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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62화 (62/211)

62화. 크로커다일과 전투를 벌이다 (4)

한편 발리스터 화살에 장현 일행들이 큰 피해를 보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자가 있었다.

강신배였다.

“크하하하! 이것 봐. 이게 바로 일타 쌍피야! 이제 모조리 죽여버려! 우리가 영지전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는 거야.”

“영주, 그런데 크로커다일족도 화살에 같이 피해를 봤는데 괜찮을까? 그들이랑 협력한 관계잖아.”

“흥.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불만 있더라도 어쩔 거야. 우리가 비록 크로커다일족과 협력을 하긴 했지만 어차피 영지전에서 최종 승리하기 위해서는 저 놈들도 쓰러트려야해. 그건 저놈들도 우리와 마찬가지 입장이야.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거지.”

“으음. 알겠어.”

이상영이 안심하고 대답했다.

강신배 일행은 크로커다일 측에 접근해 장현 일행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불가침약속을 맺었다.

김덕배 영지를 접수하고 장현 일행을 영지전에서 탈락시킬 때까지는 서로 싸우지 않고 협력하자는 것이었다.

크로커다일 쪽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강신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크레온은 굳이 인간들과 협력하지 않고도 장현 일행들을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다만 마라늄이 완성되기 전까지 가능한 전투는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강신배 일행 중에 뛰어난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는 중급대장장이로 레벨 6의 금속까지 다룰 수 있다고 했다.

크레온이 마라늄제 전차를 구상한 것은 그때였다.

이렇게 두 영지는 협력했지만 그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했다.

장현이 크로커다일족을 탐색했듯, 강신배측에서도 장현의 영지를 탐색했다.

강신배는 장현 영지의 발전상을 알게 되자 잠시 몸을 숙여야 한다고 느꼈다.

상대가 경계하지 않게 방심을 유도하고 뒤에서 힘을 기르기로 했다.

그는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자였다.

도움이 된다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었고, 뒤통수 맞기 전에 먼저 치는 자였다.

“이상영, 해줘야 할 게 있어.”

강신배가 그의 관리자인 이상영을 불렀다.

이상영의 직업은 어쌔신.

조용히 다가가 목숨을 끊는 암살자가 바로 그다.

강신배가 그를 부른 것은 누군가 죽여야 할 자가 있다는 것이다.

“말 안 해도 내 할 일은 알아. 장현을 죽이라는 거지. 이미 준비하고 있었어.”

“역시. 믿음직해. 네가 있어 내가 안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할 일은 그를 죽이는 게 아니야.”

“뭐? 그럼 뭐지?”

이상영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암살이 특기인 그가 누군가를 몰래 죽이는 게 아닌 다른 할 일이 있는가.

“크레온의 깃발을 가져와.”

“크레온의 깃발이라고?”

이상영은 강신배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크로커다일 영주 크레온이 눈이 먼 채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미친 듯 무기를 휘두르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그의 모습은 공포스러웠지만, 맞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몰래 접근하는 것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일.

죽이는 것 외에도 훔치는 것 또한 그의 특기다.

강신배는 이상영에게 어울리는 일을 준 것이다.

“알겠어. 갔다 오지.”

이상영은 굳이 협력한 관계가 아니었냐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어쌔신은 명령의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

곧 이상영이 가볍게 땅을 발을 찼다.

스으윽.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사라져 크레온을 향해 달려갔다.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어느새 사라졌다.

은신 스킬이 모습을 가려준 것이다.

그는 크레온을 향해 다가가며 그의 목표물을 확인했다.

‘깃발.’

크레온의 허리춤에 꽂힌 깃발을 회수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겸사겸사 크레온의 목을 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다른 차원의 일이지. 자칫하다간 내가 죽을 수 있어.’

허리춤의 물건을 빼내는 건 소유주가 모르게 할 수 있다.

목숨을 빼앗는 건 다른 문제다.

한방에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할 수 없기에, 그의 공격에 크레온이 죽지않는다면 즉시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공격을 하는 순간 그의 위치는 노출될 것이다.

크레온은 크로커다일족의 영주라는 위치에 오른 자다.

자신의 위치가 노출된다면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상영이 크레온에게 다가갈 때 근처에는 장현이 보였다.

자신의 흔적을 지우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이상영의 눈은 장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장현에 대해 대략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다.

강신배와 마찬가지로 튜토리얼의 생존자중 리더나 다름없는 자.

비록 영주는 김덕배라는 남자지만, 이상영이 보기에 그는 깃발을 들기 위한 바지사장에 가까웠다.

실질적인 리더는 장현이었다.

‘저 놈이 근처에 있는 동안에는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되겠군.’

이상영은 장현과 크레온에게 들키지 않게 어쌔신 스킬을 발휘해 신중하게 움직였다.

‘후훗, 어쌔신 스킬을 쓰면 제 아무리 영주라고 할지라도 나의 위치를 알아차리긴 어려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스킬에 자신감이 충만했다.

한편 장현은 일대의 크로커다일을 모조리 쓰러트린 후 크레온을 향해 거리를 둔 채 창을 찌르며 공격했다.

“후우, 크레온. 이제 영지전을 끝내자꾸나.”

“이놈! 빌어먹을 인간! 죽여버릴 테다!”

크레온은 장현이 공격해 들어왔지만 앞이 안보였기에 막무가내로 둔기를 휘두르며 반격했다.

스걱!

그러다가 장현의 창에 공격당하면 상처를 도외시하고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둔기를 휘둘렀다.

콰쾅쾅!

타타탓!

“흥! 눈 먼 무기에 맞을 생각은 없다고.”

장현은 단번에 그를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다.

먼저 크레온의 체력과 마나를 소진시킬 생각이었다.

그 다음에 그를 죽여 마나 포인트를 얻고 레벨을 높이는 게 그의 목적이다.

크레온의 허리춤에 영주의 상징인 깃발이 꽂혀 있는 것을 장현은 보았지만 그것을 회수하기 전에 먼저 처리할 일이 있었다.

‘경험치와 레벨업 제물을 눈앞에 두고 서두를 필요는 없지. 어차피 놈만 처리하면 깃발은 따라올 테니. 그보다 거슬리는 저 쥐새끼부터 처리할까. 아니면 놈을 이용하는 게 나을까.’

이상영은 모르고 있었지만 장현은 진작부터 그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굳이 내버려둔 건 놈을 이용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이다.

더불어 강신배의 관리자도 이참에 한 명 처리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나 다름없다.

이 때 이상영은 깃발을 노리고 크레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쉬운데 이것만 얻는다면...’

장현과 크레온 둘 다 자신의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생각한 그는 방심하고 말았다.

크레온은 여전히 두 눈이 보이지 않았다.

울부짖으며 분노를 토해내고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둘러 대고 있었다.

“크허어어헝 이 더러운 쥐새끼들 모두 죽여버리겠다!”

시력을 상실한 분노와 고통 속에 언제 적이 자신을 공격해올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겪고 있었다.

양손에 쥐고 있는 둔기를 사정없이 휘둘러댔다.

그의 손에 죽어나가는 것은 자신의 부하들이었다.

퍼퍽!

“영주님. 진정하세요. 저희들입니다.”

크레온의 부하들이 그를 말렸음에도 크레온은 듣지 않았다.

이성을 잃은 그의 모습에 수하들마저 멀어졌을 때 이상영이 움직였다.

‘지금이다.’

그는 크레온의 수하들이 물러나자 곧장 크레온의 배후에서 다가갔다.

크레온에게 디텍터 스킬이나 전장의 맵 스킬이 없다면 찾아내기란 어렵다.

물론 두 눈이 멀쩡한 상태에서 주변을 경계한다면 허공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크레온은 이상영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인 목표물이었다.

이상영이 크레온에게 다가갔을 때도 크레온은 여전히 광분한 채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크아아악! 비열한 인간 놈들. 죽여버리겠다.”

터억.

그때 크레온의 허리춤에 있던 깃발을 낚아채는 손이 있었다.

이상영이 어쌔신 스킬로 크로커다일족의 깃발을 낚아챈 것이다.

‘됐다. 우리가 이겼다. 어차피 저놈은 눈도 보이지 않을 테니 날 잡을 수 없어.’

그는 영지전을 끝낸 일등 공신이 자신이라는 기쁨에 들떴다.

평소 냉정한 성격이지만 태초부터 암살자로 키워진 것도 아니고 튜토리얼을 끝내면서 보상으로 얻은 직업이다.

이상영은 깃발까지 확보했기에 완전히 방심하고 말았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크로커다일족의 깃발을 빼앗았다는 알림창이 어서 뜨기만을 바랬다.

그때 크레온이 이상영의 팔을 붙들었다.

꽉!

“크크크, 잡았다.”

비릿한 웃음을 짓는 크레온에게서 광폭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인간들 중에 자신의 깃발을 노리는 놈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광분한 듯 과장된 행동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크레온의 분노가 연출된 것은 아니다.

그는 쌓였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깃발을 잡은 이상영의 팔을 양팔로 잡고 힘을 주어 비틀었다.

우두둑. 우득

찌지지직. 찌익.

이상영의 팔은 순식간에 찢어지고 뼈가 부서졌다.

“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이상영의 팔이 덜렁거렸다. 힘줄과 뼈가 끊어졌지만 근육이 일부가 붙어 있어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였다.

이상영의 박살난 손에 있던 깃발 역시 툭. 하고 떨어졌다.

콰직!

크레온은 떨어진 팔을 발로 밟아 완전히 박살냈다.

“여기 있군. 흐흐흐”

크레온은 눈이 멀고 피부가 녹아내린 고통 속에서도 한 손은 여전히 이상영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깃발을 잡아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크으아아악! 대, 대체, 어떻게? 난 기척 숨기기 스킬을 사용했는데”

이상영은 팔이 뜯겨나가는 고통 속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그 와중에 의문이 들었다.

“기척 숨기기? 그깟 게 눈이 안 보이는 나한테 쓸모있을 거라 생각했나, 머저리자식. 결국 영지전을 이기려면 깃발을 빼앗던가, 우리를 모두 죽이든가 둘 중 하나뿐이지. 비열한 인간놈. 내 눈을 멀게 하고 깃발을 뺏을 속셈이었나 본데, 눈이 안 보일 때부터 나의 신경은 오로지 허리의 깃발에만 가있었다.”

크레온의 입에서 살기어린 짓눌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깃발을 허리춤에 다시 꽂은 그의 손이 이상영의 목을 쥐었다.

오싹.

이상영은 고통스런 와중에 서둘러 변명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크레온에게 목을 잡히자 죽음의 공포가 와 닿았다.

결국 소속을 밝히며 목숨을 구걸했다.

“으윽. 자, 잠깐. 난 당신 눈을 멀게 한 쪽이 아니야. 당신 눈을 멀게 한 자는 장현이라는 인간이야. 난 당신들과 협약 맺은 강신배쪽 사람이라고!”

이상영은 급한 나머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그가 비록 강신배의 수하라고 하더라도 크레온의 깃발을 훔치려 한 순간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상영의 변명은 크레온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크크. 협약을 체결한 놈이 내 깃발을 뺏으려 했단 말이지. 하여튼 더러운 인간놈들은 하나같이 비열하군.”

“자, 잠깐. 우린 당신들을 도와 놈들을 공격했다고! 깃발을 건드린 것은 실수였어!”

“쓰레기 같은 네놈의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그만 죽어라. 날 회복시킬 마나 포인트나 내놓으란 말이다.”

우둑!

크레온은 손에 힘을 가했고, 이상영의 목은 그대로 꺾였다.

툭.

이상영을 죽이고 얻은 마나스톤을 크레온은 곧장 흡수했다.

“음. 좋구나. 이놈 관리자급이었나보군.”

그의 예상대로 이상영은 강신배 영지의 관리자였다.

그가 쌓아온 마나가 꽤 높았기에 크레온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마나스톤을 복용하자 독액을 뒤집어 쓴 상처가 상당히 회복되고 통증도 사그라졌다.

상처회복은 실명된 눈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록 완전한 회복은 아니어도 한쪽 눈의 시력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제야 주변을 인식한 크레온은 부하들이 처참히 살해된 모습에 다시금 분노를 토해냈다.

“크으윽. 죽인다. 인간놈들 모조리 죽여버리고 말테다.”

그는 비록 잠시 회복되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부하들의 처참한 모습에 이성을 잃었다.

그들이 자신으로 인해 죽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리겠어.”

광기에 찬 채 중얼거리던 크레온에게서 어느 순간 검은 기운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장현의 눈이 커졌다.

‘저건 마족화 현상?’

이나연이 기차에서 겪었던 마족화 현상이 크레온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장현은 일단 크레온에게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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