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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2화 (12/211)

12화. 튜토리얼 두 번째 퀘스트 (5)

장현은 수긍하고는 몸을 돌렸다.

이나연은 그의 태도가 못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더이상 부담을 주면 아예 외면할지도 몰라.’

장현이 무기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던 사람을 향해 창으로 위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나연은 몸을 돌렸다.

‘장현은 어쩔 수 없지만, 저 두 사람은 날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최형석 씨와 덕배는 나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조금 전 장현과 얘기한 내용 때문이야?”

장현과 이나연의 대화를 들었기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덕배야. 사람들을 돕는 데 힘을 보태줘.”

“알겠어. 누나. 나라도 도움 된다면 기꺼이 할게.”

덕배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형석을 바라보았다.

“최형석 씨?”

“난 관심 없다. 사람들이 아닌 내 부하들을 돕는 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후……. 알겠어요. 강요하진 않겠어요. 그럼 그 사람들은 최형석 씨가 맡아주세요.”

사람들은 이나연의 제안에 기꺼이 따랐다.

그녀는 경찰. 집단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물론 다수의 남성은 군대에서 훈련을 받았지만, 군인은 아니다.

꾸준히 훈련을 받아온 그녀가 교관에 적합했다.

살아남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몸으로 느낀 탓이다.

이나연은 사람들을 4인 1조로 조를 이루게 한 다음, 몇 차례 시범과 실습을 시킨 후 동굴로 데리고 갔다.

몸에 익을 때까지 맞춰 볼 여유 따위 없다.

본경기에서라면 몰라도 튜토리얼에서는 언제 오크가 공격할지 모른다.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숙달해야 한다.

지금도 오크 퀘스트의 제한시간은 줄어가고 있었다. 첫 전투로 인한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숙달해야 한다.

역시나 곧 오크가 나타났다.

“오크에요. 세 분 바짝 붙어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이나연은 양손에 창을 꽉 움켜쥔 채 침착하게 지휘했다.

덕배는 그녀의 곁에서 보조하고 있었다.

시범을 보일 때도 덕배가 나서서 이나연과 호흡을 맞추었다.

둘은 꽤나 호흡이 잘 맞았다.

“거기, 김 씨 아저씨. 얘기한 대로 찔러 하면 망설이지 말고 찔러야 해요.”

“알겠어. 걱정 마.”

덕배의 말에 김 씨 아저씨라 불린 남자는 창을 꽉 움켜쥐었다.

창을 잡은 그의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오크가 그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쿵.쿵.쿵.

쿠쿵!

“으아악!”

김씨가 비명을 지르며 땅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순간 진형이 어그러졌다.

이나연이 재빨리 김 씨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침착해요. 깊게 심호흡을 내쉬어 보세요.”

크허허헝.

“이, 이런! 다들 김 씨 아저씨 주위로 모여요! 젠장!”

김덕배는 순간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고함을 질렀다.

김씨가 빈틈이라 생각했고 예상대로 오크들이 김 씨를 향해 몰려들었다.

게임에서 팀플레이를 오래 해본 데에서 나온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김덕배는 재빨리 김 씨의 앞에 서서 오크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슈아악!

푹!

덕배의 창이 날아가 오크의 얼굴에 박혔다.

“크허허헝!”

오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뒤로 넘어졌다.

덕배는 사람들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정신 차려! 죽고 싶은 거야?”

덕배는 사람들을 향해 크게 선창했다.

“찔러 창!”

으아아아!

말과 함께 창을 쓰러진 오크의 얼굴을 향해 찔렀다.

콰지직!

근력 스탯의 도움으로 창은 오크의 얼굴을 으스러트렸다.

이야아아!

덕배 양옆의 남자들 또한 덕배의 외침을 듣고 창을 내질렀다.

푹! 콱!

오크의 피가 얼굴로 튀었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시원한 타격감은 없지만, 몸을 부들부들 떨던 놈을 완전히 끝내기엔 충분했다.

툭.

오크는 마나스톤을 토해내고 죽었다.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쉴 때였다.

크허헝.

또다시 오크가 나타났다.

“안 끝났어. 아직! 이번엔 제대로 해! 찔러!”

“이야아앗!”

푸슉!

대기하던 조원들은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찔렀다.

그렇게 덕배는 사람들을 이끌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한편, 이나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야앗!

기합과 함께 이나연의 창이 빠르게 세 번 움직였다.

퍽퍽퍽!

쿠헥!

창은 오크의 양 눈을 훑고는 세 번째 공격에 입을 꿰뚫었다.

뒤이어 그녀의 지시가 즉각 떨어졌다.

“찔러 창!”

“이야아!”

그녀의 지시에 따라 조원들이 일제히 창을 내질렀다.

콱! 콰직!

그때 소음을 듣고 다른 오크들이 몰려왔다.

“아직 안 끝났어요. 다시! 찔러 창.”

쾅 쾅!

쉬쉬쉭!

퍽퍽퍽!

콱! 콰직.

이나연도 역시 오크들을 차례차례 처리했다.

다른 한 곳에서는 최형석이 날뛰고 있었다.

쉬쉭!

“크하하! 죽여!”

최형석이 오크를 난도질하고서 외치자, 그의 조원들은 대번에 오크를 창으로 찍었다.

“죽어! 이 새꺄!!”

“죽어! 죽어! 죽어!”

조원들이 오크들을 공격하는 동안 최형석은 앞으로 뛰쳐나가 오크들을 쑤셔댔다.

푹! 푹! 푹!

“크하하하! 역시 이래야지!”

장현은 사람들이 전투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봐야 했다.

자신은 대장장이.

동료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최적화된 무기를 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투상황을 자세히 살펴야 했다.

이나연은 사람들을 잘 이끌었다.

지휘자로 제격이다.

김덕배와 최형석 역시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흐음……. 이 정도라면…….’

장현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그려졌다.

저들을 위한 무기의 형태가 그려졌다.

충분히 지켜봤으니 이제 그의 할 일을 할 차례다.

‘템빨러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겠지.’

장현은 오크 던전에서 얻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과 헤어져 단독 행동해야 했다.

마침 이들이 훈련하고 있을 때가 좋은 타이밍이었다.

‘얘기는 해야겠지.’

자칫 이들이 오크를 잡은 것에 자만해 오크 로드를 잡겠다고 설치면 곤란했다.

장현은 전투가 끝나고 모여있는 덕배들에게 다가갔다.

“잘하고 있구나.”

“어. 장현아. 봤나 보네. 하하.”

덕배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난 동굴 탐사를 좀 더 하고 올 테니 지금처럼 훈련하고 있도록 해.”

“잠깐, 현아. 너 혼자 탐사한다고? 위험해! 같이 가자.”

“아니, 덕배 너도 지금 여기에서 빠지면 안 돼. 난 지금 싸우러 가는 게 아니야. 말 그대로, 탐사라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올 거야.”

“그래도…….”

“넌 지금쯤 이곳이 게임과 비슷하다던 내 말을 이해하고 있을 거다. 그렇지?”

“어……. 조금. 죽었다고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차이점이 너무 크지만.”

“그래. 그런 것도 있지만 넌 이 상황을 게임처럼만 대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믿어. 넌 전체 상황 파악을 잘하니 이나연과 잘 맞을 거야. 일 생기면 둘이서 함께 의논하도록 해.”

“장현아…….”

덕배는 장현의 말에 뭔가 가슴속에서 뭉클한 감정이 솟는 듯했다.

덕배를 격려하고 장현은 나연과 형석을 바라봤다.

“두 사람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각자 챙겨야 할 사람을 훈련시켜요.”

“장현씨! 괜찮겠어요?”

“혹시 큰형님이 잘못된다면 어떡합니까?”

나연에게 고개를 끄덕이던 장현이 최형석의 말에 그를 쳐다보았다.

“아니, 물론 큰형님이 강하신 건 알지만 앞일은 대비해야지 싶습니다.”

“…”

장현은 그를 노려보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맞는 말이다.

튜토리얼에 마왕이 나타날 일은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좋아. 하루. 하루 안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각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지.”

장현은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어차피 하루를 넘길 일은 없을 테니까.

***

장현은 동굴로 다시 들어갔다.

오크 뼈와 뿔을 얻었던 지점까지 빠르게 간 그는 조심스레 동굴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샅샅이 훑었다.

“여기 어디쯤일 텐데…….”

장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벽면을 양손으로 더듬었다.

크르륵!

크으으.

동굴 안쪽에서 오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사냥할 때가 아니야.’

잠시 후 오크 두 마리가 숨어있는 장현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공격한다면 순식간이겠지만 그러면 소음을 듣고 다른 오크들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장현은 다시 오크들이 나왔던 동굴 안쪽으로 이동했다.

똑. 똑.

적막한 가운데 천정에서 종유석을 타고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 소리만 들린다.

점점 동굴 폭이 좁아지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장현이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동굴은 두 갈래 길로 나누어졌다.

다소 넓은 동굴이 오른쪽.

개구멍 같은 작은 동굴이 왼쪽.

오른쪽 동굴은 오크들이 다니는 통로였다.

왼쪽은 한눈에 보아도 오크가 다니는 통로는 아니었다.

무척 좁았다.

장현이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도 부족해 기어가야 할 것 같았으니까.

‘여기군.’

장현은 왼쪽 동굴로 기어들어 갔다.

두리번. 두리번.

이어 무언가를 찾는 듯 한참 동안 벽면을 더듬었다.

‘이쪽이 아닌가…….’

습기가 많은데 물이끼가 없는 곳.

장현이 찾는 곳은 그런 곳이었다.

말이 쉽지 실제로 그런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저 물기가 있는 곳은 알아서 이끼나 버섯 같은 균류가 자라기 마련이다.

미끌.

“젠장!”

축축한 데다 미끄러운 바닥에 장현은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경사가 져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탐색해나갔다.

똑.똑.

종유석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장현은 그곳을 향해 계속 걸었다.

그러기를 한 시간여.

“여긴가…….”

툭툭.

분명 물이 떨어지고 있는데 습함에도 불구하고 초록색 혹은 검은색 이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르헨이 말했던 장소가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하며 장현은 조심스레 벽을 툭툭 두드리며 나아갔다.

덜컥.

장현은 벽면에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여기다.”

그것은 노란빛이 감도는 광물이었다.

비록 동굴 속이지만 시야는 훤하게 보였기에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 정말 은광이야.”

은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납과 섞인, 검게 색이 변한 은.

이 은을 연금술 적 처리, 마법적 처리를 더 하면 그것이 ‘진은’이 된다.

[‘은광’을 발견했습니다.]

[1톤 무게의 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현은 은광을 발견했다는 알람에 기뻤다.

시커먼 돌들 사이 찬란하게 빛나는 은에 눈이 갔다.

“일단 캐볼까.”

던전에 꽉 차 있는 은.

서둘러 이것들을 최대한 캐내야 했다.

장현은 인벤토리를 열어 무리늄 도끼를 꺼냈다.

곡괭이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맨손보다는 나았다.

한 손에 도끼를 쥔 그는 은광석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쉬이익!

카캉!

“음, 이거 별로 단단하진 않은데……. 어마어마하게 무겁네.”

자연상태에서 은은 보통 납과 섞여 있다.

그리고 은도 납도 물렁물렁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밀도가 높은 금속이다.

캐내기도 전부터 무게감이 확하고 느껴졌다.

“꽤 힘 좀 쓰겠는데…….”

***

“죽겠다…….”

장현은 인벤토리를 은으로 가득 채우고 널브러졌다.

바로 연성까지 하고 싶었지만, 체력이 한계였고, 애초에 은을 제련하려면 연금술이 중급 연성술 이상은 되어야 했다.

‘진은을 얻기 위해서라도 연성술 레벨을 최대한 빨리 올려야겠어.’

현재는 기초연성술 lv.2

부지런히 올려야 한다.

대장장이 조각의 성장과 같은 체계라면 곧 중급 연성술을 얻기 위한 퀘스트가 발생할 것이다.

그걸 해내야 중급이 될 수 있다.

‘고급 연성술 정도는 되어야 할지도. 어쨌든 지금 당장은 무리야.’

일단 돌아가야 했다.

하루 안에 돌아가기로 약속도 한데다 이제 얻을 것들은 다 얻었다.

장현은 오크 로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크 로드를 잡기 위한 조건은 이미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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