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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33화 (33/211)
  • 33화. 헬릭스 성주 (3)

    장현은 대충 짐작하면서도 강신배의 생각이 궁금했다.

    “앞으로 일을 의논 한다라……. 우리가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할지 알고 있는 건가?”

    “그야 피지배층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피지배층이라니요?”

    대답을 한 건 이나연이였다.

    그녀는 강신배의 말에 발끈했다.

    사람들끼리 공식적으로 계급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강신배의 말에 분노한 이유였다.

    “아가씨는 잠깐 빠져있지. 난 그쪽 대장이랑 얘기하려고 왔어.”

    “뭐야? 다시 한번 얘기해보시지.”

    이나연이 독기를 내뿜으며 강신배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최형석이 그녀를 제지했다.

    “이나연, 큰 형님께 온 손님이다. 빠져있어.”

    “최형석 당신?”

    이나연은 최형석을 노려보더니 이어 장현을 힐끔 바라보고 입술을 깨물고는 뒤로 물러났다.

    맞는 말이다.

    이곳의 대표는 이나연 자신이 아닌 장현.

    ‘강해지겠어. 다시는 내 앞에서 저딴 소리를 하는 자가 없도록.’

    꽈득.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다짐했다.

    강신배는 그런 이나연을 재밌다는 표정으로 힐끔 보더니 곧 장현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우린 여기에서 지내야 합니다. 마족에게 설마 저항할 생각은 아니시겠죠?”

    “저항한다면?”

    장현의 대답은 강신배의 예상과 달랐기에,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뭐라고요? 하하. 농담이시겠죠. 당신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장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강신배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미소지으며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으흠.

    강신배는 장현의 미소를 농담으로 받아들인 듯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저랑 손을 잡죠. 어차피 우리는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니 서로 정보도 교류하고 힘을 합치는 게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신배는 손을 내밀었다.

    장현은 가만히 그 손을 내려다봤다.

    1회차에서 이런 식으로 최형석에게 다가왔던 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는 강신배랑 같이 갈 생각이 없었다.

    곧 다가올 영지전에서 강신배를 처리할 생각이었기에 굳이 악수를 받아줄 이유가 없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장현의 대답이 농담 같지 않자 강신배의 표정이 굳었다.

    장현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이어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 싸울지 힘을 합칠지 어떻게 알겠나? 저기 성주가 어떤 퀘스트를 줄지도 모르는데.”

    “하긴……. 그렇군요. 관리자 중에서도 수장은 있어야 하니까요.”

    강신배는 이해한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래도 당신이라면 어리석은 선택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생각이 바뀌면 말씀하시길!”

    스윽.

    이내 강신배는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이나연이 참고 있다 울분을 토했다.

    “아니 저 사람 대체 뭐예요! 어떻게든 사람들을 다독여서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안 하고, 완전히 마족 앞잡이가 따로 없잖아요!”

    “다독거리긴 무슨. 여기가 피난민구호소도 아니고 정신 차려 이나연. 여긴 마계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옆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나타난 곳이야. 이런 데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죽는다.”

    최형석이 이나연을 향해 비웃듯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저들을 도와야죠!”

    이나연은 동의를 구하듯 장현과 김덕배를 돌아보았다.

    장현은 말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김덕배는 당황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누나, 일단 같이 지켜보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도울 수 있잖아. 도와야 할 일이라면 내가 적극적으로 도울게.”

    이나연은 장현의 반응이 실망스러웠지만, 김덕배의 말에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휴……. 그래. 덕배야. 그나마 네가 있어 힘이 난다.”

    “하하하…….”

    김덕배가 어색한 웃음을 흘릴 때 장현이 입을 열었다.

    “그 얘기는 일단 넘기고 다들 각자 무기 점검해야 할 것 같아.”

    장현의 말에 김덕배가 대뜸 반색했다.

    “아……. 혹시 다시 강화하는 거야?”

    “강화도 할 수 있음하고, 우선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

    마계에서는 언제든 시간 날 때마다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아이템을 정비하고 부상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물론 마나가 필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냥을 하고 강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스스로를 가다듬고 얻은 것을 정리할 시간이 흔하지 않다.

    ***

    장현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망치, 모루, 창을 하나씩 꺼냈다.

    오크뿔이에욤 망치는 강화를 한번 했다. 총 3번까지 할 수 있으니 지금 한 번 더 해둬야 했다.

    강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0포인트가 필요하다.

    세이프존에 도착하면서 퀘스트 성공, 그리고 관리자 서열을 받았다.

    이 정도면 공적치에 따른 포인트가 꽤 될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야. 포인트는 충분해.’

    부지런히 삼두견을 사냥한 보람이 컸다.

    이제 레벨만 오르면 된다.

    지금 장현이 노려야 할 것은 초보 대장장이를 중급으로 올리는 것과 중급 연금술사가 되는 것이다.

    ‘중급 연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강화 스킬 퀘스트를마저 채우면 돼.’

    현재 장현의 강화 스킬 퀘스트는 (4/10).

    앞으로 여섯 번이 남았다.

    ‘딱 맞겠군.’

    자신의 망치, 모루, 창을 강화하고 최형석, 이나연, 김덕배의 무기를 한 번씩 강화한다면 중급 연금술사가 될 수 있다.

    장현은 먼저 망치를 내려놓고 기초연성술의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이제 기초연성술의 사용이 익숙해졌기에 굳이 강화를 위해 망치를 두드릴 필요는 없었다.

    “기초연성술, 강화”

    쉬이익.

    장현의 손에서 빛이 뻗어 나오며 망치로 스며들었다.

    스팟!

    20포인트의 마나가 소요되면서 망치는 드디어 강화를 이루었다.

    [오크뿔이에욤 망치, +1강]

    이어서 팔랑크스의 창과 모루도 각각 강화를 시켰다.

    이로써 장현의 중급 연금술사까지 필요한 강화 횟수는 3회.

    “무기들 줘봐.”

    “오, 고마워 장현아.”

    “감사합니다. 형님.”

    “고마워요. 장현씨.”

    세 사람은 강화한 무기의 효능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장현의 제안에 선뜻 기쁜 마음으로 무기를 건넸다.

    여분의 포인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들의 반응을 본 장현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내 강화 능력에 다들 빠져들었군. 이제 시작이다. 한 번 맛보면 나한테서 벗어나질 못하지.’

    1회차에 상대적으로 능력이 약했던 자신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들이 자신을 아껴서다.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는 특급 아이템이나 마찬가지.

    무기를 복구하고 강화하는 것은 물론, 최상급 무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기에 플레이어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고.

    ‘제이미도 마찬가지였지만.’

    제이미는 힐러이자 신성력이 극강인 성녀였다.

    전투력 또한 뛰어났기에, 순수하게 비전투계 능력자는 장현이 유일했다.

    ‘그러고 보니 이나연이 성기사로 전직했지.’

    그에게는 제이미에게서 받은 지식이 있다. 성기사인 이나연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할 것이다.

    장현이 이것을 이나연에게 전한다면 출처를 알려야 한다.

    ‘휴……. 테오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텐데.’

    문득 자신의 머리가 뛰어나지 못함이 답답했다.

    최형석도 이나연도 그렇게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이 녀석이 좀 머리가 돌아가긴 하던데.’

    “와……. 검이 강해진 게 느껴진다. 이 정도면 아더왕이 쓰던 전설의 엑스칼리버가 안 부럽겠는걸.”

    “오버하긴. 막상 엑스칼리버를 보면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날걸.”

    “아하하하……. 하여튼 정말 맘에 든다는 거야.”

    김덕배는 머리를 긁적였다.

    장현은 강화한 장검을 받고 기뻐하는 덕배를 보며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드디어 기초연성술이 중급 연성술로 상승했다.’

    그의 상태창에 자리 잡은 연금술사 조각이 반짝이고 있었다.

    [직업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강화 (10/10) 횟수를 모두 채웠습니다.]

    [기초연성술이 중급연성술로 바뀝니다.]

    ......

    장현은 떠오르는 알림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강신배의 일행 역시 모여있었다.

    그 중 유일한 여자이던 김혜정이 반기며 물었다.

    “대장, 가신 일은 어떻게 됐어요?”

    “별로 내켜 하지 않더군.”

    “흥, 멍청한 놈들이군요. 이럴 때 뭉쳐야지.”

    “그중에 특히 반발하는 여자가 있어서. 어떻게 같은 사람들 간에 계급을 정하느냐고. 서로 도와야 하지 않냐고 하더군.”

    “멍청한 년이군요. 아니 사회생활도 한번 안 해봤나? 세상에 무리가 모여있으면 당연히 계급이 있고 서열이 있어야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는걸.”

    김혜정은 조금 전에 본 이나연을 떠올리며 비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놈들은 관을 봐야 정신 차리겠죠. 놔둬요. 우리라도 살아남으면 되니까.”

    “그래.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당연히 달라야지. 튜토리얼을 통과 못 한 사람이랑 통과한 사람이랑 같으면 누가 열심히 게임을 하겠어?”

    옆에 있던 이상영이 맞장구쳤다.

    “안 그래, 정환 씨?”

    “별로.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여튼. 특이해.”

    이정환 그는 검을 만지면서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검에만 있는 듯했다.

    이정환은 지구에 있을 때 연구원이었다.

    마계에 오기 전에도 연구실에서 새로운 화학물질을 연구하고 있었다.

    동시에 1회차에서는 연금술사 조각을 가졌던 자였으나, 회귀한 장현으로 인해 과거가 비틀린 자다.

    그는 최근에 얻은 능력으로 인해 무기에 큰 관심을 가졌다.

    연구원 특유의 성격이 한몫했다.

    “정환 씨. 제 검 혹시 강화가 되었나요?”

    “여기.”

    강신배는 이정환에게 검을 받아 자세히 살폈다.

    이내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역시 이정환 씨군요. 검이 훨씬 좋아졌군요.”

    “크흐.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

    이정환은 자신의 시스템 창에 떠 있는 ‘대장장이 조각’을 보고 생각했다.

    ‘이걸 얻은 것은 그야말로 대박이었어. 하늘이 내게 준 복이다.’

    장현이 찾았던 대장장이 조각. 그것은 이미 이정환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장현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연금술사 조각을 얻었을 때, 다른 조각들도 동시에 풀렸고 각자 주인을 만난 것이다.

    장현이 K-3 구역에서 홀로 히든퀘스트를 얻고 연금술사 조각을 얻자, 각각의 조각에 근접한 조건을 가진 자들에게 주어졌다.

    이것은 장현이 조각의 비밀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과거에는 연금술사 조각의 주인이었던 이정환.

    그의 운명은 장현으로 인해 뒤틀려버렸지만, 이것은 아직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

    다음날 장현과 강신배 일행은 성주 앞에 불려갔다.

    성주 헬릭스는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분명 절제했었을 텐데도 그에게서 강력한 마력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성주 옆에는 딸 안젤라가 함께 앉아 새로 온 인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앞에 선 장현 일행들은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만티코어가 눈앞에서 자신들을 내려보는 것만 같았다.

    누구를 제일 먼저 먹을까 고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덕배의 머리에서 떠오를 무렵 헬릭스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이제 나의 영지민으로 살아야 한다. 위대하신 마왕을 비롯해 대공께서 너희들을 내게 배정하셨지. 이건 지배당한 종족민의 당연한 의무.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았으니 기본 능력은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영지에서 관리자로 해야 할 일을 정해주마. 물론 그전에 영지전에서 이겨야겠지만 관리자인 만큼 죽을 가능성은 적겠지. 혹시 쓸만한 놈이 있으면 특별히 신경을 써줄 테니 각자 원래 살던 곳에서 했던 일을 말해보라.”

    “어……. 일이라고요? 우리가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김덕배가 먼저 나서서 반문했다.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성주의 말은 그에게 있어 그만큼 황당한 말이었다.

    ‘잠깐, 이거 게임처럼 거쳐 가는 퀘스트가 아니란 말인가?’

    다른 사람들 역시 궁금했었지만, 가만히 덕배와 성주를 번갈아 볼뿐 가만히 있었다.

    함부로 나서다가는 불똥이 튄다는 걸 경험적으로 느낀 탓이다.

    ‘혹시 장현은?

    자신도 모르게 김덕배는 힐끔 장현을 바라봤다.

    그는 장현에게 완전히 의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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