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171화 (1,214/1,214)
  • 1171화. 구천금뢰

    산하사직도 밖. 백소천과 육화명은 요풍 등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심협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더는 못 버틸 것 같은데?”

    백소천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조금만 더 버티게. 심협이라면 분명 도겁할 방법을 찾아낼 거야. 그가 나오면 함께 저 마족들을 처치하자고.”

    육화명이 다독이긴 했지만, 솔직히 그도 자신은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퉤! 뭣도 아닌 것들이 끈질기군.”

    요풍이 침을 뱉어내고는 투덜거렸다.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네. 속전속결로 죽여야 해!”

    흑련 도장이 차갑게 말하고는 바로 앞으로 나서서 양손을 결인하자 체내의 법력이 미친 듯이 솟구쳤고, 도포 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하늘 위에서는 먹구름이 그 힘에 이끌린 듯 몰려오더니 구름 기둥이 되어 아래로 돌진해오면서 거대한 검은 연꽃이 되어 백소천 등을 뒤덮었다.

    검은 구름이 합쳐지면서 사방에서 강렬한 압박감이 몰려오더니 보이지 않은 힘이 백소천 등을 속박하려 했다.

    이를 본 육화명은 한 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치켜들었다.

    그의 몸에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온 법력이 검기와 합쳐져 백 장 길이의 푸른 검광이 되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의 검기가 구천의 먹구름을 휘젓자 거대하기 그지없는 고리 모양의 소용돌이가 나타났고, 태양에서 빛이 내려와 검날에 금색 화광을 입혔다.

    “개천(開天)!”

    육화명이 기합을 내지르면서 양손으로 검을 쥐고 크게 휘둘렀다.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검날이 곧바로 내려오자 강렬한 검기가 구름을 찢고 허공을 부수며 허공에 거대한 도랑을 남기면서 검은 연꽃을 베었다.

    검광이 닿는 곳마다 검은 구름이 빠르게 사라졌고, 거대한 연꽃은 완전히 피기도 전에 일검에 동강이 났다.

    한데 그때, 부서지고 흩어진 혼돈의 구름 속에서 갑자기 황토색 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주먹 허상이 솟구치는 산처럼 튀어나와 육화명에게로 돌진했다.

    방금의 일검으로 대량의 법력을 소모한 육화명은 이 일격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걱정 말게!”

    백소천이 짧게 외치고는 몸 주위에 얼마 남지 않은 화려한 하광을 전부 체내로 주입했다.

    이번에는 나한 허상과 관음도, 오백 개의 주먹 허상과 천 개의 손바닥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백소천과 그의 주먹뿐이었다.

    벡소천은 마치 모든 힘과 희망, 미래가 이 주먹에 담겨 있기라도 한 것처럼 쏘아져 나갔다.

    백소천이 갑자기 솟아난 노란색 산에 온몸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제 분수를 모르고 공격하는 것처럼 장렬하기까지 했다. 마치 거대한 산을 쇠망치로 깨부수겠다는 것처럼 허황돼 보였다.

    그러나 이 쇠망치는 상상 이상으로 단단하고 강력했다.

    콰쾅!

    백소천이 충돌하자 노란색 산 가운데에 균열이 생겨났고, 그가 기세를 몰아 더욱 거세게 돌진하자 복토의 본체에까지 충격이 가해졌다.

    “크윽!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경악한 기색이 역력한 복토는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하더니 눈이 뒤집히면서 그대로 의식을 잃고 추락했다.

    백소천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몸가짐을 정돈하고,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더니 양손을 모아 불상 조각처럼 변했고,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졌고, 땅에는 반경 수십 장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백소천은 그 구덩이 속에 단정하게 앉은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몸의 기운이 빠르게 쇠퇴하여 진선 초기까지 떨어졌다.

    그는 이번에 모든 힘을 끌어모은 터라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이 났고,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때, 요풍이 곧장 산하사직도를 향해 날아갔다. 이제 그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그가 양손을 모으고 두 손바닥을 마주하자 푸른 빛이 빠르게 회전하더니 바람의 칼날로 변했다. 그 속에서 한 줄기 강렬하고 예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요풍은 바람의 칼날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법력을 끊임없이 주입했다.

    산하사직도를 거두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접은 그는 이 그림을 심협과 함께 파괴할 생각이었다.

    “죽어라!”

    요풍이 포효하며 양손을 앞으로 크게 휘두르자 푸른 빛이 손에서 뿜어져 나와 허공을 빠르게 갈랐다. 회전이 거듭될수록 빨라지고 커져서 순식간에 백 장가까이 커진 바람의 칼날은 곧장 산하사직도를 향해 날아갔다.

    바람의 칼날이 막 닿으려는 순간, 산하사직도 안에서 광망이 번득이더니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푸른 도포를 입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심협에게서는 형언할 수 없는 초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가 손을 내밀자 손바닥이 곧장 푸른 빛을 지나 날카롭기 그지없는 바람의 칼날로 파고들었다.

    “고작 이 정도인가?”

    심협이 피식 웃더니 가볍게 손에 힘을 주자 푸른 바람 칼날이 펑 하며 터졌고, 광풍을 일으키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심형, 멋지오!”

    이를 본 육화명이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반면 요풍은 안색이 급변했고,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저 멀리서는 겁에 질린 흑련이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한데 심협이 육화명을 안심시키려는 순간,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꽈르릉!

    그러더니 금색 빛줄기가 구천에서 내려와 피할 겨를도 없이 곧장 심협의 몸에 떨어졌다.

    그 광포한 기운은 마치 천 년을 억눌려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진 것 같았다.

    거대한 뇌광이 심협의 몸을 뒤덮고 그대로 땅에 떨어지자 백 장 높이의 기의 파도가 폭발했다.

    수많은 금색 뇌전이 섞인 연기가 성난 파도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고, 수백 장 떨어진 곳까지 퍼져 나갔다. 육화명 등도 이 형언할 수 없는 강력한 기운에 뒤로 밀려났다.

    연기가 사라진 후 그들 눈에 들어온 것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었다.

    검게 그을린 땅 한가운데 심협의 온몸이 불에 휩싸인 채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이 순간만큼은 육화명과 백소천은 물론, 요풍까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심협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건…… 삼재의 반격!”

    멍하니 있던 요풍이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심협은 산하사직도 안에서 어렵게 심마를 죽였지만, 그림 밖으로 나온 이상 삼재의 천수 속박을 피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깊은 곳에서부터 샘물처럼 솟구친 재화(災火)가 심협의 몸을 삼켰다. 아무리 태을 선인이고 몸이 절정급 법보만큼 강하다고 해도 이런 불꽃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갈수록 강렬해졌는데, 주위에는 고약한 탄 냄새가 아니라 오히려 은은하고 그윽한 향이 퍼졌다. 심협의 몸은 이미 유리처럼 맑고 깨끗한 상태였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백소천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육화명의 눈에는 비통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협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한데 요풍은 의외로 조롱하거나 달려들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심협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뒤, 심협의 몸에서 불꽃이 사라졌다. 그의 몸에는 피와 살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고, 유리처럼 광택이 감도는, 금 같으면서도 옥 같은 뼈대만 남았다. 그는 그 상태로 땅바닥에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뼈대 주위에는 순양비검과 헌원신검, 명홍도 같은 보물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영광이 없는 것이 마치 죽은 물건 같았다.

    심협이 죽었다!

    이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서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흑련이 복토를 부축하여 요풍에게로 다가왔다. 너무도 갑자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터라 현실 같지가 않았다.

    “이렇게 죽은 건가?”

    흑련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더 먼 곳, 한참이나 멍하니 있던 육화명의 정신이 마침내 돌아왔다.

    “아니야, 심협이 이렇게 죽을 리가 없어!”

    그가 중얼거리며 심협 쪽으로 날아갔다.

    백소천도 따라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방금 모든 힘을 소모한 탓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때, 요풍의 시선이 심협 옆에 떨어진 핏빛 조도로 향했다.

    “치우 대인의 원골 마기! 어서 저걸 회수해야 합니다.”

    복토와 흑련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고, 심협 옆에 떨어진 보물들이 눈에 들어오자 탐욕으로 눈빛이 번들거렸다.

    세 사람은 곧장 심협의 뼈대를 향해 돌진했다.

    “저리 꺼져!”

    세 마족이 달려드는 모습을 본 육화명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는 두 눈을 빨갛게 빛내며 장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검신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이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휩쓸고 지나갔다.

    이 강력한 공격에 세 마족은 기겁하며 백 장 밖으로 물러갔다.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요풍이 호통을 치자 그의 옷이 펄럭이며 소매에서 황풍(黃風)이 휘몰아치더니 금요(金鐃)가 날아갔다.

    뎅!

    징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금요는 빛 덩어리가 되어 순식간에 검기의 강을 끊어버렸고, 강력한 기세로 육화명의 가슴에 꽂혔다.

    푹!

    육화명은 금요의 공격으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채 검붉은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날아가 포댓자루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복토와 흑련은 이 광경을 보자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요풍 저놈, 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더니 심협이 죽으니까 이제야 날뛰는군.’

    육화명을 물리친 요풍은 노란색 소용돌이가 되어 심협에게로 날아갔다.

    한데 그가 막 심협 옆에 떨어진 보물을 챙기려는 순간, 갑자기 금빛이 멀리서 빠르게 날아오더니 강력한 기세를 뿜어내 노란색 소용돌이와 충돌했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졌고, 노란색 소용돌이가 충격에 부서지면서 요풍이 뒤로 튕겨 나갔다.

    심협 앞에 나타난 금빛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전투승불 손오공이었다. 그는 한 손에는 여의금고봉을 쥔 채 어깨에 걸쳐 맸고, 다른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들고 있었다.

    금빛으로 뒤덮인 이 머리는 두 눈을 뜬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신혼이 안에 갇혀 있을 뿐,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서 손오공과 싸웠던 마족의 태을 수사 후골이었다.

    손오공이 고개를 돌려 뼈대만 남은 심협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잡놈들,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 버리겠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머리를 위로 던지더니 곤봉을 강하게 휘둘렀다.

    펑!

    폭발음과 함께 후골의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터졌고, 신혼도 산산조각이 났다.

    손오공은 곤봉으로 요풍을 가리켰다.

    “황미(黃眉), 미륵불의 정을 생각하여 서천길에서는 살려줬다만, 이미 마족의 개로 전락했으니 네놈의 머리를 박살 내주마!”

    “흥! 네게 그럴 힘이 있을까? 하하하!”

    요풍이 차갑게 비웃더니 팔을 휘두르자 소매가 다시 솟아오르면서 노란 빛을 뿜어냈고, 금요가 다시 빠르게 날아올라 손오공에게로 돌진했다.

    금요는 빛을 뿜어내며 빠르게 커져 맷돌만 해지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손오공은 여의금고봉을 휘둘러 이 금요를 날려버리려 했으나, 힘껏 내려쳤음에도 금요는 튕겨 나가기는커녕 금고봉과 한참을 대치했다. 동시에 빠르게 회전하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금색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서 보물을 회수하지 않고 뭐 하는 겁니까!”

    요풍이 버럭 소리치자 복토와 흑련 도장이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좌우로 흩어져 핏빛 조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그 순간, 손오공의 몸에서 갑자기 금빛이 번쩍이더니 두 개의 분신이 나타나 각자 복토와 흑련 도장에게로 날아갔고, 여의금고봉을 휘두르며 두 사람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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