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55화 (55/211)

55화. 리자드맨과 친구가 되다 (3)

두 리자드맨의 착각과 달리 장현은 에레뜨의 환생이 아니다.

그 사실은 장현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그는 리자드맨 중에 진짜 에레뜨의 화신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계기만 주어진다면 리자드맨 중에 위대한 주술사가 탄생할지 몰랐다.

‘그건 아마도 히든 피스를 얻은 자겠지.’

장현이 연금술사 조각을 얻었고 1회차 때 대장장이 조각을 얻었듯, 리자드맨 중 누군가 주술사 조각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술사 조각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면 말이지.’

생각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님을 잘 알기에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투렉의 목소리가 생각에 잠긴 장현을 일깨웠다.

“에레뜨께서 이 주술을 만드신 것은 우리 리자드맨들만이 주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현 그대를 보니 에레뜨는 다른 뜻이 있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생각이지?”

“그대를 통해 인간 종족과 리자드맨 족이 힘을 합쳐 마왕을 상대하라는 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투렉의 말에 장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1회차의 경험으로 인간들의 힘만으로는 마왕에게 처절하게 패했다.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그게 뭐지?”

아투렉이 장현에게 반문했다.

“분명 나는 이 에레뜨 금속을 리자드맨에게 전해주었다. 그러나 내 역할은 그것으로 끝이야. 에레뜨의 주술은 분명 리자드맨에게 이어져 있다. 당신들은 리자드맨 족에게서 에레뜨의 주술을 이어받은 자를 찾도록 해.”

“장현 그대가 에레뜨의 환생인데 다른 리자드맨이 에레뜨의 주술을 이어받았을 리가?”

“아니.”

장현은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아투렉의 말대로 에레뜨가 마법을 매개로 주술을 변형시킨 것은 리자드맨만의 힘을 전하기 위함이다. 난 인간 종족의 힘을 이어받았기에 주술까지 받지는 않았다. 그건 나 자신이 안다.”

말과 함께 장현은 중급연성술을 발동했다.

화아아악.

그의 손에서 빛이 타올랐다.

“이건 우리 인간 종족의 힘이다. 난 이걸로 에레뜨 금속의 원형을 만들 수 있었지. 그리고 나의 능력은 이걸로 끝이야. 분명 리자드맨 중에 주술의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날 거야. 비록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말이지.”

“아아……. 그것이……. 에레뜨의 원형을 복원한 능력이구나.”

아투렉과 아탑은 감탄하며 경이로운 눈빛으로 장현의 손을 바라보았다.

장현이 애초에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연성술의 능력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 한 말처럼 리자드맨 중에 누군가 에레뜨의 주술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1회차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에레뜨의 주술을 그대로 이어받은 리자드맨이 나타난다면 그는 테오 못지않은 능력을 갖췄을 것이다.

그런 자가 동료라면 마왕을 상대할 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을 생각해야겠지.’

장현의 말이 끝나자 아탑이 아투렉에게 말했다.

“아투렉. 장현의 말대로 이제 어떡해서든 우린 에레뜨의 주술을 찾아야 하네. 그게 우리 리자드맨족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 것이야.”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다고…….”

아투렉은 아탑의 말에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 생각에 잠겨 들었다.

잠시 후 아투렉은 고개를 들어 아탑을 보았다.

“아탑, 자네는 모르겠지만 사실 난 그동안 이곳에서 보호대만을 만들고 있었던 게 아닐세.”

“그,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난……. 에레뜨께서 사용하신 주술을 익히는 것. 그것을 목표로 했네. 그걸 이룬다면 우린 크로커다일이 문제가 아니라 저 마왕과 마족을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마, 마왕이라니……. 정말 자네가 장현의 말대로 에레뜨의 주술을 이었던 건가?”

아탑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건 아니야. 비록 주술을 익히고는 있지만 난 결코 에레뜨에 비교할 정도가 아니라네. 사실 리자드맨 족에 대장장이가 한 명만 있는 건 대장장이 능력을 이은 자가 주술 역시 잇기 때문이지. 이건 원래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내용이네. 우리 리자드맨 대장장이가 후계자를 정할 때만 구두로 전하는 내용이라네.”

“아……. 그게……. 그럼……. 정말이구나.”

아탑은 놀란 눈으로 아투렉과 장현을 번갈아 보았다.

‘그가 정말 리자드맨의 주술을 잇고 있었다니.’

장현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장현에게 리자드맨과 아투렉의 존재는 새롭게 각인되었다.

이제 그들은 마왕을 상대하기 위한 동료였다.

장현은 아투렉의 도움으로 리자드맨 보호대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에레뜨를 이용해 보호대를 바로 만들면 고급대장장이를 위한 직업 퀘스트를 하나 끝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일단 미루었다.

레벨 6의 재료로 만드는 것인 만큼 시간 날 때 정성을 다해 제작하고 싶었다.

이곳에서는 배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리자드맨 보호대 제작의 핵심은 보호대에 넣는 주술진이었다.

아투렉이 말했다.

“내가 주술을 익혀야 했던 이유는 바로 이 주술진 때문이라네.”

“내가 그럼 주술을 배워야 한다는 건가?”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다만 보호대에 새기는 주술진의 문양은 외워야겠지. 조금이라도 문양이 틀린다면 주술진이 작동 안 하게 되니까.”

“다행이군.”

장현은 안도했다.

대장장이 능력은 1회차 때 익혔다고 하더라도, 당문무공에 연성술까지 익혀야 할 게 많았다.

여기에 주술까지 배운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단순히 문양 하나를 외우는 정도는 가능했다.

“자, 이제 장현 자네가 직접 해보게. 문양은 다 외우고 있겠지.”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운 대로 보호대에 주술진을 새겨넣었다.

그때 그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연금술사 조각이 발동합니다.]

-전대 연금술사 조각 보유자의 흔적을 얻었습니다. 후인에게 연금술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알림이 뜨는 것과 동시에 그의 눈앞에 영상이 하나 떠올랐다.

[후인이여, 나는 연금술사 조각의 보유자, 에레뜨다. 그대가 내가 남기는 메시지를 얻었다면 비로소 연금술사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될 것이다.]

장현에게 말을 거는 자는 에레뜨였다.

‘뭐야, 에레뜨가 전대 연금술사였어?’

차마 이건 장현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영상 속에서 에레뜨가 연성술을 시전했다.

에레뜨의 앞에는 마법진이 있었다.

연성술 특유의 빛이 에레뜨의 손에서 뻗어 나왔다. 동시에 마법진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저, 저건!’

장현의 눈에 비친 장면은 분명 연성술이었다.

그런데 금속을 대상으로 펼친 연성술이 아닌 마법진을 대상으로 펼친 연성술.

영상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그의 눈앞에 알림이 떠올랐다.

[연금술사 조각의 비밀을 얻었습니다.]

-마법진을 변형해 고유한 자신만의 주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금술사 조각의 힘으로 변형한 마법진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에 자신의 고유한 마법진을 새길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장현은 에레뜨가 어떻게 마법을 변형해 주술을 만들었는지 이해했다.

장현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만 있자, 아투렉이 장현을 흔들었다.

“왜 그러는가 장현?”

“음……. 잠시만.”

장현은 아투렉을 말리며 자신이 깨달은 것을 정리했다.

그는 조금 전 보호대에 새긴 주술을 바라봤다.

‘이건 강화마법을 연성술로 변형한 거구나.’

보호대에 새긴 주술진은 착용자의 신체를 강하게 해준다.

무기보다 육체 싸움을 즐기는 리자드맨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마법을 굳이 주술로 바꾼 이유는 분명하다.

‘마족에게 마법이 소용없어서겠지.’

어지간한 인간 마법사들은 대부분 도태되었다.

마족들의 마법은 최소한 6서클 레벨 이상이다.

‘테오 정도 대마법사가 되어야 살아남지.’

하급서클의 마법사가 상급서클의 마법사를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사나 전사계열은 레벨이 낮더라도 아이템 보정 등을 사용해 강해질 수도 있고, 상대방의 방심을 노릴 수도 있다.

마법은 그와 달리 디스펠이라는 마법해제주문이 있다.

상급 서클 마법사가 디스펠을 걸면 하급 서클 마법사의 주문은 취소가 되어버린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마법사들은 마족과의 전투에서 가장 먼저 죽어 나갔다.

마법을 사용하는 족족 마족들에게 디스펠 당해버리니 소용이 없었다.

‘주술을 사용한다면 디스펠을 염려하지 않아도 돼.’

주술은 마법과 비슷한 결과를 발생시키지만, 작동 원리는 똑같지 않다.

서로 다른 언어체계라고 비유할 수 있다.

장현은 가만히 자신의 손에 들린 보호대를 바라보았다.

보호대에는 주술진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조금 전의 그는 외운 주술진 문양을 복사한 것이었던 반면, 지금은 주술을 이해하고 있었다.

장현은 자신이 새겨넣은 주술진을 바라보았다.

상태창에 상세정보가 떠올랐다.

[리자드맨의 보호대]

-공격력 30% 증가합니다.

-방어력 30% 증가합니다.

-체력이 30% 증가합니다.

-화염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30% 증가합니다.

-독성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30% 증가합니다.

[연금술사 조각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연금술사 조각의 능력으로 리자드맨 부족의 주술진을 복구하였습니다.

-연금술사 조각의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리자드맨 종족의 은인이 됩니다.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전대 연금술사 조각의 소유주인 에레뜨의 주술진이 전승됩니다.

장현은 보호대에 주술진을 새기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나중으로 미루었다.

연금술사 조각의 비밀을 푼 것으로 퀘스트 보상은 끝냈기에 슬슬 돌아가야 했다.

새로이 얻은 마법진에 연성술을 가하는 것이니만큼 마법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일단 마법진이 있어야 연성을 가하지.’

장현이 마법진에 연성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직접 마법을 구사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어차피 나중에 테오를 만나기도 할 테고.’

마법사들이 확보되면 그때 사용하면 될 테고 지금은 돌아가야 할 때다.

“난 이제 영지로 돌아가야 할 거 같다.”

장현의 말은 두 명의 리자드맨에게는 폭탄 같은 선언이었다.

그들은 대번에 놀래서 외쳤다.

“장현, 우리와 함께하세. 그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세.”

“에레뜨의 화신인 그대가 우리랑 함께 있어야지. 어딜 간단 말인가?”

장현은 그들을 설득했다.

“나중에 힘을 합치면 돼. 지금 우리에게는 공동의 적이 있지 않나?”

“음……. 맞아. 크로커다일 족부터 해결해야지.”

아투렉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린 이미 영지전에서 탈락했는데.”

“그래도 크로커다일 족보다는 장현이 있는 인간들이 낫지 않겠나?”

“그건, 그렇지.”

아투렉과 아탑은 의견을 교환하다가 뭔가 결심을 굳힌 듯 장현을 돌아보았다.

“우린 자네를 따르고 싶네.”

아투렉이 먼저 장현에게 말을 꺼내자, 아탑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두 리자드맨의 진지한 눈빛에 장현은 당혹스러웠다.

그것도 잠시 그는 곧 흔쾌히 받아들였다.

당장 아탑과 아투렉만 해도 대장장이이자 연금술사인 장현을 보조하기에 적임자였다.

인간 중에서는 장현을 보조할 수 있는 자가 없기에 때마침 두 리자드맨의 합류는 반가웠다.

“좋다. 그럼 나를 따라오도록. 그러잖아도 그대들과도 관련 있는 일이니?”

“그게 무엇인가?”

장현은 아모스를 묻었고 그가 어쩌면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게 정말인가? 아모스가 살아있단 말인가?”

“확신할 수는 없다. 죽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내가 모종의 방법을 취했기에 어쩌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고맙네. 장현. 이렇게도 아모스를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두 리자드맨은 감격했다.

아모스가 묻힌 곳은 세이프존 밖.

죽었을지도 모르는 아모스를 위해 삼두견들이 있는 세이프존 밖으로 다시 간다는 말에 감격한 것이다.

장현은 그들이 고마워하는 것을 보며 리자드맨이 진심으로 자신을 따를 것이라는 생각에 만족해했다.

그는 그렇게 아탑과 아투렉을 데리고 세이프존 밖으로 다시 나갔다.

쑤엉의 도움으로 장현은 아모스를 묻은 곳으로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오성에 달한 내공은 삼두견들의 기척을 미리 감지할 수 있었기에, 이번에는 삼두견과 마주치지 않았다.

‘이곳이야.’

‘쑤엉, 고마워.’

‘흥, 그래도 좀 멋있어진 거 같으니 봐준다.’

‘훗.’

쑤엉은 장현이 연금술사 조각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나자 반응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리자드맨의 주술진을 사용한 다음부터였다.

존재감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장현의 격이 올라감에 따라 쑤엉의 격도 따라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쑤엉의 대접이 달라진 것.

‘이래서 일단 성공하고 봐야 하는가.’

내심 쓴웃음을 지은 장현은 곧 인벤토리에서 대삽을 소환해 땅을 팠다.

퍽퍽퍽!

아모스를 묻은 지점은 매우 깊었지만, 장현이 삽질을 하자 순식간에 10m를 팠다.

곧 아모스의 몸이 보였다.

시체처럼 누워있는 모습이었으나 미세하게 호흡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디 회복되었으려나.’

장현은 죽은 듯 누워있는 아모스를 내려다보더니 그의 몸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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