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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65화 (65/211)
  • 65화. 영지전에서 승리하다 (1)

    크레온은 강신배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죽이려 했지만 입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크르르르. 배신자놈. 협력하자고 제안을 먼저 해놓고는 내 깃발을 훔치려 한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이냐.”

    “그게 아니야! 그건 오해야!”

    강신배가 그런 그에게 언변의 스킬을 사용하며 강하게 외쳤다.

    그의 입에서 짙은 아우라가 퍼져 크레온에게 향했다.

    우뚝.

    “오해?”

    크레온은 그의 말을 듣고는 반문했다. 동시에 스스로에게 화가났다.

    자신이 왜 이 인간의 말을듣고 반문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해든 뭐든 무슨 상관이랴.

    그저 배신자 놈을 죽이고 마나스톤이나 챙기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대답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공격 또한 되지 않았다. 몸이 설득당해 버린 것이다.

    정치인의 언변 스킬은 강력했다.

    강신배조차 이 정도까지 효과를 볼지 예상 못 했다.

    그는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살기 위해 모든 마나를 입으로 보냈다. 그에 따라 스킬의 효과 또한 강력해졌다.

    “그렇소. 내가 그를 보낸 것은 크레온 그대를 도우라는 것이었소. 당시에 그대는 자신의 부하에게도 무차별로 공격하며 학살을 해댔기에 어쩔 수 없이 은신 스킬을 가진 그를 보낸 것이었소.”

    “크하하하. 그런 헛소릴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도우려고 온 놈이 깃발을 훔쳐?”

    “그건 결코 내가 원한 게 아니었소. 이상영 그놈이 욕심을 부린 것이오. 주제 파악을 못하고 욕심을 부렸으니 처참히 죽어도 싸지. 부디 그놈의 잘못을 나와 우리 영지민의 배신으로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오. 생각해보시오. 지금 장현 놈들을 완전히 쓰러트린 것도 아닌데 왜 협력을 깨고 배신하겠소. 크로커다일족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 또한 위험한 건 마찬가지오.”

    강신배의 말은 아우라를 동반해 크레온에게 향했다.

    그 역시 목숨이 걸려있기에 모든 마나를 쏟아부어 스킬을 발동했다.

    “크크크. 그러니까 네놈들이 배신을 한 게 아니라 이상영이라는 놈이 단독으로 벌인 짓이라는 거냐?”

    크레온은 정신이 온전히 돌아와 강신배의 말에 또박또박 반문했다.

    강신배는 그런 크레온의 질문이 반가웠다.

    이정환에게 시간을 끌어주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자신의 스킬이 크레온을 설득시키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렇소. 만약 내 말이 거짓이라면 이 깃발을 그냥 드릴 수 있소.”

    강신배는 자신의 깃발을 크레온에게 내밀었다.

    이미 영지전 퀘스트 내용이 성주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깃발은 이제 퀘스트 성공에 중요치 않았다.

    필요 없었던 물건이기에 그는 기꺼이 크레온에게 내놓을 수 있었다.

    크레온은 마족이 된 순간부터 플레이어로서 자격이 박탈되었다.

    그에게는 퀘스트 변경 알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퀘스트가 변경된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그는 강신배가 자진해서 깃발을 바치자 서서히 분노가 가라앉았다.

    스킬 언변의 효과에 설득된 것이다.

    강신배는 크레온의 그런 변화를 재빨리 눈치채고는 크레온을 장현과 싸우도록 설득했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오. 저 비열하고 간악한 놈들이 멀쩡하게 살아있소.”

    “좋다. 네 말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먼저 놈을 해치우자는 말에는 동의하지.”

    크레온은 강신배에게 완전히 설득되었다.

    ‘됐다. 성공이야.’

    강신배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멀리서 지켜보던 강신배의 일행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혜정과 이정환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역시 강신배는 대단해. 마족이 된 크레온까지 언변으로 넘기다니!”

    “그러게.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야. 석궁을 굳이 쏠 필요도 없게 만들다니.”

    이정환은 크레온을 향해 겨누던 석궁을 내렸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현은 어이가 없었다.

    진정 강신배에게 감탄이 일었다.

    “강신배 저놈 진짜 물건이네. 마족이 된 크레온조차 설득하다니. 무서운 놈이야. 목숨줄이 정말 길군.”

    크레온은 마족화가 끝났기에 완전한 마족이 되었다.

    부하들을 죽이고 마나스톤을 흡수한 것이 그가 마족이 된 것을 증명하는 신호였다.

    퀘스트가 변경된 것 또한 신호다.

    마족에게 스킬로 설득시켜 살아남다니.

    장현은 정말로 아쉬웠다.

    크레온이 강신배 일당들을 죽여주길 바랐다.

    ‘설마 놈의 스킬 때문에 크레온이 마족이 된 상태에서 정신을 온전히 차릴 줄이야.’

    강신배는 더구나 크레온으로 하여금 다시 장현에게 적의를 향하게 설득하기까지 했다.

    문득 그는 강신배라는 존재가 아까웠다.

    그가 악인이 아니었다면 장현은 그를 동료로 삼기 위해 죽이려 하진 않았을 것이다.

    1회차에 그를 겪어본 장현은 강신배가 소시오패스라는 것을 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등 뒤에서 동료에게 칼을 꽂을 자다.

    또한, 종족차별이 뿌리 깊이 박혀있기에 종족을 불문하고 플레이어끼리 힘을 모으려는 장현에게 방해가 될 것이다.

    영지전 이후에 벌어질 경기인 ‘플레이어 런 킹덤’을 생각한다면 리자드맨과 드워프족은 반드시 끌어안아야 한다.

    1회차에서 강신배는 드워프와 리자드맨을 결코 동등한 존재로 대우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노예로 삼으려 했었다.

    ‘강신배는 여기서 죽여야 한다. 놈이 이후 경기에까지 살아남는다면 마왕을 처치하는데 큰 장애가 될 것이야.’

    강신배가 살아있다면 플레이어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자신이 대표가 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는다.

    장현으로서는 미래를 알기에 그를 대표로 둘 수는 없었다.

    자신의 관리 안에 있는 자거나 회귀 전 최후의 동료들 외에는 대표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타타탁.

    터억.

    “정말 대단한 말빨이구나. 너의 사기 치는 모습은 잘 봤다. 강신배”

    장현은 강신배와 크레온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차피 강신배는 말빨이 무기일 뿐 전투에 특화된 재능은 없다.

    자신은 그의 스킬에 설득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강신배 역시 자신을 죽이려 할 테니 설득 스킬 따위는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장현은 크레온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강신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크레온을 쓰러트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크레온이 죽여주길 바랐던 그에게는 아쉬운 상황.

    “네 놈!”

    강신배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장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크레온 영주, 저놈이 모든 일의 원흉이오. 부디 놈을 쓰러트리고 영지전의 승자가 되어주시오. 나는 그대를 따르겠소.”

    강신배의 말에 설득된 크레온은 검게 물든 눈으로 장현을 내려보았다.

    “네 녀석. 찢어 죽이고 말리라.”

    쿠오오오오.

    크레온이 포효성을 내지르더니 장현을 향해 공격했다.

    거대한 꼬리가 장현을 노리며 날아왔다.

    쉬이이익.

    장현의 양손에는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소환한 망치와 도끼가 들려있었다.

    ‘쑤엉. 내가 놈을 공격하면 옆에서 화염 공격으로 녀석의 정신을 산만하게 해줘.’

    쑤엉은 크레온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음차원의 마나를 흡수한 뒤 정령력이 성장하며 레벨이 크게 올랐다.

    반면 크레온은 쑤엉이 강해진 거에 반비례해 약해졌다.

    더군다나 강신배 영지민들을 죽이고 마나스톤을 흡수했다지만 장현의 창에 관통당한 몸통의 상처가 워낙 컸기에 처음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다.

    장현의 도끼와 망치가 크레온의 꼬리를 두들겼다.

    콰직! 퍼억!

    크아아아아.

    크레온은 장현의 공격을 허용하자 고통을 느꼈지만, 마족이 된 육신은 이 정도의 공격에는 거뜬히 버텨냈다.

    “이놈. 죽어라.”

    크레온은 입을 벌리고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와 유사한 걸 쏘았다.

    검고 어두운 마기가 덩어리로 응집된 채 회오리치며 장현을 향했다.

    ‘위험해.’

    장현은 마나를 급격히 소모하며 몸의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그 덕에 간신히 회오리치는 마기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튜토리얼이 종료될 때 이미 민첩이 한계치에 이르렀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레벨업을 하며 장현의 스피드는 빨라졌다.

    지금 마나를 소모하며 신체의 스피드를 끌어올린 그는 마족이 된 크레온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이며 몰아붙였다.

    콰콰콰쾅!

    망치와 도끼가 크레온을 두들기고 크레온의 꼬리 역시 검은 안개를 내뿜으며 장현의 빈틈을 공략했다.

    크레온이 뿜어낸 검은 안개는 조금 전까지 장현이 있었던 땅을 깊게 할퀴며 큰 구멍을 만들었다.

    구멍 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부식된 매캐한 냄새가 퍼져 나왔다.

    맹독이었다. 10성에 이른 장현의 독공이 아니었다면 그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식되었을 것이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보며 크레온은 웃었다.

    “흐흐흐, 이제 놈은 죽었겠지.”

    “확실히 죽을 뻔했다. 내가 독공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뭐?”

    먼지 속에서 솟아오른 장현은 내공을 도끼에 실어 크레온에게 던졌다,

    쐐애애액!

    퍼퍽!

    도끼가 크레온의 몸통을 다시 찢으며 박혔다.

    “크허어억.”

    도끼가 박히며 찢어진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뭉실뭉실 퍼져나갔다.

    점점 크레온을 둘러싼 검은 연기의 농도가 옅어져 갔다.

    마족에게 받은 마기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에 희색을 드러낸 장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망치를 휘둘러 크레온의 몸에 박힌 도끼자루를 쳤다.

    쾅!

    망치가 도끼를 강하게 치자 도끼가 크레온의 몸통을 파고들며 육신을 터트렸다.

    장현은 그 순간 쑤엉에게 말했다.

    ‘쑤엉! 지금이야 놈을 공격해.’

    ‘알았어.’

    쑤엉은 장현의 가슴에서 튀어나와 크레온의 몸통에 달라붙어 흘러나오는 음차원의 마나를 흡입했다.

    장현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게 아니야! 놈을 태우란 말이야!’

    ‘으, 이 아까운 걸 나보고 포기하란 말이야?’

    쑤엉은 아쉬움에 가득 차 장현을 돌아보며 애원하는 눈길을 보냈지만, 그의 부릅뜬 눈을 보고는 이내 포기하며 불길을 일으켰다.

    화르륵!

    마치 밀폐된 공간에 가득 찬 가스에 불을 지핀 것 같았다.

    레벨업하며 성장한 쑤엉의 화염은 크레온의 상처 부위로 들어가 내부를 폭발시키듯 불살라버렸다.

    화아아악!

    퍼펑!

    우지직. 퍼퍼퍽!

    크레온의 몸통은 거대한 폭음을 동반하며 폭발했다.

    한때는 몸통이었던 육신이 갈가리 찢어져 떨어졌다.

    크레온의 조각난 육신의 파편 또한 곧 쑤엉의 화염에 화아악 불길이 순간적으로 붙더니 이내 재가 되었다.

    ‘다 태웠어. 장현.’

    쑤엉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쉬운 기색이 어려있었다.

    ‘잘했어. 쑤엉.’

    장현은 쑤엉을 칭찬하고는 크레온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마나스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알림이 떠올랐다.

    [마족 크레온을 죽였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세이프존 영지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공적치를 반영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무수히 많은 레벨 상승 알림이 떠올랐다.

    레벨업 상태창이 떠오르고 장현은 자신의 변화된 육체를 점검했다.

    소모된 마나 포인트가 원래의 그것 이상으로 차올랐다.

    그는 변한 자신의 상태창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는 끝났지만, 아직 뒷정리는 끝나지 않았다.

    강신배가 남아있었다.

    장현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강신배, 김혜정, 이정환이 눈을 부릅뜬 채 그를 보며 떨고 있었다.

    그들은 장현이 크레온을 죽이는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적막이 흐르는 공간에 울렸다.

    장현이 그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았다.

    “이제 네놈들만 남았군.”

    장현이 크레온이 죽은 자리 근처에 떨어져 있던 도끼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항복입니다.”

    강신배가 등 뒤의 깃발을 꺼내 장현 앞에 던지고 항복을 외쳤다.

    “영지전 퀘스트도 종료되었으니 항복하겠습니다.”

    강신배가 항복하자 그의 일행들도 넙죽 엎드렸다.

    “살려주십시오. 항복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장현은 엎드려 목숨 구걸하는 자들을 노려보았다.

    항복했으니 퀘스트는 끝났다.

    그의 마음에 일순간 망설임이 생겼다.

    강신배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과 그를 살려두었다가 써먹자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다.

    한동안 그들을 내려다보던 장현은 도끼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가 몸을 돌려 떠나자 강신배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의 등 뒤에 소리쳤다.

    “가,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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