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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1화 (11/211)
  • 11화. 튜토리얼 두 번째 퀘스트 (4)

    장현은 동굴에서 얻은 금속들을 나눠줬다.

    이것으로 옛 기억을 털어버렸다.

    이제 이들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이게 뭐야. 본인은 멋들어진 도끼를 가지고 우리에겐 이딴 걸로 싸우라는 거야 뭐야.”

    뼈를 받은 사람 중 누군가 불만의 목소리를 뱉어냈다.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군.’

    장현은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차분히 설명했다.

    “마나포인트 30.”

    “…엉?”

    “당신이 말하는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마나 양입니다.”

    “…”

    “만들어 드릴까요? 물론 선불입니다. 마나 포인트 30.”

    “큭…젠장!”

    남자는 마나포인트 30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대신 나름의 불만을 표출하려는 듯, 장현에게서 거칠게 뼈를 채어갔다.

    와중에 한마디 했다.

    “이봐 학생! 사람이 돕고 살아야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야.”

    “…”

    장현은 남자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넌 마나가 충분할 거 아냐. 이미 무기도 있으면서. 좀 나눠줘. 다른 사람들도 살아야지. 어린놈이 피도 눈물도 없이 욕심만 가득해서!”

    그 말에 옆에서 지켜보던 덕배가 발끈해 나섰다.

    “아니, 아저씨! 기껏 도와주는 사람에게 그게 할 말이에요?”

    “뭐라고?”

    남자의 시선이 덕배에게 돌아왔다.

    덕배의 한 손엔 장현에게 받은 도끼가 들려 있었다.

    장현은 김덕배와 이나연 최형석에게 각자 원하는 무기를 만들어줬었다.

    일종의 투자다.

    귀찮은 일을 배제하고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자들에게 베푸는 투자.

    그는 이나연에겐 삼단봉, 최형석에겐 사시미, 덕배에게는 도끼를 만들어 주었다.

    남자의 눈이 덕배의 위아래를 한번 훑고, 그가 든 도끼를 보고 더욱 얼굴이 사나워졌다.

    “나 같이 없는 놈이 그런 소릴 했다면 모르겠지만, 너 같은 녀석이 할 소리는 아니지!”

    “뭐라고요?”

    “그거 봐! 네 손에 든 도끼! 그렇게 좋은 무기를 갖고 있으니 그런 소리 나오겠지. 우린 이 창이 뭐냐고! 이딴 걸 조립해서 저놈들을 어떻게 상대하란 말이야.”

    남자는 장현에게 받은 뼈를 덕배 앞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댕그랑! 척.

    남자가 던진 오크 뼈를 줍는 손이 있었다.

    장현이었다.

    “이딴 걸로 오크를 어떻게 상대하냐고?”

    더이상 존대 따윈 없었다.

    부웅.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

    팡!

    이어서 터지는 파열음.

    장현이 조립한 창으로 휘둘러 생긴 소리였다.

    그는 재차 창을 허공으로 돌리더니 정면을 향해 찔렀다.

    파팡! 팡! 쉭!

    창은 남자의 얼굴에서 한주먹 거리를 남겨 두고 멈췄다.

    “헉….”

    털썩.

    남자는 다리가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더니 기침을 토해댔다.

    쿨럭. 쿨럭.

    “아직도 이 창이 우습게 보이나?”

    도리도리.

    냉랭한 장현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황급히 저어댔다.

    “미, 미안합니다!”

    “창은 집단전투에 최적화된 무기다. 예부터 전쟁에서 병사들에게 괜히 창을 쥐여 준 게 아니야. 오크는 덩치도 크고 강력하다. 그런 오크를 상대로 특별히 전투력도 경험도 없는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가장 적당한 무기가 창이야. 불만이 있다면 스스로 만들던가.”

    “그, 그래. 알겠어. 미, 미안해요. 잘못했습니다.”

    꾸벅.

    남자는 장현의 반응에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고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투욱.

    장현이 남자의 앞에 뼈를 내던졌다.

    “가져가.”

    남자는 서둘러 오크 뼈를 주워들곤 사라졌다.

    스윽.

    장현은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대부분 죽을 자들인데.’

    고개를 흔들었다.

    살리기 위함이 아니다.

    내버려 뒀다가 혹시나 가책이라는 찝찝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다.

    더불어 혹시라도 이 중에 누군가 살아남아 특별한 능력이라도 각성한다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이런 면에서는 최형석만도 못한 인간들이 많군.’

    장현은 속으로 한숨 쉬었다.

    장현의 시선에 사람들은 찔끔한 지 고개를 돌렸다.

    다들 오크 뼈를 조립해 창을 만든다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난 당신들의 보모가 아니야. 필요한 게 있다면 스스로 구해. 이후로는 내가 이런 도움을 베풀 일은 없을 테니까.”

    장현은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사람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최형석이 장현을 뒤따랐다.

    “큰형님! 제가 저놈들 족쳐도 되겠습니까?”

    “이봐! 최형석! 나 당신 큰형님 아니라고! 그리고 당신이 뭘 하든 신경 쓸 생각 없으니 나한테 허락받고 할 필요 없어!”

    최형석과 그의 동생을 살려준 이후로 최형석은 장현을 큰형님으로 모시겠다고 선언했다.

    장현은 단번에 거절했지만 그러면 자신을 다시 죽이라는 소리에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젠장 그때 어떻게든 떨쳐냈어야 했나….’

    자신에게 테세리움을 얻어 마왕을 쓰러트린다는 임무만 없었더라면, 그때 최형석을 그냥 죽게 내버려 뒀을 것이다.

    ‘일단은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니.’

    금속과 아이템을 제련, 제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몇몇 고급 아이템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그것은 전투 중에라도 마찬가지.

    위급 시 장현이 아이템을 만드는 동안 그를 대신해 싸워줄 전사들이 필요하다.

    마현, 아르헨, 테오, 제이미 등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은 동료들은 지금 없다.

    그리고 동료들은 마치 소모품처럼 쓰러져가고 충원되기에, 매 순간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자들을 모아놔야 했다.

    최형석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튜토리얼에서만큼은 전투력에 있어서 최고다.

    그게 아니었다면 절대 살리지 않았을 거다.

    최형석은 장현의 반응에 의문스러운 눈길로 반문했다.

    “그럼 흑전갈던전에서는 왜…?”

    뭘 하든 신경 쓸 생각 없다면서 그땐 왜 자신을 폭행하고 간섭했냐는 물음이다.

    장현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최형석을 폭행했던 이유.

    그에게 당했던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순간 죽일까. 살기가 치솟았지만 이내 가라앉혔다.

    사사로이 감정에 휩싸일 때가 아니다.

    “휴…. 저 사람들은 내버려 둬.”

    장현은 다시 한번 참았다.

    살린 대신 톡톡히 써먹기로 했다.

    이 녀석은 그래도 1회차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본경기까지 살아서 갔던 녀석이다.

    그것만 봐도 이중에서는 가장 쓸만한 놈이다.

    ‘대신 구제 불능이다 싶으면 그땐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장현의 생각도 모르고 최형석은 능글능글한 얼굴로 뒤를 따랐다.

    ***

    장현은 최형석, 김덕배, 이나연 세 사람을 불러모았다.

    그는 어차피 이들을 데려가기로 했다면 역량을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은 대장장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비를 만드는 자다.

    아르헨, 마현, 제이미들을 만나기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예전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그렇다면 옆에 있는 자들을 키워 이들로 아르헨 등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해. 내가 만든 장비라면.’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지금부터 우린 4인 1조로 팀을 짜서 전투를 익힐 거야.”

    “팀?”

    덕배가 갸우뚱하며 반문했다.

    “그래 4명이 전후좌우를 각각 맡는 식으로.”

    “하긴 게임 할 때도 파티를 이루니깐. 그럼 역할은 어떻게 정할 생각이야?”

    “아직 우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진 않았어.”

    “음…. 거기서 장현 넌 빼야겠다. 넌 특별해.”

    “맞습니다. 형님은 특별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장현 씨.”

    세 사람은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말은 됐어. 그보다 나를 제외하고 너희 세 사람은 아직 특성을 나타내지 않았어. 굳이 지금 딜러니 탱커니 팀 포지션을 정할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든 각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혹시 한 명이 빠지게 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해.”

    세 사람은 장현의 ‘혹시 한 명이 빠진다.’라는 말에 무게감을 느꼈다.

    작은 승리에 도취 되어 흥분했었지만, 누구든 죽을지도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다들 살아남길 바란다. 그렇지만, 내가 끝까지 지켜줄 거란 생각은 버려.”

    장현의 말은 확인사살과 같은 말이었다. 냉혹하지만, 사실만을 담아낸 담담한 말이었다.

    “그래도 형님을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나도 방해되고 싶진 않아.”

    “네.”

    최형석, 김덕배, 이나연은 나름의 각오를 다진 듯, 무겁게 대답했다.

    장현은 세 사람의 대답에 만족한 듯 이어서 말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무기 제공이다. 너희들도 봤겠지만 난 무기 제작에 소질이 있어. 앞으로 이쪽으로 방향을 잡을 생각이다. 게임을 좀 해봤다면 템빨이라고 들어봤을 거야.”

    “템빨이라고. 장현 네가 우리를 템빨러로 만들어 주겠다는 거야?”

    게임 덕후이자 한때 프로게이머를 꿈꾸었던 김덕배가 대뜸 템빨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쪽 방향이라는 거지. 아직 템빨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알겠어. 그럼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

    “내가 무기를 제공해주면 너희는 그걸 잘 활용하면 된다. 다들 창을 갖고 있지. 일단 창으로 합을 맞춰보자. 창술의 공격과 방어법을 알려 줄 테니 잘 익혀둬.”

    장현은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방향을 잡았다. 자신은 무기를 만들고 이들로 하여금 그것을 활용해 몬스터와 마족을 쓰러트리게 한다.

    ‘나도 마나포인트를 쌓아야 금속을 다룰 수 있으니 사냥을 해야겠지만.’

    장현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동료들을 활용해 전투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회귀 전 동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지식을 전이했다.

    장현은 머릿속 지식을 뒤져 마현의 무공 중 양가 창법을 떠올렸다.

    ‘단기간에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은 기본기다.’

    기본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창술의 기본기인 란, 나, 찰.

    그는 이것을 가르치기로 했다.

    “먼저 방어부터 가르쳐주도록 하지. 덕배야. 창을 내 얼굴을 향해 찔러봐.”

    “이렇게?”

    덕배가 창을 장현의 얼굴 가까이 내질렀다.

    슉!

    “란’은 상대방의 창을 바깥쪽으로 돌려 밀어내는 기술이다.”

    장현은 날아오는 덕배의 창을 향해 자신의 창을 휘돌렸다.

    그러자 그의 창날이 덕배의 창을 얽어내더니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 순간 열리는 덕배의 전면을 향해 장현은 창을 내질렀다.

    “이게 찌르기인 ‘찰’이다.”

    “헉!”

    덕배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장현의 창날은 덕배의 눈앞에서 멈춰있었다.

    “다시! 날 찔러봐.”

    그는 창을 회수한 후 덕배에게 말했다.

    “그, 그래!”

    덕배는 긴장한 얼굴로 이번에도 다시 장현에게 창을 내질렀다.

    쉬 쉭!

    장현은 이번에는 창날을 바깥에서 안으로 휘감았다.

    “‘나’는 상대방의 창을 안쪽으로 돌려 누르는 것이다.”

    장현은 덕배의 창을 누른 후 다시 열린 덕배의 가슴을 향해 ‘찰’의 찌르기 자세를 잡았다.

    “이제 이 기술을 기본으로 각자 방위를 맡는다.”

    ***

    장현이 세 사람에게 창술에 이어 4인 1조의 팀훈련까지 가르쳤을 때 이나연이 그에게 요청했다.

    “장현씨, 이 창으로 다른 사람들도 훈련시키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훈련시킨다고….”

    장현은 이나연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의 제안에 실소가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훈련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어차피 곧 죽을 자들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장현이 선택한 이들 정도 될까.

    튜토리얼은 몰라도 본경기를 가더라도 대부분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납득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에 후회는 없는 게 좋겠지.’

    이나연 또한 앞으로 죽을지 살지 모른다.

    다만 장현이 조금의 도움을 주었으니 살아날 확률이 조금 높아졌을 것이다.

    이후는 그녀의 몫.

    장현이 그녀를 도왔던 것은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예전의 죄책감 때문이다.

    지금 그가 이나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건가?’

    장현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이나연은 처음부터 약자들을 보호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장현과 다른 면이 있었다.

    ‘그 의미는 나와는 다른 특성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이나연의 진심이라면, 하도록 하는 게 좋다.

    그 결과가 비극이든 희극이든, 그 끝에 그녀는 특성을 각성할 확률이 가장 높았으니까.

    대답 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장현을 이나연이 불렀다.

    “장현씨?”

    “음…. 그러도록 해. 다만 내가 도와주는 건 어렵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해준 것만으로 충분해요.”

    “창술이 기본이라고는 해도 저 많은 사람이 제대로 익히기란 어려울 텐데. 세 사람은 운동이나 무술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있었던데다, 내가 옆에서 지도했기에 가능한 것이야. 저 많은 사람을 훈련하는 게 가능할 거로 생각하나?”

    장현은 이나연을 은근슬쩍 떠보았다.

    ‘선한 마음은 좋지만, 비현실적인 이상론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장현은 이나연을 데리고 갈 거라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었다.

    “창술까지는 저도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4인 1조로 찌르기 정도라도 익힌다면 생존율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성과가 난다면 좋겠군.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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