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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54화 (54/211)
  • 54화. 리자드맨과 친구가 되다 (2)

    장현의 물음에도 쑤엉이 대답이 없자 자연히 장현의 말투가 곱지 않았다.

    ‘뭐 하자는 거야, 내 말에 왜 대답을 안 해?’

    ‘몰라서 묻는 거니?’

    그제야 쑤엉이 대답했지만, 쑤엉의 반응은 장현의 예상외였다.

    ‘뭐, 뭐가 말이야?’

    ‘곰곰이 잘 생각해봐.’

    ‘뭐야. 쑤엉. 쑤엉’

    ‘…….’

    장현이 쑤엉을 불렀지만, 쑤엉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장현은 쑤엉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어 당황했다.

    ‘대체 왜 이래?’

    한편 아탑은 장현이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얘기하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친구, 무슨 문제가 있나?”

    “아니, 신경 쓸 거 아니야.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잠깐 고민했네.”

    장현은 차마 화염의 정령 쑤엉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군. 알겠네.”

    아탑 또한 장현이 개인적인 문제라고 하자 더 할 말이 없었다.

    개인적인 문제는 본인이 먼저 얘기 꺼내지 않는 이상 묻는 게 실례였기 때문이다.

    장현은 인벤토리에서 도끼를 꺼냈다.

    ‘할 수 없지. 쑤엉의 도움 없이 불순물을 제거해야지.’

    그가 도끼에 마나를 주입하자 응축된 마나가 도끼날을 타고 흘렀다.

    독공이 십성에 이르러서 가능한 검기의 기운이다.

    장현은 도끼날에 입혀진 검기로 액체 금속의 불순물을 제거했다.

    “이제 굳기만 기다리면 돼.”

    장현은 마치 수술을 끝낸 의사처럼 도끼를 남겨두고 몸을 일으켰다.

    아탑은 불순물이 제거된 에레뜨를 보며 감격했다.

    “이, 이게 우리 리자드맨 족 금속의 완전한 형태로군. 혹시 이 금속의 이름이 뭔가?”

    “에레뜨. 이 금속의 이름은 에레뜨라네.”

    “에레뜨, 아 리자드맨의 어머니시여.”

    아탑이 장현이 만든 금속을 쓰다듬으며 감격에 겨워했다.

    그는 장현의 손을 다시 꽉 움켜쥐며 말했다.

    “멋진 이름이야. 정말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아투렉이 얼마나 좋아할지…. 이 금속을 아투렉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가?”

    “아투렉이라면 리자드맨족의 대장장이?”

    “그래. 친구. 그가 이 ‘에레뜨’를 본다면 감격할 것이야.”

    “물론. 나도 그를 만나고 싶어.”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리자드맨의 보호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해내야만 대장장이 조각의 비밀을 풀 수 있기에 장현으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일이었다.

    “그는 사실 크로커다일족을 피해서 숨어 있네. 사실 아투렉의 소재에 관한 것만은 자네에게도 비밀로 하려고 했네. 그는 우리 리자드맨족의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지. 충분히 이해해. 그럼에도 나를 그에게 소개해준다니 고맙네. 아탑.”

    “아니, 자네가 우리 리자드맨 족에게 해준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에레뜨의 원형을 복원한 것은 우리의 숙원이었네. 그건 아투렉 역시 마찬가지. 그는 분명 자네를 반갑게 여길 거네. 이제 그에게로 데려가 주지.”

    아탑은 장현에게 말을 마치고 용광로를 힘껏 밀었다.

    끼기긱.

    “으아아압.”

    아탑이 힘껏 밀면서 용광로는 조금씩 밀렸다.

    그러자 바닥에 숨겨져 있던 손잡이가 보였다.

    아탑은 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철컹.

    촤르르르르.

    손잡이는 문과 연결이 되어있었고, 땅 밑 아래쪽으로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여기로 내려가야 한다네.”

    ‘흐음. 지하에 숨어 있었군. 그러니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지.’

    장현은 아탑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는 다시 동굴이 이어져 있었다.

    동굴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자칫하다간 길을 잃을 수 있었다.

    내부는 곳곳에 밝은 돌이 벽에 붙어있어 빛을 제공해주었다.

    ‘마법스톤이군. 보아하니 1서클의 라이트마법을 넣어놓았군.’

    마법스톤은 마법식을 저장해서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이다.

    김덕배가 얻었던 화염의 펜던트도 일종의 마법 아이템인데, 성능 차이가 크다.

    화염의 펜던트가 1서클부터 5서클까지 저장해서 사용할 수 있기에 매우 비싸고 희소한 것이지만, 마법스톤은 3서클 이내의 마법 한 가지만 저장해서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이다.

    ‘아무리 1서클 마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곳곳마다 붙여놓기엔 꽤 양이 많을 텐데.’

    못해도 백 개는 가뿐히 넘을 만큼 마법스톤이 박혀 있었다.

    그런 장현의 시선을 느낀 아탑이 말했다.

    “이건 상점에서 사 온 거라네.”

    “본경기에 오기 전부터 지하동굴을 팔 생각이었나?”

    “영지전에서 이길지 질지는 알 수 없었네. 그리고 우린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 한 수를 갖고 있어야만 했네.”

    “그게 바로 보호대군.”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보호대의 재료가 에레뜨처럼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리자드맨의 보호대는 강력한 아이템이다.

    “원래는 이 지하동굴도 비장의 한 수였지. 어이없게 영주가 크로커다일에게 잡히는 바람에 비록 영지전은 끝나버렸지만, 이 비밀동굴은 아직도 크로커다일족 누구도 모른다네. 심지어 리자드맨 족 내에서도 아는 자는 극소수야.”

    “길이 외부로 뻗어나 있나 보군.”

    장현은 사방을 둘러보며 어림짐작으로 얘길 했지만, 아탑은 종족의 비밀이라 그런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쯤 더 걸어가자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땅. 땅. 땅.

    “이제 다 왔네.”

    아탑의 말과 함께 장현의 눈에 한 리자드맨이 들어왔다.

    그는 화로에서 꺼낸 금속을 모루에 얹고 두들기고 있었다.

    화로는 연기를 지상으로 배출하도록 기둥이 천장 위로 박혀 있었다.

    ‘저자가 아투렉이군.’

    아투렉은 아탑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다.

    등은 굽었으며 오른쪽 팔이 기이하게 발달되어 있다.

    오랫동안 지하에서 망치질만 한 결과다.

    대장장이 리자드맨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작업을 멈추고는 돌아보았다.

    “아탑! 벌써 금속이 다 만들어졌는가?”

    “아투렉. 이번 금속은 좀 다를걸세.”

    “응?”

    아투렉은 아탑 옆에 서 있는 장현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아니. 이, 인간이잖아. 아탑!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인간을 이곳에 데리고 오다니!”

    “아투렉 진정하게. 이 인간은 우리 친구네. 먼저 이 금속을 보게. 이 인간 친구가 만든 금속이야.”

    “음?”

    아투렉은 경계 어린 표정으로 아탑과 장현을 보더니 이어 아탑이 내민 금속에 시선을 돌렸다.

    “이, 이럴 수가.”

    아투렉은 금속을 살펴보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탑은 아투렉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 금속의 이름은 에레뜨라네.”

    “에레뜨?”

    아탑의 말에 아투렉은 의아한 듯 반문했다.

    “이 친구가 그 금속을 제작하고 이름을 붙였지. 아투렉 우린 드디어 숙원을 이루었네. 바로 이 장현이란 인간 친구 덕분이야.”

    “자, 자세히 얘기를 들려주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탑은 장현을 만난 이야기를 아투렉에게 들려주었다.

    아모스가 죽음을 맞이한 부분에서는 아투렉 또한 안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그는 실로 리자드맨의 명예를 지켰구만. 그 덕에 우리 종족의 숙원을 이루게 되었으니 이 또한 에레뜨의 뜻인가 보군.”

    아투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장현이 에레뜨를 만들 때 말이네….”

    아탑은 이어 장현이 에레뜨를 만들던 과정을 전해주었다.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아마도 에레뜨의 뜻이 이어진 게 아닌가 하네.”

    “에레뜨의 뜻이라고….”

    “그건 장현이 설명할 거네.”

    아탑은 장현에게 눈짓했다.

    장현은 아투렉에게 자신이 겪은 일에 살을 덧붙여서 말했다.

    “아탑의 금속제련을 배우던 중 갑자기 내 앞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건 한 주술사 리자드맨이 기도하는 장면과 그 주술사를 따라 함께 기도하는 리자드맨 일족이었지.”

    “음…. 정말로 계시를 받은 것인가….”

    아투렉이 신음의 탄성을 뱉는 것을 보며 장현은 설명했다.

    “주술사가 기도를 올렸을 때 번개가 쳤다. 번개는 주술사 앞에 있던 큰 바위에 떨어졌지. 번개를 맞은 바위는 녹아내렸고 그 자리에 금속이 나타났어.”

    “번개가 치고 금속이 나타났다고? 그, 그건 우리 리자드맨에게 전설로 전해지던 이야기인데….”

    아투렉은 중얼거리며 아탑을 쳐다보았다.

    혹시 그가 이 얘기를 장현에게 해준 게 아니냐는 눈빛이었다.

    아탑은 고개를 저었다.

    장현은 두 리자드맨의 반응을 보고는 순간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왜, 왜 그러나?”

    장현은 일부러 시간을 끌며 머뭇거렸다.

    아투렉의 반응으로 보아 지금 자신의 얘기를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눈앞에 증거가 있으니 부정할 순 없겠지만, 종족의 비밀을 장현이 알고 있다는 것을 미심쩍어하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해.’

    장현이 연금술사 조각에 대해서 알려줄 수도 없거니와,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 연금술사 조각을 빼고는 설명하기도 어렵다.

    장현은 아투렉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상당히 조심스럽네.”

    “무, 무엇이 말인가?”

    “아투렉이 내 말을 믿을 거 같지 않아서 말이네. 외인인 내가 리자드맨 종족의 전설과 비밀을 안다는 것에 의심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아니야, 그런 걱정은 말게.”

    장현의 말에 아탑은 서둘러 항변했고, 장현은 아투렉을 향해 턱짓했다.

    “으음…….”

    아투렉은 장현의 말에 곧장 대답하지 않고 에레뜨 금속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장현의 말마따나 아직 그는 장현에 대한 경계심이 존재했다.

    ‘난 우리 종족의 유일한 대장장이이자 숙원을 짊어진 몸.’

    눈앞에 분명한 증거가 있지만, 리자드맨이 아닌 인간이 이 금속을 만들었고 에레뜨의 뜻이 인간을 통해 전해졌다는 게 사실 믿기가 어려웠다.

    그 점이 아투렉으로 하여금 경계하게 했다.

    “아투렉!”

    아탑이 아투렉을 재촉하며 그를 불렀다.

    아투렉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나 아투렉 역시 그대를 친구로 생각한다오. 믿어주시오.”

    “리자드맨의 어머니 에레뜨의 이름으로 맹세할 수 있는가?”

    장현이 물었다.

    아투렉은 인간인 장현이 어머니 에레뜨를 언급하자 신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소리높여 외쳤다.

    “어머니 에레뜨의 이름으로 그대 장현을 친구로 받아들이겠소.”

    장현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자드맨 주술사는 바위가 있던 자리에 나타난 금속을 향해 말했어. 리자드맨의 신이 기도를 들어주었다.”

    “오오…….”

    두 리자드맨은 장현의 말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아투렉이 먼저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장현 그대는 리자드맨의 어머니 에레뜨의 환생이나 다름없네. 우리 리자드맨의 숙원을 이뤄주게.”

    아탑이 뒤따라 엎드리며 외쳤다.

    “우리 리자드맨의 숙원을 이뤄주게.”

    장현, 아투렉, 아탑은 서로의 지식을 교환했다.

    아투렉이 장현이 궁금해하던 용광로 내부에 새겨진 마법진에 대해 알려주었다.

    “우리 리자드맨 보호대의 기능은 주술이지만 원래는 마법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역시 그래서 마법이 용광로 내부에 있었군.”

    “그런데 일반적인 마법사는 그것을 알 수 없다고 하던데 자네가 그걸 알고 있다니 역시…….”

    아투렉은 장현이 용광로 내부에 새겨진 마법진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사실에 다시금 그에게 감탄했다.

    ‘역시 그는 에레뜨의 환생이 맞구나.’

    아투렉은 알 수 없었지만, 장현은 회귀자이었기에 1회차 경험뿐 아니라 동료들의 기억 또한, 가지고 있었다.

    대마법사 테오의 기억 속에 있던 마법진이었기에 장현이 알 수 있었던 것을 아투렉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에레뜨께서는 위대한 주술사였다. 우리 리자드맨만의 힘을 기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마법을 매개로 주술을 만드셨다. 그분은 실로 신의 힘을 받으신 분이셨지.”

    “하긴, 그러니 마법을 변형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겠지.”

    장현 역시 에레뜨가 위대한 주술사라는 것에 동의했다.

    마법은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계산식이 들어간다. 마법을 변형하려면 변형하고자 하는 마법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에레뜨는 과연 어느 정도 경지였다는 말인가.’

    장현은 에레뜨가 마왕을 상대로 같이 싸웠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리자드맨이 달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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