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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9화 (19/211)
  • 19화. 본경기가 시작되다 (3)

    승객(Passenger)만 열다섯 번째.

    “사다리가 있어!”

    한참 앞으로 나가던 중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사다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옹기종기 모이는 사람들.

    급하게 몇몇은 차량과 차량 사이를 기어 내려갔다.

    “거기로 못 들어가.”

    장현은 짧게 중얼거렸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젠장! 밑에 문이 잠겨있어!”

    차량과 차량 사이에서 좌절 섞인 비명이 올라왔다.

    “문이 잠겨있어?”

    “그럼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

    덕배와 이나연이 따라 비명 질렀다.

    “형님! 형님! 이제 어찌합니까!”

    다급해진 최형석이 물었다.

    스윽.

    장현은 말없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손에 들린 것은 묵직한 금속으로 된 망치였다.

    “유리창!”

    덕배가 깨달은 듯 외쳤다.

    장현은 끄덕거린 후 척척 승객 칸의 옆 창가에 매달렸다.

    여기에 기차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본 경기의 시작부터 인간들이 공황상태에 빠지길 노린 것. 실제로 회귀 전엔 본 경기에 10명이 넘어왔는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것은 단 2명이었다.

    최형석과 장현만이 살아남았다.

    나머지는 기차 위에서 죽었다.

    그런 면에서 최형석이 지닌 생존본능 하나는 놀랍다.

    지금도 가장 먼저 자신을 따라오지 않았는가.

    “형님! 부탁드립니다!”

    장현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최형석을 힐끔 쳐다보고는 덕배를 또 한 번 보았다.

    “어……? 현아? 왜?”

    “……아니.”

    이놈이 저놈의 절반만 되었어도. 내심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며 그는 망치를 들어 올렸다.

    ‘창문을 깬다.’

    이것만이 기차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다.

    쿠와아아악!

    뜨거운 열풍이 등 뒤로 느껴졌다.

    열차가 용암터널에 진입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치익! 파앗!

    활화산의 분화구에 놓인 철도이다 보니 때때로 용암 불꽃이 튀어 올랐다.

    문제는 불꽃 수준이 폭우 급이라는 점.

    용암터널은 불꽃이 기차를 뒤덮을 때, 마치 용암으로 된 터널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솨아아아.

    휙. 휙.

    칼바람이 그의 몸을 날려버릴 듯 세차게 불었다.

    장현이 망치로 유리창을 깨려 할 때, 기차가 크게 곡선으로 돌기 시작했다.

    덜커덩. 덜컥.

    휘청.

    “장현씨!”

    이나연이 비명을 질렀다. 기차가 도는 원심력에 장현이 순간 밖으로 떨어질 뻔한 것이다.

    “휴. 하마터면 죽을 뻔한걸?”

    안도의 한숨을 쉰 그는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다시 망치를 꽉. 움켜쥐었다.

    후우웅!

    쾅! 빠직! 콰앙!

    쩌저적. 쩌저적. 쩡.

    타격점을 중심으로 유리에 금이 쩍 가더니, 어느새 산산조각이 나며 깨졌다. 깨진 유리 파편들은 망치로 빠르게 쳐냈다.

    터억!

    한 발을 창틀에 걸치고 장현은 재빨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멈칫했다.

    - 호오.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놀랍군요. 아무리 빨라도 10분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디즈니 만화에 나올법한 곰돌이 인형이, 카트를 끌며 손을 들었다. 놈의 정체를 아는 장현은, 그 웃기지도 않는 모습에 이를 갈았다.

    ‘데니우스.’

    씹어 죽일 마족 놈이 곰돌이 탈을 쓰고 나타난 것이다. 왜?

    “하하하, 당신들 세상에서 꽤나 인기 있는 캐릭터더군요. 귀엽지 않나요?”

    “…”

    장현은 대꾸하지 않고 물끄러미 데니우스를 응시했다. 데니우스는 장현이 손에 쥐고 있는 망치를 스윽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크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이 이번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무기라.”

    “평범한 무기로는 스켈레톤에게 안된다고 느꼈을 겁니다. 이미 상대해봤으니 아시겠지요. 그래서 제가 플레이어분들을 위해 이렇게 무기들을 가지고 왔답니다. 한 번 보시죠~”

    데니우스가 말을 마치며 카트를 덮은 천을 뒤집었다.

    촤라락.

    천이 거둬지자, 허공에 각종 무구들이 펼쳐졌다.

    투구에서부터 갑옷, 장갑, 장화 등의 보호구에서부터 칼, 검은 물론이고 총까지.

    지구의 전쟁사를 장식했던 무기들이었다.

    “플레이어 장현님이 보유한 마나로 구매 가능한 것들입니다.”

    장현은 스윽. 하고 훑어본다.

    몇 가지가 그나마 눈길을 끌었다.

    [용병의 장검]

    - 종류 : 검

    - 효과 : 공격력 40 상승

    - 부가효과 : 10% 확률로 치명적 공격 가능.

    - 비용 : 500 마나포인트

    ‘…좋기는 한데.’

    장현이 알기로 고대 군주의 한 손 검은 진시황의 검이다.

    불사를 얻기 위해 수만 명을 죽이고 제물로 삼으면서 검에도 악령이 깃들었다.

    진시황이 죽을 때 부장품으로 묻혔다는데, 그게 마족의 눈에 띈 듯했다.

    다만 이건 정신력이 강하거나 신성력을 가진 자만이 다룰 수 있다.

    ‘매력적이지만…….’

    장현은 고개를 내젓고 다음 물건에 시선을 주었다.

    [용병의 갑옷]

    - 종류 : 가죽 갑옷

    - 효과 : 방어력 30 상승, 신성력 함유.

    - 비용 : 500 마나포인트

    ‘이거다.’

    장현의 눈이 번득였다.

    용병의 갑옷은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두루두루 쓰일 데가 많다. 대장장이의 특성상, 때론 노숙도 해야 하고 잡일도 하면서 전투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갑은 질기고 튼튼해서 무기 제작할 때도 유용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신성력이 함유되어 있고 방어력이 증가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걸로 하겠다.”

    장현이 용병의 갑옷을 고르자, 데니우스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공격할 무기가 아닌 갑옷입니까? 나쁘지는 않지만, 방어력만 높여선 죽을 목숨이 연장되는 것에 불과할 텐데요.”

    “무기는 이걸로 하지.”

    “그건…?”

    데니우스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장현이 고른 건 너무도 평범한 창이었으니까.

    [팔랑크스의 창]

    - 종류 : 장창

    - 재질 : 순도 높은 구리

    - 효과 : 공격력 30 상승

    - 부가효과 : 집단으로 모여 창병 부대를 이룰 때 큰 힘을 발휘한다.

    - 특수효과 : 신성력 포함.

    - 비용 : 100 마나포인트

    그리스의 고대 정복 군주의 보병 부대, 팔랑크스.

    장군도 아닌 일개 보병들의 무기인 창.

    장현은 그것을 선택했다.

    ‘이거면 충분하다.’

    아니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이번 퀘스트에서는 팔랑크스의 창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갑옷과 마찬가지로 신성력 때문이다.

    ‘물론 창 자체는 스켈레톤을 상대하기 좋은 무기는 아니지만.’

    그게 마족 놈들이 바라는 바였다.

    신성력이 있어서 언데드를 상대하기 가장 좋은 무기를 하필이면 창으로 만들어 둔다.

    플레이어들이 외면하도록.

    ‘농담이라 해도 악질적인 수준이군.’

    모든 스테이지는 클리어할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을 속이기 쉬운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성력 만큼 언데드를 상대하기 좋은 것은 없었다.

    그 뿐 아니다.

    ‘구리 재질이라 이거지.’

    구리는 은 다음으로 가는 전도체. 장현이 생각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재질이 철이 아니어야 한다. 은이 좋기는 하지만 너무 무른 데다, 기왕 쓸 은이라면 다른 곳에 쓸 곳이 더 많았다.

    "흠……. 어떤 생각으로 고르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저기 이제 진입한 하등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무기입니다."

    장현은 데니우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힐끔. 쳐다봤다. 김덕배, 이나연, 최형석을 비롯해 자신과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이 막 기차 내부로 들어와 헉헉대고 있었다.

    “이런 건 어떤가요?”

    데니우스가 카트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파멸의 궁- 화살 100개 포함]

    - 종류 : 원거리용 저격 무기. 크로스보우

    - 효과 : 화살 1개당 20의 공격력.

    - 부가효과 : 한번 장전에 10개의 화살을 연사할 수 있음.

    - 비용 : 1000 마나포인트.

    - 화살 추가 : 10개당 100 마나포인트

    “이건…?”

    “파멸의 궁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답니다. 적이 다가오기 전에 공격할 수 있죠. 명중률도 뛰어나고 다수를 상대로 위력적이랍니다.”

    장현은 데니우스의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아무것도 몰랐다면 혹했을 것이다. 파멸의 궁은 데니우스의 말대로 뛰어나다.

    원거리용 저격 무기인 데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용이하다. 단, 적이 살아있는 자라면 말이다.

    이번 퀘스트에서 상대할 자들은 언데드다. 언데드를 상대로 화살은 별로 효용이 없다.

    ‘화살에 신성력이 있다면 몰라도.’

    장현도 예전에 활과 화살, 심지어 총까지 사용해봤기에 잘 안다.

    화살이나 총탄에 신성력이 없다면 아무리 공격을 해도 놈들은 다시 일어난다.

    ‘마족 새끼들이란.’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친다. 이게 마족의 본성.

    마족을 상대할 때는 항상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생각을 정리한 장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이걸로 충분해.”

    “할 수 없군요. 부디 그대의 앞날에 마왕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데니우스는 뜻대로 되지 않은 듯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그 때 장현의 눈앞에 알림 메시지가 떴다.

    [용병의 갑옷, 팔랑크스의 창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총비용은 600 마나포인트입니다. Y/N?]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구매 의사를 확정지었다.

    [구매를 확정지었습니다. 3일 이내에 평을 남겨주시면 구매대금의 3%를 포인트로 반환해드립니다.]

    [구매평을 남기시겠습니까? Y/N]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장현은 그 자리에서 구매평을 남겼다.

    [장현 : 1점 주고간다. 0점이 없어서.]

    [구매평을 확정 지으시겠습니까? Y/N]

    구매평을 확정 짓자 씨익. 웃음이 나왔다.

    마족 놈에게 뭔가 소소한 보복을 한 듯싶었다.

    -열차 안으로 무사히 이동하셨습니다. 최초 진입자에게 정비시간이 부여됩니다.

    -업적달성. <이끄는 자>

    -수백의 사람들을 이끌고 그들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당신은 수많은 사람의 희망. 생명을 구한 그 용기와 지혜에 포상이 주어집니다.

    -정비시간 X3

    -1시간의 휴식. 유예시간이 주어집니다. 용맹한 당신에게 건투를 빕니다.

    “……정비시간이라.”

    장현이 후우. 하고 한숨을 돌렸다.

    데니우스가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도움이 되었다. 이제껏 전투를 거치며 수백의 인파를 데려오는 동안, 장현 또한 많이 지쳐있었다.

    “폐쇄된 공간이 필요한데…….”

    물론, 지쳤다곤 하지만 쉴 시간은 없다.

    기껏 들어온 정비시간이다. 열차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데니우스에게 물건을 사고 나면 새로운 이벤트가 벌어질 것이다.

    그 안에 팔랑크스의 창을 강화해야 했다.

    고대의 신화로까지 남은 팔랑크스의 창.

    신성력이 있어 물론 도움은 되지만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강화해야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언데드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무기 강화가 필수였다.

    “도금이 가능할까?”

    언데드의 상극은 은. 오크 동굴에서 얻은 은을 팔랑크스의 창 촉에 바르면 비약적인 성능을 보일 것이다.

    장현은 열차 내를 돌아보았고, 그중 ‘화장실’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이게 뭐야.”

    어이없게도, 화장실의 내부는 꽤나 넓었다. 말이 화장실이지, 객차 하나가 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사람이 들어갈 만한 욕조까지 있었다.

    “기도 안 차는 놈들이네. 대체 인간 문화를 야매로 배웠냐?”

    이쯤 되면 기차 테마 모텔로 봐도 좋을 지경이다. 장현은 킥킥거리며 조금 전 구매한 용병의 갑옷을 먼저 입었다.

    철컥.

    전신을 탄탄하게 조이면서도 갑갑하지 않은 신축성이 마음에 들었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본래 장현의 기본 무장은 보호구가 필수였다.

    그에게 있어 대장장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무구와 아이템을 최고의 것으로만 맞추는 것이다.

    구매한다면 비용 면에서 어림도 없겠지만, 스스로가 최고의 대장장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먼저 연금술을 써야겠지.’

    오크 동굴에서 얻은 1톤의 은.

    이걸 진은으로 연성하는 것은 현재의 기초 연성술로는 무리겠지만, 열화판 정도는 가능했다. 양은 충분했기에 창에 도금하는 정도는 상관없기도 했다.

    촤아아아.

    욕조에 물을 받는다. 다음으로 장현은 팔랑크스의 창을 그 안에 넣었다.

    “기초연성술.”

    다음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연금술사 조각이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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