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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6화 (16/211)
  • 16화. 상점 (2)

    또옥. 똑.

    장현의 검지에서 독액이 방울 맺히더니 단조한 금속들의 표면에 떨어졌다.

    스윽. 슥.

    손이 움직이면서 골고루 표면에 독액이 발라졌다.

    치이익.

    단조 작업이 끝난 오크뿔이에욤과 오크뼈에욤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부글부글.

    생체 금속인 오크뿔이에욤과 오크뼈에욤은 그가 가진 독의 기운으로 접착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치이이익!

    오크뿔이에욤과 오크뼈에욤. 두 금속은 달라붙었다.

    턱. 턱.

    그는 붙인 금속에 다시 오크뼈에욤과 오크뿔이에욤을 교대로 붙여갔다.

    치이이익!

    무려 20겹으로 겹친 그것을 집어 다시 화로에 넣었다. 마치 샌드위치처럼 겹쳐진 단조 된 오크뿔이에욤이 다시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제 중요한 순간이다.’

    장현은 숨을 들이마시며 집중도를 올렸다.

    온도가 적절해야 한다. 너무 높으면 쇠가 완전히 녹아버리고, 너무 낮으면 단조하기가 어렵다.

    핀 포인트.

    마치 집게로 짚어내듯 녹는 순간을 잡아내야 한다.

    이 순간이 대장장이의 역량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쿠와아악! 화르르륵!

    장현은 비지땀을 흘리며, 화로 속에서 익고 있는 금속을 노려봤다. 그러기를 한참.

    ‘지금이다.’

    막 하얀 빛을 내려는 금속 덩어리를 꺼내, 장현은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다.

    땅땅땅! 땅땅땅! 땅땅땅!

    땅땅땅! 땅땅땅! 땅땅땅!

    이를 악물고 내려친다. 하지만 좀처럼 형태가 변하지 않았다.

    자그마치 20겹으로 겹쳐진 강괴다. 강성의 금속이 충격을 퉁겨내고, 연성의 금속이 흡수한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장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스킬 한 방.”

    시간제한 5분의 스킬. 대신 모든 근력을 올려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불끈!

    전신에서 힘이 차올랐다. 그 힘을 담아 장현은 그대로 망치를 두들겼다.

    쾅! 쾅! 쾅!

    강한 힘, 그렇지만 일정한 힘으로.

    ‘집중. 집중. 집중이다.’

    쾅! 쾅! 쾅!

    쾅! 쾅! 쾅!

    장현은 눈을 부릅뜨고 강괴를 두드렸다. 세상 모든 것을 잊은 채 오로지 망치질에만 매달렸다.

    우직. 우직.

    조금씩 벌겋게 달아오른 금속 덩어리가 푹푹 패여 들면서 펴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어느새 금속은 완전히 펴졌다.

    장현은 펴진 채 달아오른 그것을 모루의 뿔에 대고 다시 두들겨 반으로 접기 시작했다.

    20겹의 오크뿔이에욤. 오크뼈에욤을 반으로 접자 39겹의 합금이 되었다.

    쿠르륵! 화르르륵!

    장현은 다시 화로에 넣고, 충분히 열을 받게 한 다음 두들기기를 반복했다.

    “휴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망치를 위한 합금 단조를 끝냈다.

    “됐다. 이제….”

    장현은 단조를 끝낸 금속을, 서둘러 화로 옆에 있는 냉각수에 집어넣었다.

    치이익.

    이 과정은 금속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과정.

    담금질이다.

    이 작업을 또 반복해야 한다.

    장현은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집중했다.

    “스킬 한방.”

    쾅! 쾅! 쾅!

    쾅! 쾅! 쾅!

    다시금 죽어라. 계속되는 망치질. 피로에 팔이 끊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그의 눈에는 신들린 듯한 광채가 일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빠각!

    “푸우우우.”

    작업실의 망치가 부러졌다. 장현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가 한계인가. 뭐. 그럭저럭.”

    치이이익!

    냉각수에 넣고 식힌다. 이 정도면 이 작업실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완성도다. 장현은 쇠가 식기를 기다려 그라인더를 돌렸다.

    끼기기긱! 까가가각!

    헤드에 구멍을 뚫는 불꽃이 한참을 일었다. 일단 망치 머리가 완성되자 손잡이 자루는 금세 끝났다.

    2겹의 합금을 6각형의 작대기 형태로 두들겨 헤드의 홈에 끼었다.

    그러자 알림이 떠올랐다.

    [플레이어 장현이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무기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오크뿔이에욤 망치.”

    [“오크뿔이에욤 망치”가 아이템 목록에 등록됩니다. 이후부터 마계의 상점에서 플레이어들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 제작으로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대장장이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직업 퀘스트 : 초보 대장장이가 직업을 얻고 처음으로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훌륭합니다. 당신은 이제 대장장이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뛰어난 대장장이가 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아이템 3개 더 만들면 중급대장장이가 될 수 있습니다.

    중급대장장이까지 필요한 제작 아이템 (1/4)달성.]

    [‘재료감별’ 레벨이 1 올랐습니다.]

    “크흐흐흐.”

    장현은 손에 든 망치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수많은 작업을 함께 달려갈 대장장이의 첫 망치였다.

    ***

    드르륵.

    장현이 작업실을 나왔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로발은 짝짝. 손뼉을 쳤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

    장현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게 됐다.”

    한참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따위는 아예 잊게 되는 게 대장장이 특성이다.

    “아니. 좋은 구경했어. 그놈이야?”

    하지만 지로발은 괘의치 않았다. 그는 장현의 손에 들린 오크뿔이에욤 망치를 보고 물었다.

    “응.”

    장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너라면….”

    “응?”

    지로발이 장현과 그의 망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서는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느껴지는군. 왠지 너라면 우리와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을지도.”

    “…”

    지로발의 말에 장현은 끄덕였다.

    ‘그래 다르지.’

    리저드맨들은 마계의 명령에 완전히 굴복했다. 그를 통해 종족의 영속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인간은 굴복하지 않고 싸웠다. 죽을 때까지 싸웠고 결국 패했다.

    그 인류의 마지막 투혼이 바로 장현이다. 장현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반드시 마왕을 쓰러트리고 지구를 되찾을 것을.

    드르륵.

    생각하는 중에 지로발이 이동했다. 장현은 옆 건물로 이동했다.

    [소모품점]

    건물 입구에 붙은 현판이 이곳이 어디임을 알려주었다. 스크롤. 포션. 기타 1회성 사용 용품을 파는 곳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에 유니크 스크롤이 있지.’

    이번 상점행에서 꼭 얻어야 하는 것.

    1회차에서는 놓쳤던, ‘샐러맨더 소환’의 스크롤이다.

    화염계 몬스터 샐러맨더. 녀석은 불꽃을 흡수하고, 또한 불꽃으로 강해지는 정령이다.

    그런 놈을 단 한 번. 소환 스크롤을 통해 불러낼 수 있다.

    ‘마계에서 정령 계와 연결하기는 쉽지 않고….’

    1회차에서는 무기로 어떤 놈이 사용했었다. 그걸 보고 장현은 땅을 쳤다.

    무스펠헤임르. 세상을 태운다는 불꽃.

    대장장이인 장현은 높은 열을 원했다. 보통은 화염 마법을 파괴력으로만 보았지만, 그에게 열이란 더 강한 금속을 만들 수 있는 방편인 것이다.

    때문에 튜토리얼 보상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이것. 화염 정령 샐러맨더와 계약할 수 있는 소환 스크롤이었다.

    ‘일단 불렀다고 다 계약할 수 있는 건 아니라지만….’

    “여긴 스크롤 상점이다. 마법부터 정령 술까지 다양한 스크롤이 있지. 자, 여기 바구니에 필요한 걸 담도록.”

    지로발은 대나무 바구니를 건넸다.

    스윽.

    장현은 바구니를 받아들고는 스크롤 상점의 가판대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두루마리들이 서클별로 놓여 있었다.

    서클은 일종의 숙련도 마법 사용이 가능한 레벨이다.

    ‘이쪽이 화염 마법이군. 이쪽에 있겠어.’

    그는 화염계 마법 스크롤들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장현에게 필요한 능력은 금속 단조용 불이지만, 전투 마법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파이어, 파이어볼, 파이어 볼트, 파이어 애로우.

    1서클의 화염계 마법들은 100포인트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가성비로 따져 보면 이것도 도움 되겠지만.’

    턱. 턱.

    장현은 파이어 마법 스크롤을 10개 담았다.

    단순히 불을 지피는 용도밖에 쓸 수 없지만, 무구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전장에서 화염계 능력을 얻기까진 마법 스크롤이라도 있어야 했다.

    ‘소환 스크롤. 소환 스크롤. 어디 있지?’

    아르헨에게 듣기로, 샐러맨더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이것이다.

    장현은 2서클부터 8서클의 마법까지 다양한 스크롤들도 차례대로 훑었다.

    100,000 포인트짜리 8서클의 헬파이어, 볼케이노도 보였다.

    ‘분명 위력은 뛰어나지만….’

    장현은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1회성인 게 아쉽다. 지속성 아티팩트가 나왔다면 어떻게든 구매했겠지만, 초보자 상점에서 거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였던 모양이다.

    ‘뭐. 포인트도 부족하고.’

    위력은 좋지만, 가성비가 안 좋다. 일단은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 했다.

    -라이트닝 계열.

    “후.”

    번개 마법. 전기계열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장현이 1회차에서 사용한 것은 전기 계열 마법이었다. 시작은 단순히 천둥의 신 토르를 동경해서였지만, 그 뒤로 묘하게도 대장장이 작업에 도움 되는 일들이 많았다.

    장현은 번개 마법 중 1서클짜리 스크롤을 집었다.

    “전력 발생 스크롤, 이건 여러 개 있어야지.”

    장현은 전력 발생 스크롤도 20개 담았다.

    이건 말 그대로 전기를 일으키는 스크롤이다.

    화염 마법으로 치면 파이어 마법에 해당하는 단순한 마법이지만, 금속 처리에 꽤나 도움 된다.

    연성술도 가지게 된 지금, 전기 스크롤은 도금이라든가 다른 금속의 처리가 가능해졌다.

    -정령술.

    -사령술.

    마법 스크롤을 지나자 정령술 스크롤과 사령술 스크롤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사령술 스크롤들을 흘끗 쳐다본 장현은 이내 정령술 쪽으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있다.’

    장현의 눈이 빛났다.

    화염 정령 살라맨더의 계약 스크롤.

    정령사로 자질이 없는 자라도 정령술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정령의 씨를 얻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화염의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화염의 정령 서식지에 가서 정령의 씨를 얻어야 한다.

    용암지대 중심지도 서식지 중 하나.

    장현은 원래라면 용암지대까지 갈 계획이었다.

    이곳에 있는 건 사실 진짜 정령의 씨가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화염 마법의 펜던트.’

    그걸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

    펜던트는 저장된 화염 마법을 마나 포인트만 있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플레이어 본인의 레벨만 받쳐준다면 말이다.

    반면 화염 정령은 정령의 능력 자체는 처음에는 작다.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가 부지런히 키워야 하는 식이다.

    플레이어에 따라 하급으로 그칠 수도 있고 상급으로 클 수도 있다.

    그리고 상급 화염 정령이 된다면, 화염 마법의 펜던트보다도 압도적인 효율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정령은 자아를 가지기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계약자와 심령이 통하기에 말하지 않아도 의사가 통할 수 있다는 건 덤이다.

    테세리움을 가공하는 게 목표인 장현으로서 당연히 화염 정령의 가치가 크다.

    ‘최소 용암을 녹일 정도는 되어야 테세리움을 녹일 테니.’

    여기서 얻으면 1회차에 겪었던 수많은 좌절을 방지할 수 있다. 장현은 정령술 스크롤이 놓여 있는 쪽을 훑었다.

    그런데.

    “뭐야.”

    없었다.

    “이건 아니야. 이것도, 뭐, 뭐야. 왜 없지?”

    장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령술 스크롤이 놓여 있는 쪽을 다 훑었으나 살라맨더는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다시 찾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들고 살폈다.

    물의 정령 운디네. 빛의 정령 잭 오 랜턴. 바람의 정령 실프. 땅의 정령 노움까지 다 있었다.

    “왜 화염만 없는 거야!”

    장현이 분노에 차 고함을 질렀다. 1회차에서 겪었던 수많은 악몽. 화력이 모자라 쇠를 다루지 못한 좌절이 올올이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왜!”

    “어이. 왜 그래?”

    “화염 정령을 부르는 유니크 스크롤! 그거 어디 있어?”

    지로발의 말에 장현은 멱살이라도 잡을 듯 물었다.

    “흠…? 그거라면 분명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없다는 건 누군가 사 갔군.”

    “뭐? 누가 샀다고?”

    “그래. 유니크 스크롤은 이름 그대로 유일. 한 종류에 하나만 재고가 있었다. 없는 걸 보니 누가 사 갔겠지. 튜토리얼의 상점 주인이 나만 있는 게 아니니.”

    철렁.

    지로발의 말에 장현은 가슴이 섬뜩했다.

    튜토리얼 상점에서 얻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그게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분명 1회차에는 그런 걸 얻은 사람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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