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76화 (76/211)

76화. 장현의 선물 (1)

지로발은 손에 든 아이템을 누가 볼까 두려워하며 주위를 살폈다.

마계 귀족 사업의 핵심 비밀과 관련된 물건을 빼돌렸다고 오해받는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소성주 안젤라가 이걸 주더니 만들어내라고 하더군. 이 물건이 디스플레이 장치에 쓰이는 게 맞나?”

“맞아. 잘 알고 있군. 섀도우 마스크는 패드에 들어가는 부품이야. 힌지 모듈은 폴더블 패드에 들어가는 부품이고. 헬릭스 성이 이 기술에 있어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패드?”

그 말을 듣고서야 장현은 무심결에 지나쳤던 걸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헬릭스 성주가 패드를 들고 있었지. 안젤라 소성주도 그렇고. 왜 이걸 1회차에서는 주의 깊게 보지 않았을까.’

아마도 헬릭스의 사업체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데다가 지금처럼 안젤라에게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 모듈을 건네받아 살펴볼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는 마족과 싸우는 데만 집중했었으니 자연히 전투용 아이템 외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또한, 헬릭스 성의 생산품이니 다른 성에서는 취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료들 역시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 모듈을 만들려고 하는데 혹시 재료를 구할 수 있을까?”

“이것들은 붉은 산맥의 드워프들이 재료 수급부터 제품 생산까지 통제하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다. 붉은 산맥의 드워프들과 거래하는 상점 주인 중 친분이 있는 자가 있어. 한번 알아는 볼 테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드워프 족장이 허락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들었으니까.”

“그래. 일단 알아만 봐줘. 그리고 혹시 드워프 족장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나?”

“알아보는데 적어도 15일은 걸릴 거야. 드워프 족장과 만남이라. 그것도 한번 알아보지.”

“고맙다, 지로발.”

“아직 성사된 것도 아니니 고마워하긴 이르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고마워.”

지로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워프는 마계에서 뛰어난 손재주로 유명한 종족이다.

그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그걸 부품으로 생산한 완제품인 패드까지.

마도공학과 관련된 대부분의 산업에 관여하고 있다.

그 중 드워프 족장 포프는 마계에서도 유명한 네임드.

그를 만나는 건 마왕이나 대공을 만나는 것 못지 않게 어렵다.

그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지로발은 확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혹시 이 재료를 구하려는 이유가 뭐지?”

“소성주가 내게 그것들을 만들라고 명했다.”

장현의 대답에 지로발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인간에게 뭘 기대하고 그런 걸 요구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성주님은 성의 사업에 관여하고 계시니 충분히 뛰어나신 분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실수 하신 게 아닌가 싶군.”

“그게 말이야.”

장현은 영지전이 끝난 후 안젤라가 방문했을 때 그녀가 화를 낸 일을 얘기했다.

“역시 괜히 그런 일을 시키신 게 아니었군. 이번엔 그저 널 혼낼 구실을 만든 거야. 내 생각엔 이번에도 선물을 해주는 게 어떤가 싶은데.”

“선물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지?”

“넌 정말 운이 좋군. 내가 소성주님 취향에 맞는 물건을 골라주겠어. 그분은 우리의 VIP 고객이신만큼 취향은 다 파악하고 있거든.”

“그렇군. 고맙다, 지로발.”

지로발이 장현의 앞에 물건들을 꺼냈다.

“여기 신상품들이야. 소성주 취향이니 골라봐.”

“흠…… 이건 정말 의왼데…… 이게 소성주 취향이라고?”

지로발이 꺼낸 상품들은 지구에서 흔히 보던 곰 인형과 고양이 인형, 펭귄 인형들이었다.

그 뿐 아니라 삼두견 인형과 만티코어 인형까지 있었다.

지로발이 인형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성주의 침실에는 이 인형들이 가득 차 있다고 하더군. 그리고 신상이 나올 때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들을 버리고 기존의 신상품들이 다시 구석으로 밀려난다더군. 나도 소성주의 시녀장에게서 들었어.”

장현은 지로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 전 보았던 시녀장을 떠올렸다.

“꽤나 많군. 이중에서 어떤 걸 고르는 게 나을까?”

장현의 물음에 지로발이 그중 하나를 골랐다.

만티코어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인형이었다.

“이게 좋을 거야. 만티코어를 희화하한 인형이지. 최근 들어온 따끈따끈한 신상이야. 그렇잖아도 어제 들어온 거라 시녀장한테 연락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네가 소성주께 선물을 한다니 그럴 필요가 없겠어. 이걸로 선물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군. 그런데 만티코어가 자신을 희화하한 인형이 만들어지는 걸 허락한 건가?”

장현은 헬릭스 성으로 오기 전 상대했던 만티코어를 떠올리곤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만티코어는 중급 마족이지. 그도 음차원의 마나가 필요할 텐데 이 캐릭터 매출이 그에게 상당한 수익을 줘. 사냥이나 노동으로 마나 포인트를 버는 것보다 자신의 초상권으로 마나 포인트를 버는 게 그로서도 훨씬 낫겠지. 세상에 마나 포인트가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거든. 아무리 강대한 마족이라도 말이지.”

“그렇군.”

장현은 납득했다.

헬릭스 성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1회차의 기억을 떠올리면 소성주 안젤라의 외가는 엔터테인먼트와 온라인 마켓 쪽으로도 사업을 하고 있었다.

소성주 안젤라는 거기에 대한 지분도 어머니로부터 상속분을 받았다고 했었다.

‘마족의 세계도 기본적으로는 인간 세상과 비슷하군.’

회귀한 후 마계 귀족 세계를 접할수록 기존에 알지 못하던 마계의 생태계가 보였다.

마계를 전복하고 마왕을 쓰러트리려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이 또한 배경지식으로 알아야 했다.

‘실패한 1회차와는 다르게 가야지.’

1회차에서 자신은 생존과 전투, 아이템 제작에만 집중했다.

‘나는 그저 대장장이에 불과했지.’

마족은 증오의 대상이자 싸워 쓰러트려야 할 적이었다.

대장장이 장현은 마족들의 일상생활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빼앗아간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때와 달리 보이는 게 많다.

마족들의 라이프는 인간들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장현은 만티코어 인형을 골랐다.

“이걸로 하지, 가격은 얼마지?”

“원래는 500 마나 포인트인데, 우리 리자드맨의 은인이니만큼 원가에 팔도록 하지. 300 마나 포인트만 내도록 해.”

“아니, 고작 이 인형 하나에 300 마나 포인트라니.”

장현의 반발에 지로발이 되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그 말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붉은 산맥의 드워프들을 모욕한 게 알려지면 누구도 너에게 인형을 팔지 않을 테니.”

“아무리 드워프제라고 해도, 고작 인형이 300 마나 포인트나 한다니 말도 안 돼.”

헬릭스 성주에게 받은 1만 마나 포인트에 비하면 300 마나 포인트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선물 하나에 지출하기에는 앞으로 마나 포인트를 쓸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건 귀족전용 물품이야. 우리 같은 평민들의 물건이 아니야. 예술품이란 그런 거야.”

“예술품이라.”

지로발의 말을 들은 장현이 예술품이라는 말에 가만히 인형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예술품으로 인정받는다면 비쌀 수 있었다.

지구에서도 예술품에 들어가면 설령 그것이 쓰레기 같은 잡화거나 끼적인 낙서에 불과하더라도.

상당히 비싸게 팔렸다.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그는 한참 동안 인형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이걸 만들면 같은 가격에 사줄 거야?”

“뭐. 네가 이걸 만든다고?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상대도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넌 우리 리자드맨족의 에레뜨를 복원한 대장장이니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비록 평생 인형만 제작한 드워프를 금방 따라잡긴 쉽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이거와 동급의 품질이거나 더 낫다면 사준다는 거지?”

“그야 물론 사주지.”

“얼마에?”

“동급일 경우 300 마나 포인트. 그보다 높은 품질이면 거기에 프리미엄을 더 붙여주지.”

“좋아.”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형을 자세히 살폈다.

‘이거 마나 포인트를 모을 수단이 또 생겼군.’

귀족을 상대로 납품 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아이템을 파는 것보다 훨씬 많은 마나 포인트를 벌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한 때 대장장이 조각의 보유자로서 대장장이의 정점을 찍었던 안목이 있었다.

한번 만들고 나면 그 다음에는 영지민들로 하여금 대량 생산하게 해서 브랜드를 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이 마계는 이미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어 있다.

마계 상점에 입점하고 생산한 인형을 소싱한다면 영지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야겠지.’

비록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1회차 때 최상급 대장장이였기에 그는 마계 상점과 온라인 마켓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군. 한번 제대로 마나 포인트를 벌어봐야겠어.’

마침 고급 대장장이 퀘스트를 위해서도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해야만 했다.

내친김에 장현은 만티코어 인형을 들고 상점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산다는 건 취소. 잠시 여기 간이 대장간 좀 빌리도록 할게.”

“혹시 그 인형을 직접 제작해서 선물하려는 거야?”

“비슷해. 300 포인트 쓰는 게 아깝기도 하지만 다른 계획이 있어서 말이야.”

“이봐. 너 선물할 거라고 했잖아.”

로메드가 한숨을 내쉬며 장현을 돌아보았다.

“음?”

“물론 넌 잘해. 튜토리얼에서 본경기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플레이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 우리의 숙원인 에레뜨 금속도 복원시켰지. 그런데 선물은 좀 다르지 않을까?”

“뭐가 다르다는 거지?”

“이건 드워프가 만든 인형이야. 드워프 제품이라는 것 자체가 브랜드야. 고위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도 명품으로 취급받는다는 말이지. 선물이라면 그런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데 말이야. 만약 그녀가 널 사랑하고 있다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 그때는 직접 만든 선물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그건 다른 종류란 말이야.”

“그럼 내가 명품 급으로 만들면 돼. 잊지 마. 네가 말했듯이 난 너의 부족의 숙원인 에레뜨 금속을 복원해서 에레뜨 팔찌를 만든 사람이라는 걸 말이야.”

“미안하군.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응원하도록 하지.”

장현의 대답에 지로발은 사과했다.

회귀 직전의 장현은 대장장이 조각의 보유자로 마계 최고의 대장장이였다.

드워프들. 물론 많이 만나보고 그들의 제품도 수없이 살펴봤다.

대장장이로 유명한 종족이니만큼 지로발의 말처럼 뛰어나다.

그렇지만 그들은 중급에서 고급대장장이 수준이다.

드워프 족장 포프라면 몰라도 다른 이들이라면 장현과 비빌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회귀해서 예전 같지 않다지만, 나 장현이라고.’

장현은 상점의 대장간 화로 앞에 앉았다.

성주성의 대장간이라 없는 도구가 없었다.

장현은 인벤토리에서 금속을 꺼내 들었다.

크로커다일족들과 강신배가 사용했던 전차와 발리스터를 해체하고 얻은 금속이다.

마라늄, 재료 레벨 4의 금속.

고급 대장장이가 되기 위한 퀘스트로 트레뷰셋과 안젤라의 팔찌를 만들었다.

앞으로 두 가지.

그 중에 하나를 지금 해결한다.

‘쑤엉, 불을 지펴줘.’

‘어우, 이번에는 내 선물을 주려고 부르는 거겠지?’

‘만티코어 인형을 만들 생각이야. 시험 삼아 하나 만들고 나서 제대로 만들게 되면 그때는 쑤엉한테 줄 인형을 제대로 만들어서 선물해줄게. 지금 건 연습 삼아 만들어보려고 하는 거야.’

‘만티코어 인형? 혹시 재봉술이라도 익힌 거야?’

‘아니. 내가 인형이라고 설명했지만 조형물이야. 만티코어 조형상이라고 할 수 있겠군.’

‘알겠어. 연습으로 만들고 나서 내 꺼도 만들어 준다는 거지?’

‘물론이야. 이번에는 손을 풀겸 연.습.으로 만드는 거라고. 그래도 쑤엉의 도움이 필요해. 중급정령의 화력을 어디 다른데서 구할 수가 있겠어.’

‘하하하. 하긴 나만한 능력자를 구하긴 쉽지 않지.’

쑤엉은 중급 정령으로 성장한 뒤 자신감이 크게 오른 상태였다.

쑤엉의 기분을 파악한 장현은 재빨리 말했다.

‘시작한다. 불 올려.’

‘알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