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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207화 (1,206/1,214)
  • 1207화. 봉천쇄(封天鎖)

    한편, 모든 마존이 사라지자 마족 대군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그 틈에 장안성과 여덟 개의 산을 지키던 연맹의 수사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아홉 방향에서 마족 대군을 공격했다.

    지휘관을 잃은 마족 대군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그때, 처절한 전쟁터 어딘가의 허공이 미약하게 흔들리더니 주먹만 한 검은색 혼광(魂光)이 나타나 죽은 마족의 시체를 향해 날아갔다.

    “아직도 살아있다니!”

    원천강이 흠칫 놀라며 곧장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그때, 다리 여섯 개에 날개는 네 개가 달린 검은 허상이 하늘에서 내려와 번개처럼 그 혼광을 붙잡았다.

    허상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섭채주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그 혼광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이 금빛으로 빛났다. 바로 후예의 금정 신통이었다. 무신결을 대성한 이후로 이 신통의 위력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공간을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심협은 섭채주에게 이미 언질을 주었다. 마수수는 치우 마혼의 전생이니 항상 주의하라는 경고였다. 이에 섭채주는 금정을 마수수에 고정해두었다. 덕분에 한 발 빨리 이 혼광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열두 조무 중 제강의 형태로 변하여 날아온 것이다.

    “섭 도우, 난 이미 치우의 통제에서 벗어났으니 더는 마혼의 환생이 아니오. 나와 심 도우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검은색 혼광에서 마수수의 얼굴이 나타나더니 애원했다.

    섭채주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등 뒤에서 검은 빛이 일렁이더니 호랑이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채, 검은 뱀을 쥔 조무의 허상이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서 갑자기 자흑색 번개가 뻗어 나와 검은 혼광을 뒤덮었다.

    이것은 뇌의 조무 강량(强良)의 본명 무뇌(巫雷)로, 혼체를 파멸시키는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검은색 혼광은 계속해서 무너지며 빠르게 줄어들었다.

    “난 심협의 오랜 벗이란 말이다! 날 죽이면 그가 슬퍼할…….”

    마수수의 표정이 급변하며 애원했으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섭채주가 다섯 개의 무뇌를 손끝에서 쏘아 보냈다. 이 무뇌는 검은색 혼광을 관통했다.

    “독한 년! 내게 심협을 빼앗길까 봐 두려운 것이냐!”

    마수수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표독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섭채주는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마수수의 신혼을 잡으면 그녀의 궤변을 듣지도, 인정을 베풀지도 말고 곧바로 부수라는 것 또한 심협의 당부였다. 마수수와 벗이었던 것은 맞지만, 마혼의 환생인 데다 마족에 투항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인정을 베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섭채주가 손에 힘을 주자 자흑의 무뇌가 맹렬하게 폭발했고, 뇌구가 검은 혼광에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완전히 파괴했다.

    섭채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돌아서서 마족 대군을 향해 돌진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마족에게로 달려들었다.

    모든 마존이 전멸했으니 이 싸움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 * *

    구천의 하늘. 심협과 치우는 여전히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현재 치우의 형태는 크게 변한 상태였다. 몸은 산처럼 거대했고, 양 뺨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자라나 있었다.

    옆구리에는 네 개의 굵은 팔이 생겨났는데, 검은색 비늘로 뒤덮인 데다 차갑게 번득였다. 이 팔들은 각각 거대한 검은 추와 칠흑 같은 대검, 암금색 방패와 회색 사슬을 들고 있었다.

    핏빛 전도, 검은 추, 칠흑 같은 마검에서 실제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와 허공을 가르자 공간이 들끓었다.

    심협의 몸은 흑백의 두 가지 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반고진공으로 치우 못지않은 거인으로 변신한 상태였으며, 온몸에 거대한 비늘이 가득했다.

    개천부는 거대한 도끼가 되어 치우의 세 개의 마병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치우는 변신한 후로 기운이 몇 배나 폭증하여 개천부를 들고 있음에도 심협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반고진공의 현묘함과 음양조화도가 아니었다면 이미 중상을 입었을 터였다.

    이때, 치우 주위의 허공이 소리 없이 갈라지더니 반투명한 검은 그림자가 빠져나왔다. 방금 섭채주의 손에 죽은 마수수의 마혼이었다.

    검은 그림자 주위에는 수십 개의 빛이 감돌았는데, 마수수가 앞서 모았던 수십 종의 법칙의 힘이었다.

    마혼과 법칙의 힘이 그의 몸으로 스며들자 마광이 솟구쳤고, 기운은 더욱 강해졌다.

    “쓸모없는 것! 수십 개의 법칙의 힘을 모으고 천지영(天之影)과 훼멸지광을 전수해줬음에도 고작 천존 몇 명에게 패하다니!”

    치우는 싸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반면 심협은 그 검은 그림자의 내력을 알아보고는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어서 그가 선마의 힘을 개천부에 주입하자 허공을 무너뜨릴 법한 무시무시한 기운이 거대한 도끼에서 폭발했다.

    치우의 정신이 딴 데로 쏠린 틈에 그는 개천부를 강하게 내리쳤다.

    반경 만 리의 천지영기가 솟구치며 개천부로 주입되자 매우 기다란 초승달 같은 부광(斧光)이 반짝이는 부문이 위에 피어나더니 황홀한 빛을 뿜어냈다. 대천존 경지에 들어서고 반고진공으로 변신한 끝에 심협은 마침내 개천부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천부의 일격에 구천의 하늘이 절반으로 갈라졌다.

    치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도와 추, 검에서 마광을 뿜어내 초승달의 부광을 막았다.

    꽈르릉!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치우의 무기들이 부서졌고, 치우도 뒤로 날아갔다.

    반면 초승달은 부광이 조금 줄어들긴 했어도 속도는 느려지지 않아 그대로 치우를 베려 했다.

    그 순간, 훼멸 법칙이 치우를 뒤덮었고, 마족의 시조도 신혼이 얼어붙는 듯한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부릅뜬 치우는 더는 물러나지 않고 한쪽 팔을 움직였다. 회색 사슬이 순식간에 길어져 부광을 휘감았다.

    회색 사슬에서 천지를 봉쇄할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순간 검은 부광이 그 자리에 멈췄다. 다만 회색 사슬에도 균열이 나타나 곧 부서질 것 같았다.

    “봉천쇄(封天鎖)!”

    심협은 이 회색 사슬을 알아봤다.  헌원 잔혼이 동해지연에서 치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다.

    이 봉천쇄에는 강력한 봉인의 능력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개천부의 공격까지 막아냈다.

    다행히 이 보물은 이미 붕괴 직전이었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발아래가 은빛으로 반짝인 순간, 심협은 봉천쇄 옆에 나타나더니 개천부를 휘둘렀다.

    콰직!

    사슬이 둘로 갈라졌고, 뒤이어 치우의 팔도 잘려 나갔다.

    치우의 팔에서 튄 보라색 마혈이 개천부 안으로도 스며들었다.

    개천부가 갑자기 보랏빛으로 번쩍이더니 손에서 벗어나려는 듯 웅웅 떨리자 심협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법력으로 도끼를 진정시켰다.

    이 도끼는 치우에 대항할 수 있는 비기이니 절대로 손상돼서는 안 됐다.

    치우가 차갑게 웃고는 거대한 몸에서 검은 빛을 뿜어내며 그림자처럼 따라왔고, 두 개의 검은 마조로 개천부의 머리와 자루를 쥐었다. 솟구친 마기가 도끼 안으로 들어와 금제를 연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치우의 다른 두 팔은 시커먼 허상이 되어 공격해왔다.

    심협은 흠칫 놀라 금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힘의 법칙이 순식간에 주위를 뒤덮었고, 혼돈흑련의 힘도 발동돼 피부에 수많은 검은 연꽃무늬가 떠올랐다.

    그때, 세 개의 주먹이 날아와 배와 가슴이 꽂혔고, 심협은 피를 토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정혈을 개천부에 뱉어 법칙의 힘을 주입했다.

    콰쾅!

    개천부가 수정 같은 빛을 뿜어내자 치우의 피로 얼룩진 보라색 반점이 빠르게 사라졌고, 더는 떨리지 않았다.

    “갈!”

    심협이 흑백 광망을 뿜어내며 치우의 팔에서 개천부를 빼내고는 곧장 휘둘러 다시 한번 치우의 팔을 베었다. 하지만 치우의 마지막 남은 팔에 쥐어진 암금색 방패가 심협의 얼굴을 가격했다.

    쾅!

    굉음과 함께 심협은 뒤로 날아갔다. 얼굴은 피로 얼룩졌고 시야가 빙빙 돌았다.

    치우의 두 눈이 붉게 빛나자 잘린 두 팔에서 수많은 혈사가 뿜어져 나왔고, 순식간에 새로운 팔이 자라났다. 그는 곧장 심협을 뒤쫓았다.

    치우의 몸에서 마염이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유성 같은 수많은 불꽃이 하늘을 뒤덮으며 심협에게 떨어졌다.

    심협은 반고진공을 운공하여 순식간에 평정심을 되찾고는 공간 법칙을 이용해 수백 리 밖으로 이동했다. 치우의 일격은 허공을 갈랐다.

    ‘생각보다는 상대할 만하군.’

    심협은 그렇게 생각했다.

    삼계에는 이미 오랫동안 대천존의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천존에는 상하의 구분이 없으나, 굳이 나눈다면 자신은 초입이고 치우는 후기에 근접한 중기 정도일 터였다. 그럼에도 승산이 전혀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심협은 시간 법칙과 공간 법칙을 운공하여 단전의 하얀 빛에 주입했다.

    하얀 빛이 흩어지자 옥침이 드러났다.

    양손을 결인하자 옥침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찬란한 빛을 발했다.

    바람 소리와 함께 기이한 하얀 빛이 쏟아져 나와 큰 백색 강을 이뤘는데, 한쪽 끝이 허공 깊은 곳으로 흘러가 어디로 연결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보일 듯 말 듯한 수많은 자갈 같은 것이 큰 강에 떠다녔다. 환상인지 실제인지 모르겠지만, 그곳마다 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시간의 홍수!”

    심협이 강을 보며 중얼거렸다.

    백색 대하(大河)는 옥침에 담긴 시공 법칙의 묘용이다. 그는 마혼의 시간 법칙을 몸에 봉인한 뒤 폐관하여 시간 법칙과 공간 법칙을 동시에 사용해 옥침을 발동한 결과 마침내 옥침 안의 시공 법칙을 완전히 깨우쳤다.

    완전히 각성한 옥침은 시공의 힘을 조종할 수 있어 이제 불가사의한 대신통도 몇 가지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시공의 힘으로 미래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여든한 자루의 순양검을 장안성 부근에 매복시켰다가 구려 거마들을 일망타진한 것도 이 대신통 덕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전한 시간 홍수도 그중 하나였다.

    한편, 치우는 이 광경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영원 같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기이한 광경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심협은 양손을 끊임없이 결인하여 또 다른 신통을 시전하려 했다. 백색 대하가 우르릉거리며 흐르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신통을 쓰건 상관없다! 죽여주마!”

    치우는 다시 포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의 공간 법칙이 녹아든 가슴이 혈광으로 반짝이며 퍼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반경 수천 리를 뒤덮었다.

    혈광에 뒤덮인 모든 공간의 파동이 봉인되어 순간이동 신통을 시전할 수 없게 됐다.

    이어서 치우는 여섯 개의 팔을 교차했다가 휘둘러 체내의 법칙의 힘을 모조리 발동했다.

    길이가 수백 장에 달하는 세 개의 검은 초승달이 뿜어져 나갔다. 어린 모습으로 변한 마수수가 시전했던 신통이었다.

    여러 정류의 법칙을 융합하여 현묘한 변화를 일으키는 현황무극진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치우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천지영’ 신통으로, 체내의 법칙의 힘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었다.

    그가 익힌 법칙의 힘은 무려 백 개가 넘었는데, 그중에는 속도의 법칙도 있었다.

    세 개의 검은 초승달이 마수수가 시전했을 때보다 열 배는 빠르게 날아가 순식간에 백색 대하를 베었다.

    그러나 검은 초승달이 뚫고 지나가도 백색 대하는 마치 환상처럼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치우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팔을 휘두르자 여섯 개의 검은 초승달이 날아갔고, 이번 목표는 심협이었다.

    여섯 개의 초승달은 방금 전보다도 빨라서 그가 팔을 휘두르는 순간 이미 심협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치우가 팔을 들어 올리자마자 심협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수십 장을 가로질러 가볍게 이 공격을 피해냈다.

    “미래를 엿보는 신통인가?”

    치우는 표정이 조금 진중해지더니 여섯 개의 팔을 둘씩 결인했다. 그러자 몸에서 갑자기 검은 빛이 번쩍였고, 칠흑의 침이 빼곡하게 뿜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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