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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화 (프롤로그) (1/211)

1화. 프롤로그

16년 전 어느 날.

지구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

그러고 나서 세상은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곳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균열 속에서 나타난 괴물들과 마족에 의해 많은 사람이 죽어갔기에, 사라진 사람들에 관한 관심은 없었다.

국내 최고 기업인 성사전자의 엔지니어 출신 장현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버스가 올 때까지 디일렉이라는 신문잡지를 양손으로 펼쳐 들었다.

그때 차도에 갑자기 싱크홀이 생겼다.

우지직.

쿠르릉.

“어…. 저게 뭐야. 차도에 갑자기 왜 싱크홀이….”

그게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덩그렇게 떨어진 잡지만이 좀 전에 그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줄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 장현이 다시 나타난 곳은 마계.

지구에서 사라졌던 사람들은 이곳에 있었다.

그들은 플레이어라는 신분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플레이어란 던전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참여하는 자들이다.

경기는 던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있으며, 이종족을 상대할 때도 있다.

때로는 같은 종족을 상대로 죽고 죽이는 경기를 펼쳐야 할 때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에게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상태창, 인벤토리, 스킬, 아이템 등 게임 속에서나 볼법한 기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받는다.

퀘스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던전 속 경기에서 살아남는 생존 퀘스트.

다른 하나는 마족의 영지에 속해서 영지를 가꾸는 생산에 참여하기 위한 직업 퀘스트로 크게 나뉜다.

그 중 특별히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은 히든 퀘스트를 얻을 수도 있다.

그것은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는 스킬이나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대신 난도가 꽤 높은 임무가 주어진다.

퀘스트의 보상으로 마법과 무공 같은 초월적인 능력을 얻는 자도 있다.

그러나.

게임과는 분명히 다른 점 또한 있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던 장현이 마계의 튜토리얼 던전에서 정신을 차린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마계의 시간 개념이 현실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문득 그동안 죽어간 수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그들은 마족에 의해 각종 퀘스트에 강제적으로 임했다.

거부란 있을 수 없다.

어차피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퀘스트가 계속해서 주어졌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비단 인간들뿐만이 아니다.

마계에는 지구인이 아닌 다른 세계의 인간들은 물론, 크로커다일맨, 리자드맨 같은 이종족들도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나 보던 무림인, 마법사, 성기사, 사제들을 보았을 때나 잠시 흥미를 느꼈을 뿐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들은 출신은 달랐지만 모두 플레이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

‘마왕 바알…. 그놈에겐 이 모든 게 그저 유희겠지.’

뿌드득!

장현은 이를 갈았다.

마왕 바알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도 있었다.

‘제기랄…. 그렇게 애썼는데 결국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내 인생은 끝나고 마는가….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아니 조금만 더 저들을 제대로 서포트할 수 있었다면….’

장현의 머릿속에, 그동안의 여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대장장이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다.

대장장이 직업을 가졌기에 무력이 다소 떨어짐에도 아이템빨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도 여기까지.

잠시 후면 모든 게 끝난다.

“결국…. 안 되는 건가….”

반쯤 부러진 망치를 덜렁거리듯 왼손에 쥔 채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 묠니르를 테세리움으로 만들었다면…. 어쩌면 달랐을지도.’

대공 루시퍼의 상점에서 얻은 토트늄으로 제작한 묠니르를 10단계까지 강화했다.

그것으로도 마왕과 대공 같은 강자에게는 소용없었다.

창조신의 금속이라는 테세리움으로 만든 묠니르라면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도 이젠 덧없다.

토트늄제 묠니르는 반파됐으며 자신은 오른팔을 잃었다.

대장장이에게 팔을 하나 잃었다는 것은 사실상 사망선고나 마찬가지.

더군다나 오른손잡이임에야 말할 것도 없다.

전투력보다 아이템 제작으로 살아남은 그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장현의 절망한 표정 때문인가.

옆에서 마현이 그를 위로했다.

“넌 최선을 다했다. 장현.”

흑의를 입은 마현은 무림에서 한때 마신(魔神)이라 불렸다. 그의 문파는 일인전승인 염라문이다.

무림에 균열이 생긴 후 괴물들이 출몰하자 정, 사, 마가 힘을 합쳐 결성한 조직인 무림맹의 맹주이기도 했다.

그런 마현의 상태는 자신 못지않게 처참했다.

오른쪽 눈은 터져 사라졌고, 얼굴을 비롯해 전신이 상처투성이에 핏자국으로 얼룩져있었다.

마현의 터져나간 상체의 흉터는 장현을 지키려다 생긴 것이었다.

장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

“나 때문에….”

“됐다. 너 때문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어차피 마왕을 쓰러트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마현은 간단하게 고개 저었다.

그때 로브를 걸친 마법사 테오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들어봐. 한 가지 시도해 볼 일이 있다.”

마탑의 탑주였던 그 역시 균열 때문에 마계로 끌려왔다.

중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백 살도 더 먹은 노인이다.

“테오 마법사님…. 무슨 수가 남아 있다는 말입니까?”

장현이 재빨리 고개를 들고 물었다.

테오는 세계의 이치를 찾고 연구하는 마법사답게 냉정하고 계산적이다.

농담이라고는 모르는 진지한 사람이라 괜한 말을 꺼낼 거 같지 않았다.

“제10계 마법인 시간회귀를 써보려 한다네.”

“테오님. 10계 마법이 가능한 건가요?”

여신을 섬기는 사제이자 성녀인 제이미가 대번에 큰 소리로 반문했다.

10계 마법. 달리 말해 신(神)급 마법이다.

그것은 인과율에 영향을 주기에 세계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한다.

제이미는 세계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여신의 사제이자 성녀.

인과율에 영향을 주는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아는 그녀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테오는 항상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드래곤 로드께서 초대 마탑주에게 선물한 것이라네. 10계 마법인 시간회귀 마법이 여기에 담겨 있어.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 결코 쓰일 일이 없을 거 같았는데…. 나의 대에 사용하게 되다니.”

“....그렇다면 저도 여신의 가호로 인과율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돕겠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말고 장현이 흥분했다.

“시간회귀라고? 테오님 그런 게 있었는데 왜 진작 얘기 안 했습니까?”

시간회귀라니! 이름만 들어도 무엇인지 알겠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

“시간회귀는…. 단 한 명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네. 그리고 원래의 세상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네. 역대의 마탑주 누구도 써본 적이 없기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네. 드래곤 로드께서는 써보셨지만, 그분 역시 과거로 돌아오기 이전의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고 하셨네.”

테오가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 한 명? 더구나 원래의 세상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고?”

여기 다섯 명 중 단 한 명만 돌아갈 수 있다니.

그럼 남은 자들은?

이 상황에서 선뜻 자신이 쓰겠다고 말하기 힘들다.

테오가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얘기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그, 그럼…. 이 얘기를 왜 꺼낸 겁니까?”

“과거로 회귀하더라도 남은 사람들과 이전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말은 다시 말해 과거로 돌아가 마왕을 쓰러트린다면 지금 이 시간대에서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거네.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지금 시도해볼 수 있는 건 이뿐이네.”

그때였다.

쾅! 콰쾅!

“으윽!”

신성의 장벽을 펼쳐 일행을 보호하고 있던 제이미가 휘청거리며 신음과 함께 무너졌다.

“신성의 장벽이…. 부서졌어.”

마족들이 기어코 수호의 벽을 부순 것이다.

다급해진 순간에 테오는 일행들을 재촉했다.

“시간이 없다. 결론은 정해졌다. 남은 건 돌아갈 사람뿐.”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아르헨이 물었다.

“다들. 의견을 말해봐. 우리 중 누가 돌아가는 게 맞을까?”

“장현이 가야 한다.”

마현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뭐……?”

장현은 고개를 돌려 마현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동의한다.”

자신이 뭐라 말을 꺼내 보기도 전, 제이미와 아르헨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다들. 대체 왜 이래. 마현님…… 테오님. 성녀님, 그리고 아르헨. 난 여러분처럼 강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아이템 만드는 능력뿐이라고요!”

과거로 회귀하는 단 한 명이 된다는 것은 마왕에 대한 승리라는 막중한 짐을 짊어진다는 의미.

“그 아이템 제조 능력에 걸고 시간회귀를 쓰는 거라네. 자네라면 기필코 신의 금속으로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네.”

테오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뒤이어 아르헨이 턱을 긁으며 말했다.

“장현 나 역시 널 믿는다. 넌 생산직인 주제에 이 자리까지 살아남아 버틴 녀석이다. 너보다 훨씬 강자들이 모두 죽었음에도 말이지. 그리고 여기 마현이나 나나 플레이어 중 무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지. 그럼에도 마왕에게는 소용없었다. 우리가 돌아간다 해도 딱히 무슨 방법을 찾기 힘들다.”

장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마현이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잊었느냐. 너는 테세리움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대장장이이다.”

“…….”

테세리움. 창조신의 금속.

장현도 마왕이라는 존재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금속이다.

비록 히든 피스인 대장장이 조각 덕분에 얻은 것이지만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것을 다룰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손에 들린 묠니르 망치를 내려다보았다.

‘테세리움으로 묠니르 망치를 제작한다면. 아니 묠니르보다 더 강력한 아이템을 만든다면….’

본인의 창조물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현의 말대로다.

지금 여기 살아남은 다섯 명 가운데 테세리움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장현뿐이다.

그 이유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

테세리움으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대장장이 직업으로 최상급에 도달해야 한다.

둘째는 바로 높은 화염 내성.

수천 도의 고온에서도, 열기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자는 장현뿐이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렇지만 잠깐 할 얘기가 있어. 설령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윽!”

장현의 머리 백회혈에 충격이 가해졌다.

툭! 아찔!

그가 돌아보자 마현이 집게손가락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백회혈에 점혈을 가한 것이다.

“아…. 안 되는데….”

“미래를 부탁한다. 넌 반드시 마왕을 쓰러트릴 거라고 믿는다.”

“기회를 얻고 와요. 장현.”

“수고했네! 마현. 시간이 없어. 그럼 10계 마법인 시간 회귀를 즉시 발동하겠네.”

테오가 펜던트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 걸었다.

동시에 그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옆에서 제이미가 신성력이 담긴 기도주문을 읊었다.

“...”

시야가 흐려지고 목소리들이 멀어져 간다. 장현은 아스라이 날아가는 의식 속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쿠르르릉! 쏴아아악!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끔찍한 충격파와 소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멀게 만들 정도의 황홀한 빛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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