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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30화 (30/211)
  • 30화. 세이프존을 향하여 (2)

    어느새 사람들이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장현은 사람들을 이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장현아, 용암지대가 바로 옆인데 지하 하수도로 가도 괜찮은 거야?”

    “하수도 만들 때 용암에 대해 견딜 수 있게 만들었겠지.”

    그때 장현과 김덕배의 얘기를 들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저기랑 이쪽이랑 지반이 달라요.”

    “네?”

    덕배가 반문하고 장현도 그를 돌아보았다.

    “아, 저는 이성훈이라고 합니다. 두 분 얘기를 듣다가 아는 부분이 나와서 저도 모르게 끼어들었습니다.”

    장현이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덕배에게 들으니 공무원이라고 하던데?”

    “네, 태풍 피해 복구차 송도해수욕장에 갔다가 갑자기 마계로 끌려왔어요. 저쪽은 같은 직원들이고요.”

    “그렇군. 지반이 다르다는 건 무슨 말이지?”

    “용암지대와 달리 저쪽은 바닥을 깊게 다져놔서 토목 공사가 가능해요.”

    이성훈은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장현의 반말에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표정을 풀었다.

    여기서는 실력과 능력이 전부다.

    장현은 이성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대장장이라 암석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토목 공사 쪽에 관한 건 깊이 알지 못했다.

    ‘공무원들이라 이들이 예전에도 살아있었다면, 더 수월했겠지.’

    그때는 최형석의 입맛대로 세이프존이 건설되었기에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그 결과 자신들의 세이프존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졌고. 최형석은 믿었던 자에게 역으로 당했다.

    장현은 대장장이이기에 쓸모가 있어 살아남았다.

    ‘이제는 다를 것이야.’

    ***

    지하로 내려오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면.

    1층에서 맨홀 뚜껑을 열었을 때 인간과 동물의 사체가 들끓었다.

    “덕배, 맵을 켜봐.”

    “잠시만, 어디 볼까. 여기에도 좀비들이 있네. 다행히 몇 마리 없어. 입구 쪽에 두 놈이 있어. 총 다섯 놈이 다야. 사이즈 큰놈은 없고.”

    장현은 덕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즈가 큰놈은 우두머리 삼두견이나 만티코어 일 것이다.

    크르르. 크르르.

    좀비들이 맨홀 아래에서 어슬렁거리는 게 보였다.

    장현은 가볍게 창을 찔러 처리하곤 앞장섰다.

    첨벙. 첨벙.

    “크윽, 악취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어.”

    “거~ 자식, 이제 좀 살만해졌나 보네. 겨우 냄새 때문에 호들갑을 떨다니.”

    덕배가 코를 손으로 쥐고 괴로워하자, 최형석이 가볍게 핀잔을 줬다. 그런 최형석 역시 한 손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약과였다.

    일행이 지하 하수도를 따라 1시간가량 이동했을 때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며 악취에 열기까지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헉, 주, 죽겠어.”

    “이거 다시 용암지대로 가는 거 아니야?”

    장현은 일행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묵묵히 들으면서도 전진했다.

    그도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가 세이프존 직전 마지막 관문이다.’

    그들의 앞에 문제가 봉착했다.

    “뭐, 뭐야! 용암이 흐르고 있잖아.”

    전면에 땅이 무너져 있었고, 바닥은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모두의 상태창에 알림이 떴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명 : 세이프존으로 피하라.]

    - 24시간 후 대기 중의 공기가 독안개로 변합니다. 안전한 곳은 세이프 존뿐입니다. 세이프 존의 위치가 플레이어에게 전송됩니다.

    퀘스트 알림과 함께 도착한 세이프존의 맵.

    세이프존은 정확히 용암 건너편에 있었다.

    용암웅덩이는 폭이 20m가 넘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뜨거운 열기로 인해 살이 익을 것만 같았다.

    장현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열기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했다.

    독공을 익힌 덕에 사실 독 안개는 그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

    도리어 독공의 증진을 높여줄 테지만, 독공 수련은 굳이 이곳이 아니어도 가능했다.

    더군다나 일행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

    빨리 세이프존으로 가야만 했다.

    “독안개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무조건 건너가야 해.”

    “그러게요. 기차역에 있었더라면 우린 그대로 죽었을 거예요.”

    부글부글 끓는 용암을 눈앞에서 보며 최형석과 김덕배가 한마디 했다.

    “역시 장현 씨는……. 대단하군요.”

    공무원 이성훈이 감탄을 터트리며 한마디 했다.

    그 말에 장현이 돌아보며 반문했다.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튜토리얼 때부터 느꼈어요. 당신을 따라가면 어쩌면 살 수 있을 거라고요.”

    “그건 우연이다. 지금까지 따라온 사람 중 살아있는 사람은 겨우 이게 다야. 그런 말 따윈 필요 없어. 난 당신의 목숨을 책임지지 않아.”

    “예. 알겠어요. 그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성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장현은 그런 이성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진정성이 보였다.

    물론 아부일 수도 있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면…….’

    문득 1회차가 떠올랐다.

    요구만 하는 사람들, 해달라, 내놔라, 마치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처럼 요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받을 땐 당연하다는 듯 받고 인사할 땐 선심 쓰듯 고맙다고 했으며, 기대에 못 미칠 땐 마치 평생의 원수를 대한 듯 욕을 했다.

    오크 던전에서 장현이 만들어준 창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장현은 그런 사람들을 대하며 지쳐갔다.

    마왕을 쓰러트리고 지구를 되찾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구하려는 거창한 포부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 사람은 살 것이다.

    따라오는 사람은 막지 않는다. 떠나는 사람도 붙잡지 않는다.

    도움 되는 사람은 가능한 한 살리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살리진 않을 것이다.

    이게 장현의 본심이다.

    그는 영웅이라든지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살아남고 싶고 고향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훗, 괜히 감상에 빠져들었군.’

    용암웅덩이는 이미 1회차를 겪은 그에게는 알고 있는 함정이었다.

    당연히 이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 있다.

    “인벤토리.”

    장현은 인벤토리를 열어 삼두견 사체를 꺼냈다.

    삼두견이 죽을 때마다 부지런히 모아둔 게 어느새 100여 개가 넘었다.

    이어서 그는 모루와 망치를 꺼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김덕배가 의뭉스레 물었다.

    “장현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저기를 건너야지.”

    “그런데 그건 왜 꺼낸 거야. 그걸로 뭘 하려고?”

    “지켜봐. 일단 다들 이거 좀 도와. 당신들의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는 일이니까”

    장현이 사람들을 돌아보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공무원 이성훈이 제일 먼저 나섰다.

    “네 뭐든 맡겨주세요. 제가 잡일에 능합니다. 구민 협력 담당이거든요”

    “구민 협력?”

    “네 일종의 대민지원이지요. 온갖 행사를 담당하고 지역 내에 문제 생기면 출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일은 다 할 줄 압니다.”

    “아하 대민지원. 꽤나 고생했겠어.”

    “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이성훈은 얘기하면서 씁쓸해했다.

    “일단 사람들한테 이거 나눠주고 가죽을 벗기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이성훈은 동료들을 불러모아 삼두견 사체를 들고 옮겼다.

    “자, 우리도 작업하자.”

    “장현씨, 하더라도 이게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좀 알려주세요.”

    최형석이나 김덕배는 장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나연은 용도를 정확히 알고 싶어 했다.

    “그래. 작업하더라도 알아야겠지.”

    “앗, 저도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이성훈이 다시 돌아와 요청했다.

    “뭐 안될 것 없지. 감별 스킬로 삼두견을 살펴보니 이놈들은 용암에도 견딜 수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더라고. 놈들 사체를 용암에 던져서 징검다리로 삼을까 해.”

    “저기, 혹시 혹시 부교를 만들면 어떨까요?”

    이성훈이 조심스레 장현에게 물었다.

    “부교? 그게 뭐지?”

    “부교는 임시방편으로 만드는 다리에요. 어차피 뼈와 가죽을 분리한다면, 그것으로 다리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말을 꺼낸 걸 보니 만들 줄 알겠지?”

    “아. 네 해본 적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그런 것도 만들어봤다니 의외인데.”

    “아……. 지방공무원은 행사가 자주 있거든요. 저는 해수욕장에서 여름 페스티벌 준비로 물 위에 부교 설치하는 거에 동원된 적 있어요. 물론 외주를 줬지만, 같이 거들다 보니 배웠어요.”

    이성훈은 꽤나 떠드는 걸 좋아하는 듯했다.

    장현에게 물어보지 않은 부교란 것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

    덕분에 장현은 따로 묻지 않아도 부교에 대해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흠. 그렇다면 나는 신발과 옷을 만들어야겠군. 좋아. 당신은 부교를 만들어봐. 삼두견 뼈들은 용암지대에서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네, 동료들도 다 경험이 풍부하니 이 정도는 저희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뼈가 정말 용암을 견딜 수 있을까요?”

    “지켜봐.”

    이성훈을 비롯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장현을 쳐다봤다.

    그는 칼과 도끼를 꺼내 빠르게 삼두견을 해체했다.

    뼈들을 모두 추린 후, 삼두견의 힘줄과 내장으로 묶었다.

    그러자 길이 2m 정도 되는 뼈로 된 봉이 만들어졌다.

    굳이 다듬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간단히 기초 연성술의 스킬로 뼈들을 이은 접착면을 맞붙였다.

    그러고서는 용암 속으로 뼈를 집어넣었다.

    푸시식.

    대략 1m까지 들어가던 뼈봉은 바닥에 닿은 듯 멈추었다.

    뼈는 일부가 삭긴 했지만 녹지 않고 버텼다.

    “오래 못 버틸 거야. 그래도 잠시 건널 정도는 버티겠지.”

    “그럼 어서 서둘러야겠네. 일을 나누자. 장현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한테 맡겨줘.”

    김덕배가 장현에게 나서서 제안했다.

    “부교를 만들려면 천막과 다리가 필요해. 그리고 혹시 만약을 대비해서 부츠와 외투도 필요해. 만드는 건 내가 할 테니 삼두견들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추려줘.”

    “알겠어. 작업할 것들 줘봐.”

    장현은 김덕배에게 인벤토리에서 꺼낸 삼두견들을 건넸다.

    “이것들을 벗기면 손질은 내가 할 테니.”

    다른 사람들이 가죽을 벗기는 거까진 할 수 있어도 신발을 만드는 건 무리다.

    가죽과 뼈봉만 있다면 부교는 금방 되기에, 그는 부츠와 외투를 만들었다.

    그건 수없이 많이 만들어본 장현만이 빨리할 수 있는 일이다.

    ‘신발과 옷을 만드니 옛 생각이 나는걸.’

    무구와 보호구를 만드는 게 자기 일이었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을 만드는 사람이 따로 없었기에 대부분 장현이 해야 했다.

    마치 전천후 노가다 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보다 저 사람 꽤 쓸만한데.’

    장현은 이성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민 협력이란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기대를 걸진 않았다.

    공무원이 사람들을 돕는다고 해봤자 힘쓰는 일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성훈 이 남자 예상외다.

    부교를 만들어봤다니, 다른 일에도 꽤나 경험이 많을 것 같았다.

    문득 장현이 덕배를 돌아보았다.

    “넌 뭐 담당했는데?”

    “응? 난 불법 주정차 견인.”

    “그렇군.”

    ***

    이성훈이 주섬주섬 가죽과 뼈로 이루어진 부교를 장현에게 내밀었다.

    “혹시 이거 어떻습니까? 부교를 이렇게 만들어봤는데……. 이걸 붙여서 연결하면 됩니다.”

    부교를 본 장현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어설프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임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였다.

    너비도 충분했다.

    “흐음. 이 정도면 충분해.”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면 될 거 같아서 시간을 아낄 겸 간결하게 만들었습니다”

    “좋아. 공무원이라 들었는데 꽤나 손재주가 좋군.”

    “아, 저희 아버지가 수선 일을 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일을 좀 돕다 보니 어느 정도는 손에 익기도 했고요. 더구나 말씀드렸다시피 공무원들은 각종 행사에 자주 동원되거든요. 행사 때 쓸 천막이나 재난대비 때 걸칠 간단한 우의는 급할 때 제가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뭐 이건 제가 독특한 경우이긴 합니다만.”

    “그렇군. 앞으로 잘 지내보지. 이성훈 씨. ”

    이성훈이 또다시 말이 길어질 거 같아 보이자 장현은 적당히 끊었다.

    그가 처음으로 이성훈을 향해 반 존대를 했다.

    말은 많지만, 세이프존의 영지에서 꽤 쓸모 있을 거라는 감이 들었다.

    그전까지 이성훈에 대한 장현의 인식은 언제든 죽어도 상관없는 자였다.

    부교로 인해 이제 그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그런 장현의 생각은 알지 못한 채 이성훈은 장현이 자신을 존중한다고 생각해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마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은 듯했다.

    그것은 곧 이곳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갔다는 것이다.

    ‘난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이성훈은 장현의 뒷모습을 보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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