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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78화 (78/211)

78화. 장현의 선물 (3)

장현은 만티코어 조형상을 가지고 상점을 나섰다.

함께 들어갔던 일행들은 이미 필요한 것을 다 샀는지 상점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현, 그게 뭐야?”

김덕배의 질문은 모두의 궁금증을 대변한 것이었다.

장현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사왔으니까.

“만티코어 조형상이야.”

“설마, 상점 이용권으로 그걸 교환한 건 아니지?”

김덕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런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환한 건 아니고, 직접 만들었어.”

김덕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럼 그거 말고 얻은 건 뭐 없어?”

“내가 필요한 건 드워프족에게 문의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하더군.”

“그렇게 된 거였군.”

그제야 납득했지만 여전히 만티코어 조형상을 가져온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덕배가 물어보려던 찰나 장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상점에서 구한 것 좀 보자.”

“전 성기사의 검을 구했어요.”

이나연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들어 올렸다.

이전에 장현이 만들어준 검이 아닌 은빛 찬란한 장검이었다.

검에서는 이나연에게서 풍기는 신성력과 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은 여신의 신성력이었다.

“이나연에게 딱 적당한 검이군.”

장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른 일행들의 아이템을 훑었다.

“최형석은 지팡이를 샀군. 사시미를 살 줄 알았는데, 의왼데.”

“흐흐, 이제 제가 직접 싸울 일이 별로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몸을 풀 때는 싸우겠지만 그건 형님께 받은 쌍칼이 있지 않습니까. 이건 그냥 지팡이가 아니라 사령술사용 아이템입니다. 소환할 수 있는 개체를 늘려줍니다. 더군다나 성장형이어서 제 능력만 따라준다면 언데드 군단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최형석은 말과 함께 지팡이를 바닥에 가볍게 내려쳤다.

“움바리 사바라.”

주문과 함께 최형석의 뒤로 스켈레톤과 삼두견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제일 앞에는 마족 크레온이 언데드가 된 채로 대기했다.

그 수가 무려 100이 넘었다.

“크레온을 포함하고도 이 정도나 소환하다니.”

장현이 가볍게 감탄하자, 최형석은 씨익 웃었다.

“이 지팡이에 담긴 주문을 따라 읊으면 어둠의 마나가 지팡이에서 전해지더군요. 그리고 아직 더 소환할 수 있습니다.”

“좋아. 잘 샀구나. 언젠가 정말로 언데드 군단을 소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물론입니다. 군단장은 마계 최고위급 마족, 그러니까 마왕이나 대공으로 만들어야죠.”

“하하. 제발 그래줘라. 우리가 마왕과 대공을 쓰러트리게 되면 분명 그럴 수 있을 거야.”

장현은 흡족한 얼굴로 이번엔 김덕배를 바라봤다.

그는 덕배의 검이나 갑옷을 봤지만, 별다른 게 없었기에 의아하게 물었다.

“넌 뭘 산거야? 바뀐 게 없네.”

“흥. 잘 봐. 마법의 신발이야. 순간 스피드를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어.”

김덕배는 발을 쿵쿵 굴렀다.

그때서야 장현은 그가 산 게 신발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덕배 너에게 잘 어울릴 거 같다.”

“글치. 이거라면 전장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을 거 같아. 아쉬운 거라면 전투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인데. 쩝, 장현처럼 무술이라도 익히거나 전투용 스킬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김덕배의 아쉬움을 들은 이나연이 핀잔을 줬다.

“덕배야, 내가 알려준 거라도 숙련도를 올리도록 해.”

“알겠어요. 누나.”

김덕배는 크로커다일족과의 전투에서 이나연에게 배운 검술과 창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무서울 정도로 실력이 급증했다.

전투가 끝나고도 이나연에게 계속 검술과 창술을 지도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스킬과 무술을 욕심냈으니 그녀가 핀잔을 준 것이다.

핀잔을 들은 김덕배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나도 빨리 강해져서 배우는 것보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김덕배는 땅만 쳐다보며 괜히 새로 산 부츠로 땅을 찼다.

일행들은 부츠를 시험하는 것이라 생각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장현은 이어 이성훈을 바라봤다.

“그건 뭐지?”

이성훈은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다.

“‘마계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입니다.”

“왜 무기가 아닌 책을 산거야?”

장현은 ‘역시 공무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훈은 뒷머리를 긁으면서 멋쩍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영지관리를 해보니 전반적으로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막막했거든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필요했어요. 토질이라든지, 감자두더지라든지, 과일도 그렇고, 마계돼지 등등 최근에 우리 영지에 필수품이 된 게 많은데, 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었어요. 그리고 마계 사회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어서요.”

이성훈의 말에 장현의 눈이 빛났다.

“그래서 그 책을 산거군.”

“네. 사실 전 지금 있는 무기로도 충분해서 무기는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보다 영지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새로 편입된 영지민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투입할지를 계속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좋군. 훌륭해.”

장현은 이성훈이 실로 기특했다.

그는 만족한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여하튼, 다들 좋은 아이템을 얻은 것 같으니 다행이야.”

일행들은 이제 어디 내놔도 모자라지 않을 사람들이 되었다.

전투적인 면에서나 영지운영적인 면에서나 충분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충분히 플레이어 독립 전쟁 때 제 몫을 하겠어.’

그때 이나연이 만티코어 조형상을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그런데 장현 씨는 무기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조형도 정말 잘하시네요. 전 사실 이 조형상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 말에 다들 장현의 조형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성훈이 장현에게 물었다.

“장현 씨. 이 만티코어는 어떤 용도인가요? 혹시 소성주에게 줄 선물로 만드신 건가요?”

장현이 안젤라 소성주의 사랑을 얻으라는 히든 퀘스트를 받았다고 얘길 했기에 이성훈은 자연스레 짐작할 수 있었다.

“맞아. 상점 주인이 이 만티코어 인형이 요즘 마계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인기 있다더라고. 그런데 그게 300 포인트나 하길래 내가 직접 만들어봤어.”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소성주는 아마도 장현 씨가 직접 만든 조형상을 더 마음에 들어 할 겁니다. 일반 인형은 다른 귀족들도 마나 포인트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성훈의 말에 장현은 기분이 좋았다.

“소성주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그 말을 들은 이성훈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현 씨,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됩니까?”

“뭔데?”

“이 만티코어를 만든 이유가 단지 소성주한테 선물해서 사랑을 얻으려는 게 다인가요?”

장현은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며 고민했다.

아마도 이성훈은 영지를 위해 도움이 될 책을 샀는데 정작 장현은 소성주의 환심을 살 물건을 제작하는데 상점이용권을 썼다고 생각해 실망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성훈은 앞으로도 필요한 존재다.

그의 역할은 지금 다른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다.

눈에 띄지 않지만 영지가 발전하고 벌어들인 마나 포인트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을 인물이다.

그런 그의 실망을 사게 되면 앞으로 피곤해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 것의 중요성을 다 설명할 수도 없고, 난감하네.’

대공의 마도공학 박람회부터 시작해서 대공과 마왕이 경기를 만든 목적과 창조신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 이런 얘기들을 하자면 너무 할 얘기가 많다.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회귀했다는 사실도 자연히 밝혀야 한다.

‘회귀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말해도 될까? ……아직은 안 돼.’

이미 1회차와 많이 달라졌지만 회귀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어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회귀를 얘기하는 건 아르헨, 마현, 테오와 제이미.

이들에게 가장 먼저 얘기해야 한다.

그 후에나 현재 동료들에게 얘기해야 했다.

고민하던 장현은 문득 좋은 명분이 떠올랐다.

“이건 영지의 먹거리 사업이야.”

“네?”

“만티코어 조형상을 만든 후 상점 주인 지로발과 독점공급계약을 맺었어.”

장현은 자신이 받은 계약 스크롤을 동료들에게 보여주었다.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김덕배가 물었다.

“독점공급계약이라니 이게 뭐야?”

“만티코어 인형이 예술품으로 마계 귀족자제들에게 비싸게 팔려나간다더군. 다들 미술품들이 지구에서 얼마나 잘 팔려나갔는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부산옥션의 주가가 엄청 뛰기도 했었죠. 미술 전시회 때마다 수많은 미술품들이 팔려나갔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역시 이성훈과는 얘기가 잘 통하는군. 여기 마계도 그렇더라고. 그래서인지 상점 주인이 먼저 얘길 꺼내기에 독점공급계약을 맺고 이걸 유통시켜주기로 했어. 앞으로 이게 우리 영지의 먹거리 사업이 될 거야.”

“이건 장현님이 직접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과연 그럴 시간이 있을까요?”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돼. 난 만드는 과정을 감독하고 이후 생산된 제품들 품질 검사만 할 거야. 영지민들에게 대량생산하도록 공장을 만들어서 보급품으로 풀 거야.”

“그러면 예술품이 아니게 되지 않나요?”

“그렇지. 예술품은 아니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있지. 마계의 수많은 마족들이 귀족들의 취미를 따라하기 위해서라도 살 거야.”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걱정 마. 상점 주인과 얘기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이 난거야. 원재료도 상점 주인 지로발이 공급을 책임지겠다고 했어.”

“그렇군요. 그럼 만들었는데 안 팔리고 재고가 쌓이면 어떡하죠?”

“일단은 하나씩 만들면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생산하는 식으로 해야겠지. 이성훈 네가 염려한 부분까지 진행하려면 브랜드화도 시키고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아. 그전에 안 팔리면 접어도 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성훈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대화를 듣긴 했지만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성훈이 어차피 다시 알려줄 것이다.

괜히 장현에게 다시 물어 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김덕배 등은 그런 생각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장현과 일행은 상점에서 용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영지로 돌아가기 전 안젤라에게 들러야했다.

안젤라의 집무실로 간 장현 일행은 로메드를 만나 용건을 얘기했다.

“소성주님께서 다시 들르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안젤라님은 지금 침실에 계신다. 시녀장한테 물어보고 올 테니 기다려라.”

로메드는 안젤라의 시녀장에게 다녀오더니 장현만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들 여기서 기다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장현은 동료들을 기다리게 하고는 로메드의 안내에 따라 안젤라의 침실로 향했다.

로메드가 시녀장에게 얘기했다.

“시녀장, 장현을 데리고 왔습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시녀장이 문을 열고 안젤라에게 전했다.

“안젤라님, 로메드 경비대장이 장현을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오라 해.”

허락이 떨어지자 장현은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로메드는 장현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갔다.

침실에 들어선 장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소성주의 침실에 들어오게 되다니.’

안젤라가 목욕가운 차림에 양머리 형태의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게 보였다.

“헉, 안젤라님! 이게 대체.”

몸에서 뽀얀 김이 올라오고 얼굴도 촉촉해 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장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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