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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4화 (24/211)
  • 24화. 본경기가 시작되다 (8)

    장현은 이나연이 마족화가 진행되자 큰소리로 주의를 시키고는 곧장 스켈레톤 킹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나연이 마족화가 진행된 이상, 최대한 그 힘을 이용해 스켈레톤 킹을 쓰러트려야 해.’

    마족화가 진행되면 에너지를 터트리고 싶은 충동이 일게 된다.

    빨리 적을 붙여주지 않으면 그 여파가 일행들에게 올지 몰랐다.

    스켈레톤 킹은 빠르게 접근하며 치고 들어오는 장현을 향해서 낫을 휘둘렀다.

    동시에 마법 지팡이로는 파이어볼을 이나연에게 날렸다.

    장현이 창날을 휘둘러가던 그때 낫이 날아오면서 창을 튕겨냈다.

    창! 창! 창!

    순식간에 교전이 흘렀다.

    장현은 그동안 쌓아왔던 전투에 대한 본능에 의지해 창을 휘둘렀다.

    ‘크윽, 이번만 해결되면 장비를 더 갖춰야겠어.’

    시간이 없어 못 만들었지만, 남아있는 은으로 보호구까지 만들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후오오오.

    파파팡!

    화르륵.

    스켈레톤 킹이 이나연에게 날렸던 파이어볼이 폭발하며 비산했다.

    슈우우욱.

    그 사이로 창을 들고 순식간에 다가온 이나연이 싸늘한 눈빛으로 창을 휘둘렀다.

    스팟.

    장현은 보았다.

    이나연이 휘두른 창날이 검붉은 불꽃을 피워 올렸다.

    불꽃과 함께 날아든 창날이 스켈레톤의 가슴뼈를 갈랐다.

    화르륵.

    [퀘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 0:52]

    남은 시간을 본 장현은 창을 잡고 기회를 엿보았다.

    ‘꽤 강력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아니나 다를까.

    츠츠츳!

    순식간에 상처가 복구된 스켈레톤 킹이 이나연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쿠콰쾅!

    이나연은 삼단봉을 들어 막았지만, 뒤로 날아갔다.

    날아간 이나연은, 기절한 듯 쓰러졌다.

    ‘다행이군. 차라리 잘됐어.’

    마족화로 인해 폭주하던 중이라 강제로 멈추게 되었다.

    그 사이 스켈레톤 킹은 파이어볼을 연사로 날렸다.

    ‘지금!’

    장현은 다시 창을 들고 달렸다.

    “장현, 나도 갈게.”

    “큰형님, 저도 갑니다.”

    김덕배와 최형석 역시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스킬 한 방!”

    장현도 모든 힘을 끌어올려 스켈레톤 킹에게 달려갔다.

    전신에 힘이 차올랐다.

    스팟!

    쾅!

    스켈레톤 킹의 낫을 장현이 창날로 쳐냈다.

    스킬 한 방의 힘이 깃든 창은 어렵지 않게 낫을 부쉈다.

    코팅한 은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

    쩌저정.

    푸푸푹.

    김덕배와 최형석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켈레톤 킹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대로 공격을 늦추지마!”

    으아아앗!

    3명의 남자가 쉴새 없이 스켈레톤 킹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쉬익. 퍽!

    쉬익. 퍽!

    ...

    ...

    ...

    스켈레톤이 부서졌다가 다시 재생되는 것을 반복했다.

    점점 재생속도가 더뎌졌다.

    ‘곧 끝이 다가오는군.’

    장현은 눈을 빛내고는 창을 다시 휘둘렀다.

    그때, 스켈레톤 킹의 눈빛이 번득였다.

    화르륵!

    퍽!

    다시금 날아온 파이어볼에 장현은 가슴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뒤로 나뒹굴었다.

    쨍그랑.

    장현의 팔랑크스 창이 바닥에 뒹굴었다.

    그때, 최형석이 아랑곳하지 않고 사시미를 들고 스켈레톤 킹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압! 죽어 이 새끼야. 내 동생들에게 가서 사죄해!”

    “크윽! 최형석. 내 창을 써!”

    장현의 외침에 최형석은 팔랑크스 창을 주워 스켈레톤 킹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쩌저정!

    파직!

    스켈레톤킹의 부서진 가슴팍은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지지지직!

    은이 코팅된 팔랑크스 창은, 스켈레톤킹을 재생시키려는 어둠의 에너지를 상쇄시키고 있었다.

    그 상태로 스켈레톤킹은 끝없이 재생과 파괴를 반복하며, 떨려왔다.

    그에 요동치며 새어 나오는 강렬한 어둠의 기운에 장현조차도 움츠러들었다.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

    파괴와 재생, 사령술과 신성력, 죽음의 경계선에 선 강대한 두 힘의 충돌 끝에, 이윽고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폭풍 같던 비명은, 잘게 부서져 가냘프게 사라졌다.

    그게 스켈레톤 킹의 마지막이었다.

    스켈레톤 킹은 더이상 재생하지 못했다.

    “죽은 건가?”

    최형석이 조심히 중얼거렸다.

    “와아아. 놈이 죽었어.”

    김덕배가 환호하며 양손을 치켜들었다.

    화아악!

    그때 스켈레톤 킹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며 검은 연기가 일기 시작했다.

    연기는 허공에서 뭉치더니 최형석에게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웁! 우웁!”

    최형석은 당황하며 바둥거렸지만, 연기는 빠짐없이 그에게 빨려들어갔다.

    털썩!

    최형석은 연기가 몸으로 흡수되며 의식을 잃었다.

    “으어어. 최형석씨? 괜찮아요?”

    김덕배가 최형석을 흔들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끼이익.

    기차가 멈춰 서며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우리 열차가 목적지 바르다분가역에 도착했습니다.]

    최형석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칠흑 같은 암흑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자신만이 존재했다.

    ‘여긴 어디지? 다들 어디 간 거야.’

    그때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으윽. 형님! 국토 형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큰 형님이 우릴 버렸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남자는 옆구리를 감싸 쥐며 다가와 울분에 찬 목소리를 토해내더니 최형석 앞에서 쓰러졌다.

    “범식아!!”

    그는 자신의 부하였던 이범식이였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과거로 인해 누구도 믿지 않던 녀석이었지만 최형석에게는 의리를 다해 충성하던 동생이다.

    그는 평소에도 큰 형님을 믿지 말라며 경고했었지만, 최형석은 듣지 않았다.

    독고다이 조국토.

    그는 매우 강한 전국구이지만,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외로운 늑대 같은 존재인 조국토를 따르는 주먹들이 많았지만, 최형석은 그를 싫어했다.

    그를 가까이하면 보스인 큰 형님에게 괜히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형석은 도리어 이범식에게 쓸데없는 소릴 하지 말라고 혼내기까지 했었다.

    “버, 범식아. 괜찮냐?”

    최형석은 떨리는 걸음을 떼어 자신의 앞에 쓰러진 이범식을 향해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막 이범식을 붙들려는 순간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익숙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형님! 피하십시오. 곧 놈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복부에 칼을 맞고 비틀거리면서 다가오는 존재가 있었다.

    조성수라는 이름을 가졌던 또 다른 최형석의 부하가 눈앞에서 쓰러졌다.

    “성수야! 움직이지 마. 그냥 있어.”

    최형석은 이성을 잃고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

    그 역시 이범식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헉! 뭐야.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최형석의 이성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외쳤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못했다.

    안절부절못해 피 흘리며 사라진 동생들을 찾아 고함을 질렀다.

    그에게 있어 절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기억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죽은 동생들이다.

    “범식아, 성수야. 안된다. 가지 마!”

    최형석은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울부짖고 있었다.

    “제발! 제발! 이들을 살려주세요. 신이 있다면 제발!”

    자신의 오판으로 죽었던 동생들이다.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살리고 싶은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최형석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대체 어디서?”

    [살리고 싶은가…….]

    분명히 들렸다. 이번엔 착각이 아니었다.

    최형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래. 살려줘. 제발! 동생들을 살려줘! 으허어어엉.”

    최형석은 절규했다.

    무려 30명이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같이 죽은 동생들이다.

    조국토의 경고를 들었더라면, 자신은 물론이고 동생들도 살았을 것이다.

    인생은 한순간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법이다.

    동생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도망쳐 최형석은 목숨을 건졌지만, 그때의 일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살려줘. 그날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다.”

    후우욱.

    최형석에게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들.

    수많은 죽음들이다.

    분노, 원한, 복수, 갈망. 허기.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찬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온다.

    “아아아…….”

    최형석은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목소리에 호응한 순간, 그는 자신에게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더불어 자신이 잃어야만 하는 것까지.

    “후욱. 상관없다.”

    최형석은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번쩍!

    최형석이 눈을 떴다.

    “다행이군. 괜찮나, 최형석.”

    “네, 형님.”

    장현은 몸을 일으키는 최형석에게서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휴, 사령술을 가졌군.”

    “네, 형님. 사령술을 아시는군요. 역시.”

    최형석은 장현이 범상치 않음을 이미 느꼈었다.

    자신이 사령술을 얻은 것까지 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은 그런 최형석을 보며 생각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다.’

    어차피 자신이 쓰기엔 무리였다.

    이나연, 최형석 둘 다 마계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이나연은 관리한다면 돌아올 수 있지만, 최형석은 늦었다.

    “같이 지옥으로 가자꾸나. 최형석.”

    “네, 형님.”

    장현과 최형석은 마주 보며 웃었다.

    최형석이 일어나자 장현은 이나연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나연은 최형석과 달리 마족의 인장을 받았다.

    서둘러 인장을 제거해야 했다.

    장현이 알기로 인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강한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카오스 보석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없지만, 그는 만드는 법은 안다.

    ‘제이미 부탁으로 만들어봤으니까.’

    카오스 보석.

    신성과 마기 중 어느 것이든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 금속.

    그것이라면 이나연의 몸에 깃든 인장을 뗄 수 있다.

    ‘마침 잘됐군. 용암지대에 갈 명분이 필요했는데.’

    장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화르르.

    “후우 너무 덥군.”

    장현이 땀을 닦으며 기차역 밖을 쳐다봤다.

    “으아……. 나연 누나는 여기 눕혔고 나도 그냥 누워 있어야겠어.”

    김덕배가 벌러덩 바닥에 누웠다.

    20명가량의 남은 생존자들은 이미 누워 있었다.

    “너도 체력을 보충해. 이나연이 일어나면 움직여야 할 테니.”

    장현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나연을 김덕배에게 업게 시켰다.

    장현이 창밖을 보고 있는 최형석을 향해 말했다. 지금 장현과 일행들은 바르다분가역 대기실에 모였다.

    창밖은 온통 뜨거운 열기가 지글대고 있었다.

    용암지대를 통과했지만,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허허벌판인 암석에서 열기가 이글이글 일었다.

    이나연은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나연이 일어나는 대로 곧장 간다.’

    그때 덕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나연 누나! 정신이 들어?”

    “으음……. 덕배?”

    “그래, 나야. 다행이다. 정말.”

    덕배가 기쁨 가득한 얼굴로 이나연의 회복을 반겼다.

    이나연은 그제야 자신이 기절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몸은 변했다.

    몸이 붕 뜨면서 구름 위를 걷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내가 아닌 거 같아.’

    자신에게 손짓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문득, 장현의 외침이 떠올랐다.

    이나연이 마족에게 먹힐 뻔했던 순간, 들려왔던 외침.

    힘을 받아들인다면 사람들을 죽인 마족과 같은 존재가 될 거라고 했었다.

    ‘안돼. 그건 결코, 안 돼.’

    꾸득.

    이나연의 주먹이 굳게 쥐어졌다.

    그때 이나연은 자신의 시야 한쪽 끝에서 깜빡이는 것이 있다는 걸 인지했다.

    ‘뭐지?’

    그녀는 반짝이는 그것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돌연 화면에 퀘스트창이 떴다.

    [히든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플레이어의 신체 내부에 마족의 기운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오스 보석이 필요합니다. 카오스 보석을 찾으세요.

    - 카오스 보석은 용암지대에 있습니다.

    “저기……. 나 퀘스트가 떴어요.”

    이나연의 말에 일행은 일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 퀘스트?”

    “우린 안 떴는데…….”

    “어떤 퀘스트지?”

    장현이 다가와 물었다.

    이나연은 사람들의 시선에 잠시 당황했다. 그제야 히든퀘스트가 자신에게만 뜬 것이란 걸 인식한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설명했다.

    “시선 끝에 마치 부유물이 떠다니는 듯해서 바라봤는데, 깜빡거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선을 뒀더니 히든퀘스트라는 게 떴어요.”

    그 말에 장현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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