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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9화 (9/211)
  • 9화. 튜토리얼 두 번째 퀘스트 (2)

    장현은 죽은 오크들의 사체를 갈라 뼈를 뽑아냈다.

    가장 쓸만한 건 굵고 긴 허벅지의 다리뼈였다.

    쩌적! 쭈욱!

    스윽. 뚝! 서걱.

    장현은 꼼꼼하게 재료들을 뽑아냈다.

    15년간의 대장장이 생활을 하며, 몬스터 사체에서 소재를 뽑는 일도 곧잘 했었다.

    두꺼운 허벅지의 대퇴골은 검이나 단봉으로 쓰기 좋고, 갈비뼈는 가볍고 부드러워 가공하기 용이하다.

    특히 두개골은 가장 단단한 부위다.

    잘 가공하면 헬멧이나 방패도 만들어 볼 만했다.

    뚜둑. 뚜둑.

    뼈 외에도 질긴 심줄을 채취했다.

    잘 갈라서 꼬면 창 따위를 조립할 때 좋은 재료다.

    사체를 모두 해체하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인벤토리.”

    재료를 아공간에 던져넣고, 장현은 그중 오크의 뼈와 뿔을 하나씩 들고 스킬을 사용했다.

    “감별사용.”

    [감별스킬을 사용합니다.]

    - 특수 연금술사의 특수 스킬 감별을 시작합니다.

    - 대상 : 튜토리얼 2단계의 오크 사체.

    - 비고 : 두꺼운 골격입니다. 야행성으로 햇볕이 부족한 지대에서 자란 원인으로 뼈에 비타민이 결핍되어있습니다. 튼튼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내구성이 약합니다. 숙성이 필요합니다. 숙성과정은 내구도를 높여주는 데 필요합니다.

    - 1개체당 소요 마나 포인트 : 5

    -재료 감별이 끝났습니다.

    “이런….”

    장현은 소요 마나 스톤이 5개란 말에 욕부터 나왔다.

    1개체당 소요 마나 포인트가 5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1회차에서는 헤파이스토스 조각의 능력으로 감별에 별다른 마나 포인트가 필요치 않았다.

    새삼 헤파이스토스 조각이 아쉬웠다.

    “뭐. 당장은 초보 장비라도 필요하고, 비싸도 할 수 없나.”

    아무리 비싸더라도 목숨값보다는 싸다.

    장현은 이를 질끈 물고 뼈와 뿔을 들었다.

    “스킬. 기초 연성술.”

    -기초 연성술을 사용합니다.

    -대상 : 오크의 뼈. 오크의 뿔.

    -연금술사 조각 최초의 사용 특전. 예시 영상을 재생합니다.

    스륵.

    장현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이런 것도 있었나.’

    딱! 딱! 딱!

    한 남자가 몬스터의 사체를 만진다.

    남자의 손에서는 강한 열이 발생하고 사체를 쓰다듬을 때마다 조금씩 사체가 변해간다.

    껍질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난다.

    색도 조금씩 변화한다.

    남자는 계속해서 손으로 뼈를 쓰다듬는다.

    뼈는 마치 굽히고 튀겨지는 것 마냥, 남자의 손안에서 점점 변해갔다.

    어느 순간 남자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심히 뼈, 아니 뼈였으나 더이상 뼈가 아닌 그것을 양손으로 들었다.

    남자의 손에는 노르스름한 광택을 뽐내는 금속이 들려 있었다.

    영상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그렇군.’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릉.

    기초 연성술도 큰 틀에서 대장장이와 비슷했다.

    재료를 얻고 원하는 물건을 만든다.

    연금술사의 제작 물건은 금속이라는 점.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망치질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장현은 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기초연성술.”

    스팟!

    장현의 몸에서 마나가 빨려 나갔다.

    그와 함께 손에서 열기가 피어올랐다.

    ‘뜨겁지 않아.’

    손은 평소와 같았다.

    열이 난다는 걸 알았지만 장현에게는 그저 체온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디 해볼까.

    그는 영상 속의 남자처럼, 오크 뿔과 뼈를 쓰다듬었다.

    스르륵.

    뼈에서 각질이 일기 시작했다.

    ‘재밌는데.’

    처음 망치를 들고 검을 만든 날이 떠올랐다.

    그때도 장현은 무언가에 홀린 듯 망치를 두드렸었다.

    볼품없던 쇳덩어리가 망치를 두들김에 따라 검이 되고, 그 검이 사람들을 구하는 무기가 되었다.

    그게 좋았다.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 기분이었다.

    ‘이것도 같구나.’

    장현은 점점 몰입했다.

    그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오크 뼈와 뿔에서 튀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형체가 변해갔다.

    타닥. 타닥.

    각질이 벗겨지고 그 속에서 무언가가 형성되었다.

    그것들은 뭉치기 시작했고 단단해져 갔다.

    장현은 몰입했다.

    탄내가 나는 것도 같고, 누린내가 나는 거 같기도 했다.

    그렇게 장현은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얼마나 쓰다듬었을까.

    스르륵.

    뿔과 뼈는 새로운 것이 되어 단단한 광택을 드러내고 있었다.

    뿌듯했지만 잠시 후 어질했다.

    “으….”

    마나가 빠져나가는 감각에 장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스륵.

    길쭉한 덩어리와 짤막한 덩어리.

    뼈와 뿔이었던 것이 금속으로 바뀌어있었다.

    탕. 탕.

    손가락을 튕겨본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속 특유의 재질이 느껴졌다.

    “날이야 갈면 되겠고.”

    일단 금속은 얻었다.

    살펴보니 재질도 단단하다.

    잘만 다듬으면 좋은 무기가 될 것 같았다.

    “요는 이제 반복작업이라 이건데….”

    장현은 산처럼 쌓인 오크들의 사체를 돌아보았다.

    이 많은 양을 모조리 연성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따악! 따악!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모양은 점점 압축되어 크기가 작아졌고, 입자는 조밀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더는 뼈나 뿔이었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표면은 반들반들해지고, 금속적인 광태까지 일었다.

    ‘됐다.’

    장현은 노력의 결과물을 들고 눈을 빛냈다.

    긴 다리뼈는 단봉이나 창대로. 뿔은 단검이나 창날로 쓰기 좋아 보였다.

    모양은 다소 조잡해 보였지만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띠링!

    “음?”

    [금속연성에 성공하였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마계에 플레이어 ‘장현’의 이름이 알려집니다.]

    [‘오크의 뿔’을 재료로 새로운 금속을 연성했습니다. 플레이어 중 최초의 발견입니다. 이 금속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오크의 뼈’를 재료로 새로운 금속을 연성했습니다. 플레이어 중 최초의 발견입니다. 이 금속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무리늄을 얻었을 때와는 달리 이름을 붙이라는 알림이 떴다.

    무리늄은 마계 수 잎을 사용해 얻은 것이었고, 연성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흠…. 역시군.”

    장현의 얼굴에 씨익. 미소가 그려졌다.

    이전에도 대장장이로서 물건을 새롭게 창조할 때마다 아이템에 이름을 지었었다.

    물건에 이름을 짓는 것. 그것은 언제나 자신에게 뿌듯한 보람을 주었다.

    연금술사도 새로이 연성한 물질에 이름을 붙이는 건 같았다.

    ‘좋은데?’

    전공이 공학이라 그런가, 마치 대단한 발명이라도 한 것 같았다.

    본래 신소재에 이름을 짓는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플레이어들이 그 이름을 부르고 사용하고 거래하면서 그 이름을 부르게 되면 이름을 붙인 사람의 명성 수치가 오르게 된다.

    명성 수치가 오르면 설령 마족이라도 플레이어를 일정 부분 대접해준다. 말 그대로 명성을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장현이 마계에서 누구와 거래할 때 필요한 것이다.

    상대가 플레이어든 마족이든, 명성포인트 수치가 높은 자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쉽게 부를 수 있고 친숙해야 한다.

    어려운 이름은 외면받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거저먹을 수 있는 명성 수치를 잃게 되는 격이다.

    ‘어떻게 지어야 할까….’

    장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 적당한 이름을 떠올렸다.

    “오크뿔로 만들었으니, 오크뿔이에욤이라 하면 될 테고, 뼈로 만든 것은 오크뼈에욤이라고 하면 되겠군.”

    무리늄, 테세리움 등 금속들의 명칭이 움, 늄 등으로 끝맺는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오크뿔이에욤! 오크뼈에욤.”

    한번 불러보자 발음이 입에 착착 감겼다.

    “맘에 드는데. 나 의외로 작명에 솜씨가 있는 걸지도.”

    아르헨이 들었다면 뒤통수를 후려칠 이름이었지만, 장현은 스스로 정한 명칭에 만족했다.

    앞으로 이 금속들은 ‘오크뿔이에욤, 오크뼈에욤’으로 불릴 것이다. 좋든 싫든.

    “오크의 뿔로 만든 금속은 ‘오크뿔이에욤’, 뼈로 만든 것은 ‘오크뼈에욤’으로 하겠다.”

    [오크뿔이에욤, 오크뼈에욤으로 지으셨습니다. 맞습니까?]

    장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시지가 연속으로 떴다.

    [연금술사 조각을 가진 플레이어가 최초로 금속을 연성했습니다. ‘오크뿔이에욤’, ‘오크뼈에욤’이 아이템 목록에 등록됩니다. 이후부터 마계의 상점에서 플레이어들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장현에게 ‘업적’과 ‘명성’ 스탯이 생성되었습니다.]

    [업적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명성 포인트가 1 상승합니다.]

    [최초의 대장장이 칭호가 작용합니다. ‘오크뿔이에욤’으로 무기 제작 시 공격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오크뼈에욤’으로 무기 제작시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업적과 명성 포인트 좋아. 생각보다 쉽게 가는걸.”

    장현은 연성한 금속들을 살펴보았다.

    “재료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괜찮네. 무기로 쓸만하겠는걸.’

    마나 포인트를 비록 5개 소모했지만, 충분히 제값을 했다.

    ‘무리늄보다 단단하고 유연하다.’

    원래 뼈라서 그런지, 단단함에 비해 가볍기까지 했다.

    첫 시도였음에도 좋은 금속이 나왔다.

    이걸로 장비를 만들어 마계상점에 올린다면 충분히 팔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찌릿!

    “윽!”

    그때 장현의 머릿속에 갑자기 아르헨의 전언이 떠올랐다.

    -장현, 니 성미를 볼 때 분명 금속 제련에 다시 뛰어들거다. 이건 그때를 대비한 메시지다.

    -명확히 검증된 자료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튜토리얼지역에서 은광을 발견했다는 소수 보고가 있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초반 생존에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너도 알다시피 테세리움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3대 금속 중 하나가 ‘진은’이다. 더구나 ‘진은’은 모든 부정한 것에 상극이지.

    - 연금술로 특수처리한 ‘진은’의 재료가 은이지. 보고를 취합해보면 오크들이 출몰하는 동굴 중에서 습하지만 물이끼나 버섯등이 자라나지 않는 미묘한 지역이 있다고 한다.

    -운이 좋아 은광을 발견 한다면...너의 기술로 드래곤 스케일 아머도 뚫을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 행운을 빈다.

    “은광이라고? 음...지금 다시 돌아보긴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르헨의 전언을 읽은 장현은 생각에 잠긴 채 고민했다.

    남은 시간을 살폈다.

    -남은 시간 2일

    오크를 사냥하고 금속을 연성하느라 하루가 걸렸다.

    금속을 얻고 업적과 명성 포인트를 얻었다.

    소득이 있었지만, 꽤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일단은 돌아가야 한다.

    ‘은광은 오크 로드를 잡기 전 다시 찾아봐야겠군.’

    동굴을 빠져나온 장현은 눈가가 찌푸려졌다.

    덩그러니.

    한눈에 보아도 튜토리얼 2단계 진입한 사람들의 3분의 1가량이 보이지 않았다.

    김덕배와 이나연도 사라졌다.

    그때였다.

    우당탕! 좌아아악!

    갑자기 사람들이 건너편 동굴에서 쏟아져 나왔다.

    피를 뒤집어쓴 사람, 서둘러 달려오다 넘어지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은 동굴 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오크랑 싸웠군.”

    조금 전까지 동굴에 있었기에 장현은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얼핏 보아도 몸이 성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중 최형석이 보였다.

    최형석 역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사람 하나를 등에 업고 있었다.

    김덕배와 이나연도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휴….”

    장현은 한숨을 내쉬며 다가갔다.

    그르릉. 그르르릉.

    동굴 안쪽에서 성난 포효가 울리고 있었다.

    온 얼굴에 피를 뒤집어쓴 최형석이, 업고 온 남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태석아. 태석아 이눔아야! 니 정신이 드나?”

    “형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다. 니 잘못 아니야! 내 탓인기라. 내가 괜히 함부로 들어가서…. 크윽!”

    으드득!

    이를 갈며 자책하는 최형석의 뒤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울렸다.

    “신파 찍고 앉아 있군. 일어나. 놈들이 온다.”

    “너….”

    흠칫!

    최형석은 장현을 보고 기겁했다.

    그에게 지독하게 맞았던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다.

    스윽.

    하지만 장현은 최형석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등을 돌리고, 한마디 던졌다.

    “오크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이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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