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삼두견과의 전투 (1)
덕배와 나연 또한 놀고 있지 않았다.
화르륵.
덕배의 스크롤이 삼두견들의 불길을 흡수하며 빛을 내고 있었다.
덕배는 뜨겁지만 견뎠다.
자신이 피하는 순간 불길은 순식간에 일행들을 휩쓸 것이기 때문이다.
“크윽.”
“덕배야, 잠시만 기다려!
덕배가 힘에 겨워할 때, 이나연이 조금씩 앞으로 나가며 삼두견들을 향해 먼저 공격했다.
한 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삼단봉을 든 채 거침없이 휘둘렀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눈앞의 삼두견들의 머리가 터져나갈 때마다 쉬지 않고 알림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 삼두견의 목을 베었을 때,
[가르기 100/100을 완료했습니다.]
삼두견의 두개골을 부수었을 때,
[베기 100/100을 완료했습니다.]
삼두견이 불길을 내뿜기 위해 벌린 입을 삼단봉이 꿰뚫었다.
[찌르기 100/100을 완료했습니다.]
삼두견들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어느 순간 이나연은 호신술 익히기 기본병기술을 완료했다.
그때 알림이 떠올랐다.
[호신술 익히기 ‘기본 병기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기본 병기술 2단계를 익히겠습니다.]
[응용동작을 위해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에 최적화된 호신술을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이나연의 머릿속에 기본 병기술 2단계의 사용법이 들어왔다.
그녀는 2단계가 연속기 동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적이 공격을 막거나 피했을 경우 공격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이나연은 의욕이 샘솟았다.
2단계를 사용하자 동작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체력 소모가 적었다.
무엇보다 전투가 재밌었다.
자신의 공격이 먹힌다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다.
한편 장현은 머리가 터진 삼두견들의 몸에서 나오는 붉은색 마나스톤을 놓치지 않고 흡수했다.
[마나포인트를 흡수했습니다.]
[불에 대한 저항력이 1 증가하였습니다.]
‘역시. 맞았어.’
1회차에서는 용암지대에 오지 않았다. 그대로 기차역에서 바깥 지대로 나갔으니.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용암지대에서 마나스톤을 얻으면 화염에 대한 저항력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다.
장현이 용암지대에 들어설 생각을 한 것도 이걸 믿어서였다.
“삼두견들의 마나스톤을 흡수해. 불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
“불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고?”
덕배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는 게임으로 단련된 프로게이머. 저항력이 가지는 방어력을 이해했기에 재빨리 마나스톤을 흡수해갔다.
그 뒤로 덕배의 움직임 또한 달라졌다.
이전처럼 스크롤을 들고 불길을 흡수할 때 망설이던 게 사라졌다.
‘뜨겁지 않아.’
전혀 뜨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좀 더 필요해.’
삼두견에서 얻은 마나스톤들은 좋은 경험치였다.
덕분에 불에 대한 저항력이 꽤 늘었지만, 장현에게는 아직 부족했다.
‘여기서 최대한 얻어야 용암지대 중심지에 있는 불의 거인을 상대할 수 있다.’
불의 거인은 불의 정령인 살라맨더의 씨를 지키는 몬스터.
고릴라에 가까운 외형에 온몸이 불로 뒤덮여 있다. 움직임 또한 무척 빠르다.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접근하기만 해도 불꽃이 달라붙기 때문이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불에 대한 저항력을 최대한 높여야 했다.
‘다만 우두머리 삼두견은 피해야겠지.’
우두머리는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다.
삼두견이 몬스터라면 우두머리는 마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장현이 알기로 삼두견의 우두머리는 지금쯤 깊은 잠에 빠져 들어있다.
놈이 깨어난다면 재난사태나 다름없다.
그전에 조용히 용암지대 중심지까지 가야 한다.
놈이 깨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삼두견들을 사냥해야 했기에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새 저항력이 10포인트 증가했다.’
조금씩 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면서 사냥은 수월해졌다.
더구나 마나포인트를 실시간으로 근력과 체력에 안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 이제 끝났나?”
최형석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주위에는 쓰러진 삼두견이 스무 마리가 넘었다.
“수고했어.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우두머리가 나타나지 않았어. 개나 늑대는 집단을 이끄는 놈이 있거든.”
“그런! 우두머리라면 이놈들보다 훨씬 강하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놈이 오기 전에 어서 벗어나자.”
그 말을 들은 덕배가 재촉했다.
“네! 빨리 이동해요.”
“일단 용암지대에 온 목적 달성부터 하는 게 우선이겠지.”
이나연과 최형석도 동의했다.
장현은 떠나기 전 삼두견 사체를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다.
그때 최형석이 장현에게 요청했다.
“형님 잠시 시험해 볼 일이 있습니다.”
“시험?”
“사령술을 시험해보려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거부감도 덜해서요.”
장현은 잠시 멈칫했다.
삼두견 사체를 연성할 생각이었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형석의 사령술 레벨을 올리는 게 더 낫다 싶었다.
“그러도록 해.”
장현이 뒤로 물러나자, 최형석은 삼두견 사체 앞에 두고 사령술 스킬을 발동했다.
[사령술 스킬을 사용합니다. 사령술을 사용할 대상을 지정해주세요.]
최형석은 삼두견 한 마리를 지정했다.
[사령술 사용이 가능합니다. 소요 마나는 20포인트입니다. 지정한 대상의 사령술 사용 가능 수량은 1개체입니다.]
‘레벨에 따라 적용 개체 수가 달라지는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사령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마나포인트 증가와 사령술 경험치가 필요하다.
사령술 스킬이 최형석의 몸에서 마나를 뽑아냈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솟더니, 삼두견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최형석과 삼두견의 영혼이 연결되었다.
[크르릉. 침입자……. 처단해야 해……. 배고파……. 컹컹. 당신은 누구?]
최형석은 삼두견의 영혼이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삼두견을 지배하고 일으키기 위해서는 마나포인트를 줘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런 젠장. 이거 함부로 사령술 쓰기 어렵겠군.’
겨우 삼두견 한 마리 일으키는데 20포인트를 썼는데, 명령을 내릴 때마다 마나포인트를 써야 할 판이었다.
‘할 수 없지. 레벨을 높이려면 사용 경험치를 높여야 하니.’
최형석은 조금 전 사냥하면서 얻은 마나포인트를 사령술로 일으킨 삼두견에 보냈다.
그러자 머리가 터졌던 삼두견이 몸을 일으켰다.
머리는 터져 뼈가 드러난 채로 몸을 일으킨 삼두견은 괴기스러웠다.
[크르릉. 배부르다. 고맙다. 주인.]
“그럼 내 명령을 들어.”
[알겠다. 뭘 하면 되나.]
“우릴 공격하는 적들을 공격해.”
[알겠다. 주인.]
삼두견은 최형석을 호위하듯 옆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장현이 물었다.
“흠……. 사령술로 일으키면 이런 모습이군. 한 마리가 다야?”
“네 형님. 아직은 사령술 레벨이 부족해서 한 마리가 최선입니다.”
“그럼 나머지는 내가 가진다.”
장현은 최형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인벤토리를 열어 삼두견 사체들을 쓸어 넣었다.
“이제 빨리 이동하자.”
장현은 일행들을 이끌고 용암지대로 전진했다.
김덕배와 이나연 최형석까지 점점 쓸 만해져 만족스러웠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이 정도면 불의 거인을 감당할 수 있어.’
삼두견을 사냥하며 얻은 10포인트의 화염 저항력.
부족하다면 부족하지만, 완벽을 기대하면 안 된다.
최대한의 조건이 아닌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시킨다.
그다음은 부딪히는 거다.
이대로 용암지대 중심지까지 가면 된다.
불의 거인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그의 계획을 일그러뜨렸다.
우두머리 삼두견인 마족 케르베르.
놈이 깨어난 것이다.
***
여덟 명의 남자는 장현 일행이 기차역을 벗어나자 슬그머니 모였다.
“큰형님은 떠났다. 다들 준비됐나?”
“네. 태석 형님.”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겁니까?”
“아직. 김덕배 녀석의 스킬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김덕배의 스킬이라면?”
“전장의 맵. 녀석이 가진 지도 스킬이다.”
김태석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기차에서 녀석이 그걸로 앞칸에 있는 해골 병사들을 찾았었죠.”
“그래. 녀석은 그런 스킬을 갖고 있지. 민웅이 넌 보상으로 뭘 얻었냐?”
태석이 으르렁거리듯 남자에게 물었다.
“전 이 칼을 샀습니다.”
“직업은 구했냐?”
“포인트가 부족해서 못 샀습니다.”
“크큭, 그렇지. 나도 그래. 겨우 일본도 하나가 다야.”
“이거 차이가 너무 나네요. 씨벌. 스킬이랑 아이템 차이로 생사가 오가는데.”
“엿 같네.”
“그치 엿 같지. 왜 그런 거 같냐?”
“그야 포인트 차이 때문이죠. 그때 오크 동굴에서 사냥만 성공했다면 우리도 저런 스킬 가졌을 텐데.”
“맞다. 포인트가 부족해서지. 이대로 가면 차이는 더욱 벌어질 테고 우린 저들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할 거다.”
“으아아! 형님 우리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습니까!”
“큰형님은 어찌 우리를 내버려 두고 저 새끼들이랑 다니는 겁니까!”
김태석 주위의 남자들은 저마다 울분을 토해냈다.
“이제부터 큰 형님은 잊는다. 우리 살길은 우리가 찾아야지.”
“네? 그, 그래도 될까요?”
듣고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망설였다.
김태석의 눈꼬리가 치떠졌다.
그대로 일어나 남자의 배를 발로 찼다.
퍽!
“이새끼! 지금 이 꼴 되고도 정신을 못 차리네. 너도 그냥 저 병신들이랑 같이 있다가 뒈져버려라.”
“크윽! 죄송합니다. 형님.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넌 아웃이다. 알겠냐?”
“네. 형님.”
스윽.
“이제 슬슬 움직이자.”
“네 형님.”
“준비됐습니다.”
***
크르르. 컹컹.
최형석의 앞에서 걷고 있던 좀비 삼두견이 돌연 짖더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어딜가?”
최형석이 자신의 좀비 삼두견을 부르며 뛰었다.
“최형석 멈춰! 놈들이다.”
장현의 외침에 최형석은 달려가다 멈췄다.
김덕배와 이나연도 전투준비를 마쳤다.
보스 삼두견이 삼두견 수십 마리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저, 저게 보스 삼두견?”
“뭐야 저건 머리 셋 달린 곰이잖아.”
최형석의 외침대로 보스 삼두견은 개나 늑대라고 하기 힘든 외형이었다.
보통 삼두견들의 체고는 1m 50 정도.
반면 보스 삼두견은 다리 길이만 해도 일반 삼두견들의 체고보다 길었다.
‘대체 저놈들이 왜 나타났지. 그토록 조심했는데.’
장현은 자신들의 행적을 살폈지만, 알 수 없었다.
일단 일은 벌어졌고, 우두머리 삼두견은 자신들 앞에 나타났다.
지금 자신들이 가진 무기는 일반 삼두견을 상대할 순 있어도 보스 삼두견에는 어림도 없다.
그때, 보스 삼두견 뒤에서 삼두견들이 한 마리씩 입에 사람들을 물고는 나타났다.
“으아아악! 살려줘!”
“살려주세요!”
“어라, 저 사람들 대체 왜 저기에?”
“최형석 부하들이잖아.”
김덕배와 이나연이 한마디 하면서 최형석을 바라보았다.
“저 새끼들이 왜 저기에…….”
최형석은 당혹스러운 듯 신음성을 토해냈다.
“덕배야, 저 사람들에게 뭐라고 했냐?”
“어, 그야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역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했지.”
“설명했단 말이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없고 저 사람들만 잡혀 있네. 오크 동굴 때랑 같은 경우군.”
장현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툭.
누가 봐도 명백했다.
저들은 자신들을 앞질러 사냥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를 않아.”
“죄송합니다. 형님.”
최형석이 장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뭐가? 네 잘못이 아닌데. 그냥 저놈들이 그런 놈들일 뿐이야. 그리고 어차피 죽을 놈들인데.”
“네?”
최형석이 숙였던 고개를 급히 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급히 바닥에 엎드리며 장현에게 빌었다.
“형님! 살려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장현은 무심하게 그를 내려다보다 한마디 했다.
“늦었다.”
그때 비명소리가 울렸다.
“으아악!”
“아악!”
콰드득! 으직.
삼두견들은 그대로 사람들을 씹어 먹었다.
잠시 만에 모든 사람들이 죽었다.
데구르르.
태석의 잘린 머리가 앞으로 굴러갔다.
보스 삼두견의 앞발이 머리를 밟았다.
퍽!
“아아아…….”
평소 냉소적이고 싸늘하던 최형석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양쪽 눈가를 따라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씨, 씨발……. 개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