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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68화 (68/211)

68화. 안젤라의 재방문 (2)

안젤라는 장현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았다.

그가 히든 피스를 개봉한 자로 여겨졌기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그 외에도 무언가 감춘 게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안젤라는 영주 김덕배와 대화 하면서 의심스러운 것 중 한 가지를 확인했다.

이 영지는 사실상 장현이 지배하고 있고 눈앞의 김덕배 영주는 그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안젤라는 걸음을 좀 더 빨리했다.

“서둘러, 김덕배 영주.”

“네, 알겠습니다. 소성주님.”

안젤라가 대장간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장현은 대장장이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영지전이 끝나자마자 김덕배에게 뒷일을 맡긴 후 그는 칩거하듯 대장간에서 나오지 않았다.

땅땅땅!

그는 힘껏 망치로 모루위의 금속을 두드렸다.

충분히 두드려 접힌 금속이 펴지자, 집게로 집어서 눈으로 확인한 뒤 금속을 다시 화로에 넣었다.

화르르르.

불길 속에서 다시 금속이 달궈졌다.

금속이 달구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그는 쑤엉에게 지시했다.

‘지금이야. 쑤엉. 통풍구를 열고 온도를 높여!’

‘알겠어. 간다아!’

쑤엉은 장현의 지시대로 통풍구를 열고 화염을 키웠다.

화염의 정령이었기에 몸을 부풀리는 것만으로도 화염의 불길은 거세게 일어났다.

쑤엉이 크레온에게서 흡수한 마나를 소화한 후 정령력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장현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 중 한 가지는 현실 세계에 물리적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불을 지피는 것 외에는 직접적인 물리작용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화로의 통풍구를 여닫는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쑤엉은 장현이 대장장이 일을 할 때 더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다만 쑤엉의 말투가 거칠다는 것은 장현에게 있어 여전히 고민거리였다.

화아아아악!

‘쑤엉, 불의 온도를 더 높여.’

‘머래. 나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아. 아느냐고. 더는 무리야. 마나 포인트라도 주면서 요구하면 또 모를까. 이딴 식으로 부려먹을 거면 꺼져.’

장현은 쑤엉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마나포인트를 보내주었다.

불러낼 때마다 일을 시켰더니 쑤엉의 입은 갈수록 거칠었다.

자신이 잘 챙겨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기에 거기에 책임은 느끼고 있었지만 들을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 마나 포인트 줬으니 이제 온도를 높여.’

지금 그에게 마나 포인트는 충분했기에 아낄 필요가 없었다.

‘알겠어. 성의를 봐서 힘을 좀 더 내도록 할게.’

마나포인트를 전달받은 쑤엉은 만족스러웠는지 다시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로 안에 강한 백열의 불길이 일어나며 금속이 녹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금속을 지켜보던 장현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돌렸다.

“후우우. 이제 중요한 순간은 넘겼군.”

장현은 땀을 닦아 내리며 중얼거렸다.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마지막 작업이 남아 있었다.

지금 장현이 달구는 금속은 레벨 6의 에레뜨 금속이다.

이 금속을 가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먼저 압연과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강한 힘으로 두들겨야 했으며, 강한 화력 또한 필요했다.

영지전에서 승리하면서 레벨이 성장했기에 해볼 만하다 싶었다.

그럼에도 어려웠다.

레벨이 급격히 성장하지 않았다면 에레뜨를 단조 하는 것은 시도조차 못 했을 것이다.

트레뷰셋의 무게추를 만들 때는 에레뜨를 납작하게 두들기는 작업까지는 필요 없었다.

단지 무게추 역할만 하면 되었기에 지금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일은 없었다.

반면 지금 하는 작업은 납작하게 두들기는 압연작업이 필수였다.

그는 옆에서 일을 돕는 쑤엉을 한번 보고 이어 화로 속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백열의 불을 보며 고개를 풀었다.

‘크레온의 마나 덕에 쑤엉이 크게 성장했어. 정말 다행이야.’

쑤엉은 이번 전투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었다.

크레온의 마나를 잔뜩 흡입한 데다 장현의 동료로 인정받아 레벨 상승과 마나 포인트까지 덩달아 받게 되었다.

그 덕에 중급 화염 정령으로 성장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령의 씨앗에서 갓 잉태한 하급정령이었다는걸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성장세다.

‘이대로만 성장해다오.’

장현은 쑤엉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신의 금속 테세리움을 녹이기 위해서는 쑤엉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그는 화로 속에서 달아오르고 있는 에레뜨를 꺼내 모루에 올리고는 다시 힘차게 두들겼다.

땅! 땅! 땅!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갔다.

에레뜨를 벌써 몇 번을 접었는지 모른다.

한 번 접을 때마다 두께는 두꺼워지고 그것을 다시 펴기 위해 두들겼다.

시간은 그만큼 더욱 더디어져 갔고, 그때부터 작업은 자신과 싸움이었다.

재료 레벨 6.

지금의 장현이 다룰 수 있는 한계치의 금속이다.

이보다 높은 7레벨 이상의 금속을 다루기 위해서는 고급대장장이가 되어야 한다.

마침내 다시 한번 얇게 압연 된 에레뜨 금속을 접어 휘었다.

에레뜨 금속이었던 그것은 이제 점점 모양이 잡혔다.

리자드맨들이 차는 보호대와 비슷했다.

다만 그것과는 모양이 조금 달랐다.

보호대라고 하기보다는 팔찌에 가까운 형태다.

그러다 보니 용도도 달라 보였다.

“이제 마무리를 할 차례군.”

장현은 보호대의 외형이 만들어지자 주술진을 새기기 시작했다.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이 발휘됐다.

손의 움직임대로 보호대에 주술진이 새겨졌다.

스으으윽.

지이이잉!

중요한 순간이라 정신을 집중했다.

누군가 그의 손동작을 보았다면 가만히 멈춰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다.

스팟!

주술진은 완성되는 것과 함께 빛을 환하게 뿌리고는 흩어지며 사라졌다.

“됐다. 가장 어려운 작업이 끝났어. 이제 정말 끝이 보이는군.”

이제 진짜 마무리 작업이다.

장현은 주술진 위에 그림을 세공해서 그렸다.

그림을 그려놓는 작업은 주술진을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마나 포인트가 급격히 소모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장현이 그리는 그림은 그가 헬릭스 성주성을 처음 본 순간을 그린 것이다.

구도를 멀리서 잡아 성주성이 모두 나오게끔 했다.

‘성만 있으니 단출하군. 새를 그려 넣으면 좋겠지. 이왕이면 불사조가 낫겠어.’

지이이잉.

장현의 손이 미세한 붓처럼 작용해 보호대에 불사조를 새겼다.

용암에서 날아오른 불사조가 잠시 헬릭스 성에 앉아있는 듯한 그림이다.

끼이이이잉.

화룡점정.

불사조의 눈을 그림으로써 마지막 작업마저 끝났다.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했습니다. 아이템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안젤라의 팔찌.”

장현이 안젤라를 위해 제작한 선물이 준비됐다.

[새로운 아이템 안젤라의 팔찌가 마계 아이템 목록에 올랐습니다.]

[고급대장장이 퀘스트를 위한 아이템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2/4)]

“후우. 드디어 끝났다.”

장현은 굽혔던 허리를 폈다.

스으윽. 뻐근.

우두둑.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작업을 반복했기에,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정신을 오랫동안 집중한 탓에 두통 또한 느껴졌다.

‘쑤엉, 수고했어.

‘우리가 만든 게 이거구나. 이쁘다.’

쑤엉이 다가와 감탄했다.

그녀 역시 뿌듯한 듯했다.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정령은 어느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거 혹시 나 줄 거야?’

‘응?’

난데없는 쑤엉의 질문에 장현은 바보같이 반문했다.

‘이거 나 줄 거냐고? 나한테도 선물해준다고 했잖아.’

‘아. 그랬었지.’

쑤엉에게 선물을 한다고 했던가. 장현은 머리를 굴렸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선물을 해준다고 한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이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흥! 됐어. 꺼져. 필요 없으니까 줘도 안 받아.’

쑤엉은 뭔가 심기가 뒤틀린 듯 다시 말이 거칠어졌다.

‘다음에 내 도움을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 나갈래.’

‘쑤엉, 잠깐만. 너한테 줄 선물을 잊은 게 아니야.’

‘그럼?’

‘너한테 줄 선물은 따로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너랑 작업한 걸 너한테 선물로 주는 건 좀 말이 안 되잖아.’

‘그건 그렇지.’

쑤엉이 납득한듯하자 장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쑤엉껀 나중에 내가 고급대장장이가 되고 나면 선물해주려고 했어. 아직은 내가 중급대장장이밖에 능력이 안 돼서 좋은 걸 만들어 주지 못하잖아.’

‘고급대장장이라. 그때 되면 내 것을 선물해준다는 거지?’

‘물론이야. 이것보다 세배는 좋은 거라고.’

‘세배나 좋은 거라. 알겠어. 기억해두겠어. 삼배.’

‘응? 삼배라니?’

‘그 약속 잊지 않는다는 뜻에서 앞으로 장현 널 삼배라고 부를 거야.’

‘세배면 세배지 왜 삼배야?’

‘내 맘이야. 삼배 삼배. 약속 잊지 마. 가만 안 둘 거야. 고급 아이템을 제작하려면 내 도움이 필요하겠지.’

쑤엉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장현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이다.

그는 한숨이 나왔다. 갈수록 피곤하게 만드는 정령이다.

‘쑤엉은 자신의 가치를 아주 잘 알고 있어.’

불과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장현의 일에 얼마나 중요한지 제작에 참여하면서 알았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높은 레벨의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선 쑤엉의 도움이 절실하다.

신의 금속 테세리움을 제작할 때는 정령왕의 수준에 다다른 상급 정령의 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쑤엉은 자존감이 매우 높아졌다.

장현 역시 쑤엉의 그러한 심리 상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안에 들어와 있는 쑤엉을 토닥이며 말했다.

‘수고했어. 쑤엉. 고마워. 네 덕에 이번 작업이 잘 됐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흥. 약속이나 잊지마. 삼배. 잊으면 가만 안 둘 거야.’

쑤엉은 장현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씰룩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역시나 거칠었다.

‘다행히 안젤라가 오기 전에 끝났군.’

그때 장현의 기감에 강력한 마족의 기운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벌써 도착했나 보군. 늦지 않아 다행이야.”

그는 팔찌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종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장현은 자신이 만든 팔찌를 바라보며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 팔찌 선물이라면 안젤라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팔찌를 들고 대장간을 나섰다.

안젤라는 장현이 보이자 무섭게 호통쳤다.

“감히 나를 찾아오게 만들다니.”

주위를 억누르는 그녀의 기세가 공간을 장악했다.

“크윽.”

장현은 그를 내리누르는 강한 기운에 저항하지 않았다.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팔찌를 두 손으로 잡고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소성주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안젤라는 장현이 바치는 팔찌를 흘깃 살폈다. 아마도 이것이 자신을 위해 만들고 있다던 선물의 정체이리라.

그녀는 모르는 척 물었다.

“흥! 이것은 뭐냐?”

“소성주님을 위해 준비한 팔찌입니다.”

“으음. 나를 위해 준비했다니 받아는 주마.”

안젤라는 장현이 내민 팔찌를 집어 들었다. 이어 그 팔찌를 자세히 살펴본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팔찌에 새겨진 그림 때문이었다.

그녀는 낮은 침음성을 흘렸다.

무언가 기쁜 듯 씁쓸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팔지를 내려다보았다.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 같기도 했다.

그 표정을 본 장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저 반응은 뭐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잘못 선택한 것이었나.’

안젤라의 반응은 그가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장현이 이 팔찌에 새긴 그림으로 헬릭스 성주성의 전경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1회차 때 그는 안젤라의 요청으로 팔찌와 목걸이에 세공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림을 세공으로 새겨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대장장이 조각을 지녔었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수락했었다.

그때 안젤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그녀는 장현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팔찌와 목걸이를 맡겼다.

-이 그림을 이 팔찌와 목걸이에 넣을 수 있나?

-세공으로 새겨넣을 수는 있지만, 전문 세공사가 아니라 정밀하게 새겨 넣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쨌든 할 수는 있단 말이잖아. 그럼 해. 너의 손재주가 가장 뛰어나다 들었다. 성공하면 상을 내리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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