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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67화 (67/211)
  • 67화. 안젤라의 재방문 (1)

    쿠허어어엉.

    안젤라가 탄 지네차가 꿀렁거리며 세이프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영지의 수문병이었다.

    “지네차다! 지네차가 오고 있다.”

    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영지로 신호를 넣었다.

    곧 영지 전체에 댕.댕.댕. 하는 종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지전이 끝나고 장현이 동료들과 의논해 새롭게 설치한 경계 시설과 경비병 배치였다.

    경비병은 이나연이 전투가 끝나고 패배한 강신배 영지의 일행들을 기존 병사의 밑으로 배치하면서 수문병사 조직을 새롭게 창설했다.

    장현은 영지전이 끝났으니 헬릭스 성에서 누군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헬릭스가 직접 오기보다는 안젤라 또는 로메드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네차가 다가오면 지체없이 종을 울리며 신호를 보낼 것을 지시했었다.

    파수보던 수문병사로부터 지네차가 다가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지 내 모든 플레이어가 도열했다.

    한때 영지전을 다투었으나 패배 후 장현의 영지민으로 신분이 강등한 린에이지, 강신배를 비롯해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어색한 표정으로 열과 오를 맞춰 대기했다.

    그런데 정작 그중에 장현은 보이지 않았다.

    끼이익. 쿠웅.

    지네차가 성문 앞에 도착하자 로메드가 차 문을 열었다.

    안젤라의 발이 열린 문 사이로 빠져나오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쿠히힝. 꾸릉. 꾸릉.

    지네차가 칭찬해달라는 듯 안젤라에게 애교를 떨어댔다.

    “수고했어.”

    안젤라는 지네를 한차례 쓰다듬어 칭찬하더니 몸을 돌렸다.

    로메드가 앞장서고 그의 뒤를 따라 안젤라가 또각.또각. 걸음 소리를 내며 걸었다.

    “문을 열어라. 소성주님이 왕림하셨다.”

    로메드가 문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곧 영지의 성문이 열리며 대기하고 있던 영지의 플레이어들이 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성문 입구에는 영주인 김덕배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을 맞이했다.

    김덕배가 안젤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소성주님.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리 마중 나와 있었다니 기특하구나. 수문병을 세워두고 종을 울린 것을 보니 평소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걸 알 수 있더구나. 영주로서 훌륭했다. 칭찬하지.”

    “감사합니다. 영지 경계는 영주의 당연한 업무입니다.”

    김덕배는 안젤라의 칭찬에 감사해하며 겸손하게 예를 갖춰 대답했다.

    그 태도에 안젤라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선 인간들을 훑어보며 성내로 진입했다.

    한차례 플레이어들을 훑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는 무언가 언짢은 듯 김덕배에게 물었다.

    “여기 모든 플레이어가 다 나온 건가?”

    “대부분이 나와 있습니다만 몇몇 중요한 일을 하고 있던 자들은 미처 아직 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일이라 그럴 수도 있지. 그 녀석이 안 보이는데 혹시 그 녀석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나?”

    “그 녀석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가요?”

    김덕배는 안젤라가 누구를 말하는지 짐작하면서도 일단 되물었다.

    여기에 없는 자 중 안젤라가 신경을 쓸만한 주요인물이라면 장현뿐이기 때문이다.

    “마족이 된 크로커다일 영주를 쓰러트린 녀석 말이다.”

    “아, 장현 말씀이군요.”

    “그자 이름이 장현인가 보군. 하여튼 어떤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에 이 몸이 친히 납셨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혹시 날 우습게 보는 건 아니겠지.”

    안젤라는 노기를 드러냈다. 다른 자들은 다 있는데 그자 혼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스로를 안젤라 자신보다 더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평범한 일반 영지민이었다면 안젤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나 영지전 승리의 주역이자 마족이 된 크레온을 죽인 플레이어다.

    그의 전투장면은 마튜브 영상을 통해 전 마계에 퍼졌다.

    이미 그는 안젤라와 같은 마족들 사이에서 유명인사였다.

    ‘설마 그걸 알고 비싼 값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안젤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플레이어가 벌써 그런 사실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다면 플레이어들 또한 알게 될 것이고 경기의 속성을 빨리 눈치챈 자라면 튜토리얼 때부터 눈치를 챌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몸값까지 치솟고 있다는 걸 이렇게 빨리 알기는 어렵지 않을까.

    안젤라가 생각에 잠긴 동안 김덕배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본 소성주를 기만한 죄를 물을 것이다.”

    안젤라는 장현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행동에 스스로 여러 가정을 하면서 기분이 상했다.

    싸늘한 반응의 안젤라를 본 김덕배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역시. 소성주는 무서운 마족이다. 괜히 이런 마족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지 모르겠네. 장현은 이를 알면서도 대체 왜 그런 걸까.’

    김덕배는 장현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장현에게 이미 사전에 언질을 받았었다. 그랬기에 그가 일부러 안젤라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다만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 무엇을 의도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장현이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설마 일이 잘못 되는 건 아니겠지.’

    김덕배는 장현을 믿지만 지금 상황이 염려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장현은 혹시 안젤라가 자신을 찾거든 그녀를 자신이 있는 대장간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었다.

    그는 미리 장현과 약속된 대로 안젤라에게 말했다.

    “지금 장현은 대장간에 있습니다.”

    “대장간? 무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냐?”

    “네, 물론 무기도 만들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인 듯합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무척 중요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영지전에서 승리했다고 건방이라도 떠는 것이냐. 분명 종이 울렸고 너희들이 마중 나온 것을 보면 그 또한 내가 온 것을 알 텐데도 나더러 대장간에 찾아오라고. 감히!”

    안젤라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덕배는 가슴이 철렁했다.

    ‘제길! 중요한 것을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도 고작 마중 나오지 않았다고 이 정도로 분노하다니. 역시 장현의 말대로 망나니 재벌 2세나 다름없구나.’

    지구에 있을 때도 사회면에 재벌가의 갑질에 관해 기사로 많이 접했었다.

    모욕적인 언사는 기본이고 폭행까지 일삼는 자들이 많았다.

    피해자들은 억울하겠지만 그저 가능한 한 엮이지 않는 것이 최고였다.

    ‘마계에서 소성주라면 재벌 2세나 마찬가지.’

    덜컥 겁이 난 김덕배는 더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는 번뜩하고 장현이 지나가듯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제부터 뭐할 거냐고 물었을 때 중요한 것을 만들 거라고 했어. 소성주한테 줄 선물이라고. 아 이 멍청한 자식. 그걸 왜 이제야 떠올려.’

    김덕배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위기에 처하니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안젤라의 분노를 일단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

    “장현은 소성주님을 위한 선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지전이 끝나자마자 소성주님께 바칠 선물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선물? 나한테 줄 선물이라고?”

    “네. 서둘러야 한다며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만들고 있었습니다.”

    김덕배의 말에 안젤라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선물이라고.

    이렇게 되니 안젤라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영지전이 끝나자마자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만들었다지 않는가.

    ‘이것 참 기특한데.’

    장현이 자신을 마중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분노하던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어느새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직접 만든 선물을 받아보는 건 그녀로서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상점에서 드워프가 만든 인형 아이템을 원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지만, 누군가 자신을 위해 잠도 안 자고 선물을 하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문득 최근 마튜브 실시간 영지전 영상에서 봤던 장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물이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조금 듬직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꽤나 멋있었던 것 같기도. 앗!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젤라는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태연하게 김덕배에게 물었다.

    “흐음. 그랬군. 기특한 녀석이군. 혹시 무슨 선물인지는 알고 있나?”

    김덕배는 안젤라의 바로 앞에 있었기에 그녀의 변화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뭐지. 이 소성주라는 사람은 대체. 아닌 사람이 아니라 마족이지.’

    안젤라는 조금 전만 해도 부들부들 떨며 분노하더니 지금은 선물이라는 말에 은근히 기대감마저 품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비밀이라고 했기 때문에 제가 어떤 선물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선물을 만든다는 것도 우연히 알게 된 것입니다.”

    “알겠다. 그 대장간이 어디냐? 바로 거기로 가자. 내가 고작 너희 인간들이 준비한 선물이 기대되어서가 아니고 기특해서 격려해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안젤라는 살짝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흥 거짓말. 완전 기대한 거 같은데. 이렇게도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니. 이래서 의전이 중요한 거구나’

    김덕배는 안젤라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혹시 선물이 소성주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체념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저 장현이 준비한 선물이 안젤라의 마음에 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네, 가시죠.”

    김덕배는 영지민들에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명한 후, 안젤라와 로메드를 대장간으로 안내했다.

    대장간은 영지에서 가장 안쪽에 있었다.

    성문 입구에서는 가장 멀었기에 대장간까지 가는 동안 자연스레 안젤라와 로메드는 영지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녀는 때로 철없이 굴기는 했지만, 자신이 소성주라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영지를 둘러본다는 것은 소성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오래 걷는다고 짜증 낼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던 김덕배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흐음. 여긴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나 보군. 영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거치고는 무척 관리가 잘되어있는데.”

    “네. 저희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리자드맨 종족의 침입도 받았습니다. 그럴 때는 파손되기도 했지만, 정비가 이루어진 후에는 침입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잘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흐음. 너희들의 전투는 내 잘 보았다. 크로커다일 영주가 전투 중에 마족으로 각성했던데 용케 이겼어. 그뿐 아니라 전체 관리자와 영지민들의 수준도 높아 보였다. 훈련이 잘되었더군.”

    안젤라는 전투장면을 보면서 느낀 점을 얘기하며 김덕배 영지를 칭찬했다.

    “네, 하마터면 저희가 질 뻔했습니다. 정말로 운이 좋았습니다.”

    “흥! 마족이 된 자를 이기는 건 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마족의 이름이 우스운가.”

    “아, 죄송합니다. 소성주님!”

    “굳이 너희의 업적을 낮춰서 얘기할 필요 없다.”

    “네, 감사합니다.”

    김덕배는 안젤라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장현이란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강한 자가 맞느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그가 영주가 아니고 네가 영주인 거지?”

    “그건. 그가 바빠서입니다. 그는 할 일이 많기에 영주자리는 저에게 맡겼습니다. 그래도 실질적으로 영지의 대소사 결정은 장현의 의견에 따르고 있습니다.”

    김덕배의 말에 안젤라는 납득했다.

    “한마디로 넌 바지영주라 그 말이군. 설령 그렇더라도 영주라는 자리는 쉽게 포기하기 힘들 텐데. 가산점을 받는 것도 관리자보다 훨씬 더 받을 테고. 너도 이번 영지전으로 꽤나 성장한 거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김덕배는 속으로 ‘바지영주라는 표현은 너무하잖아.’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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