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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66화 (66/211)

66화. 영지전에서 승리하다 (2)

장현이 크레온을 쓰러트리고 퀘스트 종료 알림을 받았을 때, 김덕배, 이나연, 최형석, 이성훈 등 그의 일행들도 영지전에서 승리했음을 알았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세이프존 영지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공적치를 반영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김덕배는 알림 메시지가 뜨자 비로소 영지전에서 살아남았음을 실감했다.

“이겼어. 우린 이겼다고.”

으아아아아!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고나자 탈진이 났다.

비록 레벨업을 해서 상처도 씻은 듯 낫고, 신체능력도 전보다 좋아졌지만 정신적 피로는 극심했다.

김덕배는 바닥에 누워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흑, 씨발. 살아남았어. 흑흑.”

끝났다는 것을 알자 조금 전까지는 들지 않던 생각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전투의 순간순간들이 생생하게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손으로 적들을 죽였을 때.

그 순간들의 기억은 김덕배에게 지독한 스트레스를 안겨줬다.

전투가 끝난 후유증이다.

전쟁을 경험한 군인들이 겪는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이다.

크로커다일족을 죽일 때는 이전처럼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생각에 정신적 충격이 덜했었다.

강신배 일행을 죽일 때는 달랐다. 그것은 살인이었다.

김덕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같은 사람을 창으로 찔러 죽이던 촉감이 손에서 느껴졌다.“이 손으로 사람을 죽였어. 흐윽. 씨발.”

그 순간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 기억들을 안고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살아남고 승리했음에 기뻐해야 마땅하지만, 웃음은커녕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흐윽. 흑. 흑.”

앞으로 이런 순간들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과연 집으로는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의 평범한 일상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안 생존자들의 울음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부분 김덕배와 같은 심정들이었다.

그때 누군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

“수고했다. 김덕배.”

김덕배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서 말을 건넨 자를 쳐다보았다.

“최형석 씨.”

“울고 싶을 때는 울어라. 마음껏 울어라. 그리고 털어내라.”

“으허어엉. 사람을 죽였어요.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을요.”

일그러진 얼굴로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토해내는 김덕배에게 최형석은 씁쓸한 표정으로 위로를 건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네가 하지 않았다면 우리들이 죽었겠지. 전쟁이야. 넌 저 사람들을 살린 거다.”

최형석은 주위의 동료와 영지민들을 가리켰다.

김덕배는 살아있는 그들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최형석을 쳐다보며 물었다.

“흑. 제가 잘한 게 맞나요?”

“그래.”

최형석은 김덕배의 어깨를 감쌌다. 그는 이 순간 한국에서 조직 간의 전투가 끝난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때도 신입 조직원들은 전투가 끝난 후 김덕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어제까지 웃고 떠들고 함께 술을 마시던 조직원들이 전투 후 장애인이 되거나 목숨을 잃은 자들도 있었다.

조직 간의 전투가 승리로 끝난다면 차라리 나았다.

패배했을 경우 복수를 피해 달아나야 했다. 그런 일들을 겪은 조직의 동생들을 최형석은 이렇게 위로했었다.

살기 위해 칼을 휘두르고 살인을 했던 동생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최형석은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네가 동료들을 구한 거다.”

그 말에 김덕배는 위로를 받았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김덕배는 최형석의 품에서 오랫동안 울면서 고맙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한편 이나연과 그 일행들은 다른 울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와아! 우리가 이겼어!”

“이겼다! 살아남았다.”

그들은 여전히 질서정연하게 오와 열을 맞춰 정렬한 채 방패를 땅에 쿵. 쿵 찍고 창은 하늘로 찌를 듯 치켜들었다.

경비대원들은 승리의 영광을 이나연에게 돌렸다.

그녀의 이름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이나연! 이나연!”

이나연은 자신의 경비대원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녀는 경비대원들을 진정시키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럴 때는 승리의 기쁨에 젖어있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그 역시 김덕배와 다른 동료들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이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녀는 최형석과 반대로 아드레날린을 끌어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우리는 비록 희생을 치렀지만 승리했습니다. 그 결과 살아남았습니다. 여러분이 적들과 싸웠기에 옆의 동료가 살았고 나 또한 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승리는 경비대장님 덕분입니다.”

“맞습니다. 이나연 님 덕분에 적은 희생으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나연은 승리의 연설이 끝나자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발리스타에 몸이 꿰뚫렸던 자들도 즉사만 하지 않았다면 이나연이 신성력으로 치유했다.

그에 경비대원들의 이나연에 대한 충성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녀는 이번 전투로 얻은 것이 컸다.

그동안 훈련은 집단전투 훈련 위주였기에 대규모 전투가 일어나지 않으면 경험치를 쌓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지휘관의 레벨이 오르지 않았기에 답답한 마음이 컸었다.

이번 전투에서 크레온 무리와 강신배 무리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그녀의 지휘관 레벨은 급상승했다.

그뿐 아니라 개인적인 무력 레벨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성기사의 스킬은 훈련이 상대적으로 적다. 여신께 기도를 하면서 신성력을 부여받고 사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전이 필요하다.

마족을 상대로는 성기사의 전투 스킬을, 부상자들을 상대로는 치유의 스킬을, 따르는 병사들을 상대로는 여신의 축복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특히 치유의 힘은 부상자가 발생해야만 연습할 수 있다. 실전이라도 압도적으로 승리할 경우 역설적으로 치유의 스킬은 레벨이 오르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그녀는 체력, 정신력, 마나, 신성력이 모두 고갈된 상태에서도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그 경험치는 고스란히 그녀의 레벨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 번에 대량의 치유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실로 위험한 행동이었음에도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부하들을 지키고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의 안위를 보살피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기절할 만큼 피곤했지만 계속해서 부상자들을 치유하고 있었다.

영지전을 승리하고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영지의 관리자인 그녀 역시 레벨업을 이루고 마나 포인트를 대량으로 얻은 덕이 컸다.

마나 포인트를 사용하면서 체력의 회복이 어느 정도 되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이번 영지전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장현 일행의 대부분은 레벨이 상승했다.

마나 포인트가 큰 폭으로 모두에게 주어졌다.

비단 관리자뿐 아니라 영지민들까지도 영지전 이전의 관리자 수준으로 상승했다.

보상은 레벨 상승만이 아니라 직업 또는 주로 쓰는 무기와 관련된 스킬 또한 새로이 생성되었다.

거기다 신분에 따라 추가적으로 가산점이 주어졌다.

레벨과 마나 포인트에 있어서 승리에 대한 보상 외에도 영주와 관리자 신분에 따라 가산점이 추가로 주어졌다.

그 덕에 김덕배가 가장 수혜를 보았다.

그는 얼떨떨해하면서도 강해진 것에 크게 기뻐했다.

기존 관리자들인 장현, 김덕배, 이나연, 이성훈 역시 상태창으로 가산점이 주어진 것을 확인하고 만족했다.

장현의 영지민들 역시 수확을 얻은 것은 마찬가지.

그들은 신분이 영지민이었기에 관리자급의 가산점은 얻지 못했지만 패배한 영지에 속한 자들의 포인트를 골고루 나눠 받게 되었다.

이러한 효과는 승리한 김덕배 영지의 일행에 한해서만 이루어졌다.

영지전에서 패한 자들은 오히려 레벨이 하락하고 마나 포인트 역시 뺏겼다.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포인트만 남게 됨으로써 김덕배 영지의 영지민들과는 쫓아갈 수 없는 격차가 생겼다.

아쉽지만 리자드맨 종족 역시 패했기에 레벨 강등과 포인트 감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영주 린에이지를 비롯해 아투렉과 아탑은 레벨이 장현의 영지민과 비슷하거나 못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들의 영지민 역시 최하등급 플레이어로 레벨 강등이 이루어졌다.

강신배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

강신배와 김혜정 이정환은 살아남을 수는 있었지만, 레벨이 강등당한 것에 대해 고통과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그뿐 아니라 재기를 위한 희망마저 꺾였다.

그들은 승리자인 장현 일행들과 원한관계가 되었다.

장현 일행을 도운 리자드맨들과는 입장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

앞으로 헬릭스 성의 영지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전투에서 관리자들인 이상영과 김민석이 사망하면서 강해질 수 있는 인재풀 역시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들은 크로커다일족보다는 나았다.

크로커다일족은 영주인 크레온을 비롯해 모든 관리자가 죽었다.

심지어 영지민들조차 살아남은 자가 몇 없을 정도였다.

영주인 크레온이 마족이 된 후 자신의 부하들부터 죽여댄 영향이었다.

몇몇밖에 살아남지 않은 자들의 앞날은 불 보듯 뻔했다.

안젤라는 장현이 크레온을 죽이는 장면에서 퀘스트 종료 메시지가 떠오르자 패드를 껐다.

“역시 그들이 퀘스트를 완료하고 영지전 승자가 되었구나.”

예상했다는 듯 한차례 중얼거린 그녀는 이윽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곁에 서서 대기하던 로메드에게 말했다.

“로메드, 세이프 존으로 가자.”

“네, 소성주.”

로메드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의 표정은 침울했다. 고통의 빛이 얼굴에 가득했다.

크레온이 이끌던 크로커다일족이 승리는커녕 전멸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족은 아니지만 어쨌든 같은 크로커다일족이었다.

안젤라는 그런 그를 힐끗 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넌 아쉽겠어. 크로커다일족의 승리를 자신하더니 승리는커녕 처참하게 패했으니 말이야.”

안젤라의 말에 로메드는 표정을 지우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레온은 크로커다일족의 명예를 먹칠한 놈입니다. 주제 파악을 못 했으니 죽어도 쌉니다.”

그의 표정에는 이제 고통보다는 분노와 경멸이 담겨있었다.

안젤라는 그런 그의 반응이 기꺼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큭. 그래. 넌 그런 놈과는 다르지. 앞으로도 그러길 바래.”

“결코, 안젤라님께서 염려하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암. 그래야지.”

안젤라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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