었다.

당문독공이 육성에 이름으로써 당문의 모든 암기술을 비롯한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육성이야말로 진정한 당문무공의 입문이라고 할 수 있다.

크레온과 싸울 당시였다면 거인족 여러 명이 모여있는 곳을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한명 한명이 크레온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니까.

‘지금이라면 가능해.’

장현이 이번 대공의 이벤트 경기에서 아르헨을 상대로 자신한 것은 당문 무공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해서였다.

장현이 손에 든 암기를 허공에 흩뿌렸다.

수백 개의 암기가 허공에서 퍼졌다.

암기 하나하나에 유형화된 기운이 뭉쳐 있었다.

비록 마현이 선보였던 강기의 경지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으나, 무려 수백 개의 암기에 유형화된 기운이 씌어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독기운의 집약체다.

쐐애액!

파파팍!

암기들이 장현의 손짓에 따라 거인족 십여 명에게 골고루 꽂혔다.

장현의 목적은 거인족을 암기로 죽이는 게 아니었다.

단지 독에 중독되기만 하면 되었다.

‘굳이 아까운 암기를 이놈들에게 다 쓸 필요는 없지.’

장현은 자신의 암기에 맞은 거인족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거인에게 다가가 망치를 휘둘렀다.

암기들을 뿌릴 때와 달리 지금은 망치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망치 위에 기운을 집중해 덧씌웠기에 강기에 준하는 강한 기운이 품어졌다.

쉬이익!

퍼억!

거인족 한 명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거인족을 처치하였습니다.]

[거인족 킬 : 1]

상태창의 알림이 이전과는 달랐다.

거인족을 죽인 수가 알림으로 떠올랐다.

이벤트용 경기여서 시스템 창도 이전과는 달랐다.

장현은 순차적으로 자신의 암기에 쏘인 자들을 처리해나갔다.

곧 거인족 열 명을 처치할 수 있었다.

거인족에게서 얻은 마나 포인트에 만족하며 장현은 고개를 돌렸다.

먼저 일행들을 살폈다.

최형석, 이나연, 김덕배, 김태석이 모여 거인족 한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최형석이 소환한 크레온이 거인족을 정면으로 상대했으나, 본래의 크레온은 마족화된 만큼의 위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언데드 크레온이 파괴되기 전에 이나연, 김덕배, 김태석이 거인족을 계속해서 돌아가며 공격했다.

콰콰쾅!

그들 역시 영지전에서 승리하며 레벨 업 했다.

한 방, 한 방의 공격력 역시 이전보다 강력해졌다.

무난하게 거인족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거인족들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함부로 뛰어들어서는 안 돼.’

장현이 ‘무림인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거인족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죽을 위기에 처한 자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거인족 사냥은 곧 마나 흡수와 레벨 업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일개 영지민이 아닌 영지전에서 승리한 승자들.

함부로 난입했다가는 도리어 사냥감을 뺏는 적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개입해선 안 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거인족은 무척 강하다.

단독으로 거인을 상대해서 쓰러트릴 수 있는 자들은 많지 않다.

장현의 일행 중에서도 기껏해야 최형석 정도나 가능할까, 이나연과 김태석 또한 아직 일대일로는 무리.

그렇다면 다른 영지에서 온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있다면 저들이겠지.’

장현은 마현, 당사옥 등의 무림인, 아르헨과 그의 동료들인 헌터 무리, 테오를 비롯한 몇몇 마법사들, 이어 제이미와 성기사들 무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지구인들과 달리 본래 세상에 있을 때부터 무력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던 자들이다.

단순히 육체적인 강함이 아닌 기, 마나, 신성력을 수련한 자들이다.

장현은 그런 자들을 배제하고 상대적 약자들을 찾아다녔다.

‘저들이라면 괜찮겠어.’

이윽고 목숨이 경각에 처한 자들이 보였다.

무림인임에도 김덕배 정도의 무력을 가진 자들.

채챙!

무인의 칼이 휘둘러졌지만, 거인족의 피부를 슬쩍 갈랐을 뿐이다.

그의 검은 검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계에서 얻은 스킬이었다.

바로 무림의 낭인을 비롯한 삼류무사들.

장현이 무공을 사용해 그들을 도와 거인족들을 쓰러뜨리자, 그들은 장현을 당문세가의 고수로 알았는지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메지옥 성에서는 못 본 얼굴인데 당문의 제자이신가요?”

장현은 그들을 일견하고서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맞다는 것도 아니고, 틀리다는 것도 아니고.

썩 애매한 반응이었다.

‘굳이 대답을 안했으니 트집 잡진 않겠지.’

설령 트집을 잡는다 해도 상관없다.

마현을 제외하고는 지금 무림인들 중 자신을 능가할 자는 없다.

장현은 다시금 위기에 처한 자들을 향해 움직였다.

[거인족을 처치하였습니다.]

[거인족 킬 : 17]

장현은 어느 새 17명의 거인족을 쓰러뜨렸다.

주변 상황은 점차 변화를 맞고 있었다.

처음에 백여 명이었던 거인족이 어느새 50명 이내로 줄어들었지만, 죽어나가는 플레이어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죽는 자들이 많은 만큼 소수의 강자들은 다소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획득하는 마나 포인트보다 소모되는 마나 포인트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현학과 당사옥 역시 그러했다.

여덟 명의 거인족을 쓰러뜨린 현학의 내공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

그는 마나에 의지해 싸움을 이어나갔다.

틈틈이 내공을 운기하며 바닥난 내공을 보충하려 애썼지만, 위기에 처한 동료들이 곳곳에 있어 회복이 더뎠다.

막 한 명을 또 죽였을 때, 인근에 있던 거인족 하나가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현학을 죽이고자 달려들었다.

“젠장, 태극혜검만 익혔더라도.”

지친 현학의 입에서 안타까움에 젖은 목소리가 흘렀다.

태극혜검을 익히면 자연에 존재하는 마나의 기운으로도 무공을 쓸 수 있다.

내공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무리다.

“안 돼!”

당사옥이 현학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여차하면 대신 죽을 것을 각오한 것이었다.

그녀도 이미 내공이 바닥난 것은 마찬가지.

내공 대신 모아둔 마나 포인트를 쓰며 싸우고 있었다.

“사옥, 비켜! 죽을 수도 있어.”

“안 돼요, 오라버니.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당가도 끝장이 났는데 제가 더 살아서 뭐하겠어요. 죽더라도 오라버니랑 같이 죽겠어요.”

당사옥은 죽음을 각오한 눈빛으로 현학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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