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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3화 (23/211)
  • 23화. 본경기가 시작되다 (7)

    장현을 뒤에 남겨둔 채 앞칸으로 달려나간 일행의 앞에 나타난 건 스켈레톤이었다.

    뼈밖에 없었지만, 한때는 사람이었을 것 같은 골격은 병원이나 과학실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크르륵.

    이나연은 삼단봉을 꺼내 스켈레톤을 겨누며 울부짖었다.

    “대체 왜! 어째서! 좀비가 나타나더니 이번엔 해골들이 나타난 거냐고.”

    “누나, 정신 차려. 그럴 때가 아니에요. 어차피 싸워야 해. 내가 스켈레톤을 좀 아는데 이놈들도 죽지 않는 놈이에요. 죽여도 죽여도 계속 부활할 거예요. 일반적인 게임 속 설정대로 라면요. 악!”

    설명하다 말고 덕배가 바닥의 피를 밟고 미끄러졌다.

    크아아아아.

    캬아아아!

    스켈레톤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가와 덕배에게 칼을 내려쳤다.

    “으아아아!”

    덕배는 비명을 지르더니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내질렀다.

    슉!

    덕배가 내지른 창날에 스켈레톤의 머리가 있었다.

    콰직!

    단단할 것처럼 보였던 스켈레톤의 머리가 창과 부딪히자 스켈레톤은 검은 연기를 내뿜더니 쓰러졌다.

    털썩.

    “뭐, 뭐야! 다시 일어나는 거 아냐?”

    김덕배는 자신의 창에 얼떨결에 맞고 쓰러진 스켈레톤이 다시 일어날까 봐 툭툭 발로 차보았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스켈레톤을 쓰러트렸습니다. 마나포인트가 1 증가합니다.]

    “으아아……. 완전히 죽은 거 맞구나.”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고서야 덕배는 안도했다.

    보스가 있는 칸까지 2칸.

    장현은 뒤 칸에서 일행들을 위해 홀로 남아있다.

    김덕배는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현이 날 믿어주고 있어. 내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해.’

    하지만 다짐하자 곧바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기랄!”

    최형석의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는 어느새 피투성이였다.

    최형석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스켈레톤과 싸우다 쓰러져갔다.

    푸욱!

    “으윽.”

    “어, 어쩌지! 아……. 역시 난 안 되는가…….”

    김덕배는 자신의 힘으로는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다.

    이나연도 팔랑크스의 창으로 간간이 스켈레톤을 쓰러트렸지만 힘들어하고 있었다.

    피잉! 덜컥.

    그때 장현이 나타났다.

    “다행히 잘 버텨줬구나.”

    “자, 장현아.”

    김덕배의 외침에 장현은 그를 한번 보고 안도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군.’

    장현은 일행들을 앞으로 보내고 홀로 좀비들을 상대로 싸웠다.

    비록 스켈레톤과 달리 무기는 없다지만 플레이어 혼자서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팔랑크스의 창과 튜토리얼에서 쌓아놓은 스탯이 그의 신체를 바꾸어놓은 덕에 가능했다.

    “후우, 그럼 다시 해볼까.”

    이미 홀로 뒤 칸의 좀비들을 상대로 충분히 연습했다.

    장현의 창이 스켈레톤의 갈비뼈를 부수고 통과했다.

    파파팟!

    신성력의 영향으로 창날이 스켈레톤의 갈비뼈를 부수는 순간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스켈레톤이 무너졌다.

    무너진 스켈레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조금 전 구매한 창을 쓰도록 해. 신성력이 있어서 다른 무기보다 언데들에게 효과가 커.”

    “어라 그러고 보니 그래서였구나. 으랏차!”

    장현의 말에 김덕배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창을 내질렀다.

    콰다닥! 와직!

    장현은 김덕배의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놈들을 쓰러트릴 테니 넘어진 놈 머리를 창으로 찔러!”

    “알겠어.”

    장현은 팔랑크스의 창을 이용해 스켈레톤들의 두개골 등을 부수거나 창대로 다리를 쳐 쓰러트렸다.

    콰지직!

    이어서 김덕배가 쓰러진 놈들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스켈레톤이 창에 박살 나며 검은 연기를 내뿜더니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최형석은 상대가 스켈레톤이라는 것도 잊은 듯 칼로 싸우다가 장현의 말을 듣고는 칼을 던지고는 창을 들었다.

    “이! 씨발놈들, 다 죽여 버리겠어.”

    쫘아악! 후드득.

    최형석이 분노에 차서 창을 휘두를 때 장현이 그에게 다가왔다.

    “앞으로 가! 빨리! 지금 시간을 끌 때가 아니야.”

    “알겠습니다. 형님.”

    촤라락- 퍼버벅!

    장현의 창이 크게 회전하더니 허공에서 선을 그리며 스켈레톤들을 박살 냈다.

    은을 코팅한 팔랑크스의 창. 그것이 신성력을 발휘하는 데다가. 무려 100이나 되는 장현의 힘까지 더해졌다.

    좁은 열차에서 창을 함부로 휘둘렀다가는 아군도 당할 수 있지만, 장현의 능숙한 기술은 정확히 몰려오는 좀비들을 요격해내었다.

    좀비들은 엄청난 숫자에 계속 부활하였지만, 장현에게 쓰러진 좀비만큼은 재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뭐해 빨리 전진해!”

    그러나 장현의 체력도 무한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나올 스켈레톤 킹.

    장현에게도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전 회차에서는 놈을 만나지도 못하고 시간을 끌어서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나 놈을 물리쳐서 얻는 것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보상이다.

    놈을 만나기도 전에 장현의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서는 가망이 없을 것이다.

    장현이 단신으로 후방을 맡아주었기에 그나마 다른

    사람들이 전진할 수 있었다.

    ‘그나마 좀비들을 쓰러트리고 얻은 마나포인트가 있어서 다행이야.’

    장현의 재촉에 일행들은 서둘러 전진했다.

    그러고 다시 앞칸으로 가니.

    부즈즉. 부즈즈즉.

    뼈만 남은 스켈레톤들이 다시금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형광색이라고 말한 놈들이 이놈들일 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싸악!

    스켈레톤들이 머리에는 투구를 몸통은 갑옷을 걸친 채 칼을 들고 있었다.

    “오우, 맙소사.”

    “이제 스켈레톤들이 갑옷까지 입은 거야?”

    “원래 게임을 하다 보면 스켈레톤들은 대체로 갑옷과 무기를 들고 있어요.”

    덕배가 사람들의 탄식에 대답했다.

    카앙! 캉!

    “말도 안 돼!”

    “굉장히 단단해!”

    “힘으로 눌러! 부숴!”

    팔랑크스의 창이 없는 사람들이 맞부딪혀봤지만 애초에 그들의 무기로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새끼가!”

    콰득! 부웅!

    “차앗!”

    콰캉! 깡!

    그나마 팔랑크스의 창을 가진 이나연과 최형석이 전력을 다해서 겨우 갑옷을 뚫고 쓰러트릴 수 있었다.

    “인벤토리!”

    “인벤토리!”

    장현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박살 낸 해골을 즉각 소지 창에 넣었다.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아슬아슬한데, 더 한 상황이 벌어졌다.

    쾅! 쾅! 콰드득!

    열차의 벽이 부서진다. 수도 없는 스켈레톤이, 금속제 뼈 칼로 통로가 아닌, 열차의 벽을 부수고 들어오고 있었다.

    기기기기!

    끄아아악!

    그리고 그 뒤에는 압도적인 수의 좀비들이 있었다.

    스켈레톤들이 좀비들까지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이제 오는 놈들은 안면이 있는 이들이다.

    “언니! 성화언니이!”

    창을 든 열여섯 명 중 태반이 부상자였다. 그러나 몸의 상처가 문제가 아니었다.

    “끄으으……. 지혜야…….”

    “으악! 형! 혀엉!”

    “크르르르…….”

    지금 뒤에서 쫓아 오는 놈들을 보고 이나연이 흔들렸다.

    터벅. 터벅.

    “아저씨……. 아주머니…….”

    이나연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다가오는 좀비를 불렀다. 오크들과 싸울 때 자신이 직접 전술훈련을 시켰던 동료였다.

    “우. 우리도 저런 꼴이 되는 거야?”

    “아. 안돼!”

    죽었던 그들이 좀비가 되어 나타났다. 육체적 부상 이전에 투지를 왕창 깎아 먹고 상대하는 꼴이다.

    조금 전까지 일행이었던 사람이 죽으면 좀비로, 그다음에는 스켈레톤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에게는 동료를 좀비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공포였다.

    처음에는 튜토리얼에서 죽은 사람들이었다.

    안면이 있던 사람들을 좀비로 마주한다는 것은 심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죽음의 위기를 함께 헤쳐 왔기에 조금 전까지 등을 맞대고 싸운 사람이 좀비로, 스켈레톤으로 다시 나타나는 모습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혜…….”

    퍽! 퍽! 콰득!

    대부분은 장현이 감당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몇 마리 흘린 것들이 있었고, 다행히 이나연과 최형석이 막아 냈다.

    문제는.

    “아아아아악!”

    슬슬 일행의 멘탈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거였다. 김지혜. 이나연을 제외한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창을 떨어뜨렸다.

    탱! 댕그르르.

    “지혜 씨, 왜 그래요?”

    이나연이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김지혜는 온통 일그러진 얼굴로 흐느꼈다.

    “흐흐흑……. 나연 언니. 저 못하겠어요……. 더는……. 더는 못하겠어요……. 흐흐흑.”

    “정신 차려요! 거의 다 왔어요. 지금 앞에서 뚫고 있어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요.”

    “아니……. 이거 끝도 없어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데요. 왜. 왜?”

    푸슉!

    오열하며 울부짖던 김지혜의 배를 뚫고 검이 튀어나왔다.

    “어……. 억……. 나……. 나연 언니. 이게……. 뭐죠?”

    김지혜가 자신의 배를 손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과 복부가 빠르게 붉게 물들어갔다.

    스으윽.

    김지혜의 복부를 뚫었던 검이 사라지더니 그녀의 목이 잘렸다.

    크르륵.

    “아………. 아……. 지혜 씨…….”

    이나연은 자신이 잡은 그녀의 몸에서 목이 분리되어가는 장면을 보았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느리게 진행되었다.

    그녀의 눈이 젖은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나연은 머릿속의 뭔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지만,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크으으으…….”

    스팟.

    이나연은 눈에 실핏줄이 터져 앞이 붉게 보이는 가운데 사정없이 창을 휘두르고 삼단봉을 휘둘렀다.

    띠링!

    [돌발 퀘스트 : 디텍터의 스킬 ‘호신술 익히기’가 활성화됩니다. 디텍터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호신술이 필요합니다.]

    [디텍터의 호신술 익히기 중 ‘기본 병기술’을 시작합니다.]

    [기본 병기술은 가르기, 베기, 찌르기 3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궤적에 따라 병기를 휘두르세요.]

    - 병기술의 3초식을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실전 경험이 필요합니다. 한초식당 100명의 적을 쓰러트리세요.

    1. 가르기 (0/100),

    2. 베기 (0/100),

    3. 찌르기(0/100)

    “……지금.”

    눈앞에 문자열이 떴다. 원래라면 기뻐할, 승급(Promote)의 기회였다. 하지만 이나연에게는 그조차 분노할 일이었다.

    “지금! 이게! 게임으로 보여!”

    슈욱! 스걱!

    이나연은 다가오는 스켈레톤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띠링!

    [적을 해치웠습니다.]

    [‘가르기’의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으아아아아!”

    친하게 지낸 사람. 도와준 사람.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던 사람이 죽었다.

    이 와중에 경험치가 올랐다고 하는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부웅! 콰득! 휘잉! 카캉!

    [‘가르기’의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베기’의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찌르기’의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놀---리지 마! 개새끼들아!”

    경험치가 늘면 늘수록 이나연은 더욱 분노했다. 눈앞에서 사람을 잃은 것에 분노했고. 이미 죽은 이들을 되살려 두 번 죽이게 되는 이 상황에 분노했고.

    애초에 이 비틀린 세계로 넘어오게 된 운명에 대해서. 자신들을 서로 죽이게 만드는 마족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들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분노했다.

    ‘너무 무력해. 너무. 너무 힘이 없어……. 나는…….’

    “아---아아악!”

    ‘힘을……. 누군가가 나에게 힘을……!’

    주기만 한다면 뭐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콰콰쾅!

    강렬한 마나 폭풍이 이나연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덜커덩. 파지직.

    열차가 크게 휘청거리고 창문과 전등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크윽! 무슨 이런 기운이!”

    최형석이 기의 폭풍에 휩쓸려 바닥을 뒹굴었다가 고개를 들고는 황당해하며 중얼거렸다.

    “저년 갑자기 왜 저래?”

    “이나연!”

    그리고 장현 역시 경악했다. 전회차에서 악몽이나 다름없었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광녀 최민희!’

    이나연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어지는 강한 기세. 장현은 저 현상을 알고 있다.

    ‘변이다! 이러다 이나연이 자칫하다 광녀가 될 수도 있겠어.’

    플레이어가 특정 파장의 에너지를 강하게 내뿜을 때, 그에 호감을 보이는 마족들이 다가온다.

    마족은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힘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

    플레이어가 받아들이면 후원 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하지만 마족이 요구하는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나연! 정신 차려! 안돼!”

    장현이 이나연에게 달려들며 크게 외쳤다.

    마족의 후원은 거부하기 힘든 상황에 다가오기에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들은 빠르게 강해졌고,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압도적인 강함을 얻었다.

    대신 자아를 뺏긴다. 마족의 강력한 어둠의 마나는 그 자체로 영혼을 오염시킨다.

    후원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는 마치 마약 환자처럼 그 힘을 갈구하게 된다. 더욱더 강한 힘을 원하게 되고, 이때 마족은 그의 영혼을 요구한다.

    영원한 종속 계약.

    이미 이지를 잃은 상태나 마찬가지기에 후원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는 그대로 수정된 계약을 받아들이게 되고 마물로 변한다.

    변이자들.

    바로 언데드와 다른 변이자들의 탄생 배경이다.

    “이나연! 사람들을 죽인 마족들의 힘을 받아들이는 순간 너도 마족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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