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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8화 (28/211)
  • 28화. 삼두견과의 전투 (3)

    벌겋게 달아오른 복숭아 같은 열매.

    분명 장현이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살라맨더 씨가 불의 거인 옆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카오스 보석은 불의 거인 목에 걸려 있었다.

    “이런.”

    장현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렀다.

    살라맨더의 씨와 카오스 보석은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다.

    힐끔.

    만티코어가 눈을 들어 장현을 봤다.

    툭.

    입에 물고 있던 불의 거인을 뱉은 만티코어는 번개처럼 장현에게 다가왔다.

    큭!

    ‘이 자식!’

    장현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뛰었으나 만티코어는 날개를 움직여 바로 따라잡았다.

    ‘안돼! 늦었어.’

    만티코어가 장현의 바로 앞까지 따라붙더니 앞발을 휘둘렀다.

    쉭!

    장현의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대응책이 몇 가지 떠올랐다.

    ‘망치? 무리다. 창? 역시 무리다.’

    장현이 선택한 것은 거대흑전갈 사체였다.

    “인벤토리!”

    콰쾅!

    만티코어의 앞발이 거대흑전갈 사체를 후려갈겼다.

    장현은 거대흑전갈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역시…. 숨은 임무 보스답군.”

    무려 만티코어의 앞발에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거대흑전갈 사체는 아직 부서지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흠집은 났지만,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다행이야. 엉겁결에 사용한 거대흑전갈 사체가 방패로 제격이군.’

    만티코어는 자신의 공격을 막는 장현에게 분노한 듯 계속해서 달려들며 앞발을 휘둘렀다.

    쾅! 쾅!

    “크윽!”

    골이 울리고 몸에 뼈가 아려왔다.

    그럼에도 장현은 틈을 보았다.

    만티코어가 장현에게 신경을 쏟고 있는 사이, 그는 바닥을 구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살라맨더의 씨에 다가갔다.

    쾅!

    다시 한번 만티코어의 발이 거대흑전갈 사체를 후려갈겼다.

    쿨럭!

    장현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놈은 거대흑전갈 사체를 후려패는데 재미를 붙인 것 같았다.

    쾅쾅!

    두들겨 맞는 것은 거대흑전갈 사체인데, 충격은 장현이 더 크게 받고 있었다.

    커헉!

    다시 한번 나뒹구는 장현은 드디어 살라맨더의 씨를 품에 쥐었다.

    동시에 화염의 거인에게서 카오스 목걸이를 벗겼다.

    치이익.

    “끄으응.”

    목걸이를 벗겨내는 동안 손바닥이 타들어 갔다.

    가죽장갑을 꼈음에도 소용없었다.

    [화염 저항력이 화상을 완화시킵니다.]

    삼두견과의 전투로 얻은 화염 저항력이 타들어 가는 손바닥을 회복시켰다.

    겨우 목걸이를 벗겨낸 장현은 재빨리 인벤토리에 넣었다.

    “크으. 겨우 챙기긴 했지만, 서둘러야겠어.”

    마나포인트를 소모시키자 화염저항력이 더 강하게 작

    용해 새빨갛게 익었던 손은 거의 회복되었다.

    ‘이제 돌아가야 해’

    최형석 들이 버텨줬기를 바라며 장현은 슬슬 만티코어를 유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인벤토리!”

    장현은 삼두견의 시체를 꺼내었다.

    이것이 만티코어를 유인하기 위해 장현이 준비한 수였다.

    ‘만티코어와 우두머리 삼두견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것은 내가 잘 알지!’

    삼두견의 시체를 미리 챙겨 두었기에다.

    “뭐야? 그 불강아지 녀석도 여기 있는 거냐?”

    만티코어는 공세를 잠시 멈추고 흥미를 보였다.

    장현은 그를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휙-

    최형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크르르.

    만티코어는 장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거대흑전갈 사체를 두들기는 재미도 있었지만 맛있는 먹잇감이 보였던 것이다.

    크어엉!

    만티코어가 한차례 울부짖더니 꼬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쉬쉬쉭!

    꼬리에서 털이 솟구치더니 마치 암기가 쏟아지듯 장현에게 날아왔다.

    일부는 거대흑전갈 사체를 이용해 막았지만, 암기는 바람을 타고 다양한 각도에서 날아들었다.

    ‘독침인가.’

    만티코어의 꼬리 독침은 유명하다.

    흑전갈의 독침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장현에게는 그것을 흡수할 방법이 있다.

    “당문독공 오의-흡독!”

    [흡독]

    - 당문독공의 오의. 자연에 존재하는 독 그 자체를 흡수하는 당문의 비기. 흡수율은 운공하는 것에 비해 떨어지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독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푹푹푹!

    크윽!

    장현의 전신으로 만티코어의 독침이 박혔다.

    순간 강렬한 독의 영향으로 정신이 어질했다.

    하지만 이미 흡독 기술로 당문독공을 운기하고 있었기에 금세 독을 흡수할 수 있었다.

    당장 내공으로 전환하기는 어렵겠지만 만티코어의 독은 이전에 흡수한 어떤 독보다도 강한 독.

    장현에게는 영약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독침 또한 마찬가지.

    ‘이걸 연성하면 꽤나 괜찮은 물건이 나오겠지.’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만티코어의 독침을 저장했다.

    타타탁.

    어느새 장현은 최형석 들이 있는 현장에 나타났다.

    빠르게 장내를 훑어본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버텨줘서 고맙다.’

    힐끔.

    만티코어는 장현을 따라오다 우두머리 삼두견을 발견한 뒤로 더이상 장현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두 마족의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장현은 일행에게로 향했다.

    그가 처음 본 장면은 이나연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모습이었다.

    “크하아아악. 죽어!”

    “으으으으. 당신은 좀 쉬어. 내가 할 테니.”

    “나연 누나. 안돼! 지금 힘을 너무 많이 썼어. 위험해!”

    최형석은 광전사로 각성했는지 전신이 붉게 변해있었다.

    광전사 스킬을 쓸 때 나타나는 육체 변화의 하나다.

    먼저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마나포인트가 소진되면서 마나가 전신을 극도로 일깨우는 영향이다.

    신체가 붉어지는 것은 과도한 마나 증폭으로 체내의 모세혈관과 핏줄이 터지기 때문이다.

    광전사는 순간적으로 한계치를 넘는 힘을 집중해 사용함으로써 신체에 과부하가 온다.

    최형석의 상태는 전형적인 광전사의 모습이다.

    ‘최형석은 오히려 괜찮아.’

    위험한 건 이나연이였다.

    그녀의 이마에 있는 뱀 모양의 인장이 변해있었다.

    똬리 틀고 있는 모습이었던 인장이 지금은 뱀이 상체를 일으킨 모습이다.

    이나연이 벨리알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다.

    ‘저 정도면 벨리알에게 먹히고 만다.’

    이마에서 시작된 검푸른 핏줄이 얼굴에 이어 목선을 타고 내려 와있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곤란하다.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순식간이었다.

    “이나연, 이 목걸이를 목에 걸어.”

    장현이 카오스 목걸이를 던졌다.

    “장현…….”

    이나연은 목걸이를 받아서 걸었다. 그러자 목걸이가 반응했다.

    카오스 목걸이는 신성력은 마기로, 마기는 신성력으로 변환한다.

    이나연이 벨리알의 마기를 쓰면서 이마의 인장을 통해 지속해서 마기가 이나연의 몸에서 확장되어가고 있었다.

    이나연은 카오스 목걸이를 목에 걸자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마계에 온 이후로 계속된 전투에 부상과 상처는 일상이었다. 그렇기에 육체의 고통을 참는 데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이번 건 달랐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끄아아아악!

    이나연은 폐부에서 토해지는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그녀가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목걸이에서는 새로운 작용이 일어나고 있었다.

    흡수한 마기를 신성력으로 변환해 뿜어낸 것이다.

    고통은 마기에 적응된 신체가 신성력으로 씻겨지는 가운데서 생긴 것이었다.

    점점 그녀의 팔다리와 몸까지 내려왔던 검은 핏줄이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내 얼굴에서도 검은 핏줄이 사라졌다.

    치지지직!

    신체는 마기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었지만, 이나연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아아아악!”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팔다리가 수만 마리의 개미들에게 물어뜯기는 것만 같았다.

    가죽이 벗겨지고 뼈와 골격을 뒤집는 것만 같았다.

    문득 그녀는 경찰이 되고자 했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이나연의 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권력자였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대한민국 대기업의 회장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정실이 아니다.

    첩이었다.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본처와 그 자식들에게 무던히도 구박받고 차별받았다.

    그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받아야 하는 차별대우에 대해 트라우마에 가까운 분노를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마저도 그런 그녀를 못 본 체했다.

    첩의 딸이기는 하지만, 대기업 회장의 딸인 자신에게 특별대우하고 잘 보이려는 학교 선생들도 싫었다.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달라붙는 친구들도 싫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특별히 착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차별이 싫었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이나연의 어머니는 암에 걸려 죽었고, 더이상 그 집에 붙어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그녀는 집을 나와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에서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들어가서 캠페인을 했다.

    페미니스트 활동도 했고, 장애인,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캠페인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착각에 빠져 ‘난 이렇게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모든 자에 대해 반발했다.

    부정부패한 고위 권력자들 그리고 일반인의 등골을 빼먹는 조폭들이 그런 자들이다.

    세상에는 분명 법이 있지만,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법을 어겼다.

    그리고 그런 행위를 당연하게 여겼다.

    이나연은 그래서 도리어 법을 수호하기로 다짐했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차등해서 적용되어선 안 된다.

    그게 그녀가 가진 신념이었고 그래서 경찰이 되었다.

    이나연은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다짐했다.

    상대가 그 어떤 강한 힘을 가지고 부유한 자일지라도 결코 그 이유만으로 굴복하지 않겠노라고.

    또한,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거라고.

    이 순간 이나연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날의 맹세 때문이었다.

    “끄으윽! 으아아아악!”

    비명을 마지막으로 마침내 이마에 인장마저 사라졌다.

    그 순간 이나연의 몸에서 변화가 일었다.

    강력한 신성력이 이마의 인장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뿜어져 나왔다.

    마치 이나연의 이마에 보석이 박혀있는 것 같달까.

    한동안 얼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 이나연은 풀썩 쓰러졌다.

    장현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이나연을 낚아채 등에 업고 달렸다.

    “최형석, 김덕배 어서 따라와.”

    “크으으. 형님 전 이대로 갈 수 없습니다. 저놈을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무리다. 저놈은 마족이야. 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다. 지금은 가야 해!”

    “크윽. 알겠습니다.”

    최형석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시간이 없어. 서둘러.”

    장현이 다시 한번 재촉하며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우두머리 삼두견과 만티코어는 서로를 경계하면서 자신들에게는 관심을 끊었다.

    대적부터 처치하고 나서 만만한 식사 거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식사 거리야 언제든 먹어치울 수 있으니 놈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장현 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우두머리 삼두견은 만티코어의 등장에 그동안 쓰지 않던 마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만티코어, 여기에서는 본신의 힘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잊었나?]

    [시끄럽구나. 이번에야말로 널 죽일 테다. 네 놈의 고기는 맛이 어떨지 궁금해. 흐흐]

    [역시 네놈은 미친놈이야.]

    만티코어와 우두머리 삼두견이 싸우기 시작했다.

    충격 때문에 땅이 흔들리고 뒤집혔다.

    오히려 장현 일행에게는 다행이었다.

    “장현, 나연 누나는 어떻게 된 거야?”

    덕배가 따라붙으며 걱정스레 물었다.

    “그냥 잠에 빠져든 것뿐이야. 곧 깨어날 거다.”

    “다행이네. 그런데 인장이 바뀌었네.”

    뱀이 있던 자리는 동그란 원을 막대기가 뚫은 모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신의 인장이다.

    운이 좋았다.

    카오스 목걸이는 말 그대로 혼돈.

    벨루스의 마력을 잡아먹고 신성력을 내뱉을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어떤 신성력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신이라면 제이미랑 같은 종류군.’

    마족의 종류가 다양하듯 신족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신이라면 그 중 최상위급 신이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장현에게는 제이미에게 받은 지식이 있다.

    이나연은 기연을 얻은 것이다.

    전화위복이란 이럴 때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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