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50화 (50/211)

50화. 세이프존을 정탐하다 (3)

“이제 우리 리자드맨 영지를 다 보았는가. 난 이제 크로커다일이 시킨 사냥 할당량을 위해 세이프존 너머로 돌아가야 한다.”

리자드맨 아모스가 장현에게 말했다.

그는 성벽을 넘어 독안개에 접촉하며 무척이나 약해진 상태였다.

피부에 기포가 생기며 물집이 잡혀있었고, 진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장현이 보기에 그가 다시 성벽을 넘어 사냥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금 상태로 넘어가면 넌 죽는다. 상처 회복이 안 되는 걸 보니 마나도 거의 없는 거 같은데. 다시 독안개에 노출되면 넌 크로커다일 영지에 가기 전에 죽을 것이다.”

“그래도 가야 한다. 내가 가지 않으면 나의 동료들이 죽는다.”

“잘 생각해봐. 목숨은 하나뿐이야. 성공할 가능성도 낮은 일을 위해 목숨을 걸지 마라. 차라리 나를 따라와라. 우리 영지로 데려가 주마.”

“그럴 수 없다.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동료가 처벌을 받을 것이다. 처벌은 곧 죽음. 동료는 내 가족이나 다름없다. 인간이여 넌 너의 목숨을 살리고자 가족을 죽이는가? 그리고 넌 약속을 했다. 우리 리자드맨을 돕겠다고 했다.”

장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확히는 돕는다는 게 아니라 영지민으로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거였지만. 그래도 이 리자드맨의 의리는 존중해줄 만하군.’

장현은 필요한 아이템을 얻었기에 원래는 영지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아모스의 말에 생각을 달리했다.

그는 의리 있는 자를 좋아했다.

아모스의 희생 어린 말에 마음을 바꾸었다.

“좋아, 그 사냥하는데 내가 함께 가주지.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장현이 세이프존으로 가는 것은 단순히 도와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가 수련하고 있는 당문독공의 내공은 현재 3성에서 그쳐있다.

그간 독을 흡수하지 못해 내공이 멈춰있는 상태였기에 세이프존 밖의 독안개는 내공 증진에 도움이 될 영약이나 마찬가지다.

장현의 말에 아모스가 되려 놀랐다.

“뭐라고? 세이프존 밖에 같이 간단 말이냐? 너도 말했듯이 세이프존의 독안개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한 번 정도는 몰라도 다시 세이프존 밖으로 나간다면 네가 말했듯 독안개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훗. 이제 내 걱정을 해주는 거냐? 고맙다만 내 걱정 안 해도 된다.”

“음…….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

리자드맨은 먼저 절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장현도 뒤를 따라 올랐다.

***

장현은 리자드맨 아모스를 따라 성벽을 오른 후 숲 안쪽 길로 이동했다.

여기부터는 장현도 처음 오는 곳이다.

‘흠……. 여기까지 오는 건 나도 처음인데.’

장현은 리자드맨 아모스를 따라 세이프존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1회차의 장현은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독안개를 오랫동안 견뎌낼 수 없었다.

지금 장현이 세이프존 밖에서 이토록 오래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당문독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그는 새삼 자신이 익힌 당문독공에 대해 생각했다.

‘확실히 독공이 마계에서는 다른 어떤 무공보다 쓸모 있어. 독존이 독공을 완성한 것은 무림의 독지에서 수련했기 때문이라고 했지.’

독안개는 독지나 마찬가지. 어쩌면 독지보다 훨씬 독성이 강할지도 모른다.

‘내겐 독공을 증진할 기회다.’

장현의 독공은 아직 삼성밖에 안 되기에 기회가 있을 때 내공을 수련해야 했다.

흑전갈 이후로는 독을 따로 구하기가 어려웠기에 독안개는 그에게 내공 수련하기에 최적의 장소나 마찬가지였다.

장현은 아모스를 따라가면서 독공의 내공 구결을 암송했다.

당문가주의 독문무공이기도 한 내공심법이었기에 안정성이 무척 뛰어나 움직이면서도 내공 수련이 가능했다.

내공을 운기 하자 곧 몸속으로 독안개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끈적끈적하면서도 불쾌한 기운이었다.

‘다행히 버틸만하군. 이게 독안개의 농축된 독기.’

리자드맨이 장현을 돌아보며 물었다.

“괜찮은가?”

“견딜만하다.”

“대단한 인간이구나. 그러고 보니 너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군. 너의 이름을 알고 싶다.”

“장현.”

“장현. 너는 인간 플레이어 중에서도 강한 자이겠지? 우리 영주 린에이지도 너 정도는 아니었다. 혹시 그대가 인간들의 영주인가?”

“영주는 내가 아니다. 따로 있다.”

“너 정도로 강해 보이는 자가 영주가 아니라니 인간들은 생각보다 대단히 강하구나. 앞에 싸울 때는 그 정도까지 강하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

리자드맨 아모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편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이미 장현에게 감탄했다.

인간임에도 자연스럽게 세이프존에 드나드는 것은 물론, 대담함까지.

조금 전에 말한 거처럼 리자드맨 영주인 린에이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런 자가 우두머리가 아니라니 인간 종족의 우두머리는 어떤 자인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크로커다일 족을 이길지도 모르겠어.’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정말로 인간이 크로커다일을 이기고 영지전의 승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두 눈으로 본 크로커다일 족의 영주는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장현이라는 인간이 크로커다일 영주보다 약할까?’

그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적진에 잠입하는 대담함, 세이프존 밖의 독 안개를 버티는 능력까지.’

자신을 쳐다보며 감탄하는 아모스에게 장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물었다.

“사냥터는 어디지?”

“사냥터는 조금 더 들어가야 된다.”

아모스가 앞장서는 대로 숲속을 따라 계속해 들어가니 곧 동물들이 나타났다.

“이제 사냥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군. 이제부터 조심해야 한다. 저놈들이 있다는 건 삼두견들 또한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걸 의미해.”

아모스의 말에 장현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깊이까지 들어와야 생명체가 보이는군. 그러니 1회차에서 볼 수가 없었지.’

눈앞의 동물들은 지구의 동물들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기괴하고 흉포해 보였다.

머리 양쪽에 뿔이 달린 인간형 얼굴에 몸집은 멧돼지 같은 동물이 그의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저건 마계돼지. 저놈들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었군.’

1회차에서 헬릭스 성주성에서 본 적 있는 마계돼지였다.

두두두두!

“저 돼지를 사냥해야 해.”

마계돼지를 뒤쫓아 리자드맨 아모스가 달려갔다.

“잠깐!”

장현은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아모스를 제지했으나, 늦었다.

마계돼지 뒤를 쫓아오던 아모스를 노리고 삼두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장현은 주위를 둘러싼 삼두견들을 훑었다.

대략 이십여 마리.

마계돼지가 그들 앞에 달려왔던 것은 놈이 삼두견들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삼두견들은 마계돼지만을 노리지 않았다.

삼두견들은 아모스를 발견하자 두 무리로 나뉘어 한 무리는 마계돼지를 쫓았고, 다른 한무리는 아모스를 노리고 다가왔다.

“삼두견이라면 지긋지긋한데.”

장현은 재빨리 창을 소환해 아모스 곁으로 달려갔다.

“크헝!”

삼두견 세 마리가 동시에 아모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익!”

아모스 또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양손의 손톱을 길게 빼어 공격해오는 삼두견을 향해 휘둘렀다.

차창!

그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삼두견의 머리 하나를 꿰뚫었다.

손톱이 피를 머금자, 그의 손목에 차고 있던 보호대의 마법 문양이 미세하게 빛났다.

장현은 그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저 손목 보호대의 마법 문양이 빛나는 건 전투 시에 소유자의 전투력을 강화하는 용도라고 했지.’

그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손목 보호대의 정보를 떠올렸다.

“크아아앙.”

삼두견의 머리하나는 손톱에 꿰뚫리는 즉시 죽은 듯 움직임을 멈췄지만, 여전히 두 개의 머리가 아모스를 물기 위해 입을 벌렸다.

화아악!

“이, 이런!”

삼두견의 화염 공격에 아모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크으으아아아.”

아모스의 한쪽 팔은 삼두견의 머리에 박혀있었기에 다른 한쪽 팔로 얼굴을 가렸다.

화르르.

팔로 가렸음에도 삼두견이 뿜은 화염은 아모스를 뒤덮었다.

동시에 아모스를 물어뜯기 위해 다른 삼두견들이 양옆에서 달려들었다.

휘리릭!

장현의 창이 아모스에게 화염을 내뿜고 있는 삼두견의 머리 두 개를 차례대로 꿰뚫었다.

이어 포위하듯 달려드는 삼두견에게는 재빠르게 도끼로 내려찍었다…….

도끼가 삼두견의 머리를 쪼갰다.

퍽!퍽!퍽!

머리 세 개를 다 박살 내야지만 삼두견 한 마리를 쓰러트릴 수 있기에 장현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독기발출!”

삼성에 다른 독공이 단전에서 꿈틀하더니 뿜어져 나왔다.

장현의 손가락에서 뭉친 독 기운이 장현의 외침과 함께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퍽퍽퍽!

가느다란 실선이 뻗어져 나갔으나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삼두견의 머리에 닿은 실선이 그대로 두개골을 녹이며 꿰뚫었다.

비록 독안개 속에서 살아가는 삼두견이지만 장현의 독기운이 만들어낸 지공(指功)에는 버틸 수 없었다.

동족들이 장현에게 맥없이 쓰러지자 나머지 삼두견들이 섣불리 덤벼들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 채 포위하고 있었다.

그 틈에 장현은 아모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봐, 움직일 수 있겠나?”

“크윽, 난 괜찮다.”

“그럼, 빨리 뛰어!”

장현은 그 와중에 인벤토리를 열어 죽은 삼두견들을 쓸어 담고는 뛰었다.

타다닥!

한 명의 사람과 한 명의 리자드맨이 달려나가고, 그 뒤를 쫓는 삼두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참을 달려가던 그들의 앞에 어느 순간 다시 절벽이 나타났다.

서둘러 절벽을 오르려던 장현에게 아모스가 말했다.

“내 등에 올라타라, 우리는 발톱이 발달해서 너희 종족보다 더 빠르게 절벽을 오를 수 있다.”

아모스가 장현에게 등을 내밀었다.

잠시 멈칫하던 장현은 곧 아모스의 등에 업혔다.

“힘들면 말해.”

“걱정 마라. 이 정도쯤은 가뿐하다.”

아모스는 양손을 절벽에 박아넣으면서 절벽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크어어업!”

한 번의 움직임에 한 번의 점프.

풀쩍 뛰듯이 올라 푹하고 손톱을 박아넣었다.

풀쩍. 푹.

풀쩍. 푹.

“크으윽!”

아모스는 모든 힘을 짜내 암벽을 올랐다.

평소와 다른 몸 상태.

화상으로 전신의 외피가 타들어 가고 속살이 드러난 상태에서 독안개가 파고들었다.

‘크으윽. 너무 아프다. 너무 아파.’

아모스는 녹아든 살 위로 독기운이 침투하자 전신의 신경이 쥐어뜯기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그는 오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터억. 터억.

아모스는 모든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절벽 위에 도달했다.

“허억. 허억. 흐윽. 흡.”

불편하고 거친 숨소리가 아모스의 입에서 쏟아졌다.

쓰라리던 피부에서는 어느 순간 감각이 사라졌다.

여태껏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텼던 아모스의 전신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자신의 역할은 이것으로 끝났다는 듯이 아모스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전신의 기운이 급속도로 사라져갔다.

아모스의 눈에 흐릿하게 장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치 유언이라도 하듯 중얼거렸다.

“어머니……. 에레뜨여……. 당신의 품으로 가오니 받아주소서…….”

“이봐, 정신 차려.”

장현은 아모스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부어 넣었다.

“으음…….”

아모스는 정신을 차리는 듯했으나 장현은 이미 그의 생명이 꺼져간다는 것을 알았다.

‘늦었어.’

장현 역시 마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

그가 가진 마나로는 죽어가는 아모스를 살리기 어렵다.

‘이건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인데…….’

리자드맨이 목숨을 바쳐서 그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아모스가 그러지 않았어도 장현의 목숨이 위험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뭔가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걸 느꼈다.

1회차를 겪고 환생한 장현의 마음은 굳으면서도 단단했다.

수많은 죽음을 보고 자신의 손에 인류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목표 외에는 바라보지 않았다.

굳게 닫힌 장현 마음에 리자드맨 아모스의 죽음이 파랑을 일으켰다.

“너는 내 친구다.”

장현이 아모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모스는 꺼져가는 눈을 뜨고 말했다.

“친구……. 에레뜨의 이름으로……. 그대는 친구다…….”

“에레뜨의 이름으로…….”

장현은 아모스가 중얼거린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되뇌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모스는 의식을 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