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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38화 (38/211)
  • 38화. 영지전을 준비하다 (3)

    장현은 이나연을 불렀다.

    “이나연 당신은 경비대장 맡으면서 오크던전에서 했던 4인 1조로 창술훈련을 제대로 가르쳐봐.”

    “제대로라면 어떻게 말이죠?”

    “경비대원 50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야. 경찰이니 집단전투에 대해서는 잘 알 거잖아. 데모 진압 훈련할 때를 대비한 훈련 같은 거 받았을 거 아니야.”

    “음……. 데모 진압훈련 같은 집단전투라…….”

    장현의 말에 이나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뭔가를 떠올렸다.

    “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대신 부탁이 있어요.”

    “부탁?”

    이나연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장현씨가 생산직을 총괄한다고 했으니 경비대원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요청할게요. 창과 방패가 필요해요. 50명이 아니라 저기 영지민들 모두에게 줄 창과 방패를 만들어주세요. 저한테 임무를 준 만큼 그 정도는 당연히 해주시겠죠?”

    “뭐 영지민 전부? 그럼 500명분이나 만들어야 해.”

    “아니!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전투가 벌어지면 경비대만 싸울 거는 아니잖아요.”

    “음, 그, 그렇지. 대신 일단은 경비대원부터. 나머지 인원을 위한 물품은 그다음으로 하지. 지금 당장은 재료가 부족해.”

    “알겠어요.”

    이나연은 장현의 승낙이 떨어지자 옆에 있는 최형석과 김덕배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아참, 그리고 최형석 씨랑 덕배도 날 도와줘. 두 사람 당장은 할 일 없을 테니까 괜찮지?”

    “다, 당연하지.”

    “으음. 그래.”

    김덕배와 최형석은 장현을 힐끔 쳐다봤지만, 그는 못 본체 먼 산 보듯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님, 말씀하신 사람들을 데려왔습니다.”

    정하진은 건장한 체격을 지닌 영지민들로 구성해 장현에게 데려왔다.

    ‘알던 얼굴들이 있군.’

    튜토리얼에서 자신들과 함께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외 나머지는 다른 구역 출신들인 듯했다.

    ‘적당하겠군.’

    장현은 이나연을 보며 말했다.

    “이나연! 이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훈련시켜봐.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 제일 쓸만한 자들 같으니까.”

    “네. 알겠어요. 마침 같이 오크던전에서 호흡 맞춰본 사람도 있네요.”

    이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옆을 돌아보았다.

    “자 그럼 같이 힘내봐요. 우리!”

    “잠깐 난 할 일이 있어. 큰 형님이 사령술에 집중하라고 했으니 난 빼줘.”

    최형석이 썩은 표정으로 반발했다.

    “잔말 말고 따라와요!”

    이나연은 최형석의 반발을 무시하고 그의 오른팔을 잡아끌어 당겼다.

    더 튜토리얼에서 원수처럼 싸우던 감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어느새 그들 사이에는 한 팀이 된 듯 유대감이 쌓여갔다.

    최형석은 이나연에게 붙잡히면서 장현을 보며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난 그럼 방패를 만들어볼까.”

    슬그머니 외면하는 장현을 보며 최형석은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이나연을 따라갔다.

    그녀는 멀뚱히 서 있는 김덕배에게도 재촉했다.

    “덕배도!”

    “으응, 당연히 가야지!”

    “좋아! 이제 덕배는 영주님이니 경비대원들 훈련도 직접 챙겨야지!”

    눈치 빠른 김덕배의 태도에 이나연은 만족한 듯했다.

    “저………. 이나연 씨. 괜찮으시다면 저도 돕고 싶습니다.”

    이성훈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고는 자진해서 지원했다.

    “좋아요! 당신 맘에 드는데!”

    이나연이 사람들을 데리고 훈련을 위해 떠났다.

    공터는 넓고 오히려 기초 기반시설이 부족했기에 100명 정도를 위한 훈련공간은 충분했다.

    ‘일단 방패를 만들기에 앞서 확인할 게 있다.’

    세이프존이라 안심하고 있지만, 항상 마계는 플레이어들을 농락한다.

    대표적인 게 마나포인트.

    마나포인트를 얻으면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지 및 기초대사량이 체내에 공급되기에 그간 식량과 식수의 필요성을 잊고 있었다.

    ‘더는 아니야.’

    장현이 상태창을 훑어보았다. 조금씩이지만 마나포인트가 줄어들고 있었다.

    마나포인트를 얻을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이제 당분간은 사냥으로 마나포인트를 보충하기 힘들다.

    ‘물론 다른 종족 플레이어들과 전투가 일어날 때 죽이면 보충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무리.’

    자신들은 이제 갓 세이프존에 발을 내디딘 신입이나 마찬가지.

    먼저 강해질 수단을 찾아야 한다.

    장현은 식량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알고 있다.

    ‘1회차 때 강신배 쪽 사람들이 찾았다고 했지. 이번엔 내가 먼저다.’

    장현은 뭔가를 찾는 듯 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참 여기저기 땅을 훑은 후에 그는 단단한 흙바닥에서 구멍이 집중적으로 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군.”

    “어디 볼까.”

    그는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더니 구멍을 향해 찔렀다.

    푸슈슉!

    창은 구멍을 부수며 꽂히더니 저항 없이 창대의 3분의 1가량 깊이까지 파고들었다.

    콰지직.

    저항이 느껴질 때쯤 동시에 생명체의 비명소리 같은 게 들렸다.

    키헤에엥.

    창을 잡은 손에서 무언가 물컹한 것을 꿰뚫은 감각이 느껴졌다.

    “맞군.”

    그는 미소를 지으며 창을 뽑았다.

    땅을 뚫고 올라온 창에는 팔뚝만 한 두더지 같은 게 꽂혀있었다.

    두더지를 집어 들어 자세히 살폈다.

    두더지의 주둥이에는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었다.

    아마도 놈은 죽기 직전까지 먹을 것을 갉아먹고 있었던 듯했다.

    “감별”

    [감자 두더지]

    - 마나 함유량 : 2

    - 대지의 마나가 집적된 영토에서 생활한다. 감자를 주식으로 삼으나 벌레도 먹는다. 음식으로 얻은 마나는 대부분 생존과 성장에 쓰이나 일부씩 체내에 저장한다. 감자 두더지의 꼬리에 주머니 모양으로 저장되는데 마나 저장 주머니의 생김새가 감자와 비슷하다.

    감별 스킬로 들어오는 정보는 그의 예상대로다

    “흠……. 여기가 감자 두더지 서식지가 맞군.”

    감자 두더지의 꼬리에 달린 감자는 인간 플레이어들이 식량으로 삼기에 좋다.

    감자는 식량용뿐 아니라 마나까지 얻을 수 있다.

    1회차에서도 식량을 찾다 감자 두더지를 찾게 되었지만, 당시에 강신배 일행이 한발 빨랐다.

    강신배의 영지민 중에 농부 출신이 있어서 땅을 훑어보다가 우연히 구멍이 난 곳을 발견해 감자 두더지를 찾았다고 했다.

    ‘놈은 운도 따라줬지. 하필 농부 출신 영지민이 있었다니.’

    당시 장현도 구멍을 발견했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은 못 느꼈으니.

    식량을 찾았으니 이곳을 거점으로 해야 할 것이다.

    식량과 안전.

    영지는 이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럼 이제 이나연이 말한 것을 들어줘야겠군.”

    경비대원들과 영지민들 전체가 사용할 방패.

    만드는 방법은 쉽지만 필요한 재료가 있다.

    대량생산을 해야 하니 먼저 그는 제대로 된 대장간부터 만들 생각을 했다.

    “이곳 헬릭스 세이프존 영지가 사실상 우리의 거점이나 마찬가지. 대장간 구성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어야겠지. 보자……. 제일 먼저 필요한 건 아무래도 화로겠군.”

    리자드맨 상인의 상점 작업실이 꽤 괜찮았다.

    그 정도의 대장간을 만들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간이 화로정도면 지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현은 무릎을 굽혀 땅의 흙을 한 움큼 쥐었다.

    “이곳은 흙의 질이 좋고 종류가 다양해서 맘에 들어.”

    검사에게는 좋은 검에 대한 애착이 있듯, 대장장이에게는 연장과 화로에 대한 욕구가 크다.

    그중 화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벽돌이 있어야 하고 벽돌은 흙이 좋아야 한다.

    ‘사실 이곳의 흙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최상급이다.’

    지구에 있을 때 황토가 흙이 좋다고 예찬자들이 많았다.

    황토에서 파장되는 원적외선이 몸에 좋아서인데, 여기 세이프존의 흙은 황토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그 성주성에 있던 기둥 때문이겠지.’

    장현은 기둥을 떠올렸다.

    마계에서 생성되는 음차원의 마나를 흡수해 축적하고 일정 부분 영지에 필요한 마나는 되돌려준다.

    만물의 어머니라는 세계수를 모방해 마왕이 마계의 세계수 양산형 모델로 만들어 각 성에 보냈다.

    세계수의 근원이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양차원의 마나이지만, 성주성의 기둥은 튜토리얼에서 죽어가고 고통받은 플레이어들이 뿜어내는 음차원의 마나를 근원으로 한다.

    ‘이 흙이 담고 있는 마나는 우리 플레이어들의 피와 눈물이나 마찬가지다.’

    흙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는 장현은 잠시 분노했지만, 곧 다스렸다.

    결국, 벌어진 현실이고 자신의 숙명은 이 길의 끝에서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이다.

    ‘이성과 감정을 분리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한다.’

    장현의 장점이 감정을 절제해 이성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타인지.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마현에게 배운 심상훈련으로 불 앞에서 단련된 끈기를 가진 장현에게 메타인지는 자신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원천이나 마찬가지다.

    마음을 가라앉힌 장현은 중급으로 레벨이 향상된 연성술을 발동시켰다.

    [중급 연성술]

    -소요마나 : 100

    -필요공간 : 최소 1제곱미터

    -1제곱미터당 연성가능 무게 : 20kg

    장현의 상태창에서 보여주는 정보는 현재 그가 연성할 수 있는 흙에 대한 정보였다.

    “사용조건은 충족됐다. 중급 연성술!”

    장현의 외침이 나오자 그의 손에서 빛이 번쩍였다.

    중급 연성술은 기초연성술보다 훨씬 향상된 능력을 보였다.

    장현의 손에서 뻗어 나온 빛이 땅으로 퍼졌다.

    그의 머릿속에서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장현이 손으로 휘휘 젓자, 빛이 정확히 그가 의도한 영역만큼만 퍼졌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어.’

    스윽.

    손을 다시 움직이자 흙의 입자가 모여서 뭉치더니 화학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입자의 변화과정이 그려졌다.

    재료인 흙을 이해하고 권능을 이해하자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장현의 의지에 따라 뭉친 흙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뭉친 흙이 흩어지지 않게 해야 할 차례.

    “흑전갈 독액이면 되겠지.”

    그는 인벤토리에서 흑전갈 꼬리의 독액을 꺼내 흙에 부었다.

    흑전갈 독액은 끈끈한 점성의 역할을 할 것이다.

    스윽!

    꽉!

    장현은 연성술의 과정을 지켜보며 한 번씩 재료를 더하면서 원하는 성질을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스팟.

    중급 연성술로 뭉친 흙은 어느새 거대한 직육면체의 돌로 변해있었다.

    그는 그것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눠서 자르기 시작했다.

    연성술의 과정이기에 연성술 권능으로 가능했다.

    후두둑.

    잠시 후 장현의 앞에는 벽돌들이 쌓여있었다.

    갓 중급 연성술사가 되었기에 권능을 사용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헉헉. 이거 너무 힘든데.”

    마나포인트 뿐만 아니라 정신력의 소모도 컸다.

    중급 연성술을 계속 남발하면 곤란할 것 같았다.

    “힘들어도 화로까지는 만들어야지.”

    장현은 대지 중 단단한 터를 잡고 벽돌을 깔았다.

    바닥에 벽돌로 화로틀을 잡고 나서 충분히 깔고 난 뒤 그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오크뿔이에욤 금속으로 화로의 외부틀을 만들었다.

    어느새 장현의 키만 한 사각 틀의 골격이 잡혔다.

    그는 벽돌로 틀에 맞춰 빈틈없이 벽돌을 세웠다.

    흑전갈 독액은 이번에도 벽돌을 접착시키는 데 쓰였다.

    “이거 이제 독액이 거의 다 떨어졌는걸.”

    가진 아이템 중 접착성을 가진 물질은 흑전갈 독액뿐이었기에 이번에 다 써버렸지만, 충분히 그 값어치를 했다.

    장현은 벽돌을 다 쌓고 나서 남은 오크뿔이에욤 금속으로 화로의 각 모서리를 덧대 외부 틀을 만들었다.

    마침내 그의 앞에 화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정도면 그럴듯하군.”

    장현은 자신이 만든 화로를 자세히 살피며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을 차례다.

    장현은 인벤토리에서 살라맨더의 씨를 꺼냈다.

    만티코어가 있는 용암지대에서 목숨 걸고 구해온 살라맨더의 씨.

    그는 조심스레 그것을 화로 안에 두었다.

    ‘살라맨더의 씨를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화염이 필요해.’

    그리고는 상점에서 샀던 화염의 마법 스크롤을 모두 사용했다.

    펑펑펑!

    화르르르륵!

    화염의 마법이 살라맨더의 씨를 뒤덮었다.

    좁은 화로 안에서 폭발적으로 타오르던 열기는 시간이 지나자 사 그러 들었다.

    살라맨더의 씨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으음…….”

    장현의 입에서 안타까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화염의 마법 스크롤을 모두 썼음에도 화력이 부족해. 역시 화염의 펜던트 정도는 있어야겠어.’

    그때, 관리자 일행들이 훈련을 마치고 장현 근처로 다가왔다.

    ‘마침 오는군.’

    장현은 다가오는 김덕배를 향해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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