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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56화 (56/211)
  • 56화. 안젤라를 맞이하다 (1)

    장현은 아모스의 몸에 손을 대고 독공을 운용했다.

    그의 몸에 있던 독 기운과 음차원의 마나가 장현의 몸으로 들어왔다.

    대지를 통해 들어온 음차원의 마나는 순정한 데다 아모스의 몸속에서 추출한 마나였기에 그에게 딱히 부담스럽지 않았다.

    장현은 흡수한 마나를 다시 아모스의 몸으로 돌렸다.

    내공심법으로 아모스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장현이 내공으로 아모스의 체내에서 마나를 순환시키자 멈춰있던 아모스의 몸이 점점 회복되어갔다.

    “으음…….”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을까 어느 순간 아모스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장현은 아모스의 몸에서 손을 떼고 미소를 지었다.

    “장…… 현? 내, 내가 죽은 게 아닌가?”

    아모스는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 장현을 보고 문득 죽어가던 기억이 떠올라 화들짝 놀랐다.

    몸이 아프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장현 옆에 있는 두 명의 리자드맨이 눈에 들어왔다.

    “너, 너희들은 아탑, 아투렉. 너희들이 왜 여기에?”

    “그래. 아모스! 살아나서 정말 기쁘다.”

    “수고했다. 아모스. 넌 정말 우리 리자드맨의 자랑이다. 네가 큰일을 해냈어.”

    아모스가 아탑과 아투렉을 향해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아모스는 지금 아탑과 아투렉이 하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구나! 항상 진지하고 고뇌에 빠져있던 이들이 마치 어린 리자드맨들처럼 발랄하고 즐거운 표정이라니.

    “아모스 네가 목숨 걸고 장현을 구했다고 들었어.”

    “아…….”

    아탑의 설명에 그제야 아모스는 그들의 반응을 이해했다…….

    “장현은 나를 따라 목숨 걸고 세이프존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삼두견으로부터 날 지켜줬지. 리자드맨으로서 은혜를 입고서 외면할 수 없었다.”

    “역시 아모스 넌 우리의 자랑이다. 리자드맨의 긍지를 잊지 않았구나.”

    “장하다, 아모스.”

    리자드맨들이 서로를 칭찬하며 격려하는 동안 장현은 뭔가 외부에서 강력한 기운이 접근해오는 것을 느꼈다.

    ‘우두머리 삼두견인가? 아니면 만티코어?’

    마족의 기운에 버금가는 기운이었다.

    장현은 기운의 방향을 찾아 움직였다.

    “장현, 어디 가는가?”

    “혹시 삼두견?”

    “얼른 따라가세.”

    세 명의 리자드맨들은 장현의 뒤를 따라갔다.

    장현은 리자드맨 영지 인근인 서쪽 벽문 끝까지 다가가서야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하고 긴 지네차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건. 누가 또 오는 거지?’

    지네차는 성주의 지시를 받은 크로커다일 병사가 몰았었다.

    그가 혼자 올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플레이어 또는 성주성의 누군가와 함께 오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장현은 다가오는 지네차를 자세히 보기 위해 눈에 내공을 몰아넣었다.

    그러자 멀리서 지네차를 운전하는 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자의 정체를 확인한 장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아, 안젤라! 아직 영지전의 승자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장현은 안젤라가 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변덕이 극심한 데다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는 그녀의 특성상 성주조차도 말리기 쉽지 않았다.

    ‘일단 빨리 영지로 돌아가야겠군.’

    장현은 서둘러 자신의 영지를 향해 움직였다.

    그 뒤를 3명의 리자드맨이 따랐다.

    ***

    전날 밤.

    안젤라는 침대에 누워 자려 할 때 패드에서 알림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뭐야, 자려는데 또……. 아씨……. 메시지 알림을 무음으로 해둔다는 걸 깜빡했네…….”

    마왕성의 본부에서 일하는 마족들은 수시로 경기 진행과 관련된 메시지를 송출하기에 평소에 쓸데없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가 패드를 확인하는 순간 잠이 번쩍 달아났다.

    [세이프존에서 히든 피스가 개봉되었습니다.]

    “히든 피스? 히든피스가 개봉되었다고?”

    알림을 확인한 안젤라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녀는 서둘러 패드를 켜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타타탁.

    [위치를 확인합니다.]

    ‘여긴……. 세이프존 입구 근처인데.’

    그녀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원했다.

    타타탁.

    [개봉된 히든 피스의 상세정보 열람.]

    -접근할 수 없습니다.

    “뭐야! 접근이 안 된다고? 이게 대체…….”

    안젤라는 지금 자신의 아버지인 헬릭스 성주의 계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성주조차도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손톱을 이빨로 물어뜯으며 한참을 패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거……. 한번 알아봐야겠는걸.”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루하던 일상에 모처럼 재미난 것이 생긴 것이었다.

    ***

    장현이 영지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광활한 감자밭이었다.

    “오셨군요.”

    김태석이 그를 반겼다.

    곡괭이를 어깨에 멘 채로 인사하는 그에게서 강인한 기세가 풍겼다.

    “변했군.”

    “아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는 이전의 독기어린 눈빛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동시에 전신에서는 강력한 마나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각성했군.’

    장현은 그의 기세가 변했음을 알아차렸다.

    “축하해. 각성을 이루었군.”

    “감사합니다. 장현 님 덕분입니다.”

    김태석은 장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감자밭을 일구면서 사실 난 이런 삶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한순간 무아의 경지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곡괭이질만 반복해서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각성을 했더군요.”

    “그랬군.”

    1회차 때 갓 오브 곡괭이가 방금 김태석이 한 얘기와 같은 말을 언급한 적이 있다.

    고작 곡괭이로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곡괭이와 내가 하나가 되었다.’

    단순한 작업을 반복했기에 처음에는 잡생각이 들다가 억지로라도 지금 하는 작업에서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그렇게 동작 하나하나를 고찰하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무아지경에 빠졌다고 했다.

    그때 그는 각성했고 ‘갓 오브 곡괭이’가 되었다.

    김태석은 장현의 뒤에 있는 리자드맨을 보더니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뒤의 리자드맨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이들은 새로 사귄 친구다.”

    “네, 친구……. 요?”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모두가 있는 데서 얘기하지. 지금 최형석은 어디에 있나?”

    “형님은 이나연과 함께 사령술 훈련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나연과?”

    장현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최형석이 이나연과 사령술 훈련을 하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사령술을 이용한 집단전투훈련.

    “김태석, 이들에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앞으로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될 거야.”

    “네 마침 새로 지은 숙소가 있습니다. 거기로 안내하겠습니다.”

    장현은 새로 지은 숙소라는 말에 자신이 없는 동안 영지에 많은 변화가 생겼음을 알았다.

    그는 서둘러 일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이나연은 영지민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최형석이 삼두견 사체와 스켈레톤을 부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지휘하는 집단이 맞붙었다.

    “들어 방패!”

    “찔러! 창!”

    푸슉! 푹푹!

    크오오오!

    화르르!

    놀랍게도 최형석이 일으킨 삼두견과 스켈레톤들은

    영지민들의 공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장현이 등장한 건 그때였다.

    “많이들 늘었군.”

    “음? 큰 형님!”

    최형석은 장현의 등장에 반기며 다가갔다.

    그것으로 훈련은 끝났다.

    최형석의 손짓에 삼두견과 스켈레톤들은 그 자리에서 스르르 사라졌다.

    소환술이 해제되면서 최형석의 인벤토리로 이동한 것이다.

    “드디어 오셨군요. 왜 이렇게 늦었죠?”

    이나연 역시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곱지 않았다.

    “덕배랑 이성훈은 어디 있지? 다 모이면 얘기하도록 하지.”

    “두 사람은 지금 영지 개발 중이에요.”

    “영지 개발이라, 많이 바빴겠군.”

    “보면 놀랄 거에요.”

    이나연의 자신 있는 말투에 장현은 궁금했다.

    자신이 영지를 비운 동안 김태석은 드넓은 황무지를 개간해 감자밭으로 만들었다.

    최형석은 고작 삼두견 한두 마리를 움직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다수의 삼두견과 스켈레톤을 소환해 지휘했다.

    이나연 역시 그런 군단을 상대로 경비대원들을 능숙하게 지휘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모두가 실력이 향상했음을 알 수 있었다.

    ‘김덕배와 이성훈은 어떻게 변했을까.’

    장현은 영지의 변화에 놀라고 있었다.

    수많은 움집이 있었고, 그 가운데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더구나! 그 옆엔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지 다양한 작물이 있었다.

    ‘감자 이외의 작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과거가 바뀌었다 한들, 이 정도의 성과는 장현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영지가 며칠 사이 놀랍도록 변했군. 모두들 수고했어.”

    장현은 김덕배, 이성훈을 비롯한 관리자들 모두와 영지민들을 모아둔 채 격려했다.

    “이성훈 주무관의 능력이 장난 아니더라고.”

    “아닙니다. 영주 님께서 잘 도와주셨기 때문이죠.”

    김덕배와 이성훈의 훈훈한 모습에 장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영지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구나. 이 정도라면 영지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승산이 있겠어.”

    장현의 말에 모두들 흠칫했다.

    영지전이라는 말은 곧 목숨을 건 전투가 있으리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지전이라면 곧 전투가 벌어진다는 거야?”

    김덕배가 대표로 장현에게 물었다.

    “아마도. 내가 알아본 바로는 리자드맨 족과 크로커다일족 간에 이미 영지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크로커다일족이 승리했다.”

    “뭐 벌써?”

    “으음……. 형님은 이미 대응책을 세우셨겠죠?”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최형석이 물었다.

    “사실 대비책을 세우긴 했다.”

    “역시.”

    사람들이 장현의 말에 안도할 때 그에게서 침통한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틀어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 좀 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게 뭐지?”

    “성주 딸인 안젤라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오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이지?”

    사람들은 장현의 물에 불안해했지만, 곧 그들은 실체를 맞닥뜨렸다.

    끼이이익.

    드르르르륵.

    성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네차가 내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왔다.

    끼기기기기기.

    꾸어어어어엉.

    지네차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성벽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에서 히든 피스가 개봉되었단 말이지.’

    안젤라는 패드에서 가리킨 성문 입구 근처를 향해 다가가며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로메드,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영지에 어느 종족이 자리하고 있지?”

    “입구 근처라면 인간들입니다. 안젤라 님, 마침 저들이 소성주님께서 오시는 걸 알았는지 모여있군요.”

    안젤라는 모여서 대기하고 있는 인간들을 눈에 담으며 바랬다.

    ‘패드에서 가리킨 곳은 이곳인데. 그럼 이들 중에 히든 피스를 개봉한 자가 있는 걸까.’

    장현의 영지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안젤라와 로메드 앞에 기립해 섰다.

    사람들은 튜토리얼을 거치면서 마족이 어떤 존재인지 톡톡히 알았기에 긴장했다.

    “여기의 영주가 누구냐?”

    안젤라 옆에서 로메드가 물었다.

    장현이 김덕배에게 눈짓으로 신호했다.

    깃발을 가진 자가 영주이기에 대외적으로는 김덕배가 영주였다.

    김덕배가 앞으로 나서며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접니다.”

    “넌 아닌 거 같은데…….”

    안젤라가 김덕배를 뚫어지게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보기에 김덕배는 너무 평범했다.

    히든 피스를 개봉한 플레이어라면 뭔가 특별하리라 생각했는데 김덕배는 영주라는 것조차 믿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김덕배는 안젤라의 말에 흠칫했다. 그녀의 말과 태도에서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 인간은 확실히 아니야.’

    안젤라는 그런 김덕배의 반응을 보고는 확신했다.

    ‘그럼 다른 자들 중에 있으려나.’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튀어나오려는 성질이 있다. 히든피스가 개봉된 것은 분명 플레이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 누군가 히든 피스를 개봉한 것이다.

    그렇다면 관리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인간.

    그녀는 장현을 눈에 담았다.

    이어 다른 관리자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보았다.

    경기의 원칙상 아무리 성주의 딸이라고 해도 억지로 히든피스에 대해서 말하게끔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분명한 경기개입이기 때문이다.

    ‘지켜보는 거라면 상관없겠지.’

    그녀는 경기의 규정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자세히 관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장현은 그런 안젤라의 행동의 이유를 몰랐기에 무척이나 난감했다.

    ‘이거 무척 피곤하게 됐는데.’

    일단은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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