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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204화 (1,203/1,214)
  • 1204화. 몰살

    검은 창 뒤에는 차가운 얼굴이 있었다. 바로 칠살이었다.

    무저동의 제자와 일부 마왕채 제자도 갑자기 돌아서더니 마족 대군을 공격했다.

    “위험해!”

    옆의 도산동이 눈을 크게 뜨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녀의 손 위로 신비한 영문으로 가득한 금색 손이 나타났는데, 한눈에 봐도 평범한 보물이 아니었다. 도산동은 환술 법칙에 특화되어 전투력은 현저히 낮았다. 이에 미소가 사방을 수소문하여 이 금색 장갑을 구해 주었다.

    금색 주먹 허상이 가볍게 허공을 부수며 검은 창을 공격했다. 한데 아홉 개의 푸른 여우 꼬리가 그녀보다 한 발 빨리 반대쪽에서 날아와 먼저 검은색 창을 휘감았고, 곧이어 놀란 표정의 호불귀가 날아왔다.

    아홉 개의 여우 꼬리에서 푸른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자 푸른색 소용돌이가 검은 창과 칠살을 뒤덮었다.

    푸른 소용돌이에는 강력한 금고의 힘이 담겨 있어서 칠살은 일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도산동의 금색 주먹 허상도 칠살의 형천지역 위에 떨어져 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형천지역의 방향이 틀어지긴 했으나, 도산설의 몸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의 허리에 핏자국을 남겼다.

    도산설은 크게 분노하며 양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손끝에서 푸른 빙염이 칠살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러나 칠살은 차갑게 비웃고는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형천지역의 창끝에서 검은 광파가 뿜어져 나와 아홉 개의 푸른 여우 꼬리와 주위의 푸른 소용돌이까지 산산조각냈다.

    네 개의 푸른 빙염과 검은 광파가 충돌하자 펑 하며 폭발했고, 극한의 한기가 폭발하여 삽시간에 반경 수백 장에 휘몰아쳤다.

    콰직! 콰지직!

    한기가 뒤덮은 영역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칠살과 도산설 등도 그 안에 얼어붙어 꿈쩍도 하지 못했다. 체내의 법력과 마기도 한기에 얼어붙고 말았다.

    도산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속으로는 기뻐했다. 비록 착오가 생겼지만, 칠살도 자신의 한빙 법칙에 갇혔기 때문이다.

    도산설 체내의 요력은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아서 운공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양손에 푸른 빛이 반짝였다. 한빙 신통으로 칠살을 완전히 가두려 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칠살의 몸에서 갑자기 치솟은 검은 빛이 주위의 한기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수많은 물결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도산설과 도산동, 호불귀는 검은 물결에 휩쓸리자 몸이 떨려왔고, 육신과 신혼은 황동의 커다란 종에 갇힌 채 격렬한 충격을 받는 것처럼 괴로웠다.

    “진동 법칙!”

    칠살이 도산설의 한기에 얼어붙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대비를 하기도 전에 세 사람의 눈앞이 흐려지더니 검은 공간이 나타났다. 곳곳이 물결 같은 법칙의 힘으로 가득했는데, 바로 칠살의 법칙 공간이었다.

    바깥보다 몇 배나 강한 진동 법칙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허공이 격렬하게 흔들렸고, 수많은 균열이 나타났으며, 주위의 얼음이 산산이 조각났다.

    세 사람은 큰 충격에 오장육부가 거의 부서졌고, 거의 동시에 피를 한 사발이나 토했다.

    검은 법칙 공간에 나타난 칠살은 형천지역을 세 줄기 흑빛 창 허상으로 만들어 도산설와 도산동, 호불귀의 목을 향해 곧장 찔러 갔다.

    한데 그때, 도산동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눈에서는 이채로운 빛이 흘러나와 눈을 뗄 수 없었다.

    쾅!

    칠살 눈앞의 세상이 갑자기 깨지면서 도산동 등이 사라졌고, 검은 법칙 공간은 하얀 세계로 변했다.

    곳곳에 가득한 변화무쌍한 색채가 사람을 현혹시켜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것은…… 새로운 법칙 공간인가?”

    칠살은 방금 실수로 도산동과 눈을 마주친 것이 떠올랐다. 이곳은 도산동의 법칙 공간일 터였다.

    ‘도산동이 익힌 법칙의 힘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가 영문을 알아채기도 전에 몸 아래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나 강력한 흡입의 힘을 뿜어냈다.

    칠살의 경지로도 이 흡입력을 막아낼 수 없어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산처럼 거대한 괴수가 회오리 안에서 튀어나와 이빨로 가득한 입을 쩍 벌려 그를 삼키려 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자 형천지역이 웅웅 떨렸고, 수백 장 길의 예망이 뿜어져 나와 산을 베는 도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휩쓸었다.

    흉악한 괴수는 갈기갈기 찢겨 나갔고, 그 아래의 검은 회오리도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한데 그 괴수는 몸이 금세 원래대로 돌아와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환술?”

    상황을 파악한 칠살은 재빨리 옆으로 피했고, 형천지역을 검은 창의 허상으로 만들어 흉악한 괴수를 찌르고 다시 베었다.

    한데 그때, 하얀 그림자가 뒤에 나타나 그의 등을 베고 지나갔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칠살의 등에 다섯 줄기 기다란 상처가 생겨났고, 많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형천지역을 뒤로 휘둘러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하얀 그림자를 베었으나, 이 그림자는 환상처럼 형천지역의 일격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칠살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하얀 그림자가 다시 앞에 나타나 이번에는 하얀 손톱으로 가슴을 크게 베었다.

    칠살은 가슴에 다섯 줄기 상처가 생겨나자 대노하여 입에서 검은 빛을 쏘아 보냈다. 이 빛은 검은 깃발이 되어 머리 위에 나타났고, 검은 광망이 아래로 내려와 몸을 보호했다.

    형천지역이 검은 빛을 발하며 크게 뻗어 나갔다.

    꽈르릉!

    강력한 진동 법칙이 광룡처럼 하얀색 공간에 꽂히자 변화된 공간이 갑자기 심하게 떨리며 무너질 기미를 보였다.

    그 순간, 하얀 공간 깊은 곳에서 도산동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하얀 공간은 그녀의 환술 법칙 공간이다. 환술 법칙은 보통 법칙과는 달리 신혼을 공격하여 사람의 오감에 영향을 준다. 칠살의 검은 법칙 공간을 뒤덮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법칙 공간, 도산동은 허화와 실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서 불사의 환령(幻靈) 같은 느낌이 났다.

    그러나 이 법칙 공간에도 큰 약점이 있었는데 그건 견고하지 못하여 만약 강력한 힘으로 공격하면 쉽게 깰 수 있었다.

    도산동이 두 손을 들어 뭔가 하려는 순간, 하얀 그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도산동의 몸을 뒤덮어 왔다.

    표정이 돌변한 그녀는 서둘러 옆으로 피했지만, 노란 빛이 허공에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반경 수십 장을 빼곡히 뒤덮었다.

    도산동은 늪에 빠진 것처럼 움직임이 둔해졌고, 그사이 하얀 그물은 빠르게 밑으로 내려왔다.

    강력한 금고의 힘이 그물에서 뿜어져 나오자 도산동 체내의 요력은 완전히 속박되어 꿈쩍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때, 지용 부인이 옆에 나타났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두 사람이 잡혀 있었는데, 의식을 잃은 도산설과 호불귀였다.

    하얀 법칙 공간이 펑 하고 터지더니 칠살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고맙소.”

    그는 하얀 그물에 갇힌 도산동을 보고는 씩 웃으며 지용 부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바깥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으니 서둘러 나가죠.”

    지용 부인은 짧게 답하고는 소매를 휘둘러 도산동 등을 소매 안으로 넣은 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칠살도 법칙 공간을 해제하여 밖에 나타나 마족 대군에게로 달려들었다.

    형천지역이 지나는 곳마다 수많은 마족 병사가 쓰러졌고, 신혼도 가루가 되었다. 완전히 소멸한 것이다.

    장안성 앞의 마족 대군은 앞뒤로 공격을 받아 이내 전멸했다.

    청구 일맥의 제자 역시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마족 대군에서 법칙의 힘을 깨달은 자들이 목숨을 잃자 체내에서 검은 도깨비불이 빠져나왔고, 체내의 법칙을 품은 채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졌다. 괴마왕이 죽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지용 부인은 흠칫 놀랐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바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도산동과 도산설, 호불귀가 소매에서 빠져나왔다.

    세 사람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여서 눈을 감고 있었다.

    지용 부인이 손에서 검은 빛을 뿜어내며 다시 경혼장을 시전하여 세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멈춰라!”

    어떻게 원천강을 뿌리쳤는지 모르겠지만, 미소가 눈을 붉게 번득이며 날아왔다. 그녀가 치우에 투항한 것은 청구 일맥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위함이었으나 지금은 정예 제자가 모두 죽었으니 분노로 눈이 뒤집힐 만도 했다.

    미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수많은 하얀 빛은 하늘을 뒤덮는 실이 되어 지용 부인을 휘감았다.

    지용 부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몸에서 노란 빛을 뿜어냈다. 황색 법칙 공간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 미소와 하얀 실을 전부 뒤덮었다.

    콰쾅!

    무거운 압력이 내려오면서 하늘을 뒤덮은 하얀 실도 모두 아래로 내려갔고, 미소의 몸도 휘청였다.

    그러나 미소는 곧바로 몸을 가누고는 입을 벌렸다. 그러자 변화무쌍한 하얀 빛이 날아갔고, 펑 하며 폭발했다.

    꽃잎 같은 하얀색 부문이 안에서 뿜어져 나와 빠르게 퍼져 나가며 순식간에 하얀 꽃의 바다가 되어 주위의 황색 법칙 공간과 어우러졌다.

    찰나의 순간, 강력한 환력이 하얀 꽃의 바다에서 뿜어져 나와 주위 공간 법칙을 타고 퍼져 지용 부인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환력은 지용 부인의 호체 진력을 손쉽게 무너트렸다.

    그녀의 머릿속이 잠시 흔들리더니 눈앞에 수많은 환상이 나타나 마치 만화경의 세계에 빠진 것 같았다. 곳곳이 괴이한 빛과 어룡(魚龍)으로 만연하여 사람을 몰입하게 했다.

    “이것이 천존의 존재인가…….”

    지용 부인은 심신을 가다듬고 서둘러 황색 법칙 공간을 해제한 뒤 뒤로 빠져나갔다.

    미소도 뒤쫓지 않고 소매에서 다시 하얀 빛의 실을 쏘아 보내 도산동 등을 휘감고는 잡아당겼다.

    세 사람은 여전히 혼수상태였지만, 법력이 흐르고 신혼 상태도 안정되어 있어서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미소는 안도하고는 바로 술법으로 세 사람을 깨우려 했다.

    그때, 그녀 뒤의 허공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칠살이 나타났고, 형천지역이 잔상을 띠며 그녀의 머리를 찌르려 했다.

    근처에 연맹 대군과 무저동 고수들도 나타나 법보를 발동하자 수십 개의 강력한 보광이 허공을 찢으며 미소에게로 날아갔다.

    미소는 차갑게 비웃었다. 천존의 존재를 겨우 이 정도로 막을 수 있다고 여겼단 말인가!

    그녀의 몸에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수천만 개의 실이 다시 뿜어져 나와 칠살과 법보들을 전부 휘감았다.

    칠살 등은 움직이지 못했고, 법보는 하얀 실에 영력이 갇힌 채 땅에 떨어졌다.

    그때였다. 지용 부인이 갑자기 팔을 들더니 손에서 노란 빛을 쏘아 보냈다. 이 빛은 미소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고, 이 빛에 닿은 곳은 순식간에 돌로 변하더니 빠르게 퍼져 나갔다. 미소는 빠르게 전신의 피와 살, 법력이 석화되어갔다.

    깜짝 놀란 미소가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하얀 실이 뿜어져 나갔다. 절반은 도산동 등을 완전히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석화된 부분을 단단히 감아서 노란 빛이 퍼지는 속도를 느리게 했다.

    옆에서 하얀색 꽃의 바다가 돌아와 미소 주위를 빠르게 맴돌며 바깥의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

    미소는 그제야 안도하며 술법으로 가슴 석화된 부분의 노란 빛을 없애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발아래에서 푸른 빛과 함께 푸른 네모 조각이 수없이 많이 나타나 구궁도(九宮圖)를 이루었다. 그러자 하얀 꽃의 바다는 차단 작용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건……?”

    깜짝 놀란 미소가 양손을 들어 무엇을 하려고 했는데, 푸른 구궁 도안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 머릿속에도 구궁 도안이 나타나 빠르게 회전하자 의념이 스며들어왔다.

    이 의념은 천기 운공의 현묘함으로 가득하여 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기에 미소는 술법으로 의념을 중단하려 했다.

    그때, 하얀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하얀 꽃의 바다를 지나 미소의 몸에 꽂혔다.

    미소는 양손을 들어 또다시 뭔가를 하려 했는데, 강력한 시간 법칙의 힘이 그 안에서 폭발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자리에 우뚝 멈췄고, 주위의 모든 것도 멈췄다. 원천강의 시간 정지 신통이었다.

    원천강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홍황천기반이 쉬지 않고 회전하며 주위의 푸른 구궁도와 호응했다. 구궁도를 발동한 것은 바로 홍황천기반이었다.

    원천강과 함께 내려온 크지 않은 푸른 법칙 공간이 미소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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