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70화 (70/211)
  • 70화. 안젤라의 재방문 (4)

    선물에 대한 즐거움은 이미 사라지고, 의심과 경계가 가득했다.

    ‘역시 당연한 질문인가.’

    장현은 이미 그에 대한 질문이 나오리라 생각했기에 답변 또한 준비했다.

    “사실 성주성에 처음 갔을 때 워낙 인상적인 그림이 복도에 걸려있는 걸 봤었습니다. 이번에 선물을 준비하면서 그 그림이 떠올라 새기게 되었습니다.”

    “처음 성에 왔을 때 그 그림을 봤다고? 그림에 신경 쓸 여유가 있었다니 놀랍군.”

    “네. 낯선 곳이니까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얼마나 지내야 하는지 어떤 퀘스트가 떨어질지 불안했기에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

    안젤라는 장현의 답변이 기대한 것과는 달랐지만 납득은 되었다.

    안젤라는 그 그림을 여러 장 복사해 성주성 곳곳에 걸어두었다.

    장현은 아마도 그중 하나를 보았던 모양이다.

    ‘어쩐지. 저 녀석이 그걸 그냥 떠올린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안젤라는 장현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그에 대한 신비감이 줄어들었다.

    그때 장현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벽에 걸린 그림을 보았을 때 뭔가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상적인 느낌이라고? 그게 뭐지?”

    “평온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궁전 위의 불사조를 보았을 때는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불사조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저의 바람과도 같아서일까요.”

    “불사조의 마음이 너의 바람과도 같다고.”

    안젤라는 장현의 말을 들으며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오른손에 찬 팔찌를 톡톡 두들겼다.

    그건 안젤라의 평소 습관이었지만,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장현은 다른 생각을 했다.

    ‘혹시 주술진이 작용하고 있는 건가.’

    장현이 건넨 팔찌.

    거기엔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을 이용한 주술진이 새겨져 있다.

    감정을 자극하는 주술진이다.

    일종의 정신적 힐링 마법이지만 그는 그것에 살짝 변형을 가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완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은 증폭시킨다.

    ‘여자의 호감을 얻으려면 상대에게 공감을 해주고 공통점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라고 했지.’

    장현은 과거 읽었던 연애 글의 내용을 떠올려 적용했다.

    공감대 형성.

    연애의 기본이자 인간관계를 쌓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다행히 장현의 대답은 그녀의 마음에 든 듯했다.

    “알겠다. 이 선물은 잘 받도록 하지.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영지전 퀘스트를 승리로 완료한 것에 대해 축하 전달과 성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함이다. 거기 영주!”

    안젤라가 장현과 한참 얘기하는 동안 김덕배는 수행비서처럼 장현 옆에 서 있었다.

    “네!”

    그러다 안젤라가 자신을 지명하자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성주님께서 직접 상을 내리실 테니 영주는 관리자들과 함께 성주성으로 갈 준비를 해라.”

    “네. 알겠습니다. 혹시 언제 출발하게 됩니까?”

    “지금 출발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준비한 데도 시간은 좀 걸리겠지. 그동안 무작정 기다리려니 따분할 텐데.”

    안젤라는 로메드에게 눈짓을 했다.

    “소성주님을 무작정 기다리란 말이냐! 저번에 잠시 들렀던 레스토랑으로 어서 모시지 않고 뭣하냐.”

    “아, 죄송합니다. 지금 즉시 레스토랑으로 모시겠습니다.”

    김덕배가 고개를 조아리며 힐끔 안젤라를 봤더니, 로메드의 대처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거 혹시 영지까지 직접 온 게 레스토랑이 목적이었던 거 아니야.’

    그렇다면 레스토랑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요리사들한테도 일러둬서 실수 없이 준비시켜야 했다.

    “장현, 소성주님을 모시고 레스토랑으로 천천히 가줘. 난 지금 요리사들에게 소성주님이 곧 레스토랑으로 가실 거란 걸 알려야겠어. 그다음에 성주성으로 갈 준비를 할게.”

    “그래.”

    김덕배는 장현에게 안젤라를 부탁하고는 서둘러 움직였다.

    장현은 김덕배의 방해 없이 소성주와 이렇게 따로 걸을 기회가 생겼기에 흔쾌히 반겼다.

    “가시죠, 소성주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장현은 레스토랑에 도착하기까지 안젤라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대화는 주로 그림, 인형 등 안젤라의 관심사와 관련된 주제로 이어갔다.

    그 덕에 안젤라와 조금 가까워졌다는 나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그는 땀을 뻘뻘 흘리는 김덕배와 요리사들이 보였다.

    ‘일부러 천천히 걸어왔건만 아직 멀었나 보군. 아니면 긴장을 많이 한 탓이려나.’

    하긴 소성주 안젤라가 예고 없이 들이닥친 데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기대하고 있으니 충분히 긴장할만했다.

    “안젤라 님, 로메드임. 자리에 앉으시죠.”

    장현은 준비된 테이블로 안내하고는 곧장 주방 안쪽에서 재료를 다듬고 있는 요리사 김민우에게 소리쳐 물었다.

    “김 쉐프, 소성주님께 선보일 메뉴는 뭔가?”

    “네, 얼마 전 장현 님이 보내준 마계돼지로 요리를 했습니다.”

    “호오, 그 새끼 돼지가 벌써 자랐나?”

    장현은 세이프존 밖에서 잡아 온 새끼 마계돼지를 영지로 돌아와 김민우 요리사에게 주었던 게 기억났다.

    혹시 안젤라가 재방문할 때 쓰려 했는데 마침 딱 맞았다.

    “네. 그리고 완전히 자라는 것보다는 아직 덜 자란 돼지가 더 맛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새끼돼지 통구이 요리가 실제로 매우 인기 있는 요리입니다.”

    “좋아. 최대한 맛있게 만들도록.”

    “저,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식과 요리시간은 얼마 안 걸리지만 다소 맛이 떨어지는 요리가 있는데 둘 중 어떤 것으로 준비할까요?”

    “…….”

    이건 장현으로서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안젤라를 돌아봤다.

    “첫 번째로.”

    안젤라는 망설임 없이 골라주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만 있다면 시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었다. 새끼돼지가 성인 돼지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요리 이름은 뭐지?”

    “특제 마베리코 안심 숙성입니다.”

    “마베리코?”

    안젤라가 처음 듣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문했다.

    장현도 처음 들어보긴 마찬가지였다.

    ‘혹시 이베리코 같은 건가.’

    들어본 듯 아닌 듯한 단어에 궁금해할 때 김민우 요리사가 설명했다.

    “마베리코는 마계돼지와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에서 본떠서 지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재료가 이베리코 돼지여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마베리코든 이베리코든 먹어보면 알겠지. 잡설은 이따 하고 얼른 요리를 준비하거라.”

    “네.”

    곧 요리하는 냄새가 레스토랑 안을 가득 채웠다.

    시간이 꽤 지난 후 김민우가 긴장한 표정으로 요리를 내왔다.

    겉은 살짝 불로 태웠지만, 속살은 잘 익은 돼지고기였다.

    “음. 맛있는 냄새가 나는구나. 돼지 특유의 노린내도 나지 않고.”

    안젤라는 요리를 맛보기 전 먼저 코를 내밀고 손을 저어 요리의 냄새부터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장현 님이 주방을 새로 만들어 주시면서 화력이 좋아진 덕입니다.”

    안젤라의 칭찬에 요리사는 장현에게 공을 돌렸다.

    “장현이 주방을 만들어줬다고?”

    “네, 불 조절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요리에는 불 조절이 생명인데 그 덕에 요리의 질이 훨씬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흠. 장현이 꽤나 다양한 재주가 있구나.”

    요리사의 말을 들은 안젤라는 장현을 힐끔 쳐다봤다.

    “저는 대장장이입니다. 주방을 만들면서 요리사와 대화를 하다 보니 화력이 중요한 거 같더군요. 저도 화력을 중요시하는 대장장이다 보니 화력 조절에는 익숙했습니다.”

    장현은 대장장이란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레벨이 오르고 스킬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도구를 만들 때는 사용자의 신체뿐 아니라 마음마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리사에게 있어서 좋은 프라이팬, 식칼과 화덕은 대장장이로 친다면 모루, 망치, 화로와 비슷하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 요리사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안젤라가 장현을 보며 꽤나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냈다.

    “넌 대장장이라는 직업에 꽤나 자부심이 있는 거 같군.”

    “스스로 금칠하기는 그렇지만 물건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라면 누구한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 혹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나?”

    안젤라는 품에서 얇은 판과 조립 모듈을 꺼내 장현에게 내밀었다.

    “이건.”

    장현은 안젤라가 내민 것들을 집었다.

    그도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다만 매우 고차원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감별.”

    [현재 레벨로 감별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능력으로 감별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장현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높은 레벨의 아이템인거 같군요.”

    “맞아. 이것들은 섀도우마스크와 힌지모듈이라는거야. 마도 공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지. 우리 헬릭스 성에서 하는 사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걸 생산하는 거야.”

    안젤라의 말에 장현의 눈이 커졌다.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모듈까지 안젤라의 입에서 나왔다. 창조신의 아이템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아직은 쉽지 않겠지만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설계도가 주어진다면 말입니다.”

    “그 말 정말이야? 이거 꽤나 고난도라 드워프 외에는 아무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데. 수율이 아주 낮거든.”

    “제가 고급대장장이가 된다면 저 또한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드워프보다 더 수율을 높일 자신이 있습니다.”

    장현의 대답에 안젤라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단 말이지. 성주님을 알현하고 나서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이 물건 때문입니까?”

    “그래. 지금은 일단 요리에 집중하고. 밥 먹을 때 일 얘기하는 거 매너가 아니거든. 앞으로 잘 기억해둬. 매너가 있어야 진정한 마족이라 할 수 있어.”

    안젤라는 그 말과 함께 포크를 집어 스테이크 조각을 폭 찍어 입에 넣고 씹었다.

    “흡!”

    안젤라의 두 눈이 크게 뜨여졌다.

    “맛있어~!”

    안젤라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장현과 로메드는 입맛을 다시며 안젤라가 먹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두 분 음식도 준비했습니다. 같이 드시죠.”

    눈치 빠른 김민우 요리사가 장현과 로메드 앞에 뜨끈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돼지고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안젤라가 맛있게 먹자 그제야 긴장하고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로메드가 슬쩍 안젤라 눈치를 살피자, 고기를 씹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너희 둘 다 내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먹도록 해.”

    “감사합니다.”

    “흡!”

    “맛있어!”

    장현, 로메드의 반응 역시 안젤라와 다르지 않았다.

    마베리코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혀와 입안 전체가 찌릿찌릿해졌다.

    ‘너, 너무 맛있어.’

    분명 평소에 많이 먹어보던 고기다.

    그럼에도 그을린 불향, 육즙에 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았다.

    각 재료와 향신료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퍽! 퍽! 퍽!

    우걱우걱!

    로메드는 제대로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입에 고기를 넣고 있었다.

    “으아……. 소성주님 진짜 맛있습니다.”

    안젤라가 그런 로메드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로메드, 맛있더라도 체통을 좀 지키거라. 뭐. 확실히 맛있긴 하다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마족, 크로커다일, 인간의 차이가 없었다.

    그때 로메드가 김민우에게 슬쩍 물었다.

    “이봐 요리사. 여기 술은 혹시 없나? 고기만 먹고 있으니 술 생각이 나는데 말이야.”

    그때 김민우 대신 장현이 대답했다.

    “그러잖아도 이번에 크로커다일 영지에서 가져온 술이 있습니다.”

    장현은 김민우를 보며 말했다.

    “내가 저번에 가져다준 술 아직 있지?”

    “밀봉되어 있던 거 말씀이지요?”

    “그래.”

    장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요리사는 주방 아래에서 장독 같은 항아리를 꺼냈다.

    장현은 받아서 밀봉된 항아리 입구를 뜯었다.

    찍.

    첨벙.

    “여기 술 대령했습니다. 크로커다일족 영주 크레온의 숙소에서 발견한 술입니다.”

    장현의 말에 로메드가 눈을 번쩍 치켜떴다.

    “이 향기. 혹시 이거 무슨 술이지?”

    “그건 모르겠군요. 크레온의 소지품 중에 술 냄새가 나는 게 있길래 가져왔지만, 저도 지금 처음 뜯어봅니다.”

    “그래, 한 잔 주게.”

    로메드는 그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장현에게 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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