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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206화 (1,205/1,214)
  • 1206화. 혼광(魂光)

    오색 신광이 공격하자 피식 소리와 함께 황색 그물에 큰 구멍이 났고, 그 사이로 빠져나온 여자아이의 미간에서 핏빛 정석이 갑자기 번쩍였다.

    뿜어져 나온 혈광은 곧장 호천 상제를 향해 날아갔다.

    원천강은 예감이 좋지 않아 발아래의 현황무극진을 강하게 밟았다. 수많은 금색 사슬이 진도에서 뿜어져 나와 사슬 벽이 되어 혈광의 앞을 막았다.

    하지만 금색 사슬 벽은 가벼운 소리와 함께 뚫렸고, 호천 상제가 변한 금빛도 곧이어 관통됐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경과 함께 누군가가 금빛에서 떨어졌다. 바로 호천 상제였다. 그의 가슴에는 칠흑 같은 구멍이 생겼고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저 혈광은 분명 평범한 공격이 아니었기에 원천강은 놀라는 동시에 안도했다. 호천 상제의 상처가 크긴 했어도 치명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원천강이 결인하자 초목 형상의 초록색 빛이 호천 상제의 몸으로 들어가며 놀라운 생기를 뿜어냈다. 신농 일맥의 치료 비술, 명귀술(命歸術)로 그의 상처를 치료하려 한 것이다.

    한데 초록색 빛은 호천 상제 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부서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원천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호천 상제 체내의 강력하기 그지없고 또 매우 혼란한 법칙의 힘이 초록색 빛을 찢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칙의 힘이 안에서 생기를 파괴하면서 호천 상제의 몸에는 붉은 반점이 생겨나더니 빠르게 커져서 금방이라도 육신이 부서질 것 같았다.

    원천강이 포기하지 않고 주문을 읊자 초록색 빛이 호천 상제의 몸을 뒤덮었다. 수많은 초목 모양의 녹색 부문이 안으로 침투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신농 녀석의 수단인가? 신농 본인도 제거하지 못했는데 네까짓 게 가능할 것 같으냐. 내 훼멸지광(毁滅之光)에 맞으면 반드시 죽는다. 하하하!”

    여자아이가 차갑게 비웃었는데, 뜻밖에도 치우의 목소리였다.

    이어서 아이가 양손을 펼치자 수백 줄기 혈광이 원천강에게로 날아갔다.

    여래 불조와 진원자는 혈광에 감히 다가올 엄두조차 내지 못해 서둘러 현황무극진 안으로 피했다.

    “속지 마시오! 내 체내에 담긴 지신 법칙의 힘으로 감지한바, 그녀의 원기도 크게 상한 것이 느껴지오. 회복할 시간을 벌려고 호기를 부리는 것이오!”

    호천 상제의 힘겨운 목소리에 진원자와 여래 불조는 바로 고개를 돌려 공격을 퍼부었다.

    붉은색 커다란 정(鼎)이 진원자의 소매에서 나와서 금색 불꽃을 뿜어냈다. 이 불꽃이 넓게 퍼져 나가자 금색 불바다가 강림했고, 백 장 높이의 거대한 불꽃이 여자아이를 향해 휘몰아쳤다.

    불바다가 내려오기도 전에 형언할 수 없는 열기와 화력에 주위의 허공이 치익 하면서 곧장 타버렸다.

    여래 불조가 한 손을 뒤집자 금색 발우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하더니 금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빠르게 커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작은 산만 하게 변했다.

    “아미타불!”

    여래 불조가 불호를 읊으며 결인하자 금색 발우가 흔들리며 산처럼 묵직한 기운을 발산하는 수천 개의 발우로 변하여 폭풍우처럼 쏟아졌다. 발우들은 희미해지더니 여자아이 근처에 나타나 사방에서 몰아쳤다.

    그때, 호천 상제가 여래 불조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리고 그 전음을 들은 여래 불조는 일순 당황했다.

    한편, 여자아이는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지만, 몰려오는 공격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갔고, 이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불바다와 발우는 결국 허탕을 쳤다.

    “조심하시오!”

    여래 불조가 외치며 발로 현황무극진도를 밟자 실제 같은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그가 양손을 합장하자 십이품연대가 머리 위에 나타났고, 수많은 금련이 날아올라 현황무극도의 금빛과 어우러져 난공불락의 금색 광역이 되었다.

    이어 그들의 후방 허공에 여자아이가 나타나더니 검은 그림자가 곧장 금빛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몸은 환영 같아서 금색 광역이 전혀 막아내지 못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래 불조 뒤에 나타나 양손을 교차하며 베었다.

    동시에 검은 초승달이 날아가 여래 불조의 몸을 베었다.

    여자아이는 여래 불조를 신경도 쓰지 않고 진원자를 돌아봤다.

    천책과 달리 십이품연대는 방어지보라 여래 불조는 치우 본인이 온다 해도 일격에 부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무사했으나, 그녀의 진짜 목표는 진원자였다. 반월 공격은 여래 불조의 신경을 돌리는 수단일 뿐이었다.

    그녀는 뇌정 수단으로 진원자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여래 불조는 십이품금련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 이에 피식 소리와 함께 여래 불조도 몸이 갈라졌고, 금색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 광경을 본 여자아이는 당황했다.

    그때, 허공에 떠 있던 십이품금련이 갑자기 번개처럼 내려와 여자아이의 머리 위에 멈췄고, 만 줄기의 금빛을 뿜어내 순식간에 구형의 금색 보호막을 펼쳤다. 여자아이를 가둔 금색 공 같은 보호막 위로는 수많은 불문이 반짝거렸다.

    깜짝 놀란 여자아이는 검은색 허상으로 변하여 멀리 달아나려 했지만, 금색 보호막에 닿는 순간 펑 하며 튕겨 나갔다.

    이전처럼 뚫고 갈 수 없자 여자아이는 신중한 표정으로 양팔에서 검은 빛을 뿜어냈다. 그 반월 신통을 시전하려는 것이었다. 여래 불조가 어째서 중상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가둬두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일임은 분명했기에 빨리 벗어나려 했다.

    한데 그때, 누군가가 옆에서 날아오더니 가볍게 금색 보호막을 관통했다. 바로 호천 상제였다.

    몸의 균열은 몇 배나 커졌고 머리에도 커다란 붉은 자국이 생겨 상황이 극도로 안 좋아 보였으나, 호천 상제의 손에서 혼돈뇌인이 빠져나가 보라색 뇌전이 되어 여자아이의 머리로 향했다.

    “호천 상제, 죽으러 왔더냐!”

    여자아이는 싸늘한 얼굴로 뇌까리며 재빨리 혼돈뇌인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훼멸지광의 술법도 중단되었다.

    “죽어라!”

    아이는 양손을 교차하며 검은색 반월을 내던졌다. 반월은 호천 성제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호천 상제는 피하지 않았다. 검은 초승달에 몸이 두 동강 나면서도 그는 두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그러자 두 개의 거대한 금색 손이 뿜어져 나와 여자아이의 몸을 움켜쥐었다.

    “잡았다! 이제 도망칠 생각은 말아라!”

    호천 상제는 외침과 함께 여자아이에게 달려들었고, 양팔에서 수많은 금빛을 뿜어내며 꽉 끌어안았다.

    혼돈뇌인이 날아오더니 두 사람 머리 위에 멈췄다.

    콰쾅!

    혼돈뇌인에서 뇌광이 번쩍이자 마치 뇌전의 태양처럼 변해 파멸의 기운을 뿜어냈다.

    “혼돈뇌인의 자폭으로 동귀어진할 셈이냐!”

    “내 비록 네놈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치우의 한쪽 팔일 터! 본제는 어차피 더 살 수 없으니 함께 죽자꾸나! 하하하!”

    호천 상제가 껄껄 웃더니 혼돈뇌인을 향해 정혈을 뱉어냈다. 그러자 혼돈뇌인의 빛이 더 밝아지면서 균열이 떠올랐다.

    “나를 소멸시키겠다고? 어림 없다!”

    아이가 차갑게 비웃는 순간, 미간의 정석이 갑자기 반짝였다. 그러자 훼멸지광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그 순간, 혈광이 혼돈뇌인에 떨어졌다.

    호천 상제는 안색이 변하더니 옆에 떠 있는 하반신을 향해 혈광을 뱉어냈다. 동시에 하반신에서 혈광을 뿜어내며 곧장 훼멸지광에 달려들어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때, 금빛 한 줄기가 허공의 보호막에서 튀어나와 혈광 앞을 막아섰는데, 바로 여래 불조였다.

    웅장한 불광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자 주위의 허공에 불송을 읊는 소리가 가득 찼다.

    픽!

    기이한 소리와 함께 혈광이 여래 불조의 몸을 관통했고, 방향을 바꿔 혼돈뇌인을 스쳐 갔다. 이어 금색 보호막에 구멍이 뚫렸다.

    여래 불조의 몸에 핏빛의 무늬가 떠올라 빠르게 퍼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결인했다.

    보호막에서는 금빛이 흐르며 구멍이 빠르게 복구되었다.

    “불조, 어찌 들어온 것이오? 아직 그대의 신혼에는 훼멸지광이 침투하지 않았으니 어서 신혼을 몸에서 빼내시오!”

    호천 상제가 깜짝 놀라 다급하게 말했다.

    “아미타불!”

    여래 불조는 아랑곳 않고 두 손을 모으며 불호를 읊었다.

    여자아이 주위에 금빛이 연달아 반짝이더니 다섯 개의 금색 발우가 나타나 포위했다. 다섯 개의 거대한 금산(金山) 허상이 발우 주위에 나타나더니 다섯 개의 거대한 산이 되어 여자아이를 제압해 갔다.

    여자아이는 몸이 짓눌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불조, 그대…….”

    호천 상제가 굳은 목소리로 말을 흐렸다.

    “불문이라고 호천 도우처럼 삼계를 위해 목숨 바칠 사람이 없겠소? 그리고 내가 없으면 그대와 혼돈뇌인이 자폭해도 저자를 죽일 수 없을 겁니다!”

    여래 불조가 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손가락을 뻗자 몇 장 크기의 금색 법칙 공간이 나타나 여자아이를 뒤덮었다.

    여래 불조의 법칙 공간은 거울처럼 깨끗해 여자아이의 모습이 비쳤다. 한데 이 공간은 갑자기 반투명해졌고, 색이 다른 수십 개의 빛이 그녀의 몸에서 천천히 솟아올라 가느다란 광사가 되어 빠르게 밖으로 스며들었다.

    다섯 개의 거대한 산과 십이품금련이 만들어낸 보호막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은……?”

    이 광경을 본 호천 상제가 깜짝 놀랐다.

    “치우의 만류귀원(萬流歸源) 신통! 법칙의 힘을 가느다란 실로 바꿔서 어떤 금제 광막도 관통할 수 있다 하오. 허나 내 미리 대비해놨소!”

    여래 불조의 미간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와 법칙 공간에 녹아들었다. 그러자 법칙 공간이 두 배로 커져 십이품금련이 만든 보호막과 합쳐졌다.

    금색 보호막이 거울처럼 반짝이자 밖으로 스며들던 광사가 전부 막혔다.

    다섯 개의 거대한 산 아래, 여자아이의 눈에는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입을 열지도 못해 그저 여래 불조를 노려볼 뿐이었다.

    “이미 너무 많은 원기를 소모하여 법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래 버틸 수 없소. 서두르시오!”

    여래 불조가 재촉하며 손을 내밀자 두 줄기 금뇌가 날아가 혼돈뇌인에 주입되었고, 뇌인이 뿜어내던 파멸의 기운이 두 배로 짙어졌다.

    “불조, 그대는 훼멸지광의 침투가 깊지 않으니 방법이 있을 것이오.”

    호천 상제는 여전히 머뭇거렸다.

    “삼계의 중생을 위해서라면 이깟 목숨, 뭐가 중하겠소?”

    여래 불조가 그야말로 부처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호천 상제는 잠시 침묵하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입을 벌렸다.

    보라색 뇌광이 혼돈뇌인에 주입되면서 뇌인의 뇌광이 폭증했다. 이어서 바람이 가득 찬 것처럼 빠르게 팽창하여 굉음과 함께 뇌전의 태양으로 변했다.

    뇌전의 태양이 커졌다가 줄어들면서 폭발하자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고, 뇌전의 파도가 사방으로 거침없이 휘몰아쳤다.

    십이품금련 보호막도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십이품연대는 금빛이 사라져 뇌전 폭풍에 휩쓸려 날아갔다.

    십이품금련의 속박이 사라지자 광포한 뇌전은 거대한 용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뇌전이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뇌전 가장 깊은 곳에서는 모든 것이 완전히 소멸하면서 혼돈이 나타났다.

    “호천 상제, 여래 불조…….”

    진원자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는 못했지만, 상황을 짐작하고는 넋이 나갔다.

    원천강도 한숨을 내쉬고는 현황무극진도를 물리며 뇌전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마십시오. 혼돈뇌인의 자폭이 강력하긴 하나, 그자는 실로 기괴하니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진원자가 정신을 차리고는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

    검푸른 소매가 길게 늘어나 허공으로 사라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왔는데, 그 안에는 십이품연대와 둘로 찢어진 천책이 감겨 있었다.

    원천강은 고개를 끄덕인 뒤 홍황천기반을 꺼냈다.

    파문이 퍼져 나가 순식간에 반경 수백 리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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