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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80화 (80/211)
  • 80화. 장현의 선물 (5)

    [서큐버스의 유혹의 스킬]

    분명히 대비했다.

    서큐버스인 안젤라의 사랑을 얻어야 한다는 테오의 전언을 받았을 때부터 이 순간을 각오했다.

    그럼에도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후욱 하고 다시 치솟았다.

    [내게 복종하라. 난 너의 주인이다.]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정신이 갈수록 멍해져갔다.

    [내게 복종하라. 난 너의 주인이다.]

    장현은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아직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으나 머리가 멍했다. 그 상태에서 그는 억지로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기술에 걸려든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계속 버티고 있으면 안젤라는 분명 더 강하게 스킬을 사용할 것이다.

    장현은 입을 열어 대답했다.

    “네, 여왕님.”

    그의 추측대로 안젤라는 장현이 유혹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유혹의 기운을 뿜어내지 않았다.

    장현을 휘감았던 사이한 기운이 점차 옅어져갔다.

    ‘역시 나의 매혹의 스킬에 고작 인간 따위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지.’

    그 순간 장현의 당문독공이 하단전에서 상단전으로 올라가며 전신을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장현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운기를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운기의 효과로 몽롱하던 정신이 점차 돌아왔다.

    그 순간 장현에게서 시스템 알림이 연이어 울렸다.

    [히든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강대한 서큐버스의 종족 스킬을 벗어난 플레이어 장현에게 먼저 찬사를 보냅니다. 플레이어 중 처음으로 서큐버스의 유혹에 당했으며 그것을 견뎌낸 플레이어에게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내용 : 서큐버스의 유혹을 견뎌내고 사랑을 얻어라. 그리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것입니다.]

    [보상 : 마계의 실세가 될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게 뭐야. 지어낸 얘기였는데 정말로 히든 퀘스트가 생겨버리다니.’

    장현은 지금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그가 안젤라의 사랑을 얻는다고 한 것은 테오의 전언을 동료들에게 둘러대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히든 퀘스트였다니.

    ‘테오, 당신이라는 사람은 정말 여기까지 다 알고 있었던 겁니까.’

    그는 시스템 상태창의 알림을 하나하나 다시 읽었다.

    의문이 드는 모호한 표현들이 있었다.

    그동안 주어진 퀘스트의 보상은 명확한 것들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물음표가 달린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는 내용과 마계의 실세가 될 자격이 보상으로 주어진다고 한다.

    표정이 찌푸려졌다.

    ‘원하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걸까. 혹시 창조신의 아이템과 관련된 것일까? 아니면 이번 회귀의 목표인 마왕을 죽이는 것과 관련된 것일까. 이도저도 아닌 다른 것일 수도 있겠는데.’

    장현이 의문을 품었지만 명확한 해답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더군다나 마계의 실세가 보상이라.

    안젤라를 얻으면 자연스레 마계의 실세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딸을 뺏어갔다고 헬릭스에게 추살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스런 일이다.

    ‘분명한 건 그녀가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데.’

    전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사랑이라는 게 필사적일수록 더 멀어져 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몰랐다.

    ‘노력하면 어찌어찌 되겠지.’

    연애를 글로만 접해본 부작용이다.

    장현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상념에 잡혀있는 동안 안젤라는 그가 자신의 유혹 스킬에 완전히 걸려들었다고 판단했다.

    천천히 그녀에게서 장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도 아버지께 들은 건데, 마왕과 대공 전하가 신계를 무너뜨리면서 마왕이 어떤 아이템을 찾았다고 했어. 그건 신계의 성지에 비밀스레 보관되어있던 것이고, 그것을 지키는 자 또한 아주 강한 권능을 갖고 있었다고 했어. 그게 바로 마왕이 신계와의 전쟁을 일으킨 이유였다고 해. 폴더블 패드 형태의 아이템. 바로 창조신의 아이템이지.”

    “…….”

    “어렵게 그 아이템을 지키는 자를 쓰러트린 마왕이 그 아이템을 얻었을 때 문제가 생겼어. 전투의 여파인지 아니면 그것을 지키는 자의 수작인지는 몰라도 폴더블 패드가 파손되어 있었던 거야. 마왕과 대공 전하는 그 후로 그것을 복구시키기 위해 여러 세계를 뒤졌어. 그러다 인간들의 문명이 그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지구의 공학기술, 마법세계의 마법, 무림의 자연친화적인 에너지인 ‘기’를 활용하는 무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그래서 인간세계에서 샘플에 해당하는 인간들을 잡아온 거였어. 그 외 다른 세상에서 온 인간들은 혹시나 하고 여분으로 잡아온 거고. 그렇게 잡아온 플레이어들이 치르는 경기는 이것저것을 실험하기 위해서 만든 실험장이지. 동시에 일반 마족들에게는 오락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게 또 마나 포인트를 벌 수 있는 사업성도 갖고 있거든. 패드의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그걸 사용할 이유가 있어야겠지. 그게 바로 마튜브, 영상 엔터테인먼트야. 자, 여기까지가 마왕과 대공의 목적이야. 바로 ‘플레이어들의 경기’가 생긴 이유지. 각 성에서 고위마족이 영지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 또한 같은 목적이야. 창조신의 아이템인 패드를 복구하는 거야. 그런데 그 작업에는 엄청 많은 마나 포인트가 소모돼. 겸사겸사 마나 포인트를 벌기 위한 목적도 있어.”

    여기까지 설명한 안젤라는 목이 마른지 찻잔에 물을 타서 마셨다.

    힐끔 장현을 쳐다본 그녀는 그가 여전히 자신의 유혹의 스킬에 걸려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뒷말을 더 이었다.

    “마도공학 박람회를 만든 이유도 같아. 그 창조신의 아이템인 패드를 복구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과 부품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게 목적이야.”

    안젤라는 설명을 마쳤다.

    “자, 내 설명은 여기까지야. 넌 결코 이 내용을 외부에 언급해서는 안 된다. 언령에 대고 맹세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언령에 대고 맹세하겠습니다. 결코 외부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장현은 여전히 스킬에 걸려있는 연기를 하며 약속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안젤라가 장현에게 손짓을 하자 그를 감싸고 있던 사이한 기운이 다시 안젤라에게 돌아왔다.

    장현은 안젤라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사이한 기운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것을 느꼈다.

    당문독공으로 한쪽에 모아두었던 기운이 그녀를 향해 빨려 들어간 것이다.

    안젤라는 자신이 뿌려놓은 기운이 정상적으로 회수되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기운 속에는 언령의 맹세가 걸려있기에, 그가 약속을 지키도록 구속을 할 것이다.

    그녀는 유혹 스킬을 거두었다.

    안젤라는 장현이 그녀의 기운을 한쪽으로 몰아두었기에 정신까지 언령에 지배되지는 않았다는 것과, 그에 따라 구속력이 그에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안젤라의 기운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자 장현은 본격적으로 기운을 전신혈맥에 돌리기 시작했다.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내공의 기운이 가슴을 거쳐 머리로 올라왔다가 다시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아직 탁하던 머리가 완전히 맑아졌고, 활화산처럼 들끓던 가슴속 열기 또한 사라졌다.

    장현은 조금 전 안젤라가 내뱉은 말을 되새겼다.

    그는 충격에 가까운 전율을 느꼈다.

    ‘이런 비밀이 숨어있었다니. 이 모든 것이 창조신의 아이템 때문이라고.’

    안젤라는 장현이 자신의 매혹 스킬에 넘어왔다고 생각했기에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다.

    앞으로 그가 헬릭스 성의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인정하지 않았다면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헬릭스 본인이었다면 결코 언급하지 않았겠지만, 소성주인 안젤라는 아직 어렸다.

    세상 경험도 부족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만심 또한 가득했다.

    그랬기에 장현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젤라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장현이 그녀에게 했던 선물과 영지 레스토랑에서 나눴던 대화가 그녀의 마음의 빗장을 일부 열어준 영향도 있었다.

    장현은 안젤라에게 들은 내용을 되새기며 한 가지 가정을 했다.

    ‘마왕과 대공이 얻으려는 창조신의 아이템을 만약 내가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혹시, 퀘스트에서 언급했던 ‘원하는 것’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꿈에도 그리던 집으로 돌아가는 것.

    원래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금 안젤라에게 들은 비밀은 1회차의 동료들조차도 모르는 사실이다.

    설령 알고 있을지도 모르나 동료들에게 전해 받은 지식 속에는 없었다.

    장현은 회귀 전 테오 등이 보낸 정보를 전부 뒤졌지만 이런 부분은 없었다.

    ‘이제 그들이 전할 내용은 더 이상 내게 큰 도움이 안 되겠어.’

    창조신의 아이템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의 과거 지식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제부터는 그가 직접 부딪혀가며 알아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포함해 모든 플레이어 중 장현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당분간 김덕배 등 동료들에게도 이 얘기를 함부로 털어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장현은 너무나도 큰 비밀을 들어 크게 동요한 상태였지만, 안젤라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혹 스킬에서 깨어나면서 겪는 자연스런 후유증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랬기에 안젤라는 아무 의심 없이 말을 이었다.

    “우리 헬릭스 성도 폴더블 패드에 필수적인 부품을 두 개 맡고 있다. 내가 너에게 건네줬던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가 바로 그 부품들이지. 안타깝게도 아직 창조신의 패드에 들어갈 수준은 못되지만 일반 마족들에게 보급품으로 공급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우리 영지의 주요 수입 원천이다. 앞으로 마계의 패드는 폴더블 패드가 지배적인 위치를 잡게 될 수밖에 없어. 그렇기에 계속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창조신의 패드에 필요한 수준까지 도달할 거라 믿는다. 너 또한 연금술사이자 대장장이라고 하니 우리 성에 필수적인 인재가 되도록 해라.”

    안젤라의 말에 장현은 자세를 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목숨 바쳐 명을 받들겠습니다.”

    장현은 여전히 스킬에 취한 듯 행동했다.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기에 자연스런 행동이 나오지 않았다.

    안젤라는 장현의 어색한 말투가 여전히 자신의 매혹 스킬 때문이라 생각했기에 그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더 이상 예전처럼 건방떠는 모습이 없는 것에 만족했지만, 이런 모습의 그는 영 재미가 없었다.

    “되었다. 앞으로는 나를 부를 때 다시 안젤라님으로 부르도록 해라.”

    안젤라는 그가 자신에게 노예처럼 주인님이라고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기가 싫었다.

    예전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더 좋았다.

    “네, 안젤라님.”

    “할 말 다했으니 이제 물러가.”

    “안젤라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안젤라의 침실에서 나왔다.

    장현의 영혼이 빠진 듯한 대답에, 안젤라는 기분이 썩 개운치 못했다.

    뭔가 이상하게 짜증이 샘솟았다.

    “괜히 유혹 스킬을 사용했나.”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어 그녀는 손톱을 깨물었다.

    “에잇, 모르겠다. 다시 목욕이나 해야 겠어.”

    장현이 소성주의 거처에서 나오자, 일행들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너희들. 왜 집무실에 있지 않고 여기 침실 앞까지 와 있는 거야?”

    “현아, 소성주가 선물 보고 뭐라고 했어?”

    “결과가 궁금해서요. 걱정이 되기도 하고.”

    김덕배는 그렇다고 쳐도, 이나연까지 저렇게 물어올 줄이야.

    어지간히 궁금했던 것 같았다.

    “뭐, 좋아하긴 했어.”

    장현의 신경은 소성주가 털어놓은 창조신의 패드 아이템에 쏠려 있었기에 만티코어 조형상에 대해서는 지금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 대답을 들은 일행들이 서로의 눈을 마주봤다.

    장현의 표정을 보아하니, 말과는 달리 뭔가 잘 안 풀린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면 더 이상 묻는 게 아니다.

    김덕배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렇군, 잘됐네. 사실 할 얘기가 있었어. 조금 전에 그 놈들을 봤어. 그래서 여기까지 서둘러 온 거야.”

    “그놈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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