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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48화 (48/211)
  • 48화. 세이프존을 정탐하다 (1)

    ‘드디어 찾았군.’

    김덕배의 맵에 떠 있다는 노란색 깃발은 크로커다일 족의 영주 깃발이다.

    크레온은 크로커다일 족의 영주.

    놈들 역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두더지를 잡아 기르고 있었다.

    이 밀림 두더지를 쫓아가면 놈들의 영지로 다가갈 수 있다.

    장현은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만, 그걸 일행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거는 또 다른 문제다.

    이런 식의 발견은 장현에게 바라마지 않던바.

    “크레온의 밀림 두더지, 거기다 노예라면?”

    이나연이 김덕배를 붙잡고 외쳤다.

    “어, 맞아. 감자 두더지랑 같잖아.”

    김덕배도 깨달았다. 둘은 동시에 외쳤다.

    “그렇다면?”

    그때 장현이 두 사람에게 주의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떠들다간 저놈이 눈치채겠다.”

    그제야 둘은 아차 싶어 입을 가렸다.

    “장현, 어쩌려고?”

    김덕배가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놈을 따라간다.”

    “다 같이?”

    “아니, 이제부터 나 혼자 다녀올게. 다들 원래 하던 일 하고 있어. 이나연은 내가 다녀온 후 얘기해줄 테니 그때까지 기존에 하던 경비훈련 해줘.”

    “형님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최형석이 장현을 말렸다.

    “아니, 정탐만 하고 올 거야. 이건 혼자 가야 더 안전해. 넌 사령술 연습을 하고 김태석을 지켜봐.”

    “네……. 알겠습니다.”

    수긍한 최형석과 달리 김덕배와 이나연은 반발했다.

    “무슨 소리야! 내 전장의 맵 없이 어떻게 하려고? 적이 다가오는 걸 확인해야 하는데 내가 빠지면 안 돼!”

    “저도요. 디텍터의 눈으로 흔적을 확인해야죠! 나야말로 정탐에 특화된 사람이라고요!”

    장현은 당황했다.

    이들이 이렇게 따라나설 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안돼! 덕배 넌 깃발 보유자야. 네가 잡히는 순간 영지전은 패하게 돼.”

    “윽!”

    김덕배는 장현의 말에 딱히 할 말을 못 찾았다.

    “이나연, 너도 마찬가지. 리자드맨이나 크로커다일 족이 갑자기 공격해올지 몰라. 그들 아니라도 강신배 쪽도 있고. 경비대장이 없을 때 공격당해서 허무하게 사람들 죽어 나가면……. 감당할 수 있겠어?”

    “윽…….”

    이나연도 장현의 뼈저린 지적에 고개를 떨구었다.

    리자드맨의 침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얼마나 자책했던가.

    “마음은 이해하지만, 때론 감정보단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해. 지금 우리 영지에는 경비대장이 필요해.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해.”

    “...알겠어요.”

    이성훈은 가만히 김덕배의 뒤에 섰다.

    “전 영주님을 잘 보좌하겠습니다.”

    “...그래.”

    뭔가 기분이 묘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

    장현은 밀림 두더지의 움직임에 맞춰 천천히 따라 움직였다.

    그는 내공을 이용해 밀림 두더지의 ‘기’를 느낄 수 있었기에 덕배의 전장의 맵의 도움이 없어도 가능했다.

    물론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겠지만, 지금 같은 정탐을 할 경우엔 혼자가 더 편하다.

    ‘더군다나 반드시 얻어야 할 게 있다. 자 가자 밀림 두더지야. 이번엔 내 차례다.’

    밀림 두더지는 장현의 영지를 충분히 정탐했다고 느꼈는지 다시 숲 쪽으로 이동했다.

    1회차 때 강신배가 영지전의 최종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히든 아이템.

    ‘내가 선취한다.’

    장현은 소리 죽여 밀림 두더지를 따라 움직였다.

    밀림 두더지는 일직선으로 가지 않고 이리저리 길을 여러 번 꼬아서 이동했다.

    지하의 두더지 길을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장현은 곧 숲의 입구로 진입했다.

    숲으로 들어가자 곧장 질퍽한 진흙지대였고,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보였다.

    ‘이나연이 정탐 온 곳이 아마도 여기였겠군.’

    밀림 두더지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끊긴 곳을 지나 더 깊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장현은 계속해서 따라 들어갔고, 어느 순간 갑자기 많은 ‘기’가 느껴졌다 싶은 순간 밀림 두더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곳엔 크로커다일 병사가 서 있었다.

    ‘저기군.’

    기억 속의 장소였다.

    크로커다일 병사는 밀림 두더지를 잡아 무언가 의사소통하는 듯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장현은 조심히 크로커다일 병사를 뒤따라갔다.

    병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장현은 곧 쾅, 쾅 두들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엔 십여 명의 크로커다일 종족이 있었으며 두 명의 리자드맨이 인간들을 묶은 채 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두더지를 비롯해 여러 동물도 묶여 있었다.

    장현은 크로커다일의 영지 속에 있는 인간들이 누구인지 알 거 같았다.

    자신의 영지민이 아니니 한 곳뿐이다.

    그때 한 크로커다일이 리자드맨에게 말했다.

    “뭐냐 이건. 가져온 게 왜 이거뿐이냐?”

    “죄송합니다. 놈들이 강했습니다. 저희도 이번에는 피해가 컸습니다.”

    “그래 이놈들이 그 영지민들이냐?”

    “아닙니다. 이놈들은 거기와는 다른 영지의 인간들입니다. 이들은 그들보다 약했습니다.”

    “이 정도로는 할당량이 부족하다. 크레온 님이 정한 할당량을 채워야 해. 다시 가져와.”

    “부디 살펴주십시오. 놈들은 저희로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습니다.”

    크로커다일은 리자드맨의 말을 듣고 가져온 물품을 쳐다보았다.

    “크레온 님께 말씀은 드려보겠지만 기대는 마라. 빨리 가져오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너희 영지민들이 대신 제물이 될 것이다.”

    “그건……. 안됩니다.”

    콱!

    크로커다일이 리자드맨의 목을 쥐었다.

    “크으윽!”

    “그럼 인간들보다 리자드맨 놈들을 먼저 없애줄까?”

    꾸우욱.

    “으윽!케켁.”

    리자드맨의 숨이 넘어갈 때쯤 되자 크로커다일은 손을 놓았다.

    쿵!

    “크레온 님은 이 정도로 끝내지 않았을 거다. 가서 할당량을 채워와.”

    리자드맨은 크로커다일을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동료와 함께 떠났다.

    그 모습을 본 크로커다일은 코웃음 쳤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흥! 이제 이들을 데려가자.”

    “네!”

    그들은 리자드맨이 데려온 사람들을 들쳐 엎고, 동물들도 데려갔다.

    장현은 그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따라갔다.

    ‘이제 곧 볼 수 있겠군.’

    깡!깡!깡!

    장현이 밀림 안으로 들어갈수록 무언가 쇠를 두드리는듯한 소리가 점점 커졌다.

    스윽.

    소리 내지 않고 들어갔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깡!깡!깡!

    밀림 안에 큰 절벽이 있었고, 리자드맨들과 크로커다일 들이 절벽에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크로커다일은 마치 관리자의 분위기였고, 리자드맨은 영지민들 같았다.

    ‘이상한데. 예전이랑 달라졌어.’

    원래 크로커다일이 리자드맨들보다 강하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관리자와 영지민 급은 아니었다.

    ‘앗! 저자는.’

    일반 리자드맨보다 훨씬 거대한 리자드맨.

    장현이 기억하기로 분명 리자드맨의 영주다.

    ‘그 리자드맨 영주가 벽을 부수고 있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장현이 생각한 건 크로커다일 족이 리자드맨에게 압박을 넣는 정도가 다였다.

    리자드맨의 영지민이 크로커다일 족의 영지에서 작업하고 있다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리자드맨 영주가 크로커다일 족의 영지민이 되었다니.’

    흠칫.

    장현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리자드맨의 깃발이 크로커다일 족에 들려 있었다.

    ‘이미 이들 사이에 영지전이 벌어졌었어.’

    영지전의 결과 리자드맨은 크로커다일 족에 복속된 것이다.

    원래 그렇게 될 예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빨리는 아니다.

    장현은 무엇 때문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나 때문이군.”

    처음 자신들이 세이프존에 왔을 때는 아니었다.

    그때는 분명 리자드맨과 크로커다일 간에 우열이 크지 않았다.

    1회차 때와 같았다.

    달라졌던 건.

    두 번째 침입부터였다.

    원래는 치열하게 싸우다가 간신히 버텼어야 했다.

    이나연이 훈련한 창과 방패를 활용한 집단훈련 때문이다.

    1회차에서는 튜토리얼에서 죽었던 이나연이 살아서 세이프존으로 넘어오며 달라졌다.

    장현이 만든 창과 방패 또한 예전에는 없었다.

    그로 인해 과거가 비틀렸다.

    약한 충격만 받아야 했던 리자드맨.

    ‘원래는 리자드맨이 우릴 공격하고, 크로커다일은 강신배를 공격했는데.’

    “크로커다일이 리자드맨 뒤를 쳤군.”

    장현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영지를 침입했던 리자드맨들 중 영주를 비롯한 관리자가 없었던 이유.

    그들은 크레온이 이끄는 크로커다일 족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결국, 리자드맨 종족은 영지전에서 가장 빨리 탈락하게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이로군.’

    장현은 영지전에서 일어났던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장현은 리자드맨 영주였으나 지금은 크로커다일 족의 영지민이 된 ‘린에이지’를 봤다.

    ‘영주가 깃발을 뺏기고 영지민이 됐으니 리자드맨 족은 이미 탈락했다.’

    사실상 크로커다일 족과 인간의 싸움이지만 강신배와 장현이 한 팀이 아니므로 3파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린에이지는 다른 리자드맨들과 함께 벽을 부수고 광물을 채취하고 있었다.

    장현은 리자드맨들이 채굴하는 광물을 눈여겨보았다.

    ‘재료 레벨 4의 광물 재료, 마라석.’

    마라석을 녹여서 분리하면 레벨 4의 마라늄이 된다.

    장현의 거대흑전갈 껍데기로 만든 창과 방패가 레벨 3의 재료다.

    튜토리얼에서 얻은 것 중 본경기의 아이템에 뒤처지지 않는 아이템은 흔치 않다.

    다행히 마라늄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

    크로커다일이 마라늄제 무기를 얻는다면 장현쪽에 힘든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리자드맨 족이 크로커다일 족에 복속되는 등 기존에 알던 것과 전개가 달라졌기에 장현은 우려했었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정탐은 끝났다.

    원래 그의 의도는 마라늄을 얻으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위험할 수 있었다.

    1회차에서 강신배는 감자 재배로 마나포인트를 집중적으로 흡수해 최형석을 먼저 굴복시켰다.

    비록 이번에는 장현이 감자 두더지를 먼저 발견해 감자 생산을 시작했다.

    감자에서 마나를 얻게 되면서 장현의 영지민들이 강신배 영지민들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낙관할 수는 없다.

    장현이 영지를 오래 비워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몸을 돌려가려던 그때였다.

    누군가 그를 발견했다.

    “누구냐!”

    장현은 순간적으로 생각에 빠져 방심한 것을 자책하며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제길! 들켰나? 인벤토리.’

    장현은 빠르게 도끼를 소환했다.

    이왕 들킨 이상 상대를 해치우고 서둘러 떠나야 했다.

    그는 소환한 도끼를 휘두르려는 순간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조금 전 그 리자드맨이군.’

    소리친 자는 크로커다일에 목을 졸렸던 리자드맨이었다.

    장현은 휘두르려던 도끼를 멈추었다.

    죽이는 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윽!

    순식간에 리자드맨의 앞에 순간 이동하듯 나타난 장현은 도끼를 리자드맨의 목 부근에 대고는 검지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쉿! 조용히 해라.”

    “크윽! 넌…….”

    리자드맨은 장현을 알아보는 듯했다.

    “날 아나?”

    “인간들과의 전투에서 보았던 자구나. 너로 인해 우리 리자드맨 전사들이 수없이 죽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때는 도끼가 아닌 창을 썼었지만 난 널 기억한다. 넌 우리의 원수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침입해온 건 너희들이 아니냐. 그리고 크로커다일에 잡아다 바친 인간들. 우리가 너희에게 당했다면 우리 또한 그렇게 됐겠지.”

    “크윽!”

    “그리고 보아하니 너희 리자드맨 종족의 진짜 원수는 우리가 아닌 크로커다일처럼 보이는데, 아닌가?”

    리자드맨은 그 말에 아무 말을 못 했다.

    대신 그는 울분 어린 말을 토해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결국, 너희나 크로커다일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영지전에서 승리하려는 목적일 뿐. 결국, 이곳에서는 지배자가 되거나 그러지 못하면 피지배자로 전락할 뿐이다. 우리의 영주가 깃발을 뺏긴 이상 우리의 운명은 끝이 났다.”

    리자드맨의 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울부짖음 끝에는 현실에 대한 비참함이 서려 있었다.

    “그렇긴 하지.”

    영지전에서 패배한 이상 그들의 신분에 관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지전에서 승리했다면 관리자로 승격할 수 있었겠지만, 리자드맨은 패배했다.

    원래 피지배층이었던 자들이 지배층으로 신분이 상승하게 되면 다른 피지배 종족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된다.

    거기다 종족 자체가 다르다면 말할 것도 없다.

    1회차에서 강신배가 이끄는 인간들이 영지전의 최종승리자가 되면서 그들은 리자드맨과 크로커다일을 노예로 가혹하게 부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1회차에서 강신배가 이끄는 인간연합은 인간들의 힘으로만 마왕과 마족을 상대하려 했다.

    비록 무림인, 마법사, 성기사 및 사제들과 연합했지만, 그들 또한 인간.

    유사인종들은 인간과 협력하지 않았다.

    장현은 1회차의 실패가 그 때문으로 생각했다.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그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설령 마왕을 적대하는 대공이나 다른 마족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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