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7화 (27/211)
  • 27화. 삼두견과의 전투 (2)

    [광전사 직업의 발동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최형석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눈이 시뻘게졌고 머리카락은 치솟았다. 얼굴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머릿속으로 옛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져갔다.

    <씨벌, 태석아. 칼빵 맞은 배는 괜찮으냐.>

    <순대가 흘러나오진 않습니다. 흐흐.>

    <새끼 입 는 걸 보니 괜찮은가 보네.>

    <저 씨부럴 놈들한테 복수하기 전엔 이대로 못 죽습니다.>

    <그래야지. 으득.>

    “으아아아!

    최형석의 몸에서 마나포인트가 소화되면서 피가 끓어올랐다.

    “광전사 스킬. 망나니의 춤사위.”

    [망나니의 춤사위]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망나니가 맨정신으로 일하기 힘들어서 정신을 놓고자 했다. 차라리 정신을 놓는 게 사람의 목을 치는 일을 하기에는 나았다. 광전사의 시초는 망나니였다. 사람의 목을 쳐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세상을 증오하고, 하늘을 증오하던 망나니의 한이 서린 광전사 스킬.

    “으아아아!”

    최형석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의 쌍칼에서 붉은 마나가 타올랐다.

    망나니의 춤사위 스킬 효과다.

    크르릉. 컹컹.

    삼두견들이 최형석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장현은 삼두견들 뒤에 있는 우두머리 삼두견을 경계했다.

    “안돼, 우두머리 삼두견을 상대하면 죽음이야.”

    그는 최형석을 뒤따르며 망치를 꺼내 들었다.

    흘깃. 살펴보니 우두머리 삼두견은 끼어들 생각이 없는 듯했다.

    ‘놈에게 우리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할 테니. 그게 아니라도 개입한다면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테지.’

    우두머리 삼두견은 데니우스 정도는 아니라도 일반 플레이어로서는 엄두를 못 낼 마족이다.

    몬스터와 마족은 그 정도의 갭이 있다.

    다행스러운 건 마족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더욱 이해하고 있다는 것.

    지금 장현 일행은 마왕이 인위적으로 만든 마계의 한 공간에 플레이어라는 신분으로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톱니바퀴처럼 흘러가기 때문에 레벨 차이가 극심한 상태에서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우두머리 삼두견이 개입한다면 마족이 지켜야 할 룰에 위배된다.

    그 말은 곧 마왕의 경기를 망치는 것과 같다는 것.

    결코, 놈은 함부로 일을 벌이지 못해.

    ‘거기에 걸어본다.’

    장현은 최형석의 뒤를 따라 받치며 아까와 같이 그의 후방을 지켜줬다.

    이나연과 김덕배 또한 장현의 좌우에 섰다.

    자연스레 4인 1조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막아주며 삼두견들의 공세를 막아냈다.

    콰직! 콰지직!

    치열한 전투의 소음만이 울려 퍼지는 그때

    “저놈은 뭐지?”

    “한눈에 봐도 보통 삼두견이 아니에요.”

    “저놈이 끼어들면 힘들다.”

    김덕배와 이나연은 장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르륵!

    그 와중에 김덕배는 삼두견들이 뿜어내는 화염들을 스크롤로 흡수해갔다.

    “스크롤의 화염 충전이 다 되었어.”

    김덕배는 외침과 함께 스크롤을 개방했다.

    번쩍!

    스크롤에서 빛이 나더니 스크롤이 사라지고 펜던트가 나타났다.

    찌릉.

    “어라 펜던트?”

    김덕배는 펜던트를 얻자마자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잠시만, 나 커버좀 쳐줘. 이게 뭔지 살피게.”

    “그래. 서둘러줘.”

    장현은 덕배가 펜던트 사용법을 익힐 수 있게 그의 앞을 지켜줬다.

    잠시면 된다.

    ‘덕배 너의 능력을 보여봐.’

    김덕배의 탐색 분석 능력은 장현도 인정하는 바였다.

    크르릉.

    화아악.

    [화염의 펜던트]

    -1서클부터 5서클까지 화염 마법이 하나씩 저장되어있다. 플레이어의 레벨에 따라 사용 가능한 마법이 하나씩 개방됩니다.

    -플레이어의 레벨은 현재 2레벨입니다.

    -1서클의 마법인 파이어와, 2서클의 레벨 파이어 애로우가 사용 가능합니다.

    -한번의 충전에 파이어 사용 지속시간은 5분이며, 파이어 애로우는 50발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펜던트를 손에 든 김덕배의 눈앞에 알림이 떠올랐다.

    [펜던트를 구동하기 위해 마나포인트가 필요로 합니다. 소요마나는 파이어 마법 1분당 2포인트, 파이어 애로우 1발에 1포인트입니다. 마나를 사용하겠습니까?]

    “사용해! 사용한다고! 빨리!”

    [마나 사용에 동의했습니다. 사용할 마나를 설정하세요.]

    “지금 13포인트뿐이네. 이거 전부!”

    [13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장검을 강화할 때처럼 자동으로 마나포인트가 빠져나갔다.

    “됐어. 파이어 애로우”

    김덕배는 펜던트 사용이 가능하여지자 즉시 스킬 주문을 외쳤다.

    장현 일행을 둘러싼 삼두견들에게 파이어 애로우가 쏟아져 나갔다.

    푹푹푹!

    화르륵!

    입에서 불을 뿜어내던 삼두견들의 몸에 불화살이 꽂혔다.

    캐캐캥!

    삼두견들은 불에 내성이 있어 타지는 않았지만, 타격은 확실히 받은듯했다.

    “나도 뭔가를 보여줘야겠군. 자 받아.”

    장현은 기전력 스크롤을 하나씩 일행들에게 나눠줬다.

    “이게 뭐지?”

    “그걸 열어서 장검에 적용해.”

    장현은 말을 하며 스크롤을 열었다.

    기전력 적용대상을 망치에 적용하자, 망치 주위에 전기가 파지직.하고 일었다.

    “좋군.”

    오랜만이다. 회귀 전 1회차에서 뇌전에 휩싸인 망치를 뿌리던 장현으로서는 새삼 반가웠다.

    콱! 콰직!

    전기 공격은 삼두견들에게 충격을 입혔다.

    부르르.

    망치에 맞은 삼두견들이 감전되어 쓰러졌다.

    불에 타지 않던 삼두견들이 새까맣게 타서 쓰러졌다.

    쓰러진 삼두견들에게서 마나스톤을 얻고 화염에 대한 방어력도 키웠다.

    “오오. 이거 좋은데.”

    “고마워요. 장현씨.”

    “이걸로 저놈들을 모두 때려잡겠습니다.”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무기에 기전력을 일으켰다.

    캐캥!

    케켁!

    전투가 이어질수록 세 사람은 마나스톤을 얻어 조금씩 더 강해졌고 화기에 대한 방어력도 강해졌다.

    어느 순간 삼두견들을 모두 쓰러트렸을 때, 우두머리 삼두견이 다가왔다.

    ‘하필 저놈을 깨우다니. 멍청한 놈들 때문에 일이 힘들게 됐어.’

    장현은 1회차에서 놈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용암지대가 아니었다.

    인간들이 몬스터들을 상대로 이겨내고 처음 마족을 적으로 마주하게 됐을 때 나타난 놈이었다.

    백 전의 용사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었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죽어 나갔지.’

    최상급 플레이어들이 숨겨뒀던 스킬을 모두 쏟아내고서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살아남은 사람 중 멀쩡한 사람들이 몇 없었다.

    장현은 자신이 만든 보호구들을 믿었지만, 마족 앞에서는 살아남는 게 고작이었다.

    그랬기에 우두머리 삼두견의 무서움을 잘 안다.

    지금으로서는 결코 놈을 상대할 수 없다.

    ‘어쩌지.’

    우두머리 삼두견이 크르릉 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김태석 일행을 물어 죽인 삼두견들이 따르고 있었다.

    장현이 돌아가는 형세를 보아하니 우두머리 삼두견은 자신들을 그냥 보내줄 거 같지가 않았다.

    [건방진 인간 놈들, 나의 아이들을 모두 죽이다니……. 인과율을 소모해서라도 네 놈을 모조리 씹어 먹으리라.]

    장현은 우두머리 삼두견의 말에 놀랐다.

    ‘마족이 마왕이 정한 룰을 깨고 개입한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일행들은 다른 의미로 놀랐다.

    “저 삼두견이 사람 말을 하다니……. 놀랍군.”

    최형석은 분노한 와중에도 삼두견이 말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번 삼두견은 만만치 않은 거 같아요.”

    이나연이 말했을 때, 우두머리 삼두견이 그녀를 흘깃 보았다.

    “그 인장. 넌 이미 마족의 손을 탔구나. 그럼에도 아직 계약은 하지 않았군. 어떠냐 나와 계약하는 것이. 그렇다면 너희 모두 살려주마.”

    “닥쳐!”

    이나연이 분노해 외쳤다.

    그녀가 보살피고 맡았던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비록 우두머리 삼두견이 한 짓은 아니라도 결국 똑같은 것들이다.

    분노한 이나연이 힘을 끌어올렸다.

    마족의 인장 부분의 색이 더욱 짙어지며 그녀의 힘이 증가했다.

    “타하하핫!”

    이나연은 기본 병기술 익히기 2단계도 꽤 연습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쉬 쉭!

    이나연이 공격하자, 최형석도 광전사 스킬을 사용하며 덤벼들었다.

    “파이어 애로우.”

    김덕배 역시 다시 충전된 펜던트의 마법을 발사하고는 장검을 들고 짓쳐 들었다.

    장현은 그때까지 지금 상황에 대해 고민에 빠진 채 우두머리 삼두견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뭔가 생각날 듯하면서 나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때 문득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다.

    ‘맞아. 인과율.’

    인과율은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하기 위해서는 법칙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왕은 마계의 플레이어들의 공간에 마족이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게 설정했다.

    그게 허용된다면 어느 마족이든 개입해서 판을 엎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왕이 정한 법칙이므로 모든 존재가 영향을 받는다.

    만약 인과율을 깬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마족인 우두머리 삼두견이 자신들과 싸우기 위해서 대가를 치를 각오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지만, 놈이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인과율로 인해 가진 힘의 상당량을 제한받게 된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인과율에 따라 마족이 함부로 플레이어들에게 개입할 경우, 그에 천적인 존재가 등장하게 된다.

    그 또한 인과율의 섭리다.

    ‘우두머리 삼두견이 공격한다면 놈의 천적 역시 등장하게 된다.’

    장현은 1회차를 거치며 삼두견의 천적을 알고 있었다.

    만티코어.

    사자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한 만티코어는 사람고기와 삼두견 고기를 즐겨 먹는다.

    마계에서도 대표적인 천적 관계.

    일대일로는 만티코어가 월등히 강하지만, 삼두견은 무리를 짓기 때문에 우두머리 삼두견이 부하들과 같이 공격할 경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우두머리 삼두견이 깨어났다면 만티코어도 깨어났을 가능성이 커.’

    장현은 덕배를 불렀다.

    “덕배야. 전장의 맵을 사용해봐. 여기 외에 어떤 존재가 느껴지는지 살펴줘.”

    김덕배는 삼두견을 향해 파이어 애로우를 발사하고 다시 화기를 보충하고 있었다.

    “잠깐만. 어, 어라…….”

    “뭐가 잡혀?”

    “거대한 녹색 동그라미가 저기 왼쪽에 있어.”

    “거대한 녹색 동그라미라고?”

    장현은 덕배의 말에서 감을 잡았다.

    “응. 저 앞에 우두머리 삼두견이 빨간 원인 거 같은데 그 옆에 있는 일반 삼두견들보다 훨씬 큰 원이거든. 그런데 녹색 동그라미는 우두머리 삼두견보다 훨씬 더 커.”

    “저기 왼쪽이라고. 거리는 대략 얼마 정도야?”

    “꽤 먼 거 같아서 아직 내 능력으로는 거리까지는 알기 어려워.”

    “흠……. 그래 알겠어. 그래도 능력치가 올랐구나. 대략적이긴 하지만 먼 거리의 적이 맵에 나타나다니.”

    “응. 이번 삼두견과의 전투로 레벨이 올랐어. 좀 더 레벨을 올리면 거리도 나타날 거야.”

    장현은 김덕배의 말을 듣고 잠시 판을 살폈다.

    우두머리 삼두견이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렵겠지만 해볼 만했다.

    최형석의 광전사 모드와 이나연의 인장의 힘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다만 걱정되는 건 이나연이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인장의 힘을 사용한다면 곧 벨리알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서둘러야겠군.’

    장현은 덕배를 돌아보며 부탁했다.

    “덕배야, 잠깐 갔다 올 테니 잘 부탁한다.”

    “뭐? 너 설마 저 녹색 동그라미에게 가려고?”

    끄덕.

    “그놈을 저 우두머리 삼두견이랑 붙여야겠어.”

    “말도 안 돼! 그놈이 어떤 놈인 줄 알고! 너 혼자라면 더더욱 안돼.”

    장현은 말없이 김덕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덕배는 그의 표정에서 말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한숨을 쉬었다.

    “휴……. 부디 몸조심해…….”

    끄덕.

    장현은 이내 몸을 돌렸다.

    그의 등 뒤로 이나연과 최형석이 우두머리 삼두견과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콰콰쾅!

    “죽어!”

    “크흐흐, 난도질해주마.”

    장현은 덕배가 말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이미 우두머리 삼두견과 사람들은 저 멀리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왔다.

    용암지대 특유의 연기와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불기둥 때문에 앞을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기감이 느껴져.’

    사악하고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곧 기운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이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불행으로 여겨야 하나.”

    장현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찌이익.

    콰드득.

    으적으적.

    사자 몸통에 날개를 퍼덕이는 놈이 있었다.

    늙은 인간의 얼굴로 게걸스레 불의 거인을 잡아먹고 있는 놈의 입가에는 송곳니가 길게 솟아 있다.

    불의 거인의 화염에 전신이 뒤덮여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만티코어는 불의 거인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만티코어의 발아래에 장현이 찾고 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살라맨더의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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