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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46화 (46/211)
  • 46화. 영지를 가꾸다 (2)

    쉬이익. 캉.

    퍽!

    최형석이 내려친 도끼는 어디선가 날아온 창날을 내리쳤고 김태석은 창대에 막혀 있었다.

    “뭐, 뭐야?”

    흠칫!

    최형석은 자신의 곡괭이 도끼를 막은 창 주인을 보았다.

    “혀, 형님.”

    장현이었다.

    “이거 지금 무슨 상황이지?”

    굳은 표정으로 다가온 장현이 최형석과 김태석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다시 물었다.

    “내게 설명해주겠나? 최형석.”

    “형님…….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 거지? 난 그냥 지금이 상황이 궁금한 거야. 왜 저자를 죽이려 했나? 네 동생이잖아.”

    “더이상 제 동생 아닙니다. 저는 배신자를 동생으로 두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이건 뭐냐.”

    턱.

    장현은 최형석의 손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어, 형님. 왜 이러십니까?”

    “이 흉터들. 동생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복수한다는 뜻 아니었나. 이 자는 김태석이었지. 오크던전에서 김태석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형님으로 모시고 충성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는 직접 죽이려는 건가?”

    “그, 그건.”

    장현의 말에 최형석은 당황했지만, 김태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절 살리는 조건으로 충성하겠다고 했다니요.”

    바닥에 앉아 있던 김태석이 벌떡 일어나 장현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불신이 서려 있었다.

    장현은 그 표정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넌 모르고 있었냐? 맞아 그러고 보니 넌 그때 의식을 잃었었지. 정말로 모르고 있었나 보네. 좋아. 알려주지. 오크 동굴에서 너랑 최형석이 반죽은 채 빠져나왔었던 건 기억나냐?”

    “네…….”

    김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를 사냥해 강해지자는 최형석의 말에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로 들어갔다가 하마터면 죽을뻔했다.

    오크의 공격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보니 동굴 밖이었다.

    그 이후로 최형석은 달라졌기에 김태석으로서는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다.

    “최형석이 나한테 사정하더군. 제발 동생을 살려달라고. 그러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네 놈을 살리느라 피 같은 내 마나를 썼단 말이야. 마나에는 생명 유지와 원기회복의 기능이 있다는 건 너도 알겠지.”

    “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장현의 말에 김태석은 고개를 젓고는 최형석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저 말이 사실입니까? 형님.”

    최형석은 아무런 대답도 표현도 하지 않고 가만히 김태석을 응시했다.

    장현은 그런 김태석에게 이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거야. 살려달라고 빌던 동생이 죽었다가 되살아났는데, 다시 죽이려는 이 상황이 말이야. 물론 화나는 포인트는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그게 살리고자 했던 동생을 죽일만한 일인지.”

    물론 장현의 말에 일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최형석이 김태석을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그것은 형님으로 모시는 조건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장현이 거절하는데도 달라붙어서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따라서 온 것이지만, 이 상황에서 그 부분을 지적할 사람은 없었다.

    “그, 그럼 날 살리려고 장현을 형님으로 모신 거였습니까.”

    김태석은 최형석에게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최형석은 하늘을 쳐다보며 침묵했다.

    “아……. 아……. 사실이군요. 사실이야.”

    휘청.

    김태석은 충격이 큰지 다리가 후들거리며 비틀거렸다.

    장현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털썩.

    김태석은 최형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엎드리듯 고개 숙이며 외쳤다.

    “형님. 죄송합니다. 절 죽여주십시오.”

    김태석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최형석의 입술이 꾸욱 다물어지더니 눈을 감았다.

    그의 손에 쥐어있던 곡괭이가 바닥에 늘어뜨리듯 떨구어졌다.

    철컹.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현이 나섰다.

    “최형석. 둘 사이에 사연은 있겠지만 우린 이제 영지에서 관리자와 영지민이라는 신분이 있어. 관리자가 자신의 감정대로 영지민을 처리한다면 곤란해.”

    “죄송합니다. 형님.”

    최형석은 침통한 얼굴로 장현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라는 보장이 없으니 정리 좀 해야 할 필요가 있겠어. 우린 지금 영지전이라는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이야. 그동안은 개인 위주의 퀘스트였다면 지금은 모두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집단 퀘스트 중이라고. 이거이거 아무래도 영지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해 보이는데. 우리 영주님 생각은 어때?”

    장현이 어느새 옆에 다가온 김덕배에게 물었다.

    소란이 컸기에 관리자 일행들 모두가 다가와 있었다.

    “어.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이 있어야지. 안 그래요? 주무관님.”

    김덕배는 이성훈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어느새 김덕배 곁에 다가와 있던 이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씨와 영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무릇 조직을 이끌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기준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그것을 위반할 시에는 처벌규정도 있어야 합니다.”

    김덕배와 이성훈의 말을 들은 장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법이 없어서 그래. 그럼 일단 법부터 만들자고. 이성훈 주무관님. 할 수 있겠죠?”

    “아. 네…….”

    이성훈은 주춤거리며 대답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까라면 까야지 내가 무슨 수로 저항하겠나. 이놈의 일복은 마계에서도 끊이지가 않네.’

    “그럼 아직은 기준과 처벌이 안정해졌으니, 최형석 김태석 두 사람은 나랑 개인적으로 면담 좀 하자.”

    장현의 말에 최형석과 김태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은 두 사람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기분이 어때?”

    “네?”

    최형석과 김태석이 동시에 반문했다.

    ‘기분이 어떻냐니…….’

    장현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반응이다.

    “두 사람 다 분노와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잖아. 어때? 지금도 여전히 그 감정에 지배되고 있냐는 말이야.”

    “죄송합니다. 형님. 못 볼 꼴을 보여드렸습니다.”

    최형석이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자 김태석이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형님을 오해한 것도, 제 실수로 동생들을 모두 죽게 만든 것도, 조금 전에 분란을 일으킨 거까지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절 죽여주십시오. 아니 제가 스스로 끝내겠습니다.”

    김태석은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자신의 목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

    그 순간 장현이 김태석의 복부를 걷어찼다.

    쉭.

    퍽!

    쿠당탕.

    “크흑.”

    “이 새끼야. 네가 그냥 죽어서 책임질 수 있는 문제면 죽게 내버려 뒀지. 내가 왜 여기까지 데려와서 굳이 죽이겠어. 그리고 내가 그 오크뿔이에욤 창을 자결하는 데 쓰라고 만들어줬냐?”

    장현은 다시금 발로 김태석의 복부를 걷어찼다.

    퍼억!

    “우욱. 죄, 죄송합니다.”

    김태석은 복부를 붙잡고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장현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할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하는 거다. 그리고 벌어진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 네가 형님으로 모신 최형석은 너를 살리는 조건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놨었다.”

    장현의 말에 김태석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최형석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장현이 그런 두 사람을 일견하더니 말을 이었다.

    “최형석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내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와서 날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했지. 그리고 알다시피 온갖 위험한 일에 앞장서서 뛰어들었다. 그게 단순히 마나포인트를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나?”

    “그, 그건…….”

    김태석은 사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었다.

    장현은 그의 표정을 읽고는 피식 웃었다.

    이 자는 책임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장현이 최형석을 데리고 다니는 것의 의미를.

    최형석은 책임감이 무엇인지 아는 자다.

    단순히 마나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장현에게 붙어 다니는 자였다면, 장현이 몰랐을까.

    ‘그런 놈이었으면 이미 죽었겠지.’

    장현은 계속해서 최형석을 지켜보는 중이다.

    1회차를 겪으면서 인간들 간의 배신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어느 순간 그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마왕은 약점을 파고들었고,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은 신뢰와 배신의 연결고리다.

    “너에게 최형석처럼 책임을 질 기회를 주도록 하지. 내가 시키는 일은 뭐든 다할 수 있겠나?”

    “네,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김태석의 눈에 열망이 보였다.

    장현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럼 첫 지시를 내리도록 하지. 곡괭이로 이 땅을 혼자 개간해봐. 영지민들을 위한 감자를 재배할 경작지를 네가 개간하는 거다.”

    장현이 넓은 땅을 가리켰다.

    기존에 개간했던 감자밭의 몇 배는 되는 땅이었다.

    “이, 이 땅을 저 혼자서요…….”

    “난 했던 말을 다시 하는 걸 싫어한다. 죽음으로 책임질 것처럼 얘기하더니…….”

    장현의 눈빛은 싸늘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자를 극히 혐오하는 그였다.

    그의 경험상 배신하는 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말과 행동이 다른 자다.

    입으로는 간이든 쓸개든 내놓을 것처럼 얘기하면서 정작 행동은 그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자들.

    그가 생각하는 배신자들의 특성이다.

    조금의 이익을 보고자 동료를 팔아치우고, 남을 속이는 자들.

    ‘너의 본 모습을 보여봐라. 함께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건 너 자신이다.’

    장현의 눈빛을 받은 김태석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대답했다.

    “하, 하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곳은 너에게 맡기도록 하지.”

    장현은 이어 옆에 있던 최형석에게 말했다.

    “최형석, 스스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데 진정 반성한다면 한 번 정도 기회를 줘도 되지 않겠나?”

    “네, 형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최형석은 고개를 숙였고, 장현은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래, 혹시 내가 맘대로 처리했다고 해서 기분 나쁜 건 아니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래. 그럼 이제 난 먼저 갈 테니 둘이서 할 얘기 있으면 해.”

    장현은 할 얘기가 끝나자 먼저 자리를 비켰다.

    털썩.

    최형석은 김태석이 엎드린 자리 앞에 주저앉았다.

    “태석아…….”

    “네, 형님.”

    “큰 형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니 더 지난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죄송합니다. 형님.”

    “내가 그동안 전국구로 이름 오르내린 주먹들을 여럿 봤다. 어지간한 주먹들은 다 알고 있다. 그 외에도 내가 가진 인맥 중에는 여당의 큰 정치인도 있었고 대기업 회장도 있었지. 너도 알지 않냐.”

    “네. 형님.”

    “내가 오랜 시간 큰 형님을 모신 건 아니지만, 그간 지켜본 바로는 괜한 일을 시킬 분이 아니다. 그는 내가 아는 어떤 인물보다 큰 사람이다.”

    “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최형석은 몸을 일으켜 돌렸다.

    그는 진정 김태석이 잘못을 뉘우치고 예전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자신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생으로.

    그러다 문득 장현이 그에게 시킨 일이 떠올랐다.

    ‘흠……. 확실히 넓네.’

    장현에 이어 최형석까지 떠난 뒤, 김태석은 몸을 일으켰다.

    “후……. 이거 솔직히 너무 많은데…….”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장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최형석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건 자신뿐만 아니라 최형석에게도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김태석의 입에서 오랜만에 미소가 흘렀다.

    “으아아아.”

    쉭! 퍽!

    쉭! 퍽!

    김태석은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같은 곡괭이질이지만 아까 전과는 달랐다.

    가슴에 찬 응어리가 풀렸기 때문이다.

    퍽! 퍽!

    김태석은 계속해서 곡괭이질을 했다.

    워낙 신체조건이 좋았기에 스탯이 초기화되었지만, 쉽게 지치지 않았다.

    ***

    “흠……. 지켜보면 알겠지.”

    멀리서 김태석이 곡괭이질을 시작하는 것을 본 장현이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최형석의 말대로 장현이 그에게 넓은 땅을 개간하라고 시킨 일은 이유가 있어서다.

    ‘갓 오브 곡괭이!’

    곡괭이질을 반복해 최상급 플레이어로 성장했던 ‘갓 오브 곡괭이’처럼 되길 바란 것이다.

    원래 연장을 다루기도 했던데다, 신체조건 또한 매우 우수하다.

    곡괭이 질을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한다면, 그때는 그것이 그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갓 오브 곡괭이처럼 각성할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는데.’

    두고 보면 알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든든한 자원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걸로 끝인 거다.

    장현은 이제 김태석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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