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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74화 (74/211)
  • 74화. 제시카와 아르헨 (2)

    “자, 이제 날 따라 오너라.”

    아르헨은 이정환을 향해 말했다.

    이정환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혜정은 강신배의 죽음에 놀라긴 했으나, 슬프기보다 오히려 고소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아르헨에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어디로 가시는 거지요?”

    “그 전에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르헨은 매너 있는 태도로 그녀에게 반문했다.

    김혜정은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 김혜정이에요.”

    “김혜정양. 우린 헬릭스 성주성으로 가고 있습니다.”

    “헤, 헬릭스 성주성은 안돼요! 우리가 거기가면 분명 죽을 거예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제시카 소성주님이 계시고 이미 그대들을 받아들였으니 저들이 어쩌진 못할 겁니다. 더군다나 영지전의 승리자도 아닌데다 영주도 아니니 그쪽에서도 별로 신경 쓰진 않을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지켜주세요.”

    김혜정이 공손히 아르헨에게 부탁했다.

    그 때 제시카가 지루한 듯 아르헨을 불렀다.

    “아르헨, 아직 멀었니?”

    “아닙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시카님. 이제 출발해도 됩니다.”

    “저놈은 왜 죽였어?”

    “기분 나쁘게 생겨서요.”

    “하하하, 그래. 기분 나쁜 놈이면 죽이는 게 낫지.”

    아르헨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죽은 강신배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한편, 장현 일행은 술에 취한 로메드 대신 지네차를 몰고 나타난 크로커다일 병사를 따라 헬릭스 성주성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로메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술에서 깨지 못한 듯 어두운 표정으로 장현을 맞이했다.

    “안젤라님이 너희를 기다리고 계신다. 성주님을 뵙기 전에 먼저 안젤라님께 들를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현은 의문이 들었지만 로메드를 따라갔다.

    화난 채 뛰쳐나간 그녀가 다시 만나면 어떻게 대할지 근심이 들었다.

    로메드는 장현 일행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붉은색의 벽돌 건물 정문 앞에 이르자 걸음을 멈추었다.

    문 앞에는 안젤라의 시중을 드는 서큐버스 시녀들이 있었다.

    그 중에 시녀장처럼 보이는 서큐버스가 나섰다.

    “소성주님께서 얘기하신 분들이 이분들인가요? 로메드님.”

    “그렇습니다. 시녀장님. 소성주님의 분부대로 영지전에서 승리한 플레이어들을 데려왔으니 소성주님께 말씀드려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장현 일행을 대기시키고 시녀장은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성주님, 로메드 경비대장이 영지전에서 승리한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들어오라 해.”

    안젤라의 허가가 떨어지자 시녀장은 로메드에게 전했다.

    로메드가 장현들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면 된다.”

    장현 일행이 안젤라의 서재로 들어갔다.

    “오랜만입니다. 소성주님.”

    장현이 먼저 인사하자 일행들 또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젤라는 가만히 그들의 인사를 받다가 장현을 쳐다봤다.

    장현은 안젤라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휴우.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건가.’

    괜한 말로 안젤라의 분노를 산 것이 후회스러웠다.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던 안젤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똑똑한 놈이 왔구나. 숙제는 해왔겠지?”

    장현은 안젤라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그럼 어느 정도는 파악했다는 거네.”

    안젤라는 장현이 그랬던 것처럼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대략 어떤 물건인지만 파악했습니다.”

    장현의 말에 안젤라의 눈빛이 번뜩였다.

    “얘기해봐.”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모델 두 개다 디스플레이 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보입니다. 그 중 힌지모듈은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주요부품으로 여겨집니다.”

    “그 정도를 알아낸 것만으로도 칭찬할만하다만, 똑똑한 장현에게 기대한 정도는 아니군.”

    안젤라는 장현의 대답에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제길 뒤끝이 장난 아니구나.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만만치가 않겠어.’

    장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그저 가만히 있었다.

    안젤라가 그에게 다시 말했다.

    “너, 똑똑이. 들어라.”

    “네.”

    “넌 날 기만했다.”

    장현은 그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할까 하다가 무언가 모를 반발감에 입을 열었다.

    “제가요?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군 그래. 네가 요리사냐.”

    “아닙니다.”

    “그럼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냐?”

    “그것도 아닙니다.”

    “핏물이 흐르는 육즙을 미오글로빈이라며 날 모욕했지 않느냐. 그것이 날 기만한 게 아니라면 뭐냐.”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만 그건 팩트입니다.”

    “뭐 팩트? 팩트가 뭐야.”

    “아, 그저 사실을 말했다는 뜻입니다.”

    장현의 대답에 안젤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진정한 그녀는 흥분하지 않고 물었다.

    “너 대장장이라고 했지?”

    “네. 전 대장장이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연금술사이기도 합니다.”

    “연금술사? 오호라 대장장이면서 연금술사였기에 그렇게 똑똑한 척을 한 거였군.”

    “무례하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연금술사는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진리를 탐구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자입니다. 그것은 비단 금속뿐 아니라 만물에 작용합니다. 전 그것을 요리에도 적용했고 팔찌에도 적용했을 뿐입니다.”

    “재수 없는 자식. 즐기지도 않는 녀석이 그런 말을 해대다니.”

    “전 말씀드렸다시피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저에게 즐기는 감정은 그저 사치입니다.”

    장현은 말을 하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이 순간에도 안젤라의 사랑을 얻어야한다는 목적을 잊지 않았다.

    비록 앞전에 실수하긴 했지만 비굴해질 수는 없었다.

    비굴한 모습을 보여선 결코 여성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만이 안젤라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연애칼럼의 글이 떠올랐다.

    ‘연애칼럼에서는 이렇게 말을 할 때 눈을 바라보라고 했었지.’

    [아이컨택은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다만 계속해서 눈을 쳐다본다면 상대방은 압박을 받게 되고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적절하게 눈과 코 입을 번갈아 보며 보는 것이 포인트다. 아이컨택의 방법은 나의 왼쪽 눈으로 상대방의 왼쪽 눈을 30초가량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연애잡학-]

    잠시 아이컨택을 시도했던 장현이 말을 이었다.

    “저는 안젤라님의 재방문을 위해 특별히 몇 가지를 준비했었습니다. 첫째는 그 손목의 팔찌입니다. 두 번째는 마계돼지 스테이크였습니다. 제가 요리사는 아니지만 안젤라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지 요리사와 함께 연구했던 것입니다. 제가 준비한 선물에 대해 안젤라님께 제대로 설명하려다보니 마음이 앞서 실수한 거 같습니다. 그것이 안젤라님을 기만한 것이라면 저는 기꺼이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으음……. 이, 이 자식.”

    안젤라는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다.

    자신에게 선물한 것을 제대로 설명하려 한 것이라고 하니, 화를 계속내면 속 좁은 마족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건 싫었다.

    ‘고위 마족인 나 안젤라님이 속 좁은 마족으로 보여서는 안 되겠지.’

    안젤라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자 팔찌가 빛을 반짝이더니 한줄기 기운이 그녀의 체내로 들어와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혔다.

    안젤라는 그 사실에 살짝 놀라고는 장현을 기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대장장이겸 연금술사라고 했겠다. 너에게 개인적으로 할 말은 끝났다. 이제 공적으로 할 말이 있지만 먼저 성주님을 알현하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지금 마침 제시카 그년이 오고 있다고 하니 서두르도록 해라.”

    “…….”

    장현이 안젤라가 뒤에 덧붙인 말을 이해를 못하자 그녀가 손을 저었다.

    “제시카라고 인근에 있는 제넥스 성의 소성주가 있어. 거긴 마왕의 측근인데다 우리와 경쟁관계야. 자세한 얘기는 이따가 할 테니 어서 성주님부터 알현하고 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소성주님.”

    “됐어. 그럼 나가봐.”

    안젤라의 축객령에 장현과 일행들은 고개를 숙이고는 나갔다.

    장현은 조금 전 그녀가 한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제넥스 성주성의 영지전 승리자는 아르헨이다.

    ‘지금 헬릭스 성주는 마도공학 박람회 참석을 준비하고 있다. 그건 제넥스 성주 역시 마찬가지. 곧 아르헨을 만나게 되겠군.’

    안젤라의 거처에서 나온 장현 일행은 로메드의 안내로 성주에게로 갔다.

    로메드는 성주실에 이르자 큰 소리로 외쳤다.

    “성주님, 세이프존 영지전의 최종 승리자들이 입성했습니다.”

    “들어오너라.”

    헬릭스는 성주전의 높은 의자 위에 반쯤 드러누워 있었다.

    의자는 소파처럼 넓었다.

    강대한 몬스터의 사체로 만들어졌는지, 의자에서 강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기에 가장 민감한 사령술사 최형석이 가장 먼저 느꼈다.

    “저 의자. 대체 뭐로 만들어졌길래 이렇게 강력한 마기를 내뿜는 거지.”

    최형석은 마족 크레온을 언데드로 만들면서 사령술사로 크게 성장했다.

    그랬기에 대번에 헬릭스의 의자에서 나오는 특별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와는 달리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자연히 최형석의 반응은 헬릭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재밌는 녀석이 있군. 넌 사령술사로구나.”

    스으으으.

    헬릭스에게서 문득 마기가 뿜어져 나와 최형석의 전신을 뒤엎었다.

    최형석은 수많은 마물이 자신을 덮치는 듯한 환영을 보았다.

    ‘이건 환영이야.’

    그는 전신을 압박하는 마기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지만 버티려 애썼다.

    ‘너무나도 강대한 마기야.’

    앞에 있는 헬릭스가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던 그는 견디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잃을 뻔했다.

    순간 그를 압박하던 마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쁘지 않다.”

    최형석을 시험했던 헬릭스가 칭찬했다.

    “감사합니다.”

    최형석은 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각오를 다지며 전의를 불태웠다.

    ‘언젠가 저 놈을 나의 언데드 병사로 만들어 부리고 말테다.’

    크레온이 그의 언데드 병사로 들어오면서 최형석은 사령술에 있어 크게 성장했다.

    자신감과 목표 또한 상향조정했다.

    언젠가 1인 군단으로 마계를 휩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설령 마왕이나 대공이라 하더라도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지금 실컷 즐겨두라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헬릭스를 향해 살기를 띄웠지만 다행히 상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헬릭스 같은 고위 마족을 언데드로 부리게 될 때, 그는 마왕이나 다름없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숙인 최형석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목표가 싹텄다.

    헬릭스가 장현 일행을 둘러보더니 장현에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말했다.

    “수고했다. 영지전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다.”

    헬릭스의 말에 장현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영주는 네 녀석이 아니라 저 녀석으로 등록되어있군.”

    헬릭스는 패드에 떠오른 인물정보를 살피고는 의아한 듯 말했다.

    “영지를 관리하는 데는 저보다 김덕배가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뭐 그건 별로 중요치 않으니.”

    헬릭스가 자신의 세이프존 영지의 유일한 영주인 김덕배를 자세히 살폈다.

    김덕배는 이제 애송이 티를 분명하게 벗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가 고위 마족이라고 해서 긴장하지 않았다.

    다소 긴장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다.

    헬릭스가 말했다.

    “영지전 승리의 대가로 포상을 내리겠다. 내 성에 있는 상점에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 이용권과 함께 마나 1만 포인트를 포상하겠다.”

    헬릭스의 말에 모두의 눈이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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