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1209화 (1,208/1,214)
  • 1209화. 다섯 번째 마혼

    심협은 크게 안도하며 대진 안으로 몸을 날렸다.

    섭채주와 원천강 등 회복 신통에 능통한 사람들이 곧바로 그에게 각종 회복 신통을 시전했다.

    심협의 몸이 찬란하게 번득이며 천지영기가 몰려와 순수한 법력으로 변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심협은 방금 전보다 두 배는 빠르게 법력을 회복했고, 어느새 3할 정도 모였다.

    원천강은 심협의 본명원기도 크게 소모된 것을 보고는 입에서 순수한 초록색 빛을 뿜어내 그의 단전에 떨어트렸다.

    심협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더니 본명원기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는 원천강에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한편, 봉마대진인 현황무극진이 혈무들을 차단하자 치우는 더는 흡수할 수 없게 됐다.

    “이놈들!”

    치우가 대노하더니 아직 환영 같은 양손으로 허공을 쥐었다. 그러자 열 개의 검은색 초승달이 금색 사슬을 향해 날아갔다.

    콰직! 콰지직!

    연이은 파열음과 함께 10여 개의 금색 사슬이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이를 본 심협은 법력을 완전히 회복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려 개천부로 다섯 개의 검은 초승달을 막았다.

    그가 다른 손을 휘두르자 공간 법칙의 은빛이 나머지 다섯 개의 검은 초승달을 감싸고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보자!”

    치우가 차갑게 비웃더니 양손을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두 줄기 굵은 혈광이 뿜어져 나가며 두 개의 핏빛 초승달로 변해 금색 사슬을 모조리 끊으려 했다.

    치우가 익힌 수백 가지 법칙의 힘이 모두 이 두 개의 핏빛 초승달에 담겨 있었기에 이전의 초승달 공격과는 그 위력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심협은 굳은 얼굴로 양발에서 은빛을 반짝이며 초승달 앞을 막아서고는 개천부를 내리쳤다. 이와 동시에 소매에서 공간 법칙의 힘을 산하사직도에 모조리 주입했다.

    산하사직도가 촤라락 펼쳐지더니 순식간에 다른 핏빛 초승달을 쫓아갔고, 은하수 같은 은빛을 뿜어내 휘감았다.

    천도지보인 산하사직도에 심협의 방대한 법력과 공간 법칙이 더해지자 핏빛 초승달로도 부수지 못했다.

    심협과 치우는 동시에 몸을 크게 떨었지만, 또 거의 동시에 안정을 찾았고, 전력으로 각자의 신통을 시전하여 상대를 죽이려 했다.

    두 개의 방대한 법칙의 힘이 요란하게 맞서자 주위의 허공이 견디지 못하고 갈라져 현황무극진이 허공의 난류에 휩쓸렸다.

    현황무극진은 상고의 기진이라 난류가 아무리 강해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진원자와 원천강 등은 이 난류에도 당황하지 않고 법칙의 힘을 있는 대로 현황무극진에 주입하여 최선을 다해 심협을 도왔다.

    현황무극진이 이전보다 몇 배나 빠르게 운공되면서 진 안의 금빛이 회전하는 속도도 더 빨라지자 조금씩 금색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이어서 현황무극진이 갑자기 떨리더니 금색 소용돌이에서 강력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심협과 치우의 법칙의 힘을 감쌌다.

    휙!

    바람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법칙의 힘이 소용돌이에 흡수되자 현황무극진이 강렬하게 떨리더니 투명하게 변해 폭죽 같은 금빛을 뿜어냈다.

    진 안의 모든 사람은 물론이고 심협과 치우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터라 모두가 크게 당황했다.

    이때, 현황무극진이 갑자기 허공의 난류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모두의 눈앞이 흐려졌는데, 이는 심협과 치우의 법력이 온전한 상태여도 내지 못할 속도였다.

    원천강은 안색이 크게 변해 전력으로 현황무극진을 결인하여 모든 것을 안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현황무극진은 점점 더 빨라져서 주위 세계가 빠르게 변했고, 본래 화려한 색의 허공 난류도 갑자기 하얀색으로 변하여 천지가 돌기 시작하자 막을 방법이 없었다.

    모두가 신비한 통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고,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현황무극진은 잠시 후 백색 통로에서 벗어나 서서히 잠잠해졌다.

    심협과 치우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신비한 이 공간에는 허공 난류가 어느새 사라졌고, 곳곳이 오색찬란한 빛으로 가득하여 마치 꿈속 세계 같았다.

    확연히 다른 법칙의 힘이 깃든 오색찬란한 빛이 천천히 추위로 퍼져 나갔다.

    그때, 이 오색 공간 깊은 곳에서 갑자기 거대한 이상(異常)이 일어나더니 오색찬란한 태양이 떠올랐다. 주위의 오색찬란한 빛은 이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현황무극진은 법칙의 힘을 바탕으로 하기에 곳곳이 법칙의 힘으로 가득한 곳에 도착하자 이 힘들을 흡수하여 더 강력하게 치우를 가뒀다.

    ‘여기는 어디지?’

    심협이 이 광경을 보고는 안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는 의아해했다.

    “아마도 이곳은 삼계의 핵심이자 삼천대도의 기원지이며 모든 법칙의 힘이 탄생한 곳인 듯하군.”

    원천강이 차분히 설명했다.

    “삼계의 핵심이라고요? 원 국사께서는 이곳에 와보신 적이 있습니까?”

    심협은 처음 들어보는 말에 호기심이 일어 물었다.

    “그저 신농 선배의 서책에서 기록을 봤을 뿐이라오. 노년에 이곳에 와서 대도의 기원지를 관찰하고는 현황무극진을 창안하셨다고 들었소. 아무래도 방금 심 도우와 치우가 서로 법칙의 힘을 충돌시키면서 현황무극진의 위력이 강해져 천도의 장벽을 넘어 우리를 이곳으로 전송한 모양이오.”

    심협이 대천존의 경지로 올라선 이후로 더는 소우라 부를 수 없게 되었기에 원천강은 달라진 말투로 차분히 설명했다.

    치우는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태양을 보더니 갑자기 껄껄 웃어댔다.

    이어서 그가 오른손을 들자 손바닥이 검게 번쩍이더니 팔면체의 검은 수정이 만들어졌다. 안에서 검은 빛이 서로 충돌하며 강렬한 공간 법칙의 기운을 뿜어냈다.

    이 기운의 영향으로 주위의 허공이 무너져 내리고 찢어지면서 검은 균열이 생겨났다. 뒤이어 치우가 양손을 모으자 검은 팔면체의 수정이 양손 중앙으로 몰려와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위의 기운이 폭증하더니 양손 사이의 공간이 끊임없이 부서지고 소멸했다. 반면 팔면체의 검은 수정은 빠르게 압축되고 변형되어 거대한 검은 창으로 변했다.

    창은 광망이 어두워 석기처럼 거칠어 보였지만, 뿜어내는 기운만큼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치우가 검은 창을 잡더니 불쑥 어딘가를 찔렀다.

    심협도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모두 조심하시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창은 곧장 공간을 뛰어넘어 허공의 장벽을 뚫고 고화령의 몸을 꿰뚫었다.

    치우의 법칙의 힘이 천존 고수가 아닌 고화령을 찌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에 경악했다.

    치우가 창을 거두자 창끝에 찔린 고화명의 몸도 함께 그에게 끌려갔다.

    “안 돼!”

    육화명이 두 눈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는 목숨조차 신경 쓰지 않고 고화령을 쫓아 몸을 날렸다.

    고화령은 창에 찔리는 순간 공간의 힘에 갇혀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간신히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육화명을 바라봤다. 눈에 맺힌 눈물마저 공간에 갇혀 흐르지 않았다.

    “이제 돌아올 때다.”

    치우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고화령의 몸이 빠르게 쪼그라들었고, 피와 살이 시들어 그대로 잿더미가 되었다. 마지막에 남은 혈홍색 두개골만 창끝에 매달렸다.

    “설마……?”

    심협은 불길한 추측에 섬뜩해졌다. 그의 시선에 혈홍색 두개골을 맴도는 검은 안개가 보였다. 분명한 마혼이었다.

    치우가 창을 들어 올리자 혈홍색 두개골이 바로 날아가 그의 체내로 녹아들었고, 그 마혼은 미간으로 날아들었다.

    “화령!”

    육화명이 고함을 지르며 미친 듯이 치우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목숨조차 신경 쓰지 않고 치우에게 복수를 할 생각뿐이었다.

    “육 형, 안 되오!”

    심협이 다급히 그를 말렸다.

    육화명은 눈이 붉게 번득였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기에 앞을 막은 심협에게 검을 휘둘렀다. 검광이 폭증하고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심협은 몸에서 공간 법칙의 파동을 번쩍이며 슬쩍 피하고는 육화명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강제로 신념을 그의 식해에 주입하여 실성한 신혼을 가라앉혔다.

    “고 도우는 치우가 찾던 마지막 원골마기이자 다섯 번째 마혼의 환생이었소. 그러니…… 어리석은 짓은 마시오.”

    심협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육화명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육화명은 그 말을 듣자 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굳었고, 이성도 조금씩 돌아왔다. 다음으로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공허하게 비어버린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초점 없는 눈동자로 하염없이 앞을 내다봤다.

    “육화명! 지금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 치우가 죽지 않았어. 삼계의 화가 코앞에 다가왔으니 어리석게 굴지 마!”

    심협이 주먹으로 가슴을 치자 육화명은 크게 비틀거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시선은 점점 뚜렷해졌고, 공허함은 증오로 바뀌었다. 느슨해졌던 그의 손은 힘껏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심협은 자신이 알던 육화명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는 안도했다.

    그때, 뒤에서 치우의 포효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치우의 기운이 폭증했고,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 주위와 충돌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를 제압하고 있던 현황무극진도 이 광포한 기운에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치우는 마지막 원골마기와 마혼이 본체로 돌아오자 육신과 혼백이 전부 회복되어 완전한 절정 상태의 실력을 되찾았다.

    “지금 투항한다면 살려줄 것이나 저항하는 자는 영원히 소멸할 것이다.”

    치우가 검은 창으로 앞을 가리키더니 천둥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고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치우의 위압은 너무도 강력했는데, 이는 단순한 심령의 압박이 아니라 실제로 신혼과 경지 등에 충격을 주는 실체화된 압박이었다.

    경지가 가장 약한 무만아는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이에 옷자락을 꽉 쥐며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켜야 했다.

    백소천이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무만아는 갑자기 위압감이 크게 줄어들자 고개를 들었는데 백소천의 등이 보였다. 그녀는 감사의 눈길을 보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현황무극진을 발동하는 자들은 하나같이 각 문파 제일의 제자였기에 치우의 강력한 위압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치우와 마족이 통치하는 세상을 목격한 바 있기에, 그런 세상은 진정한 인간 연옥(煉獄)임을 알고 있었다. 투항하여 그런 연옥에서 살아가느니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나았다.

    “좋다, 그럼 남김없이 죽여주마.”

    치우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내뱉고는 검은 창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검은색 창이 허공을 뚫고 공간의 균열에 단단히 박혔다.

    곧이어 치우는 발을 들어 올리더니 강하게 땅을 디뎠다.

    쿠쿵!

    그 순간, 검은 빛이 발아래에서 확장됐고, 곧이어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굉음과 함께 발아래 허공이 순식간에 거대한 골짜기처럼 갈라졌다. 동시에 주위의 허공이 부서지면서 공간의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휘몰아쳤고, 대량의 공간 균열이 거미줄처럼 빼곡하게 퍼져 나갔다.

    강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자 현황무극진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빛이 어지러워졌다.

    대진을 유지하던 이들은 모두 그 충격에 몸이 크게 흔들려 버티기 힘들었다. 치우를 제압하지 않으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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