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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214화 (완결) (1,213/1,214)

1214화. 창궁(蒼穹)의 눈

“지, 지금 맨손으로 개천부를 막은 거야?”

육화명이 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라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치우도 믿어지지 않는지 경악했다.

그런데 그때, 그가 들고 있던 개천부가 전에 없던 파동을 뿜어내더니 흥분한 듯 떨려왔고, 치우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당연히 치우가 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바로 온몸의 마기를 개천부에 주입했다. 심협이 어떻게 부활했건 다시 죽이면 그만이다.

한데 그가 통제하려 할수록 개천부의 저항력은 더욱 뚜렷해지고 떨림도 더 세졌다.

“네 것이 아니니 그래봐야 소용없다.”

심협이 차갑게 비웃고는 손에 힘을 줘 도끼의 날을 세게 잡아당겼다.

치우가 꽉 쥐고 있음에도 개천부는 저절로 줄어들어 그대로 손에서 벗어나 심협의 이끌림에 따라갔다.

심협은 가볍게 자루를 움켜쥐었다.

촤악!

심협은 개천부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도끼에서 따뜻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와 피처럼 그의 몸속을 흘렀다.

그와 개천부는 핏줄이 통하고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역시 파멸의 기운이 아니라 혼돈의 기운이었어. 낡은 것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없으니, 하늘이 나를 압도하면 나는 하늘을 물리치리라.’

심협은 큰 깨달음을 얻고는 중얼거렸다.

개천부를 쥔 손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천부의 화려한 무늬가 붉게 빛나더니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도끼 전체가 붉은색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날만 붉게 달아오른 듯이 한층 더 선명한 빛을 발했다.

“호…… 혼돈지체…….”

치우는 심협의 변화에 마침내 표정이 변했고 경악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삼계의 혼란을 끝낼 때가 되었다.”

심협은 담담한 표정으로 짧게 말하고는 곧장 치우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저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심협 뒤의 허공에서 마치 용이 부른 구름 같고 범이 부리는 바람처럼 무수한 혼돈 원기가 솟구치며 그를 따라 치우에게로 돌진했다.

육화명 등의 눈에는 지금 하늘의 절반이 심협과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심협이 이 천지를 이끌고 부리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세(勢), 모든 세계가 따라가야 하는 대세였다.

육화명 등도 체내의 힘이 이 힘이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심협을 따라가야 할 것 같았다.

한편, 치우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그의 두 눈에서 사나운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몸이 줄어들어 곧 보통 사람만 해졌다. 다만 그 기운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지고 웅장해져서 깊이를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양손을 앞에 모으자 손에 혈광이 모여들었고, 기이한 형태의 핏빛 대월(大鉞)이 나타났다. 이 대월이 나타나자마자 하늘을 찌르는 마기가 용솟음쳤다.

핏빛 대월이 떨리는 소리는 마치 맹수의 포효 같았고, 강력한 영압이 폭발하여 육화명 등을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이에 모두가 피를 토하며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앞으로 걸어 나가는 심협의 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는 팔 위의 금빛 무늬에서 빛을 발하며 개천부를 쥔 팔을 들어 올려 기세를 모으더니 크게 휘둘렀다.

이 무렵, 치우는 체내의 마기를 모조리 뽑아내 대월에 주입했고, 포효하며 힘껏 내리쳤다.

한 줄기 혈광이 하늘을 가렸고, 한 줄기 붉은 비늘이 창공을 가로질렀다.

두 개의 반달 같은 빛이 허공을 찢으며 순식간에 충돌하고 교차하자 눈부신 십자(十字)의 빛이 강하게 번쩍였다.

콰쾅!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고, 장안성 상공이 눈부신 하얀 빛으로 뒤덮였다.

이 순간,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각 종족 수사들은 우뚝 멈췄다. 그러나 누구도 창공의 하얀 빛을 똑바로 보지 못했고, 하얀 빛 안의 사물은 더더욱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곧이어 광포한 기운이 폭발하고 강력한 영압이 충격을 가하여 이미 폐허가 된 장안성을 완전히 파괴하여 초토화했다.

수많은 수사가 하얀 빛과 폭풍에 휩쓸려 잿더미로 변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진즉 장안성에서 멀리 물러나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심협과 치우의 마지막 싸움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인지를 초월한 그 일격에 삼계의 미래가 달렸음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가 어느 쪽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손오공은 아주 먼 언덕 위에 서서 눈부신 하얀 빛을 바라봤다.

화안금정 신통을 발동한 그의 두 눈에는 금빛이 흘렀는데, 눈시울은 빛에 그을려서 붉게 변해 눈물이 가득했다.

눈부신 하얀 빛에서 거대한 존재가 허공에 서서 손에 도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뒤에 더 많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점점 약해지는 하얀 빛에서 모두의 모습이 나타났다. 심협이 개천부를 들고 가장 앞에 섰고, 섭채주 등이 회색 안개의 보호를 받으며 그의 뒤에 섰다.

‘이겼나?’

손오공은 눈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흐르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신천도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났다.

“아니, 대성! 왜 울고 있는 겁니까?”

강신천은 하얀 빛 안의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손오공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심협 등을 향해 날아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는 점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폭발의 여파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뜨거운 기운이 허공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어 장안성 전체를 차단하고 있었다.

손오공은 뛰어난 육신과 경지로 억지로 뚫고 들어갔다.

그 기의 장벽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장안성의 높은 하늘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검은 균열이 나타나 허공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날 정도의 균열이었다.

“하늘이 갈라졌잖아!”

오채석에서 잉태된 생명인 손오공은 그 검은 균열이 곧 하늘이 찢어진 결과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치우는?”

그는 서둘러 심협 등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심협의 도끼에 맞아서 죽었습니다.”

육화명이 짧게 답했다.

“그놈은 죽을 때도 곱게 죽지 않더군요. 몸이 폭발하더니 하늘에 구멍을 뚫어서 천도의 운공이 불안정해졌습니다.”

백소천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목소리로 씩씩거렸다.

“하늘이 갈라졌으니 혼돈이 밀려와 상고의 대홍수 같은 재해가 일어나고 인간 세상에 비가 그치지 않을 터. 또다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질 거예요.”

섭채주가 눈살을 찌푸리고 개탄했다.

그때였다.

“그건 내가 처리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어. 여러분은 먼저 모든 문파의 수사들을 안심시키고 치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리세요. 투항을 원하는 마족은 살려주고 완강히 저항하는 자는 용서할 것 없습니다.”

심협이 입을 열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평온하여 믿음직한 느낌을 줬다.

“알겠다.”

손오공이 제일 먼저 답하고는 돌아서서 떠나갔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뒤를 따랐다.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전력이 그런대로 온전한 그들은 마족의 반항을 제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힘이었다.

모두가 떠나고 오직 섭채주만이 심협의 옆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심협을 바라봤다. 오늘 하루 동안 기뻤다가 슬펐다가를 수차례 반복한 그녀는 지금도 이 모든 것이 진짜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정말로 이긴 건가요?”

심협은 그녀의 이런 모습에 미안한 듯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자신의 뺨에 대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제야 섭채주는 이것이 현실임을 실감했다.

“이제 다 끝났어. 치우는 혼백이 소멸했으니 영원히 삼계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다만 하늘에 구멍이 났으니 내가 가서 고쳐야만 해. 안 그러면 천하(天河)가 쏟아져 인간 세상에 다시 재앙이 몰려올 거야.”

심협이 웃으며 말했다.

섭채주가 기대며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힘찬 심장 소리가 들려오자 또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있어 줘요”

심협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으니 걱정하지 마.”

잠시 후, 섭채주는 눈물 가득한 얼굴로 심협의 품에서 떨어졌고, 그가 갈라진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심협은 십이품의 검은 연대 위에 가부좌를 한 채, 산하사직도를 손에 들고는 하늘을 가른 무시무시한 균열 사이로 사라졌다.

* * *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장안성 밖에는 대량의 벽돌과 목재를 실은 수레들이 새로 단장한 여덟 개의 넓은 길을 이용하여 폐허가 된 성터로 모여들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모두가 모여서 원래 있던 자리에 장안성을 세울 것인지를 두고 회의를 열었다. 이곳이 너무 크게 훼손됐고 음령(陰靈)과 죽음의 기운이 짙으니 성을 다시 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반대로 장안성은 몇 번의 마족의 침입을 받고 이겨낸 영웅의 성이기에 이곳을 음령이 가득한 전쟁의 유적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의 수도 많았다.

다만 어느 쪽이건 장안성 재건 비용 얘기가 나오자 침묵했다.

단순히 성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그전에 음혼을 깨끗이 정화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해도 만만찮았다.

게다가 이번 대전은 사대부주의 거의 모든 종문을 휩쓸어서 모두가 힘든 시기였기에 여력이 없었다.

결국 원천강이 장안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천도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누군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손을 휘두르자 맑은 바람이 장안성 폐허에 있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전부 쓸어버렸다. 음혼들은 너무도 간단하게 명부로 사라졌다.

그는 당연히 심협이었다.

심협은 석 달을 걸려 개천부를 연화하고 혼돈의 힘으로 하늘을 고쳤다. 게다가 자신의 대도 경지를 소모하여 천도를 안정시킴으로써 삼계 핵심의 법칙 재건을 도왔다.

사람들은 그의 주도로 결국 장안성을 재건하여 세상에 이 힘든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기로 했다.

심협은 마족과 일부 요족의 후속 처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모든 일을 대당 관부와 천정, 영산 등 각 종문에 맡긴 뒤 혼자서 홀연히 떠났다.

* * *

7년 뒤, 신마의 우물 깊은 곳. 희미한 그림자가 그 흑백의 거대한 산 정장에 나타나더니 소용돌이를 향해 절을 했다.

“보고드립니다. 치우가 실패했습니다.”

창궁의 눈 존재 같은 소용돌이가 천천히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거대한 얼굴 하나가 소용돌이 깊은 곳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이 세계는 새로운 사명을 맞이할 시기가 아직 되지 않은 모양이군. 치우가 너무 성급했다. 기다려라. 경계의 봉인은 이미 느슨해졌으니 진정한 흐름은 이제부터다!”

* * *

춘화현, 춘추관 뒷산.

폐쇄된 골짜기는 춘추관의 금지가 되어 이미 여러 해 동안 폐쇄되었다.

골짜기 안에 녹음이 우거지고 구불구불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초가집 하나서 서 있다.

소박하지만 초라하지 않은 초가집 앞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꽃이 활짝 펴 나비들이 춤을 추었고, 집 뒤에는 푸른 채소가 무성하게 자랐다.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집 뒤뜰의 긴 의자에 누워 얼굴을 부채로 덮은 채 단잠에 빠져 있었다.

한데 그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켜 앉자 부채가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밭에 물을 대던 아내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더니 이마 앞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물었다.

“벌써 7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꿈인가요?”

남자가 똑바로 앉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거대한 눈이 마치 내 머릿속에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꿈을 꿀 때마다 그것에 삼켜져 버리니…….”

“똑같은 꿈이었나요?”

아내가 버릇처럼 물었다.

“아니, 이번에는 화령자를 봤어. 그가 천궁의 눈에서 날 기다린다고……. 이 세계의 진상이 곧 강림한다면서..... 그리고 매우 낯선 세계도 봤어.”

“낯선 세계요?”

“밤에도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집들이 즐비하고 또 길이 종횡무진으로 교차하고 있었어. 온갖 강철 이수가 서식하는 세계인데, 그곳의 무언가가 날 부르는 것 같았어.”

그때, 한 줄기 검광이 허공을 뚫고 날아와 산골짜기 결계 밖에 멈췄다.

그가 손을 들자 검광이 그의 손에 떨어졌는데, 안에는 서신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천궁의 눈이 움직이기 시작함.

수색하던 육화명, 부동래, 백소천 실종.

속히 돌아오기 바람.’

< 완 결 >

그동안 < 대몽주(大梦主) >를 구독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작가忘语(왕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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