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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49화 (49/211)

49화. 세이프존을 정탐하다 (2)

장현은 리자드맨에게 말했다.

“우린 크로커다일과 다르다. 우리가 영지전에서 승리한다면 너희들을 노예로 대하지 않고 우리의 영지민과 동일하게 대하겠다. 크로커다일에 지배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우리 인간과 손을 잡자.”

“너희 인간들을 어떻게 믿고? 리자드맨은 다른 종족을 믿지 않는다.”

“그럼 별수 없군. 난 여기서 널 죽이고 영지전에 충실하면 된다. 리자드맨은 깃발을 뺏겼으니 이미 탈락한 거나 마찬가지. 크로커다일의 부하가 되어 우리의 적이 되느니 차라리 지금 죽이는 게 낫지. 이만 죽어라.”

장현이 말을 마치고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가 무심하게 도끼를 내려치려던 때였다.

“자, 잠깐!”

“뭐지?”

장현이 물었다.

리자드맨은 목숨의 위협을 받자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나?”

피식.

리자드맨의 말에 장현은 피식 웃으며 도끼를 내렸다.

“이곳에서 데리고 나갈 테니 너희 리자드맨들의 본래 영지로 날 안내해라.”

“거긴 뭐 때문에 가려는 거지? 이미 폐허나 마찬가지다. 우리 종족은 이미 밀림으로 다들 끌려왔다.”

자신들의 본래 영지로 안내하라는 말에 리자드맨은 당황과 경계를 내비쳤다.

“그거는 알 바 없다. 넌 그냥 죽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해.”

“...알았다.”

불만 어린 표정으로 몸을 돌려 걷는 리자드맨에게 장현이 물었다.

“이봐 리자드맨, 그런데 너의 동료는 어디로 갔나? 아까보니 두 명이던데 왜 지금은 혼자지?”

우뚝.

장현의 물음에 그는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죽었다. 빌어먹을 크로커다일 놈들. ”

“크로커다일 때문이라니?”

“놈들은 세이프존을 벗어나서 우리에게 사냥을 강요했다. 자신들의 마나 때문에.”

“음…….”

“너희도 튜토리얼을 겪었을 테니 알 것 아닌가. 마나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걸.”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영지민들은 감자를 재배함으로써 마나를 얻을 수 있었지만, 다른 영지는 다르다.

마나를 얻기 위해서 세이프존을 벗어나서 사냥해야만 했다.

“놈들은 세이프존을 벗어나 사냥을 해오라고 요구했다. 우린 이미 영지의 깃발을 뺏긴 터라 거부할 수가 없다. 관리자가 사라지면서 저항해봤자 의미 없는 죽음뿐이었으니까. 이번에도 놈들의 요구 때문에 세이프존을 벗어나서 사냥을 시도했다. 사냥할 때 가장 까다로운 건 삼두견의 존재지.”

“음……. 알겠군, 놈들을 신경 쓰면서 사냥하긴 어렵겠지.”

“그래 우린 삼두견 들을 피해서 사냥해야 했다. 알다시피 삼두견의 우두머리는 마수급 괴물. 삼두견과 싸워서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대체 뭘 사냥한 거지? 삼두견 외에 생명체가 있었나? 우리가 세이프존에 올 때는 다른 생명체는 못 본 거 같은데.”

“넌 세이프존 영역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는가 보군.”

“우리는 크로커다일 병사가 태워주는 지네차에 타고 왔다. 헬릭스 성주를 만나기 전에도 다른 생명체는 본 적이 없어. 오직 언데드만 상대했지.”

장현은 혹시 1회차와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리자드맨에게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했다.

“너희 인간들은 아마도 남측 성문으로 왔겠군.”

“남측 성문?”

“이곳 세이프존 영지는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와 싸웠던 인간들의 영지는 남쪽이지. 그리고 또 다른 인간들이 남동쪽에 영지를 구축한 걸 확인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 밀림은 세이프존 전체에서 볼 때 중앙지역이다. 그리고 리자드맨 영지는 서쪽에 있다. 저쪽으로 가야 한다.”

밀림을 빠져나올 때쯤 리자드맨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리자드맨이 가리키는 곳은 절벽 아래의 황폐한 들판이었다.

장현이 절벽을 보며 말했다.

“세이프존의 성벽이군. 저길 넘어가야 한다는 건가?”

“그래 크로커다일 족의 감시를 피해 우리 리자드맨 영지로 가기 위해서는 저기 절벽을 타고 넘어가야 한다. 크로커다일 족이 사냥하러 우릴 보내는 곳이 저 성벽 너머이기 때문에 저기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

“저기 절벽 밖은 독안개가 가득 차서 생존할 수 없을 텐데.”

“그래. 세이프존 밖의 독안개에서는 오래 견딜 수 없지. 그래서 사냥을 갔다 오면 생명력이 줄어든다. 사냥하러 간 자들이 금방 죽는 이유다. 제길! 이 꼴이 영지전에서 패한 리자드맨의 운명이다.”

“그럼 서둘러 가도록 하자.”

장현은 불평하는 리자드맨을 따라 성벽을 넘어 리자드맨 영지로 향했다.

독안개가 가득해 리자드맨은 견디기 힘들어했지만, 장현은 당문독공을 수련하고 있었기에 독안개가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다시 성벽을 넘어 세이프존 안으로 들어와서 한참을 걸었을 때 마침내 목적지인 리자드맨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우리 리자드맨 영지다.”

장현은 리자드맨이 가리키는 영지를 둘러보았다.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듯 곳곳에 피의 흔적이 보였다.

폐허나 다름없는 리자드맨 영지는 수습이 전혀 안 되어있었다.

장현이 리자드맨 영지로 온 이유는 그들의 대장간과 용광로를 살피고, 리자드맨의 아이템과 광물 재료를 수거하기 위함이었다.

리자드맨 영지에서 레벨 3의 재료를 혹시 얻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각 영지에는 레벨 3의 재료가 있다.

그는 1회차의 경험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장현은 할 수 없이 리자드맨 영지를 정리하기로 했다.

“너희 영지가 너무 엉망이군. 전투 후 뒷수습이 전혀 안 된 것 같다. 앞으로 동료가 되기로 했으니 이곳 정리를 내가 좀 도와주지.”

“고맙다. 인간이여.”

장현은 부서지고 망가진 것들은 한 곳으로 모으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가 끝나자 리자드맨 영지가 눈에 쉽게 들어왔다.

“이곳이 리자드맨의 대장간인가.”

장현이 화로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는 시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그 시설에 다가갔다.

시설 내부에는 만들다 만 무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검과 건틀렛, 삼지창 따위가 눈에 들어왔다.

‘청동제 무기들인가.’

1회차에서 장현은 리자드맨의 무기를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었기에 이번이 처음으로 자세히 보는 것이었다.

리자드맨들은 생각보다 뛰어난 금속 제련술과 금속 가공술을 갖고 있었다.

검, 삼지창 같은 인간들이 쓰는 무기는 몇 안 되었다.

대부분 맨손 격투술에 사용하는 건틀렛, 장갑 따위의 아이템들이었다.

장현이 하는 걸 지켜보고 있던 리자드맨이 궁금한 듯 물었다.

“여기서 대체 뭘 찾고 있는 거요?”

“혹시 이걸 만든 자는 어디 있는지 아는가?”

장현은 아이템 중 손목 보호대를 집어 들며 물었다.

그것은 청동제 손목 보호대였으며, 보호대에는 리자드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리자드맨은 장현이 집어 든 손목 보호대를 보더니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우리 리자드맨 대장장이인 아투렉이 만든 것이다. 그 역시 크로커다일 족에 끌려갔다.”

“죽지는 않았나 보군.”

“손기술이 뛰어나다 보니 죽이진 않은 거 같다.”

장현은 손목 보호대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감별 스킬을 사용했다.

“감별.”

[청동 손목 보호대. 재료레벨 3.]

-리자드맨 대장장이 아투렉이 만든 보호대. 광산에서 얻은 금속을 연금술로 녹여 만들었습니다.

-보호대를 차면 무력과 방어력이 20% 상승합니다.

[리자드맨의 연금술을 경험하였습니다.]

[연성술 경험치 상승으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리자드맨의 연금술을 익혀 청동 손목 보호대를 제작하시오.

-보상 : 연금술사 조각의 비밀이 일부 개봉됩니다.

‘직업 연계 퀘스트다. 이거 대체 뭐지.’

리자드맨의 연금술을 익혀 청동 손목 보호대를 제작하라는 퀘스트다.

대장장이 직업과 연금술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이거 예상외의 소득인데.’

리자드맨의 손목 보호대는 재료가 청동이지만 지구의 청동과는 다르다.

이름만 같을 뿐 재질이 다르다.

‘혹시 연금술사 조각의 비밀과 연관된 걸까.’

연금술사 조각은 장현이 풀어야 할 숙제다.

동료들이 전한 기억을 뒤져봐도 연금술사 조각에 대한 것은 나와 있지 않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 연금술사 조각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어쩌면 연금술사 조각에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비밀이 숨어 있을지 몰라.’

장현은 본능적으로 지금 주어진 퀘스트가 무척이나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거 참……. 영지로 돌아가는 게 늦어지겠는데.’

장현은 영지가 염려되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최형석 이나연 김덕배 이성훈이 떠올랐다.

‘믿는다. 너희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영지를 잘 지켜다오.’

장현은 영지에 있을 동료들에게 맘속으로 빌었다.

“이봐 리자드맨, 혹시 그 아투렉이라는 리자드맨 외에는 이 손목 보호대를 제작할 수 있는 자가 없나?”

“그전에 계속해서 나를 리자드맨이라고 부르는데 나의 이름은 아모스다. 앞으로는 이름을 불러주길 바란다.”

장현은 리자드맨 아모스의 요청에 내심 웃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아모스. 혹시 아투렉이라는 자 외에는 이 손목 보호대를 만들 수 있는 자가 없나?”

“없을 텐데. 아……. 어쩌면 아투렉에게 재료를 갖다 주던 아탑이라면 알지도 모르겠다. 아탑은 사실상 아투렉의 대장간을 드나들던 유일한 리자드맨이었으니.”

장현은 아모스의 말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재료를 갖다 준다고?”

“아투렉은 그 청동 손목 보호대를 만들었지만, 광물을 녹여 청동을 만든 리자드맨은 아탑이었다.”

“그는 어디 있나?”

“그건 나도 모른다. 아탑이 죽었는지. 크로커다일에 끌려갔는지. 크로커다일과의 전투 후에 난 그를 본 적이 없다.”

“그렇군.”

장현은 아모스의 말에 아쉬웠다.

아탑이라는 리자드맨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리자드맨들이 사용하는 레벨3의 청동제 금속을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못내 아쉬움이 들었다.

그때 리자드맨 아모스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탑은 예전에 새로운 광물을 채굴하러 간다고 떠났었어. 어쩌면 그는 크로커다일과의 전투 때 영지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어.”

“뭐라고? 그가 광물을 채굴하러 떠난 곳이 어디지?”

“그가 채굴하러 가던 곳은 지하다. 작업실 옆 지하실에 땅을 파고 들어갔었는데……. 어쩌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모스는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지하실이 있단 말인가?”

장현은 아모스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폐허가 된 건물이었는데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렇군. 대장간이 있는데 금속을 만드는 용광로 또한 당연히 있었겠지.’

장현이 다가가 보니 높은 기둥 아래에 아궁이가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그것을 쓰다듬었다.

일종의 용광로였다.

흙이지만 안쪽에서는 특수처리가 되어있는지 강한 화력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이곳에 광물을 넣고 녹일 수 있겠군.’

장현이 보기에 용광로는 조잡했다.

흙으로 만든 아궁이에 화력은 어느 정도 견뎌내겠지만 그가 1회차 때 쓰던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

장현이 감탄한 건 이런 조잡한 아궁이에서 금속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누군지 만나보고 싶군. 제발 살아있길.’

장현은 리자드맨 용광로를 이해하고 싶었다.

비록 조잡하더라도 리자드맨 종족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이해한다면 대장장이 경험치와 숙련도가 오를 것이다.

지금은 1회차 때와 달리 대장장이 조각이 없는 상황.

대장장이 조각이 있었다면 숙련도며 이해도가 없어도 레벨을 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장장이로서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리자드맨의 용광로는 중요한 경험치 덩어리다.

리자드맨의 용광로와 대장장이 기술은 인간과는 다르지만, 결국 금속을 만들고 아이템을 만드는 장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테세리움을 얻고 다루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마왕을 쓰러트릴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는 테세리움.

아직 테세리움의 비밀 또한 베일에 싸여있다.

장현은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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