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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208화 (1,207/1,214)

1208화. 원골윤회(源骨輪回)

심협 등 뒤의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여섯 개의 검은색 초승달이 튀어나와 그의 몸 곳곳을 노렸다.

천지영에는 치우의 법칙의 힘이 담겨 있어 멀리서도 조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협은 이 모든 것을 미리 본 것처럼 몸이 다시 사라졌고, 검은 침과 반월은 허탕을 쳤다.

“역시 미래를 엿보는 신통이었군! 천몽침인가. 허나 아무리 많은 보물이 있다 해도 실력 차는 극복할 수 없지. 이만 죽어라!”

치우가 차갑게 비웃고는 다시 날아오며 손을 뒤집었다.

수많은 검은 실이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가 심협을 뒤덮었다. 미소가 이전에 시전했던 백사 신통이었다.

이 실들에는 여러 종류의 법칙의 힘이 담겨 있어서 미소가 시전했을 때보다 몇 배는 강하고 훨씬 빨라서 순식간에 심협의 몸을 겹겹이 휘감았다.

이렇게 되자 오히려 치우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엿보는 신통이 있는 심협을 이리 쉽게 속박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강한 신통을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엿보는 신통은 오랫동안 쓸 수 없는 것인가?’

치우는 의문이 들었지만, 주저하지는 않았다. 여섯 개의 팔과 수많은 손톱에서 차가운 검은 빛이 번뜩이며 꽁꽁 묶여 있는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서른 개의 검은 초승달이 날아갔는데, 그 위력은 천지영 신통보다 조금 약하긴 해도 훨씬 빨랐다.

그 순간, 심협 주위의 백색 대하가 갑자기 거꾸로 밀려오면서 치우의 몸을 휘감았다.

콰쾅!

굉음과 함께 하얀 빛줄기가 검은 실에서 하늘 높이 솟구치자 주위에 여덟 개의 하얀 균열이 나타났다. 동시에 그곳에서 방대한 시공의 힘이 뿜어져 나와 백색 빛줄기에 녹아들었다.

서른 개의 검은 초승달은 백색 빛줄기에 닿자마자 바로 튕겨 나갔다.

치우 역시 빛줄기와 충돌해 몇 걸음 밀려났다.

그때, 백색 빛줄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심협이 양손으로 허공을 잡았다. 그러자 대하에서 수십 개의 자갈이 갑자기 커지더니 사람처럼 생긴 환영이 되었다. 모두 심협의 환영이었다.

“와라!”

짧게 외치자 모든 환영이 날아서 그의 몸으로 녹아들었다. 동시에 심협의 기운이 증폭하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대천존 중기에 도달했다.

“시간의 홍수에서 다른 시간대의 자신을 소환해 경지를 높인 건가?”

치우는 한층 진중해진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나 미간에 세로로 붉은 자국이 나타나더니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혈홍색 눈이 생겨났다.

“가라!”

치우가 결인을 마치자 혈홍색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핏빛 정광이 뿜어져 나갔다. 마수수가 시전한 바 있던 훼멸지광이었다.

훼멸지광이 빠르게 백색 빛줄기를 향해 날아갔다.

혈광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백색 빛줄기를 관통했고, 곧장 심협에게로 향했다.

심협은 훼멸지광의 일격을 슬쩍 피하고는 오른손에서 하얀 빛을 쏘아 보내 다시 백색 대하에 넣었다.

치우의 추측대로 심협은 옥침의 힘을 통해 시간의 강에서 과거의 자신을 소환하여 경지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치우를 완전히 꺾을 확신은 없었다.

심협은 이제 과거의 자신이 아니라 미래의 자신을 불러내려 했다. 백색 대하가 우르릉거리며 떨리기 시작하자 주위의 허공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어느 순간, 심협이 오른손을 힘겹게 잡아당겼다.

“어림없다!”

치우가 양손으로 기이한 법인을 맺으며 외치자 혈홍색 눈의 혈광이 더 강해지더니 수십 개의 훼멸지광이 날아가 심협과 주위를 맹폭했다. 그는 지금 심협이 백색 빛줄기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어도 효과적으로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때였다.

쾅!

굉음과 함께 반회반백(半灰半白)의 환영이 백색 대하에서 날아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몇 줄기 훼멸지광이 그 환영 앞에서 빠르게 녹아들어 사라졌다.

“이럴 수가!”

처음으로 치우의 안색이 돌변했다.

훼멸지광도 수십 종류의 법칙의 힘을 융합해 만든 것으로, 그 위력이 천지영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음에도 회백의 환영에 녹아 없어진 것이다.

그 순간, 심협이 결인하자 회백의 환영도 그의 몸으로 녹아들었다. 그러자 기운은 더 폭증하여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아 대천존 후기에 이르렀고, 대천존 절정에 한없이 가까워졌다.

“미래의 내가 이렇게 강하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양손을 내려다봤다.

반면 치우는 경악하며 도망치려 했다.

“어딜 가려는가?”

심협이 피식 웃으며 한 걸음 내딛더니 순식간에 치우 앞에 나타나 가로막았다.

치우의 미간에서 혈홍색 눈이 혈광을 번득이자 굵직한 혈광이 심협에게로 날아갔다.

퍼펑!

심협이 가볍게 개천부를 휘두르자 훼멸지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이 도끼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치우는 매우 놀라 서둘러 양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대인과 깃발, 법장, 비검 등 백여 개의 마보가 일제히 날아갔다.

심협은 체내의 법력과 법칙을 개천부에 쏟아부었다. 그러자 검은 부광이 폭증했다.

마보들은 개천부와 충돌하자마자 터져 나가 심협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모조리 사라졌다.

“이제 끝내자!”

심협이 짧게 외치며 팔을 휘두르자 신부(神斧)가 검은 환영이 되어 순식간에 치우의 머리 위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내려찍었다.

콰지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치우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고, 머리는 가루가 되면서 도망칠 틈도 없이 신혼이 완전히 소멸하였다.

심협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신혼이 소멸했으니 치우가 제아무리 불사불멸지체라고 해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두 줄기 화룡이 뿜어져 나가 치우의 동강 난 몸을 휘감았다.

이 화룡들은 순양비검 안의 본명천화로, 지금 심협의 경지로 발동하면 천지를 불태울 수 있는 위력이었기에 견고했던 치우의 몸도 단숨에 잿더미가 되었다.

심협은 그제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그 순간, 심협은 갑자기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며 주저앉았다.

그의 몸에서 하얀 빛이 빠르게 번쩍이더니 환영들이 몸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사라졌다. 회백의 환영도 마찬가지였다.

심협의 기운이 빠르게 쇠락하여 순식간에 원래의 경지로 돌아왔다. 그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숨을 헐떡였다.

그때였다.

“대단한 신통이구로나. 내가 미리 대비하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네 손에 죽었을 것이다.”

갑자기 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은 번개라도 맞은 듯 번쩍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붉은 빛이 날아왔다. 그 안에는 다섯 조각으로 부서진 혈홍색 비검이 들어 있었다. 방금 개천부가 부쉈던 마보였다.

다섯 조각의 검이 혈광으로 번득이자 법장과 뼈 피리, 조도, 뼈 접시 그리고 면구가 나타났다. 바로 다섯 개의 핏빛 원골 마기였다.

“원골윤회도!”

심협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 쉽게 죽을 치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상대는 진즉 대비를 해둔 것이다.

“원골윤회도를 알고 있는가? 헌원 그놈을 만난 모양이로군. 그놈도 살아 있을 줄이야. 심협, 널 죽인 다음에 그놈을 찾아가 네 안부를 잘 전해주마!”

핏빛 면구에서 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섯 개의 원골마기에서 하늘을 찌르는 혈광이 솟구쳤다. 근처의 천지영기와 마기가 일제히 몰려와 이 원골마기에 녹아들었다.

원골마기의 붉은 빛이 서로 연결되자 순식간에 핏빛으로 번쩍이는 사람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는 심협을 무시한 채 양손을 아래로 향했다.

그의 몸에서 혈광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 거대한 핏빛 태양처럼 변하더니 짙은 혈광이 남첨부주 전체를 뒤덮었다.

장안성의 대군도 혈광이 뒤덮였다. 인, 선 두 종족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마족 대군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이 빠르게 녹아내렸고, 혈무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불과 몇 호흡 만에 마족의 3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실력이 강한 마족의 몸도 끊임없이 안개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연맹 수사들은 이를 보고는 놀랐지만, 이내 마족 대군이 사라지는 모습에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낙관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진원자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구천은 너무도 멀어서 진원자 같은 천존의 존재조차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 혈광은 매우 기이하니 위에서 분명히 큰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습니다. 내 보기에 분명 치우의 소행일 것입니다.”

“치우의 소행이라고요?”

그때 몇몇 둔광이 원천강에게로 속속 날아왔다. 섭채주와 손오공, 육화명, 백소천 등이었다. 마족의 고수들을 해결한 연맹의 태을 경지 이상의 수사들이 계속해서 모여들었다.

원천강이 손을 꼽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치우의 소행이오.”

“오라버니…….”

섭채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심 도우가 대천존의 경지에 들어서긴 했으나 상고 마두인 치우와는 격차가 있소. 마족의 존자들은 다 해결했으니 도우러 갑시다!”

진원자가 말했다.

“좋습니다. 다만, 만일을 대비해 현황무극진을 타고 가도록 하죠.”

“호천 상제와 여래 불조가 없으니 손 도우가 두 사람 중 한 명을 대신해도 아직 한 명이 부족합니다.”

“섭 도우는 아직 천존의 경지가 아니지만 열두 조무의 힘을 융합할 수 있고 도천신살대진을 발동할 수 있으니 원기의 양도 천존 초기 수사 못지않을 겁니다. 잠깐 현황무극진을 발동하기에는 문제없겠지요.”

원천강의 말에 진원자가 놀란 표정으로 섭채주를 바라봤다.

“정해졌으면 서두르시죠.”

섭채주가 서둘러 말하고는 현황무극진의 진안에 올라타 전력으로 무신결을 운공했다.

열두 개의 도천신살진기가 주위에 나타나 맴돌자 방대한 무마(巫魔)의 힘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그녀가 있는 진안 근처의 진문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진원자와 손오공은 씩 웃더니 각자 진안으로 올라갔고, 다른 수사도 진도로 들어갔다.

원천강이 발동하자 현황무극진은 하늘로 올라갔다.

구천의 하늘.

심협은 전력으로 반고진공을 운공했다. 혼돈흑련의 뿌리가 땅속 신마의 우물과 연결되어 영기와 마기가 성난 파도처럼 공중으로 전달되었다. 그러나 대천존의 경지에 들어선 뒤라 법력의 양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혼돈흑련이 있다고 해도 이전처럼 빠르게 회복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방금 연속으로 옥침을 사용하여 본명원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터라 회복은 더욱 어려웠다.

수많은 혈무가 혈광을 타고 올라와 핏빛 존재에 녹아들자 치우의 몸이 빠르게 굳어졌다. 심협보다 더 빨리 회복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급해진 심협은 무리가 되더라도 공격하려는 생각에 개천부를 들었다.

그때, 촤르륵 하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오더니 수많은 금색 사슬이 빠르게 날아와 번개처럼 치우의 몸을 휘감았다.

현황무극진이 번쩍이며 치우의 발아래 나타났다. 원천강과 진원자, 손오공, 섭채주 등이 전력으로 대진을 운공하고 있었다.

법칙의 힘이 뒤엉킨 커다란 그물이 치우의 몸을 속박하고 있었다.

“심 도우, 괜찮으시오?”

원천강이 심협을 보며 물었다.

“네, 제때 와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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