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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202화 (1,201/1,214)

1202화. 토벌

검기에서 빛나는 81개의 붉은 검광은 위세가 강력해, 각각 하나씩 거마를 맡아 공격을 퍼부었고, 그때마다 허공이 갈라지며 검은 흔적이 나타났다.

검광이 닿기도 전에 거마들은 신혼이 강하게 흔들렸고, 만 개의 검에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깜짝 놀란 거마들은 공격 대상을 후토만상진에서 이 치명적인 검광으로 바꾸었다.

이 거마들은 몸집이 거대하여 사용하는 마병도 산처럼 거대했는데, 휘두르는 속도만큼은 쾌속하여 붉은색 검광을 전부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한숨 돌리기도 전에 눈앞의 붉은색 검광이 갑자기 폭증하면서 그들의 시야를 뒤덮었다.

눈앞이 밝아졌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거마들은 낯선 붉은색 공간에 있었다. 주위에 우뚝 솟은 높은 산들에는 거대한 검이 한 자루씩 꽂혀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장안성은?”

머리에 검은 뿔이 달린 거마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법칙 공간 같은데? 아무래도 그 81자루의 비검이 시전한 검진 신통인 모양이다. 흥! 이런 것으로 우리를 가두려 들다니, 어리석군!”

얼굴이 황금색인 거마가 차갑게 비웃자, 다른 거마들이 일제히 포효했다.

구려거마들은 별다른 신통이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무궁무진한 힘뿐이었다.

얼굴이 금빛인 거마는 전추에서 금빛을 강하게 뿜어내며 가장 가까운 산을 내리쳤다.

그때, 공간 전체에 퍼져 있던 칼날이 갑자기 붉은 빛을 뿜어내더니 한없이 날카로운 검기가 폭발하여 순식간에 공간 전체를 뒤덮었고, 하늘을 가득 메우며 거마들을 공격해왔다.

이 검기들은 이전의 검광보다 훨씬 더 많아서 무기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마들은 재빨리 반응하여 곧바로 방어에 나섰다.

금빛 얼굴의 거마는 검산을 공격하지 않고 전추로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우르릉!

수많은 황색 자갈이 땅에서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몸을 뒤덮어 두꺼운 모래 장막을 이루었다. 산처럼 견고한 토속성 법칙의 힘이 모래 장막에 흘렀다.

검은색 뿔의 거마도 서둘러 결인하자 몸에서 진한 금빛이 솟구치더니 곧이어 몸 주위에 금색 광막이 만들어졌다. 광막 안에서는 시간 법칙 파동이 반짝였다.

푸른 눈의 거마 하나는 양손을 벌렸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푸른 빛이 반짝이며 극한의 기운이 폭발했다. 수천 장 높이의 거대한 빙산이 허공에 나타나 몸을 보호했는데, 난공불락 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거마들도 각자의 몸을 보호했다.

그때, 빼곡한 검기들이 쏜살같이 날아왔다. 한데 놀랍게도 거마들의 방어를 간단하게 뚫고 지나가 단숨에 그들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또한 이들의 몸에는 어떠한 상처도 남지 않았다.

“으아아…!”

그 순간, 81명의 거마가 전부 머리를 감싸고 몸을 굽히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검기들이 그들의 체내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날카로운 검의로 변하여 머릿속에 침투해 신혼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거마는 대부분 바닥에 쓰러져 발악했고, 그중 유달리 강력한 몇몇만이 간신히 버티고 섰다. 그러나 이들도 이 검기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 * *

“저건 네놈의 본명검기! 이미 대비를 해뒀기에 그리 침착했던 것인가!”

구천의 하늘. 치우는 심협의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되자 표정이 굳었다.

“서로 속였으니 피차일반이지. 한데 지금 보니까 내가 한 수 위 같은데?”

심협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치우는 말없이 한 손을 휘둘렀고, 핏빛 전도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핏빛 도광이 폭발하며 날아오자 심협은 눈빛을 날카롭게 번득이며 반고진공을 운공했다. 단전에서 흑백의 도안, 음양조화도가 번쩍이더니 하늘을 찌르는 흑백 광망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늘을 뒤흔드는 강력한 힘이 폭발하자 허공이 흔들렸고, 법칙의 힘 대진도 조금씩 밀려났다.

심협은 한쪽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개천부를 휘둘렀다.

콰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력하던 핏빛 도광이 쉽게 부서졌다.

개천부는 멈추지 않고 더 날아가 금고 대진을 베었다. 그러자 천지개벽할 위력이 도끼의 날에서 폭발했다.

금고 대진은 개천부의 일격에도 작은 균열만 생기는 데 그쳤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심협이 은빛을 반짝이며 공간 둔술을 시전한 순간 은색 허상이 되어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치우의 법칙 공간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연이은 동작은 매우 빨라서 치우는 미처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렵게 가둔 심협이 도망치도록 둘 수는 없었기에 바로 쫓아갔다.

한데 그때, 심협이 양손을 펼쳤다.

콰쾅!

거대한 금색 법칙 공간이 퍼졌는데, 치우의 법칙 공간보다 더 커져서 치우까지 뒤덮었다.

대천존의 경지에 도달하면 법칙 공간을 마음대로 천 리까지도 넓힐 수 있다. 다만, 법칙 공간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그 안에 담긴 법칙의 힘은 약해지니 전투에 불리했다.

금색 공간 안에서 광망이 용솟음치더니 여섯 개 법칙의 힘이 치우의 몸에 작용했다.

치우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더니 몸에서 바로 검은 빛을 흘려보냈다. 이 기운은 매우 번들거려서 기이한 신통 같았다.

심협의 법칙 공간 안에서 몇 가지 법칙의 힘이 그 검은 빛과 충돌하자 바로 미끄러져 몇 번을 시도해도 제압할 수 없었다.

검은색 법칙 공간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빠르게 커져서 산과 바다를 뒤엎을 기세로 심협을 압박해왔다.

심협은 몸에서 은빛을 번쩍이며 재빨리 허공의 난류 속으로 들어갔다.

“도망가지 못한다!”

치우도 바로 공간 둔술을 시전하여 허공의 난류로 쫓아갔다.

81명의 구려거마는 그의 형제들일 뿐만 아니라 이번에 삼계를 치는 데 큰 힘이 되어줄 조력자들이니 절대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다. 심협이 그들에게 손을 쓰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다.

하지만 그가 허공으로 들어가는 순간, 심협이 원래 자리에 나타나 양손으로 허공을 눌렀다.

태양 같은 눈부신 은빛이 그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수천 리 허공을 비췄다. 그러자 주위의 공간의 힘이 전부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북명곤의 공간 법칙에 있는 공간 동결이었다!

심협의 현재 경지는 북명곤보다 훨씬 더 강력했기에 같은 공간동결 신통을 시전해도 위력은 백 배 이상이었다.

치우는 허공 난류에 들어가고 나서야 또다시 심협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바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매우 단단한 은빛이 전방에 나타나 그의 탈출을 막았다.

심협은 은색 번개가 되어 아래로 번개처럼 내려가며 양손을 결인했다.

검진 공간 안. 모든 칼날이 눈부신 붉은 빛을 뿜어냈고, 거마들을 공격하는 검기가 두 배로 늘어나자 81명의 거마가 전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검진 공간의 이름은 시마영역(弑魔領域). 순양주선검진의 핵심 신통이었다.

심협은 이전에도 주선검진을 시전한 바 있지만, 얕은 단계였을 뿐이었다. 순양주선검진은 순양검결의 집대성으로, 육체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신혼도 공격할 수 있었다.

날카로운 검의가 거마들의 몸에 침입하여 그들의 신혼을 찌르자 거마들의 신혼이 빠르게 약해졌고, 머지않아 완전히 소멸할 것 같았다.

한편, 이 무렵 허공의 난류에 휩쓸려 있던 치우는 구려거마들의 상태를 느끼고는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핏빛 전도에서 흉광을 폭발시켜 전방의 은빛을 거세게 베었다.

콰지직!

천지를 관통하는 핏빛 도광이 꽂히자 은빛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그는 다른 손에서 눈부신 혈광을 번득였는데, 이 혈광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허공으로 들어가 바로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편 이 무렵, 식마 영역 안. 거마들의 몸에서 갑자기 짙은 혈광이 솟구치더니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조금씩 고리 모양을 이루기 시작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반구 형태의 핏빛 광막이 거마 주위에 나타나 빼곡한 검기를 8할가량 막아줬다.

거마들은 그 틈에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 바로 반격했다.

금빛 얼굴 거마의 전추에 빛이 흐르더니 찬란한 금빛으로 변해 천둥 같은 파공음을 내며 주위의 허공을 강하게 때렸다.

꽈르릉!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허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자 주위의 공간에는 수많은 균열이 생겼다.

다른 거마들도 일제히 공격을 퍼붓자 검진 공간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때, 장안성 근처에 은색 뇌광이 번쩍이더니 누군가가 나타났다. 바로 심협이었다.

은색 허상으로 변한 그는 곧 무너질 것 같은 순양검진으로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하늘을 뒤덮는 검은색 마조가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와 심협을 붙잡으려 했다.

퍼펑!

굉음과 함께 반경 몇 리 안의 허공이 거울처럼 깨지고 광란의 허공 폭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후토만상진은 검은색 마조의 공격을 받아 강하게 흔들렸다.

마침 근처에 있던 청련선자와 이정은 후토만상진을 뚫고 들어오는 강력한 힘에 공격을 받았고, 두 사람 모두 피를 토했다.

그때, 치우가 검은색 마조 안에서 빠져나왔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전력을 다했음에도 한발 늦어서 심협을 놓쳐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치우가 분노하더니 갑자기 후토만상진에 있는 청련선자와 이정을 노려봤다. 그러자 두 줄기 허화된 검은 빛이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후토만상진을 지나쳐 청련선자와 이정의 몸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몸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눈의 생기가 전부 사라졌고, 신혼의 힘도 두 줄기 검은 빛에 완전히 부서졌다.

“스승님!”

섭채주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는 바로 날아가려 했다.

“치우의 실력은 이미 우리로서는 절대로 상대할 수 없으니, 심협에게 맡기시오. 그라면 분명히 청련 장문인의 복수를 해줄 것이오.”

백소천이 서둘러 섭채주를 말렸다.

섭채주는 가냘픈 몸을 가늘게 떨었지만,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몸을 돌려 다시 마수수를 상대했다.

“검진 공간으로 숨은들 소용 있겠느냐! 이 공간은 곧 무너져 내릴 것이니 얼마나 숨어 있을 수 있는지 보겠다!”

청련선자와 이정을 죽인 치우는 심협을 차갑게 비웃더니 곧 무너질 것 같은 검진을 향해 핏빛 전도를 강하게 휘둘렀다.

창궁을 둘로 가르듯 거대한 도광이 검진 공간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한데 그때, 검진 공간에서 갑자기 눈부신 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부서진 곳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거대한 도광이 검진을 베었지만, 피식 하는 소리와 함께 검진 공간에 흡수된 것처럼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이것은……?”

치우는 표정이 조금 변하더니 손을 뒤집어 검은색 대인을 꺼내 검진 공간을 향해 던졌다.

대인이 반짝이며 사라지더니 아홉 개의 검은 강이 하늘에서 내려와 이내 아홉 마리의 칠흑 같은 마룡이 되어 엄청난 기세로 검진에 쏟아졌다.

모든 마룡에서 기이한 법칙이 뿜어져 나왔다. 이것은 치우가 일전에 현황무극진을 상대했던 신통이었다.

* * *

검진 공간 안. 이곳은 상황이 크게 변한 상태였다. 허공은 전부 은백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공간의 힘은 백 배로 굳어져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바로 땅이었다. 본래 실재하던 붉은 땅이 지금은 거대하기 그지없는 그림으로 변하여 세상의 끝까지 쭉 펼쳐져 있었다. 바로 산하사직도였다.

모든 것은 심협이 공간 법칙으로 산하사직도를 검진 공간 안에 펼쳐서 일어난 일이었다.

81명의 거마는 이 광경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금빛 얼굴의 거마가 팔을 휘두르자 금색 전추가 금색 환상이 되어 다시 한번 근처의 허공을 강하게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공이 살짝 흔들렸을 뿐, 균열 하나 생기지 않았다.

“이럴 수가! ”

금색 거마는 당황했다.

반면 심협은 차갑게 웃고는 산하사직도를 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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